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것들


세탁기 아래의 끈끈이
커다란 바퀴 한 마리가
들러붙어 있다 해마다
늦봄이면 야생 바퀴가
그렇게 들어온다 걔들은
진짜 엄청나게 크다
그 시커먼 덩어리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 그래도
짝을 찾아 날아다니다
우리집까지 왔을 텐데
그대로 저승길을 밟아

5월의 비가 장맛비처럼
주룩주룩 사흘째 내리는
저녁에 작은 방 방충망에
어리는 비닐 조각 그림자
불을 켜고 보니 커다란
나방 한 마리가 비를 피해서
가만히 쉬고 있는데
난 네가 싫어,
손가락으로 방충망을
튕기며 기어코 녀석을
쫓아내었다 우리집이
아니더라도 다른집에서
잘 쉬겠지 그냥 놔둘 걸
날 밝으면 가버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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