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회(上映會)


졸업 작품 상영회에 갔었지
변두리 허름한 극장 5층
솔기가 살짝 닳아버린
연녹색의 의자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었고 관객들은
반쯤 졸았던 것 같아
진짜로 그랬어 나도
졸 것 같았거든 겨우 고작
저런 걸 찍으려고 4년을
그 고생을 해가며 아,
비탄의 하품에 눈물이
고이며 웃음이 터졌지
단편 영화들의 배경은
하나같이 여름이야
졸업작품은 여름에
찍거든 아르바이트로
하는 것 같은 어설픈
배우 지망생들의 연기
진정성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찾지 못했지
이제는 세상에 없는
너의 졸업작품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네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우리는 영영 알 수 없어
그걸 대신 쓸 수도 없고
다만 가끔, 이렇게 맑은
5월의 아침에 그저 그런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시며
너와 네가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생각하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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