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미래
말라비틀어진 눈에
인공눈물을 넣고
시를 쓴다 시란 본래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국을 끓여먹을
수도 어디다 내다 팔
수도 없다 그저 마음이
괴로운 이들이 파고 또
파는 무수한 우물일
뿐이거늘 너는 한밤중에
시를 쓰고 있는가 아마도
그것은 이 시의 미래를
믿기 때문이다 지금 듣고
있는 바흐의 평균율을
연주한 피아니스트는
19일 전에 세상을 떴다
그의 음반을 듣는 동안
나는 그의 영혼과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
예술은 영매(靈媒)이며
신성한 것을 지상에
중계한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들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만이 그것에
접속할 뿐이다 시는 내가
알지 못하는 미래의 시간과
그 시간을 사는 독자를
향한다 나는 그 독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얼어붙은
변방에 살고 있는 자의
바늘 같은 뾰족한 눈물과
푸르스름한 의지의 신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