밤비


5월, 한낮의 맑은 기별은
다가올 밤비를 알지 못한다
슬금슬금 눅진한 회색이
머리카락에 묻어나오는
오후, 밖이 어두워지더니
바람은 그토록 아프게 나무를
두드리고 아침엔 오늘은 맑음,
이라고 말하던 인공지능 성우의
경쾌한 목소리는 이제 뻔뻔하게도
비 올 확률 백 퍼센트라고
눙을 치는데, 이 거짓말쟁이

검게 물든 밤의 아스팔트를
고양이 한 마리 사부작사부작
녀석은 뛰어가지 않는다
검은 바탕에 하얀 점
축축한 담요가 되어버린
등거죽으로 천천히 차 바퀴
어딘가에서 잠을 청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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