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횡단보도의 건너편
고개를 수그린
할머니는 침을
흘리고 영감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휴지를 꺼내어
늙은 아내의 입을
닦아준다

느린 낙엽의 속도
잊혀지고
물크러지는
노년의 시간

삐딱하게 고개를
돌리며 걷는다
그것이 내게는
오지 않을 것처럼

저 멀리에서
유모차를 끌고
젊은 부부가
지나간다
그들의 아이는
쉴 새 없이
비눗방울을
불어 날린다

내 얼굴과 옷에서
벌레처럼 터지는
비눗방울들
지 애새끼의
즐거움만 보는
외눈박이의 등신들

시멘트 공원 바닥
홀로 구구구
이기지 못할 봄을
온몸으로 앓는
멧비둘기 하나
짝 찾아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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