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재능


손을 꼽아 헤아려 보니
예술학교 졸업한 지
어느덧 열여섯 해

영화 공부 계속하면
성공할 수 있나요
타로 점집에서
키득거리던
1학년 애송이들

바람결에 실려 오는
이름을 들어보려 해도
흐린 날 아픈 귀에는
이명이 흐르고

누구는
밥벌이에 뼈를 깎고
또 누구는
몇 명이나 보았는지 모를
영화 한 편 찍고
그리고
일찍 세상을 뜬
멀고 먼 너도 있다

애매한 재능으로
경계를 기웃거리며
시간의 톱밥을
꾸역꾸역 삼키는
이른 봄날의 저녁

오랜 가려움증이 도진
왼쪽 목덜미를
긁으며 생각한다

그래도
미치지 않고
살아있다는 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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