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누수(漏水)
원대한 꿈을 가진 이는
좌절하기 쉽다 그는
자신의 몰락을 쉽게
예감하지 못한다
미리 알지 못하는 자의
비극은 그 꿈의 크기만큼
버려야 할 것들에 있다
그에게는 아름다운 봄조차
누렇게 뜬 영양실조의
얼굴로 다가온다 누수는
소리 없이 이어지고 마침내
꿈의 물탱크에서는 텅텅
하는 소리만이 들린다
기괴한 메아리는 이명이
되어 쉴 새 없이 괴롭히며
현실의 비감함은 배고픔과
기나긴 침묵을 낳는다
두려움과 분노는 끼익끽
거리는 미닫이문 뒤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는 차마 문을 열지
못하고 그 앞에서
오랫동안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