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비


엘리베이터 앞의
등 굽은 할머니
우산을 텐트 마냥
펼쳐놓고 접는 법을
잊은 것 같아

늙음은 깡패같이
오직 자기 밖에
모르지
 
제멋대로 내리는
봄비는 벚꽃을
후들겨 패느라
정신이 없어

떨어지는 꽃잎의
속도는 푸르고
차가워

송충이처럼
스멀거리며
연둣빛 잎을
토해내는 나무들

기억나지 않는
청춘의 날들
세월의 탁란(托卵)으로
이제야 돌아온다면

살짝 찌그러진
눈웃음으로
손을 내밀 텐데

거울 속
부끄러운 흰머리
검정으로 물들이면
우산에서 묻어나오는
흐린 구정물처럼
흘러내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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