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에 대한 경외


화장실의 비누 받침 아래
곰팡이가 아주 가느다란
실뱀처럼 감겨 있었다
엊그제 화장실 청소를
했는데 노안이 온 눈은
그 푸른 뱀을 놓쳐버렸다

락스물에다 담그고
20분을 기다린다 그리고
거친 검은색 솔로 북북
문지른다 녀석의 보드라운
피부는 물크러지며
비명이 터진다

아주 간단한 일이었어

저녁에 손을 씻다가
조심스럽게 비누 받침을
뒤집어서 확인해 본다
살았니 죽었니

바늘귀 같은
검은 점 하나 가만히
숨을 내쉰다
후우,

눈에 보이는 너의
세계가 전부인 듯
살지 마라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있었고
영원의 시간을
살아갈 테니

천천히 미끄러지며
물방울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곰팡이에 대한
무한한 경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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