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기 전날의 봄


뽀얀 얼굴의
여중생 두 명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휠체어 탄 할머니
입을 벌리고
느린 생의 마지막을
힘겹게 들이마셔
기이한 바니타스(vanitas)

고압송전탑에
덩그마니 전기기사는
시린 벚꽃에 누워
목숨을 걸고 일하는 건
저런 거야

비가 오기 전날엔
늘 얼굴이 저리지
갉아먹힌 신경이
긁어대는 후유증

내일 날씨는 어때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남자 성우의 단정한
목소리는 이상하게
잠겨 있어
비 올 확률 백 퍼센트
비 오기 전
흐린 오후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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