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1

...대단하지 않더라도 기꺼이 끝까지 걸어가기. 주저 없이 마침표를 찍은 후에는 다시 시작하기. 충실한 마음과 소박한 기쁨으로 제 삶을 일구어 가는 사람의 고백을 건넨다...  

p29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부 패거리에 들려는 욕망이 있다. 내부 패거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어느 집단에나 비밀스러운 토론이 있어야 하고, 폐쇄된 우정도 필요한 법이니까. 문제는, 그 패거리에 들지 못해서 버둥대는 우리의 모습이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아닌 저 너머의 내부패거리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태도는 스스로를 파괴한다. '내부 패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내부 패거리주의자'로 전락해 내부 패거리의 꽁무니만 좇는 사람이 되기 쉽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진정한 내부 패거리가 될 수 있을까? 순수한 마음으로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요한 집단 내부에 속하게 된다. 저명한 내부 패거리에 간신히 속하게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내부 패거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에 순수하게 몰입할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작은 무리. 그 안에서 천진난만하게 지내는 모습을 누군가 외부에서 관찰한다면, 나 역시도 단단한 패거리 안에서 안정을 누리는 사람으로 보인다.

 놀랍지 않은가? 내 앞에 놓인 일을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업무의 가치를 높이는 데 ㅈ비중하는 것.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이들과 솔직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작고 단단한 링을 만드는 것. 그 소중한 패거리와 진하게 위로를 나누며 기운을 충전하는 것. 그야말로 완벽한 '회사생활'혹은 '사회생활'인 것이다.

p45

 그렇다. 나는 나만의 볼륨으로, 나만의 사이즈로, 나만의 공간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다. 이걸로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 역시 따지고 보면 별게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다 비슷하고, 알면 알수록 별게 없다는 걸 깨달은 것도 크리스마스 때의 일이다. ...

p51

 맞닥뜨린 모든 일에서 의미를 구하고, 해석된 메시지를 가슴으로 껴안아 저장해 두는 INFJ. 바로 나다. 나는 주어진 상황의 앞면, 옆면, 뒷면에 적힌 내용은 물론이고, 행간에 숨겨진 암호까지 소화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쓴다. 한마디로 골치 아픈 삶이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밤새 꼬리를 물고 늘어질 때면, 스위치를 그듯이 잡념도 팍 꺼버리고 싶다.

 미치도록 지루한 어느 날에는, '아, 맞다!' 그때 하려고 했던 그 생각들 좀 꺼내서 해보자!'라며 머릿속 선바에 놓인 잡념 하나를 골라 든다. 귀퉁이를 접어 놨던 페이지를 촤라락 펼치면 지루할 틈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만히 앉아 멍 대리는 것 같지만, 나는 '못다 한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는 겨우가 많다.

p56

...내가 배운 대로만 키우면, 아이는 잘해야 나 정도로 클 뿐이다. 아이가 자신만의 트랙에서 더 멀리 더 높이 날려면 어느 시점부터는 내가 손을 놓아야 한다. ....

p77

 "네가 가진 노래를 부르려마. 난 미리 걱정하지 않는단다."

p85

 가능하다면 애틋한 누군가와 함께 차분한 겨울 여행을 해보기를 권한다. 먼 곳에서 가장 가까운 너와 나를 깊이 헤아려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서로의 방식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행. 나에게 넘치는 것과 그에게서 가물어가는 것을 발견하며 우리가 지금 함께인 이유를 개닫는다면, 겨울 여행이 가진 미덕을 다 누린 셈이다. 삶은 디테일에, 사랑은 겨울 여행에 있다.

p94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에게 삶은 한낱 골칫덩어리에 불과하고

애처로운 사연만 헤아리는 사람은 눈물바다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겨울엔 최대한 반짝이는 눈으로 명장면을 꼽는다.

절묘했던 명장면이 넘쳐나는 한, 올해는 내게 작품으로 남을테니.

p109

...나이가 들어서 삶의 방식을 리노베이션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틈만 나면 늘어져서 배달 음식이나 시켜 놓고 유튜브를 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나만의 계절 스포츠와 계절 문학, 계절 음료를 즐기는 사람으로 바뀔 순 없는 노릇이다. 이것저것 잠깐씩 시도해볼 순 있겠지마, 10년, 20년 넘게 지속적으로 삶의 모양을 잡아 나가려면 엄청난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p114

 그렇다면 어른들에게 울음이란 더 이상 언어가 아닌 게다. 오히려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된는 치부에 가깝다. 방귀나 트림처럼 당연한 생리현상이지만 되도록이면 시치미를 떼야 하는 행동처럼. 그래서 우리의 울음은 멀리 퍼져나가지 못하고 오직 울고 있는 자신만이 보게 된다.

p118

...성공을 해도 내 결정 끝에 성공해야 기쁘고 망해도 내 선택을 따라 망해야 억울하지 않다는 것을.

p120

당신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어른이 된 자신을

다시 한 번 잘 키워보는 일과 동시에 일어난다.

아이와 나를 위해 하나씩 쌓아가는 계절 이야기.

p122

하지만 명심해야 할 성은, 이 세상 어딘가엔 우리만큼

겨울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다.

태어난 순간 이미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선물도 받지 못한 어린이들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산타가 되어야 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어야 한다.

어른이 된 네가, 누군가의 산타가 되는 일을 마땅히 여긴다면,

내가 성실히, 또 정성껏 겨울들을 지내온 보람이 있겠다.

p132

 ...어른들은 쌓아온 삶의 데이터 덕분인지,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다음에 펼쳐질 시나리오. 내일 일어날 일, 먼 미래에 생길지 모르는 사고들을 다 내다봅니다. 그래서 더 참을 수 있고, 더 준비할 수 있고, 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도 이제 어른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아이가 어쩜 이렇게 내일 일을 모르고 눈 앞에 있는 것만 생각하는지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p135

 우리가 자녀에게 쉬이 하는 핀잔인 '하나만 알고 열은 모른다'는 말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도 들려주어야 할 조언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나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은, 혹은 반대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났다고 느끼는 것은 하나만 알고 열은 모르기 때문입니다. 힘든 시간 끝에 무엇이 펼쳐질지, 불행의 구간을 지나면 어떤 삶이 시작될지 혹은 그토록 잘난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는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좋은 부모가 자녀를 일부러 나쁜 길로 인도하지 않듯, 삶이 이끄는 방향을 믿고 다르다 보면 감사할 날이 올 거라는 사실입니다. 나도 모르는 내 인생의 원대한 게획, 보이진 않아도 믿을 순 있습니다.

p138

...아이가 컸으면 하는 방향대로, 내가 지금을 살자. 이것이 내 사랑하는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강력한 유산이 될 테니까.

p146

The lines of my boundary have fallen in pleasant places.

즐거운 곳을 딸라 그어진 내 삶의 구분선.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갈등이나 불안은 나와 남의 삶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 그러니 괜히 남과 비교하고 상처받으며 스스로를 불안에 가둬서는 안 된다. 남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행복을 확인해서도 안 된다. 내 마음이 남의 삶으로 자꾸만 넘나들 때 떠올려야 하는 것이 바로 '구분선'이다.

p158

 문제는 겨울에만 목마름을 해소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거다. 속도를 완전히 멈추고 전원 플러그를 뽑아버린 다음에, 내가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는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점검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겠지. 어떤 이유로든 멈춰 선다는 건 실패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p164

 '어른'이라는 인생 챕터로 들어서며 바뀐 것이 하나 있다. 과정의 힘을 믿게 된 것이다. 어렸을 땐 우주의 기운을 끌어 모아 한순간에 판을 엎어버리는 '인생 한 방'같은 에너지를 믿었다면, 이제는 하루치 노력을 꾸준히 더하면 일년씩 쌓은 힘을 신뢰한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결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늘 어떤한 '과정 '중에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p166

 ...애초에 시간이라는 것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떼어다 버릴 수도 없다. 애써 '망한 셈 치고 잊어버린 시간'이라고 여길지 몰라도, 실은 '망한 셈 치고 잊어버렸다고 착각하며 허비한 시간'으로 차곡차곡 저장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산 시간의 총합이 나의 역사가 되고, 그것이 현재의 나 자신을 이룬다. 그러나 회사에서 보내는 여덟시간도 소중히 여기며 그 시간의 주인이 되려고 애써야 한다.

 p170

 시간이 가져다준 귀한 것들을 헤아려보며 지나온 과정의 힘을 아는 이들은 떠들썩하게 굴지 않는다. 삶의 과정을 손수 굴리며 생에 집중할 때, 비로소 사람은 존재감이 또렷해진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여기저기 떠도는 모습은 오히려 자신의 결핍을 드러낸다. 이 동네 저 동네 기웃거리며 반경 내에 나보다 나은 인물이 없음을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믿는 바를 한 겹 두 겹 성실히 쌓아가는 과정 그 자체로, 나 자신에게만 나를 증명해 보이면 되니까. 그 과묵한 신뢰가 누적되어 고도로 정제될 때 비로소 사람에게서 빛이 난다고 믿는다. 그 지경에 닿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내가 그 과정에 잇음을 나 자신에게 확언하고 또 확언한다. 지난 겨울들을 굴리고 굴려 올해의 겨울을 맞이했음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이 계절, 이 과정, 이 생에 집중하자. 조용히, 특유의 존재감으로.

p181

 ...도무지 언제부터 뿌리내린 건지 짐작하기 힘든, 이 깊고도 단단한 착실함으로 오늘도 한 칸씩 채워가는 모두에게 이 책을 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 마침표 - 기꺼이 끝까지 걸어온 당신에게
박솔미 지음 / 북스톤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천 작가들에 혹해서 집어왔다.   

광고 기획쪽 일하면서 꾸준히 글 써온 작가.

다정하고 따뜻한 글들이네. 

겨울, 마침표가 좋다는 소소한 이야기들. 

왠지 일기쓰듯 읽히는 책. 읽으면서 내 일기를 쓴 기분.

 

<여는 말, 나는 마침표가 좋아>

 겨울, 마침표 느낌의 겨울이라...  

-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겨울방학

라디오 들으며 보내는 겨울방학 좋았겠다. 몸도 마음도 자라는 시간이었겠네.

내가 나를 무사히 성장하는데는 뭐가 있었을까. 책, 공상?

이 사람은 시간과 라디오였단다. 평화스럽네. 콩나물같이

- 드디어 늙는다는 기쁨

박솔미 그래프: 나이에 따라 받게 되는 타인의 너그러움 정도. U자형 나이가 매우 어리거나 많을수록 비교적 쉬이 주변의 인정을 받게 된단다.

20대 후반부터 50대 후반까지 빡세게 사는 구간이구나. 삶의 무게.

맞는 말인듯

- 왠지 겨울 바람이 부는 사람.

내 에너지를 쓰는 일은 내부 패거리에 들고 싶어 버둥거리는 사람은 학교나 직장이나 있지. 정치질?

일에 순수하게 몰입할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작은 무리 회사에서 에너지는 일에 쓰고 나머지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집으로 가져오는 일. 현명하네.

- 불안해하기에도 늦은 계절

지각도 계절 겨울에 빗대볼 수 있구나. 화끈하게 체념? 계절은 도니까.

- 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이해가 될때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평범하게' 제목을 붙이기도 어려운 평안함

- 결산을 잘 내야 어른

삶에 의미를 찾을 때 필요한건 나의 능동적이 태도와 결단이다. 겨울에 연말결산. 

업무에서 셋, 가족들과 셋, 자신에게 셋. 아홉가지를 한 줄로 요약한 본인만의 결산. 제목 지어주기.

(누군가에게 굽실대며 그가 원하는 속도로 움직이는 건 그에게 조종당하는 것과 마찬가지. 더 태연하고 느긋하게 행동하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상대가 불안을 느낀다. 상황역전)

- 갈무리해 둔 명장면들

이 사람도 소소한 일상을 오롯이 누리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걸 알게 된 계기들이 있네.

삶은 규모가 아니라 디테일에 있단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곁에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캡처하고 편집하는 장면이 아니라, 오직 내 마음에 저장된 장면들이 나도 있겠지?!

그래도 페이스북의 과거의 오늘 사진들은 좋더라. 마음에 부듯함과 따뜻함이 차오르더라...

- 언 당을 일구는 하얀 소

<청춘의 문장들> 서문 읽어보고 싶어지네.

자수로 이 작가는 겨울 땅을 가는 하얀소란다. 아마 겨울에 태어난 경금 쯤 되나보다.

여튼 글을 쓰는 일이 업이라는 이 사람. 글을 일궈내는 기쁨이 생에 주어짐에 감사한단다.

- 입이 얼어붙은 이들에게 

말이 유독 없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 그런 사람들이 좋을 때가 있다.

이 사람처럼 겨울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이 좋을 때가 있긴 하고.

타고난 과묵함을 애써 깨뜨리지 않고 굿리스너로 매김하는 것도 괜찮은 듯.

타고난 기질 그대로, 서로 보조를 맞추며 함게 잘 사는 것 좋다.

눈치보거나 평가당할 걱정없이 주체적으로 살라는 주문을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지.

모두가 자기가 가진 재주 이야기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역시 나부터.

- 마음을 보려면 겨울 여행을.

나도 여행에선 여행 중인 나 자신을 그냥 그끼는게 좋은 편. 

지금 있는 그곳을 아 좋다라고 느끼는 걸로 끝인 여름이건 겨울이건.

이 사람의 서로 다른 부부이야기.

어쩌면 다들 인지하지 않아도 이렇듯 다를 수도.

이 사람의 남편처럼 삶의 풍요가 자신의 기호와 취향을 정성껏 돌보는데서 올 수도 있겠구나.

결혼해서 상대방의 다름에 의문이나 반기를 들지 않고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이십년 지나니 나도 이제 좀 알겠긴 하다.

- 겨울엔 러브레터, 여름엔 라스트레터

 이 가족은 같은 영화를 같이 되풀이해서 보는 걸 즐기는구나.

라스트레터 내용이...가끔 그런 사람을 보긴 한다. 어릴 땐 대단한 무언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반백살이 되고 보니 어디서 무엇으로 살고 있건 난 존재 자체로 대단하다는 걸 느낀다.

근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손에 쥐지 못한 것. 도달하지 못한 곳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에 놀라게 된다.

아주 사소한 진리,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

어떤 모습이든 어떤 장소든. 세상 모든 존재들은 대단하다.

시세이도 광고 문구.

인생의 정답은 여러 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마다의 길, 아름답게. 

세상 무슨 일이든, 하면 되고 안 하면 안된다. 자고로 주인공은 일단 하는 법이다.

- 원단이 좋은 우아한 겨울 코트

음 조성진이 연주하는 폴로네이즈 들어보고 싶어지네.

'늦어도 괜찮아 도착하면 돼'를 어렸을 땐 많이 되뇌였었다.

그게 이 사람이 말하는 지향점이려나 완벽한 겨울 코트의 단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실제로 소유할 수 없어도 온 마음으로 감각할 수 있는 우아한 지향점이 내게는 있는지 생각해봣다.

우아한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내게도 지향점이 있긴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아주 느린 걸음으로 여하튼 나는 가고 있다.

- 겨울 아침의 짙은 성실함

부모가 되고 나면 '잘 살고 있다는 감각'이 더 중요해진다는데 나도 동의.

개인의 문화와 역사가 쌓여 나다운 인생 완성된다는데도 동의.

대학생이 되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딸에게서 느낀다.

물론 타고난 기질도 있겠지만...그래서 나름 흐뭇해하는 중. 

음 난 아이에게 계절을 음식으로 남겼나...

나도 아이덕에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

어쩌면, 난 부모에 의해 체득된 것보다 만들어가는게 많을 수도....

아이 덕에 일기쓰기 습관을 들였다니. 대단하다.

- 울기 딱 좋은 날씨

우아하고 격조 높은 생활은 결국 넉넉한 체력에서 시작된다.

10초 버티라는 말에 눈물이 터질 수 있지.

생각해보니 나도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중반 정도까지 좀 그랬던듯 아이키우면서 책임은 늘어가고 체력은 떨어져가고 소모되어가는 내 자신이 느껴질 때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데 표도 안나는 것처럼 느껴지고 억울해서 버티는 내가 스스로 안쓰럽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의 내가 장하네...

바세린을 눈가에 바르고 자면 울고 자도 안 붓나보다 해봐야겠네.

- 계획보다 위대한 뒷수습

삼성, 애플, LG의 특성 인상깊네...

눈앞 이상을 보는 어른? 신이 우리를 보는 것도 우리가 아이를 보는 심정과 같을까...

삶이 이끄는 방향을 믿고 따르다 보면 감사한 날이 올거라는 믿음.

종교가 이를 수 있는 순기능인거 같다.

어쩌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에 안정적인 자리?를 이룬 사람들이 많은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햇다.

- 그 겨울, 엄마의 드럼 콘서트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 조심하자. 아이가 컸으면 하는 방향대로 살아보자. 일기. 건강.

드높아라. 무인도의 솔지, 솔미 엄마 멋있네.

- 두 언어를 다듬는 일

The lines of y boundary have fallen in pleasant place.

즐거운 곳을 따라 그어진 내 삶의 구분선.

나와 남의 삶을 구분하는 건 중요하네.

비교해서 상처받지도 우쭐하지도 말자. 요즘 같은 세상엔 어려운 일이지만 남의 삶에 기웃거리지 말고, 내 삶에 집중하자.

건강하게 별개임을 인식하자는데 완전 동의.

에린 핸슨의 시 애들한테 보여주고 싶네.

너는 너의 집이야.

- 겨울 잠을 자며 깊게 꿈꿀 자격

한국인에게 겨울은 마무리하는 시기. 저무는 때. 앞선 일을 정리하고 훗날을 대비하는 시간이란다.

어쩌면 나는 지금이 정리의 시간일수도 혼자만의 시간이 많고 여유있는 편. 중간점검의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

물론 처리해야할 일상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시간이 있다. 수면 시간만 어떻게 노력해서 체력을 보강하고 정리의 시간을 좀 가지자.

어디에 소속되거나 계약되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해 본적 없는데, 마침 그런 시간이었네.

바쁘게 달리기만 해서는 꿈을 꿀 수 없단다. 자면서 꿔야하는거니까?

현실적인 걸 생각하지 않으려면 실제로도 현실에서 벗어나야 하나보단다.

위대한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내 속도에 휩쓸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다가 쓰러질 수도 있으니까.

중간중간 자야할는 것일 수도.

- 지난 겨울ㄷㄹ이 모여, 올해의 겨울이

나이가 드니 의미없었던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지나가지만 그 지나간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

늘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를...

내가 산 시간의 총합이 현재의 나, 내 시간에 주인의식을 갖자.

'나'라는 사업을 키워가는 사장의 마음.

나의 3년 뒤는 어떨러나. '조용히, 특유의 존재감으로'

- 에르메스 광고카피

'나잔신에게만 나를 증명해 보이면 된다'맞는 말이네

- 1년이 문장이라면, 마침표는 확신.

문장에 과하지 않은 살과 근육을 붙여야 좋은 문장.

우선 뼈대 만들고 살과 근육은 딱 한덩이만 추가하는 철칙 가지고 있단다.

글쓰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고 삶에도 적절한 길이의 문장들을 모아 좋은 삶을 완성하려면 간결하게 문장을 끝맺을 줄 알아야 한단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했을까?' 확신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를...

- 맺음말, 마침표는 마침내 시작점

당연히 겨울은 결승선이 아니겠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니까. 

근데 중간중간 쉬어갈 매듭이 있다는 건 좋은 거 같다.

이 사람처럼 구간을 정해놓는게 긴 인생을 지치지 않고 계속 열심히 살아내는 방법일수도 겨울이 산뜻하게 다음 문장으로 나아가기 전 마침표 같다는 비유 좋네.

마치는 지점이자 새로 시작하는 점.

- 더하는 말, 나의 영원한 쉼표에게

아이가 쉼표라네. 좋은 편지가 되겠다. 나도 아이에게 생의 온전한 쉼표가 되고 싶으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291  

...우리가 매년 독감 백신 접종 운동을 벌이더라도 상당한 정도의 게절성 사망은 피할 수 없고, 세계적 팬데믹이 있을 때마다 고연령층의 생존은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자초한 위험, 즉 더 길어진 기대 수명을 향유하게 된 성공의 이면이다. 결국 가장 취약한 게층을 격리하고, 더 나은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죽음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p294

 또 다른 종류의 뻔한 소리는 위험 평가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자발적이고 익숙한 위험은 습관적으로 가소평가하는 반면, 비자발적이고 낯선 위험은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또 최근의 충격적 경험에서 기인하는 위험은 과대평가하고, 집단 기억과 제도적 기억에서 사라진 사건의 위험은 과소평가한다. 앞에서 이미 언급했든 세계적으로 약 10억 명이 생전에 세 번의 팬데믹을 겪었다. 그러나 코로나 19팬데믹이 덮쳤을 때 1918년의 사례를 압도적으로 자주 언급했다. 또 1950년대의 소아마비와 1980년대의 에이즈가 남긴 두려움은 광범위하게 기억하는 반면, 덜 치명적이었지만 시기적으로 가까웠던 세 번의 팬데믹은 거의 언급하지 않거나 피상적인 인상만을 남겼다.

 이런 기억상실의 이유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2009년 팬데믹은 계절성 독감과 대체로 구분되지 않았다...미국과 세계의 경제에 대한 통계자료에서도 20세기 후반기에 덮친 두 번의 팬데믹으로 장기적인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1968~1970년은 해외 항공 여행이 크게 확대되던 시기였다. 동체가 넓은 최초의 제트여객기 보잉 747이 처음 비행한 때가 1969년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내내 뉴스를 내보내며 사망자 수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케이블 방송이 없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터무니없는 주장, 온갖 음모론이 난무하는 인터넷도 없었다. 따라서 역사를 초월해 뉴스를 발작적으로 퍼뜨리는 수단도 없었다.

 ....10년에 한 번 혹은 한 세대나 한 세기에 한 번 발발하는 바이러스성 팬데믹처럼 파급력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은 위험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대비되어 있지 않았다...

p324

 ...스웨덴의 화학자로 일찍이 노벨상을 수상한 스반테아레니우스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배 증가하면서 지구 표면 온도 또한 상승했다는 계산 결과를 처음 내놓았다. 아레니우스는 그 논문에서, 지그온난화가 열대지방에서 가장 적게, 극지방에서 가장 크게 느껴질 테고, 밤과 낮 사이의 온도 차이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두가지 결론은 모두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은 북극이 과거보다 더 빨리 더워진다. 반사되는 방사선의 양이 급격히 줄어 눈과 얼음이 녹고, 그 결과 온난화가 더 빨리 진행되는 것이라는 지극히 간단한 설명은, 기후 시스템에서 구름과 수증기 그리고 에너지가 극지방으로 이동하는 방법까지 아우르는 복잡한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다. 밤 기온이 낮 기온의 평균보다 더 빨리 상승하는 주된 이유는, 경계층(지상 바로 위의 대기)이 낮 동안에는 수 킬로미터에 달하지만 밤에는 수백 미터로 무척 얇아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밤이 온난화에 더 민감하다.

p326

 지금가지 탈탄소화에서 효과적이고 상당한 결실을 거둔 것은 분명한 몸표를 세우고 계획적으로 추진한 정책 덕분만은 아니다. 오히려 탈탄소화의 성과는 과학기술의 전반적 발전(한층 높아진 에너지 전환율, 더 늘어난 원자력발전과 수력발전, 줄어든 폐기물 처리와 상품 제조 과정), 생산과 관리 방식의 전환(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 에너지를 덜 사용하면서도 더 일반화한 재활용) 에 따른 부산물이었다. 애초에 그런 전환의 시작과 추진은 온실가스 배출을 시도하려는 시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게다가 앞에서 지적했듯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풍력 터빈으로 전기를 생산하려는 근래의 탈탄소 움직임은 중국과 아시아의 다른 곳에서 온실 가스 배출이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완전히 무색해졌다.

p349

 ...그들은 임읮거으로 설정한 목표(2030년이나 2050년까지 탄소 제로)로 시작하며,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가정하는 식이다. 실질적인 사회. 경제적 요구와 기술적 역량에는 거의, 아니 전혀 관심이 없다.

 따라서 현실은 양쪽 모두에서 압박을 받는다. 탄소에 의존하는 활동의 전체 규모와 비용 및 기술적 과정을 고려할 때 그 모든 것을 수십 년 내에 완전히 사용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원자재와 에너지 수요의 규모와 비용이 엄청나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이산화탄소 포집을 신속한 탈탄소화의 결정적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비현실적이고 임의적인 목표를 과시하듯 내세우지 않고도 우리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컴퓨터로 계산한 학문적 연구에서는 주된 업적이 0이나 5로 끝나는 해에 이루어지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다. 중단과 역전, 예측할 수 없는 일탈 등으로 가득하다. 석탄에 의존하던 전기 발전을 천연가스(메탄올 누출하지 않으면서 채굴하고 운송하면 석탄보다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나 풍력과 태양광을 통한 발전으로 대체하는 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척시킬 수 있다. 또 SUV를 멀리하고 전기 자동차의 채택률을 높일 수도 있다. 지금도 건축 현장과 가정, 기업의 에너지 사용에는 비효율적인 면이 많으므로 그런 부분을 찾아 줄이거나 없애면 상당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100억 톤 이상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그 에너지를 17테너와트 이상으로 전환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누군가의 결정에 따라, 한 세기 동안 꾸준히 상승하던 세계 소비 곡선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급격히 떨어진다는 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p359

 사회의 진화는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궤적의 급작스러운 변동,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받고, 유의미한 변화를 시행하려는 우리의 능력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현실은 본질적으로 복잡해서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파악할 수 없는 생물권의 순환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숲이 탄소를 흡수하는 동시에 발생시키는 것처럼 자연 과정에는 모순되는 면이 적지 않아, 우리가 2030년이나 2050년에 화석연료 소비, 탈탄소화 속도, 환경 상황 등에서 어디쯤에 잇을지 자산 있게 말할 수 없다.

 특히 여전히 의심쩍은 부분은 중대한 문제에 실질적으로 대처하는 데 필요한 '집단 결의'이다. 환경문제에는 세계 모두의 집단 결의가 필요하다. 해결책, 조정방향, 적응 방안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부유한 국가들은 일인당 평균 에너지 사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고, 그렇게 하더라도 삶의 질을 안락하게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삼중 유리부터 내구성이 더 뛰어난 자동차 설계까지 단순한 기술적 해결책이 널리 확산하면, 상당한 누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세계 육류 소비의 구성에 변화를 주면, 식량 공급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미래의 저탄소 '혁명'을 지겹도록 떠벌리면서도 이에 대한 처방은 없고, 있더라도 우선순위에서 저 아래에 있다. 아직 가능하지도 않은 대규모 전기 저장, 비현실적인 대규모 탄소 포집과 영구적인 지하 저장에 의존하는 '혁명'을 노래할 뿐이다. 이런 과장된 예측에 새로운 것은 전혀 없다.

p370

...연필과 종이로만 계산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예측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복잡한 시나리오로 옮겨가면, 필요한 계산을 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기가 더 쉬워지지만, 가정을 세워야 하는 필연적 위험을 없애지는 못한다.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경제. 사회. 기술. 환경과 관련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을 결합하기 위해 모형이 더 복잡해지면, 더 많은 가정이 필ㅇ하고, 따라서 더 큰 실수를 범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p378

 ...복잡한 시스템에 내재한 관성의 예측할 수 없는 상호작용에 근거한 결론, 필연적이지는 한지만 무척 개연성 높은 결론일 뿐이다. 그 복잡한 시스템의 한쪽 끝에는 장기적으로 항상 내재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있고, 반대편에는 기술적 요인(가전제품의 등장, 전기 저장 분야의 획기적 돌파구)이나 사회적 요인 (소련의 붕괴, 더욱 독해진 팬데믹)으로 인한 급작스러운 단절과 중단이 있다. 여하튼 요즘 들어 에측하기가 더 어려워진 이유는 중대한 변화가 엄청난 규모로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p382

 대규모 의존 관계의 필연적인 관성은 궁극적으로는 극복할 수 있다. 1920년 이전에는 미국 농지의 4분의 1이 말과 노새에게 먹일 사료를 재배하는 데 할애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라. 그러나 급격한 전환과 관련한 과거의 많은 사례는, 어떤 성과를 거두기에 적합한 기간을 짐작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빨랐던 데는 이유가 있다. 전환 규모가 비교적 작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기술 수단이 과거에 비해 많은 점에서 우월하지만, 새로운 전환(탈탄소화)을 향한 속도는 전통적인 생물 연료가 화석연료로 대체되던 속도보다 느리다.

p188

 ...일반적인 통설과 달리, 세계화 과정은 새로운 게 아니다. '노동의 차익 거래', 즉 임금이 낮은 국가로 공장을 옮기는 행위는 세계화의 여러 동인 중 하나일 뿐이다. 세계화가 미래에 반드시 확대 및 강화되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세계화에 대한 가장 큰 착각이라면, 세계화가 사회.경제적 진화에 의해 미리 예정된 역사의 필연이란 생각일지 모르겟다. 그렇지 않다.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말했듯 세계화는 "자연에서 바람이나 물과 같은 힘"이 아니다. 세계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생각일 뿐이다. 여러 면에서 세계화가 지나치게 확산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요즘 점점 힘을 얻고 있다.

p383

 전자화한 새로운 세계에서는 모든 게 훨씬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을 귀가 따갑도록 듣지만, 이는 크게 잘못된 얘기이다. 이런 결론 뒤에는 범주 오류가 있기 십상이다. 정보와 접속이 더 빨라지고, 새로운 개인 장치의 채택도 더 빨라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실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휴대폰이라는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충분한 물 공급을 확보하고, 작물을 충분히 재배 및 가공하고, 가축을 먹이며 도살하고, 엄청난 양의 일차에너지를 생산해 전화하고, 원자재를 채굴해 적절한 용도로 변형해야 한다. 그 규모는 수십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출 수 있어야 하고, 기반시설은 대체 불가능한 것들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은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을 새로 작성하고, 더 값비싼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행위와는 확연히 다른 범주에 속한다.

 게다가 이 새로운 발전을 가능하게 해주는 많은 기술은 거의 낯선 게 아니다....

p390

 관례의 반복은 망각만큼 중요하다. 새로운 시작과 대담한 출발이라는 약속이 등장하지만, 곧 과거의 패턴과 접근법이 되풀이되며 또다시 실패할 환경이 조성된다. 이 말이 의심스러우면 2007~2008년 금융 위기가 진행되던 동안, 또 그 직후의 정서를 점검해보라. 금융 질서가 거의 붕괴했는데, 그 사건에 책임진 사람이 있었던가? 막대한 신규 자금 투입 이외에 의심쩍은 관행을 개혁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근본적 조치가 있었던가?

p392

 간혹 중대한 사건에서 우리가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데 성공했던 것은 통찰력 있게 미래를 내다보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로 결정해 단호히 추진한 덕분이다.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해 소아마비를 근절한 사레부터 더 믿음직한 비행기를 제작하는 동시에 더 나은 항공관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상업용 비행의 위험을 낮춘 사례까지, 똑 적절한 식품 가공에 냉장 기술과 개인위생 향상이 더해지며 식품 병원균 감염을 낮춘 사례부터 화학요법과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소아 백혈병의 생존율을 높인 사례까지, 자랑스러운 사례를 얼마든지 나열할 수 있다...거듭 말하지만, 실패를 예방하는 우리 능력이 일괄적으로 나아졌다는 명백한 징휴는 어디에도 없다.

p398

 최근의 팬데믹을 통해 다시 깨달았듯 점점 커져가는 세계적 문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기본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원칙을 세우고 따르기가 무척 어렵다는 걸 우리는 이번 팬데믹을 통해 다시금 알게 되었다. 한 국가에서도 대책에 일관성이 없고, 국제적 공조도 손발이 맞지 않았다. 위기를 겪는 동안 드러난 결함에서, 우리가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세우고 관리하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이 명백히 증명되었고, 그에 따라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쯤에서 이 책의 독자들은 기본적인 것에는 식량과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이 반드시 포함되며, 그 모든 것을 환경에 가급적 적은 영향을 주며 공급해야 함을 깨달았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미래의 지구온난화 정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단계들을 현실적으로 평가하며 수행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을 것이다. 어렵고 벅찬 전망이고, 성공할 거라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고 실패하리라 지레 겁먹을 것도 없다.

 먼 미래에 대해 불가지론자가 된다는 것은 정직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전 지구적 문제에 겸손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 전진과 후퇴 및 실패가 앞으로도 우리 진화의 일부일 것이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도 궁극적인 성공이 보장되지 않으며, 어떤 종류의 특이점에도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축적된 지혜를 끈기 있고 단호하게 사용하는 한, 때 이른 종말은 없을 것이다. 미래는 우리가 이루어내는 성취와 실패로부터 결정될 것이다. 우리가 똑똑해지고 운까지 좋아 미래의 모습과 특징을 부분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 세대 후조차 여전히 전체 모습은 오리무중이다.

p402

 과거와 현재, 불확실한 미래를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게 우리 앞에 펼쳐질 불가지의 시간에 접근하는 최고의 지름길이다. 우리가 미래를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진보와 후퇴, 극복할 수 없을 듯한 어려움과 기적에 가까운 발전이 뒤섞인 미래가 가장 그럴듯한 전망이라는 건 알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래도 이미 결정된 게 아니다. 미래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p10  

...현대 학문에서 고도로 전문화단 분야는 거의 불가해한 수준으로까지 발달해서, 그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30대 초반이나 중반까지 교육을 받아야 전문가 반열에 오른다.

  그들은 오랫도안 함께 교육을 받지만, 최적의 방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지극히 간단해 보이는 문제에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이제는 과거에 지배적이던 주장이 철회되거나 수그러들었지만, 전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한쪽을 선택하고 이런 논란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계속되는 불확실성과 논쟁이 현대 세계가 기본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대부분의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 지식의 범위가 전문화를 부추기고, 그 반작용으로 기본에 대한 이해가 점점 얕아지거나 기본 자체를 무시하게 된다는 사실만으로 이해읩 ㅜ족을 모두 설명할 수 있지는 않다.

 도시화와 기계화가 이런 이해 부족의 주된 이유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현대 도시인은 식량을 생산하는 곳뿐만 아니라 기계와 기구를 조립하는 곳과도 떨어져 지낸다. 모든 생산 활동이 점차 기계화한다는 것은 세계 인구에서 극히 일부만이 문명을 지탱하는 에너지와 현대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을 전달하는 데 종사한다는 뜻이다.

p16

 이 책은 이해 부족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결정하는 기본적이고 주요한 문제들을 설명해보려는 시도이다...장기적으로는 개인적 노력이나 집단적 연구를 통해서는 예측할 수 없는 뜻밖의 발전과 복잡한 상호작용이 무수히 많을 테니 말이다. 물론 현실에 대한 특정한(편향된) 해석을 절망의 징조라고, 혹은 무한한 희망의 조짐이라고 옹호할 생각도 없다. 나는 비관론자도 아니고 낙관론자도 아니다.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해보려는 과학자이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답을 근거로, 우리 미래의 한계와 기회를 더 깊이 알아내고 싶을 뿐이다.

p21

...미래가 미리 정해졌을 리는 없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현대 과학자가 구멍을 계속 더 깊이 파는 착암기(요즘에는 명성을 얻는 지름길)이거나 지평선을 드넓게 훑는 스태너(요즘에는 크게 줄어든 부류)라가 생각하는 편이다.

 구멍을 끝없이 깊게 파고 눈에 보이는 하늘의 극히 작은 부분을 근원부터 파헤치는 탁월한 전문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나에게 애초부터 없었다. 나는 내 제한된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두루 사면팔방을 훑어보기를 좋아했다. 내 평생의 주된 관심 분야는 에너지였다. 그 방대한 분야를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이해하려면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공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역사는 물론이고 사회. 경제. 정치와 관련한 요인들에도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p38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평생 동안 사용한 일인당 평균 에너지량은 1950~2020년 10기가줄에서 34기가줄로, 3배 이상 증가했다. 34기가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크기로 바꿔 표현하면, 평균적인 지구인이 매년 약 800킬로그램(약 6배럴) 의 원유, 혹은 약 1.5톤의 질 좋은 역청탄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육체노동량으로 표현하면, 60명의 성인이 한 명의 평균적인 사람을 위해 쉬지 않고 밤낮으로 일하는 것과 같고, 부유한 국가의 주민을 위해서는 국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200~240명의 성인이 위와 같이 일하는 것과 같다. 평균적으로도 우리 인간은 역사상 전례 없는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p39

 에너지는 생물권과 인간 사회 및 경제의 복잡한 구조를 이루는 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상호작용하며 서로 영향을 미치는 이 시스템들의 진화를 복잡한 방정식으로 결정하는 한 변수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에서, 유효 에너지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추적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과제이다. 에너지 전환은 생명체와 진화의 기반이다. 현대사를 특정 에너지원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유례없이 급속히 옮겨가는 사례들의 연속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면, 현대 세계는 그런 전환이 누적된 결과이다.

p40

 ...경제학은 생산이라는 물리적 과정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따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과 자본만으로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다시 말하면 에너지가 노동과 자본에 의해 추출되는 게 아니라 생산 가능한 인위적 자본의 한 형태에 불과한 것처럼(...) 경제에서 에너지가 분담하는 비용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에너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가정한다.

p44

 ...파인먼은 자신의 유명한 저서 <물리학 강의>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이 문제에 뛰어들며 "에너지는 무척 다양한 형태를 띠며, 하나의 에너지에 하나의 공식이 있다. 예컨대 중력에너지, 운동에너지, 열에너지, 탄성에너지, 전기에너지, 화학에너지, 복사에너지, 핵에너지, 질량에너지가 있다고"고 역설햇다. 그러고는 느슨하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결론을 덧붙였다.

노늘날 물리학에서는 우리가 에너지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어떤 그림처럼, 에너지는 일정한 양의 작은 방울들로 오는 게 아니다. 에너지는 그런 게 아니다. 하지만 어떤 양을 숫자로 계산할 수 있는 공식들이 있고, 그 모든 걸 한꺼번에 더하면(...)항상 동일한 값이 된다. 에너지는 다양한 공식이 존재하는 이유나 매커니즘을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추상적이다.  

p73

 이런 에너지 전환은 까다로운 만큼, 기술적으로 꾸준히 개선 가능한 해결책- 예컨대 더 효율적인 태양전지, 육지와 해안지역의 대형 풍력 터빈, 장거리 직류 송전과 고전압 송전- 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비용과 허가 절차 및 님비 현상이 방해하지 않으면 이런 기술은 신속하게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의 간헐성 문제도 원자력발전에 다시 의존하면 해결할 수 있다. 전기를 대규모로 저장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가까운 시일 내에 개발하지 못하면, 원자력발전의 부활이 특히 유용할 것이다.

 대도시와 메가시티에는 대용량 저장 장치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는 양수 발전이 유일하게 가능한 선택지이다. 양수 발전은 값싼 야간 전기를 사용해 아래쪽 저수지의 물을 위쪽 저수지로 퍼 올려두었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방수해 발전하는 방법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가 남을 때마다 양수 작업을 하더라도 양수 발전은 적절한 고도 차이가 있는 곳에서만 운영할 수 있고, 높은 쪽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양수 작업에 발전된 전기의 4분의 1이 쓰인다. 배터리, 압축공기, 슈퍼 축전기 같은 에너지 저장 장치의 용량은 대도시에 필요한 전력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심지어 하루치도 저장하지 못한다.

 반면에 요즘의 핵원자로는 제대로 짓고 신중하게 관리하면 지속적으로 안전하고 확실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p76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를 충분히 확실하게 공급할 수 있더라도 강철과 암모니아 그리고 시멘트와 플라스틱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p78

 물질적 풍요, 기술 역량, 높은 수준의 일인당 소비와 그에 수반되는 만큼의 폐기물 등을 고려할 때 부유한 세계는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인상적인 탈탄소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직설적으로 말해 모든 종류의 에너지를 덜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50억명이 소비하는 에너지량은 점점 늘어나는 인구에게 먹일 곡물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암모니아가 필요한 세계에서, 그리고 기본적인 기반 시설을 짓기 위해 더 많은 강철과 시멘트와 플라스틱이 필요한 세계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이런 현실에서 위와 같은 이상적안 조치를 적용하기란 불간으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대 세계를 만든 에너지, 즉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향후 에너지 전환이 어떻게 전개될지 거의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확석연료를 느닷없이 포기하지 않을테고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석연료는 갑자기 종말을 맞이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다.

p95

인력과 축력, 나무나 철제로 만든 단순한 농기구로 이뤄진 산업화 이전의 농상에서는 태양이 유일한 에너지원이었다. 물론 오늘날에도 태양에 의한 과합성이 없다면 어떤 수확도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화석 에너지의 직간접적 투입이 없었다면 최소한의 노동량을 통해 전례없이 낮은 비용으로 높은 수확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투입한 에너지의 일부는 전기에서 얻은 것이고, 그 전기는 석탄이나 천연가스 혹은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위적 에너지는 기계의 원료와 원자재로 공급된 액체와 기체 상태의 탄화수소이다.

p97

...질소는 매우 풍부하면서 작물의 생산성뿐 아니라 인간의 성장에도 관여하는 중대한 제한 인자이다. 이런 현상은 생물권에서 상당히 모순되는 현실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질소는 대기에서 비반응성 분자로 존재하고, 소수의 자연 과정을 통해서만 두 질소 원자 간의 결합이 쪼개지는데, 이때에야 반응성 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번개가 엄청난 온도와 압력으로 해내는 일을 '니트로게나제'라는 효소가 정상적인 조건에서 해낼 수 있다. 니트로게나제는 콩과 식물의 뿌리와 관련 있는 박테리아나, 토양 또는 몇몇 식물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박테리아에 의해 만들어진다. 콩과 식물의 뿌리에 들러붙은 박테리아는 자연 상태에서 대부분의 질소고정을 책임진다...

p118

 나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의 상대적 부담도 계산해보았다. 현대 농법(운송 포함) 및 어업과 양식에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에너지를 모두 합하면, 연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약 4퍼센트에 불과하다. 놀랍도록 적은 비율이지만 앞으로도 태양이 식량의 생장에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고, 외부의 보조 에너지는 식량 생산 체계에서 자연의 제약을 줄이거나 제거함으로써 최대 수익을 거두는 게 목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외부 에너지의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은 복잡계에서 나타나는 의외의 결과가 아니라, 적은 양을 투입하고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또 하나의 확실한 증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가 매일 밀리그램이나 마이크로그램 정도만 복용해도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생각해보라.

p124

 ...식용육을 덜 먹고 식량을 덜 낭비하면 합성 암모니아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겠지만, 합성 화합물에 함유된 110메가톤의 질소를 유기물로 세계 식량 생산에서 대체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상상일 수 있다.

p134

...모든 풍요로운 국가와 현대화를 추구하는 부유한 경제권이 전형적인 식단을 그 양과 종류에서 자발적으로 크게 줄이는 방향을 채택할 가능성이나, 그런 후퇴를 통해 절약한 자원(연료와 비료와 기계류)을 아프리카에 전달해 그곳의 참혹한 영양공급을 개선하는 데 쓰도록 지원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p177

 일반적인 건설에 쓰이는 콘크리트는 크게 내구성이 좋은 자재는 아니며, 많은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노출된 표면은 습기와 추위, (특히 열대 지역에서) 박테리아와 조류, 산성을 띤 비와 눈, 크고 작은 움직임의 공격을 받는다. 지하에 묻힌 콘크리트 구조물은 균열을 유발하는 압력을 견뎌야 하고, 지상에서 스며든 반응성 화합물이 가하는 손상에도 시달려야 한다. 콘크리트는 강한 알칼리성을 띤다. 이런 특성이 철근의 부식을 효과적으로 막는 파수꾼 역할을 하지만, 균열과 박리로 철근이 노출되면 부식은 피할 수 없다. 염화물은 바닷물에 잠긴 콘크리트와 겨울철에 빙판을 녹이려고 소금을 뿌린 도로의 콘크리트를 공격한다.

p183

 현대 경제는 앞으로도 위 네 가지 물질의 공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꾸준히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먹이려면 암모니아에 기반한 비료를 공급해야 한다. 또 새로운 기구와 기계를 만들고, 구조물과 기반 시설을 세우려면 플라스틱과 강철과 시멘트가 필요하다. 게다가 태양전지와 풍력 터빈, 전기 자동차와 이차전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질도 투입해야 한다. 이 물질들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데 쓰이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얻을 때까지, 현대 문명은 이 필수적인 물질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화석연료에 기본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애플리케이션, 전자 문서로는 이런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

p188

...일반적인 통설과 달리, 세계화 과정은 새로운 게 아니다. '노동의 차익 거래', 즉 임금이 낮은 국가로 공장을 옮기는 행위는 세계화의 여러 동인 중 하나일 뿐이다. 세계화가 미래에 반드시 확대 및 강화되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세계화에 대한 가장 큰 착각이라면, 세계화가 사회. 경제적 진화에 의해 미리 예정된 역사의 필연이란 ㅅ냉각일지 모르겠다.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말했듯 세계화는 "자연에서 바람이나 물과 같은 힘"이 아니다. 세계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생각일 뿐이다. 여러 면에서 세계화가 지나치게 확산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요즘 점점 힘을 얻고 있다.

p255

 ..우리의 위험 지각이 본래 주관적인 데다 특정 위험에 대한 개인적 이해(친숙한 위험인가, 새로운 위험인가)와 문화적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객관적 위험'은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많다. 그들의 심리 측정 연구에 따르면, 위험은 개별적으로 고유한 상관관게를 띤다. 다시 말하면, 비자발적 위험은 새롭고 통제할 수 없으며 알려지지 않은 위험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이 있고,자발적 위험은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핵분열을 통한 전기 발전은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폭넓게 인식하는 반면, 엑스선은 용인되는 위험으로 인식한다.

p279

 1980년대까지 재난 희생자 수가 늘어난 이유는 대체로 노출 시간이 증가햇기 때문이다. 재난이 잦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며 이런 추세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수십 년 전부터는 자연재해 자체에도 변화가 있었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따뜻한 대기가 수증기를 더 많이 품어 극단적으로 많은 비를 쏟아붓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부 지역에는 가뭄이 길어지며 강한 화재가 반복되고, 그마저도 예외적으로 길게 이어졌다. 많은 기상 모델이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 예측하지만, 개발 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습지를 복원하는 대책부터 적절한 건축 법규를 제정하는 방법까지 많은 효과적 수단을 취하면 자연재해의 파괴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간혹 중대한 사건에서 우리가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데 성공했던 것은 통찰력 있게 미래를 내다보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로 결정해 단호히 추진한 덕분이다. 실패를 예방하는 우리 능력이 일괄적으로 나아졌다는 명백한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앞으로도 후쿠시마나 보잉 737 맥스 같은 참혹한 현실이 예기치 못하게 닥칠 가능성이 있다.

미래는 과거의 재현이고 그럼에도 앞날을 내다보자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위험 중에서 기후 변화가 가장 화급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해야할 문제라는 의견이 확실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건 분명하다.

속도와 효율, 두 마리 토끼 잡는게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두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 전대미문의 노력, 지체되는 보상.

기후 변화라는 난제를 상대하려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지구적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그 노력을 상당한 규모로 오랜 기간 지속해야 한다.(상당한 규모를 당장은 할 수 없겠지만 역시 나부터라도.)

이런 노력이 효과 거두려면 반드시 국제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한다.

50개 정도 작은 국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 전부 합해도 상위 5개국 배출량을 계량할 때 생기는 오류에 조차도 미치지 못한다.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려면, 모든 배출의 80퍼센트 쏟아내는 그 상위 5개국이 명확하고 구속력 있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합의해야 한다.

실효성있는 노력에는 많은 비용 들겠지만 온실가스 배출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크게 줄이는 결과 얻어내려면 적어도 두 세대 동안 지속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과감한 감축도 수십년 내에는 눈에 띄는 결과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세대간 정의라는 까다로운 문제가 제기된다.

우리 인간은 미래를 디스카운트하는 성향이 있다. 훗날보다 지금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복지 같은데서도 그래서 세대 간의 갈등이 일어나지! 작금의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

세계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탄소 가격 책정하듯, 복잡하고 비용 많이 드는 사업 고민할 때 미래를 디스카운트하는 보편적 성향은 무척 중요하다.

온실가스는 배출된 뒤 오랫동안 대기에 머물기 때문에 (이산화탄소200년) 감축을 강력하게 추진하더라도 수십년내에 뚜렷한 성공한다면 가장 먼저 지표면의 평균온도가 눈에 띄게 낮아질 것이다.

세계적 탈탄소화 노력이 시작된 뒤에도 온도 상승을 25~30년 동안 계속되며 과감한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중대한 과제가 대두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구속력 갖고 수년 내에 폭넓게 채택할 만한 대책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에 최적의 정책이 경제적 순편익 기록하기 시작하는 손익 분기해와 측정할 만한 수준으로 온도가 하락하기 시작하는 해는 더 미래로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저소득 국가들이 기본적인 생존 문제로 화석 탄소에 대한 의존 늘려가는데 부유한 국가 젊은이들이 반세기 동안 절약해야 하는 삶을 기꺼이 수용할까? 지금 40~50대도 자신들이 생전에 누리지 못할 보상을 후세에 전해주기 위해 그런 삶에 기꺼이 동참할까? (기후문제 뿐이 아니겠다.)

점점 커져가는 세계적 문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선 순위를 정하고 기본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원칙을 세우고 따르기가 무척 어렵다는 걸 우리는 이번 팬데믹을 통해 다시금 알게 되었다.

한 국가에서도 대책에 일관성이 없고 국제적 공조도 손발이 맞지 않았다.

위기를 겪는 동안 드러난 결함에서 우리가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세우고 관리하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이 명백히 증명되었고 그에 따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는게 여전히 인간 조건의 본질이며 이런 현실이 미래를 내다보며 현명하게 행동하려는 우리 능력을 제한한다.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데 필요한 절대 강령은 없다.

과거와 현재, 불확실한 미래를 현실적으로 파악하는게 우리 앞에 펼쳐질 불가지의 시간에 접근하는 최고의 지름길이다.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건 확실하다.

- 부록 : 숫자에 대하여. 자릿수

현대 세계에서 가장 충실한 숫자들, 예컨대 복잡한 현실의 완벽한 측정치일 숫자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크거나 너무 작은 양이어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숫자는 곧잘 오해와 오용의 대상이 된다.

십진법 상용로그의 로그지수로 표현하거나 그리스어로 처음 세 자릿수 가리키는 접두어 쓴다.(데카, 헥토, 킬로, 메가. 십의 육승. 기가, 요타 등)

전통적인 경험의 크기와 비교, 현대 사회 이해하려면 자릿수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과거와 차이가 엄청나니까.

- 감사의 글

편집자와 아들한테 고맙단다

- 옮긴이의 글. 현실적이고 과학적으로 사고해야.

현실적이려면 과학적이어야 한다.

현실과 과학에 기반해 말할 때 장기적이 ㄴ설득력 갖는단다.

2050년까지 탄소제로 달성하겠다는 선언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숫자로 설명한다.

우리 인식의 한계 인정하고 전지구적 문제에 겸손하게 접근하자고 바츨라프 스밀은 얘기한다.

기후위기(지구온난화)는 경제의 세계화, 여행과 문화의 세계화와도 관련되어 있다. 편리해진 교통도.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면 불편해져야 하는데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만, 내가 불편해져도 표도 안나는 이 상황에서 그걸 계속할 수 있을까.

그래도 '미래의 못브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바츨라프 스밀의 말을 외면할 순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나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