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11월, 베란다 우수관으로 비릿한 냄새가 흐른다
소금에 절여진 배추물
모두들 절임 배추로 김장을 할 때
저 집은 배추를 사다 절이는가 보다

엄마는 김치 담그는 법을 잊어버렸다
나는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얼마나 다행인가
고춧가루만 보아도 입안이 쓰리다

나의 젊은 날에 엄마는
박스가 터져나가도록 김장 김치를 보내주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김치 담그는 법을 잊어버리고
내 생일도 잊어버리고
나는 그렇게 엄마를 잃어버렸다

엄마가 담근 김치맛이 기억나지 않는다
다행이다
그리워할 무언가가 없다는 것
간절하지 않다는 것

난 요양원 같은 데 가고 싶지 않아

그래요

엄마를 요양원에 보낸
그 첫 밤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슬플까
괴로울까
그래서 눈물이 흐를까

주룩주룩
빗물처럼
우수관으로 비린 배추물이

나는 토할 것 같은
입을 틀어막으며
마루 문을 세차게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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