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기억 속의 노래


흘러간 가요를 듣는다
언제부터인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더운 비가 귓바퀴에
얇은 생채기를 만들고
그곳으로 시간의 통로가
생기는데 순간,
1990년대

이제는 세상에 없는
어느 가수의 얼굴
그 눈부신 웃음은
시간을 눈멀게 만들어

슬그머니 사그라든 청춘
흰머리와 얼굴에
덧입혀진 검버섯
아, 수치스러워라

지글거리는 동영상 속
그들은 뛰쳐나와
보기 좋게 살이 오른
건물주가 되고
사장이 되고 더러는
파산한 낙오자
돌아올 수 없는
낡은 소문으로

좋았던 한때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를
마지막으로 클릭,

2024년 5월의 어느 새벽,
이 노래를 듣는 사람
있으면 손!

가만히 손을 들고는
가렵고 눅눅한 눈가
스며든 형광등 불빛
쓱, 하고 훔쳐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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