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일기 쓰기가 싫은
날이 있다 기분 나쁜
일에 대해 복기하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새벽에 아빠가
꿈에 나왔다 아빠는
집에 불이 날 것
같으니 이사를 가라고
한다 꿈속의 아빠는
진짜 아빠가 맞을까
하루 종일 고민한다

5년을 쓴 전동칫솔이
고장났다 흔들거리는
전동축에 잇몸이 갈려
나가는 것 같다 새 걸
안 사고 버텨보려고
본드를 붙여본다
궁상은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본드와
무진장 흐른다

동물의 세계가
끝날 무렵에 초인종이
울린다 행방불명이
된 슬리퍼 택배를
들고 웬 남자가 서있다
남의 집 택배를 받아놓고
일주일 있다 돌려주는
이상한 패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밤이 되면 아픈 몸이
비명을 지른다
얼굴은 찌릿찌릿
발바닥은 쩌억쩌억
알레르기는 눈물을
쉴 새 없이 토해낸다
아아, 아버지
이 고운 봄 어디에
계십니까 쓰라린
오늘의 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