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當選作)


당선작이라고 나온
시를 읽어 보았다
아기가 옹알이를 하는
건가 자폐적 세계에
갇힌 여중생의 한풀이
같더군 썩은 웃음이
흘러나온다 저런 게
요즘 시의 트렌드냐
미래파가 풀어놓은
무시무시한 독이
한국 시의 혈관을
옥죄고 있는데 이걸
누가 고칠 거냐 같은
붕어빵 틀에서 찍어낸
것 같은 눅눅한 시들
이런 걸 읽고서 열심히
베끼고 습작하면 당선이
되는 모양이군 서정시는
구닥다리라고 경멸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시적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를
강요당하는 기형적인
현실에 누구 하나 반기를
들지 않는다 기존의
권위에 얌전히 순응하며
자기 생각이라고는 손톱
만큼도 없는 머저리들이
무슨 자기 글을 쓴다는
거냐 제도권에 들어가고
당선이 되기 위해 영혼을
팔고 글의 미래를 파는
널브러진 모래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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