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에도 언제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오스카 와일드

p28

 ..."죽음은 길의 모퉁이다. 죽는다는 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페르난두 페소아) ....

p36

...아리스티드 글뤼앙이 바람처럼 떠나가면 포도주에 절은 보리스 비앙독스가 콧물을 훌쩍이며 돌아오는 셈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환멸을 느낀 실존 원리들을 이렇게 간추렸다. "사는 버븡ㄹ 배울 시간도 별로 없었는데, 신경안정제가 어느덧 비아그라로 바뀌었다." "뱃살이 흔들릴지언정 튼살은 있을 수 없다."

- 아리스티드 브뤼앙을 패러디한 이름으로, 브뤼앙은 벨 에포크 시대에 활약한 위대한 샹송 가수다. 검은 모자와 코트, 붉은 스카프를 걸친 브뤼앙을 그린 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로도 유명하다.

- 보리스 비앙은 프랑스의 작가로, 음악가, 비평가, 뱅, 발명가 등 다재다능했다. 비앙독스는 오래된 역사를 프랑스식 간장 브랜드다. 보리스 비앙독스는 이 두 가지를 섞어서 패러디한 이름이다.

- 라틴어 문구 Fluctuant nec vergetures: Fluctuant nec mergitur(파도가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를 빗댄 말이다.

p67

 어...세상은 두 부류로 나뉜다고 말한 거였어요. TV에 출연하는 사람과 TV를 보는 사람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TV에서 자기가 하는 말을 듣는 사람과 말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죠. 자신이 말하는 것을 듣는 사람들은 말할 때도 정확하게 말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는 것을 보는 사람들은 방송에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방송된 모든 게 존재한다는 방송 논리에 따라 그들이 실제로 해애ㅑ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며, 어떤 면에서는 방속 속의 잣ㄴ이 실제의 자신보다 더 확실히 존재한다고 여깁니다. 그건 시체의 손톱과 수염이 자라는 것을 증명한 사실로부터 출발하는 것과 같아요. 하지만 손톱과 수염이 자랐다면 당신은 죽었다는 뜻이고.....당신은....

p75

 ...그날 나는 또 다른 운명을 꿈꾸는 대신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은 것 같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를 살았던 나의 충만햇떤 시절처럼, 현재를 사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예전의 시간을 후회하며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처럼.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은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이며, 그 이유로 인해 진정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를 찾기란 무척 어렵다.

 대부분은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앞만 보고 달려가는 데 사로잡혀 잇거나 공허하게 살아간다. 인간의 수명은 길지도, 짧지도 않으며 그 중간쯤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잇다. 순간만을 살기에는 너무 길고, 장기적으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살아가기에는 너무 짧다. 인간은 덧없는 존재다. 눈앞의 쾌락에 너무 일찍 날개를 태워버리거나 누릴 시간도 없는 '행복'을 위해 인생을 희생하지 않으려면, 완전히 절충하며 살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통찰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더 큰 두려움에 사로잡혀 어리석게 행동한다.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갑자기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까지는 헛된 기대를 품으며 자신을 속이고 사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겸손함이 부족하면 현재를 살지 못하는 건 분명하다.

 갑자기 실소가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체에서 가장 고귀한 기관이 바로 손이라고 자랑하던 내가 겸손함을 운운하다니! 발에다 천하고 어리석다는 낙인을 찍었던 내가!결국은 관점의 문제일 뿐이다. 숙련된 손은 노예나 마찬가지다. 명령에 복종하여 하찮거나 사소한 무수한 일을 수행하는 것이 손의 기능이니 말이다. 그래서 손을 잘 쓰는 사람을 '잡엽부'라고도 부르지 않는가? 희열의 정점은 손이 아니라 발이다. 누군가를 '발밑'에 두면 '손안'에 두는 것보다 자신의 가치가 훨씬 더 올라간다. 그러니 손을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떠받들어야 한다던 내 생각은 틀렸다.

p100

 ...그 때 수갑이 내 검지에 철컥 채워진다. 드디어! 내가 인간의 몸과 다시 연결되었다!

p104

 ...그걸 사용하지 않아도 자신의 힘을 아는 것만으로도 자신감 넘치는 아우라가 뿜어졌다....

p159

...서로를 의지할수록 떨어져 있는 시간은 지루한 유배 생활로 바뀐다.

p164

 이야기의 힘이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몰입감이다.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에는 참신한 설정과 구성,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 궁금증과 흥미 유발, 감동, 설렘, 놀라움, 생각거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요소들이 깊게 와닿을 때, 오히려 우리의 감상평은 단순해진다. "재미있다"혹은 "좋다"처럼. 이런 말 한마디에 모든 감상이 응축된다. 그러니 이외에 무엇을 덧붙일 수 잇을까? '엄청'이나 '진짜' 같은 수식어? 작가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라는 말을 최고의 찬사로 여길 것이다. 물론 길디긴평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 나도...그냥 궁금해하며 읽었다. 이게 바로 내 맘.

p169

 "인생의 초고에서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가면 눈처럼 하얀 페이지만 남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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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사라졌다 알마 인코그니타
기욤 로랑 지음, 김도연 옮김 / 알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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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한 소설책이었다. 뭔지 모르게 술술 읽힘...근데...깝깝하고 슬픔.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태어난 나우펠. 나프나프.

문학을 일찍 접한 주인공이라 페소아의 문장인용이 잦다.

읽다보면 뭐 이래 싶을만큼 나프나프의 인생이 짠해서 슬펐는데... 

끝에 나름 해피핸드라 정말 다행이다.

나프나프, 나우펠의 손이야기와 나프나프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는데 슬프고 흥미진진하다.

정말 온갖 역경을 딛고 어쩌면 저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은 세상을 지나...만난다.

콜롬비아 스프레이 나도 필요하다.

손은 아기와 잠깐 행복했는데 시각 장애인 집에서의 모험. 

가학적인 사촌 라우플에게 다시 걸렷지만 스프레이 덕에 벗어났다.우연히 마주쳤었구나.

가브리엘을 매개로 손이 생각하는 삶의 모든 부분에서 서투른 주인 나프젤.

급작스런 해피엔드가 정말 다행이었다.

근데 가브리엘은 대체 어떤 여자인가.

- 옮긴이의 글.

오른손의 기상천외한 모험담. 의식을 가진 오른손.


내 왼손 오른손도 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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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은 내게 - 한 걸음 한 걸음 웃음기 사라진 가파른 길을 걸으며 거칠게 숨 쉬는 당신에게
이지형 지음 / 북노마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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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의 산행에서 나온 이야기. 정말 산행을 좋아하는 중년아저씨?의 산에 관련된 이야기.     

'우지마라'고 해주는 산.  

뭐든 이렇게 하나에 매진하면...꾸준히 계속하면... 산을 오르는 마음. 

산행일기 같은 글. 

주로 서울에 있는 북한산 이야기. 북한산성. 도봉산. 러시아 횡단 이야기...등.

울고 싶을 땐 산에 가야 한다.

- 최소한의 워밍업

- 해발고도를 높이면 행복해진다.

걱정과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움직이거나 올라가야 한다.

- 산에 오르는 7가지 이유

1. 블라인드코너

2. '로쿠스 솔루스'(은밀한 장소, 외딴곳)

3. 일곱시간의 침묵

4. 누구나 철학자

5. 미적체험

6. 한줄기 바람

7. 희귀한 풍경들

- 등산의 철학적 효용..

실존주의 유물론.콜레스테롤, 혈당, 근육

- 조금은 철학적인 북한산 매뉴얼.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다.

- 꽃으로 피어난 중생대의 추억

- 황강암군집

북한산 화강암 능선에서 화자가 느끼는 것

- 고귀한 것들은 자신을 감춘다.

- 전체구조부터 알아야 한다.

청수동 암문

- 성과 속을 한데 보듬는 

스물 세 봉우리

- <주역>과 산, 흔들린다.

무너지지 않는다.

변화의 책

- 서정과 서상의 황홀한 만남

- 우리,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아프지 않은 역사는 없다. 슬픈 백운대

많이 올라서 소란스러워진 백운대? 오르고 싶은 사람들을 어떻게 막겠어.

- 산이라는 추상화, 산이라는 시

-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아픈 백운대  

철심 박은 등산로는 일본. 정상의 태극기

- 혼자 남아도 두려움없이

숨은 벽이라는 곳이 있구나.

- 융프라우. 열정은 경계를 허문다.

- 진짜 정보는 은밀한 공간 속으로. 도선사 입구

- 마음은 고요하게. 몸은 분주하게

- 문약한 우리들, 산으로 가자. 부암동.

마음은 고요히, 몸은 분주히

- 그해 여름. 추사의 고난도 클라이밍. 비봉

- 세월의 반격 앞에서 울지도 못했다. 비봉능선

- 경계에서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 지리산의 추억1. 고무신과 청바지. 

아웃도어 감고 등산하는 거 난 별로.

- 지리산의 추억2. 그는 말없이 참치캔 하나를 땄다.

자연에 흔적 남기기 않기. 국립공원에서 술먹다 걸리면 벌금이 20만운이래.

- 누구나 저마다의 세기를 산다.

- 쉬운 길은 어려운 길이었다..

- 문수봉 가는 길

- 바람과 물의 현란한 서사.

- 바위돌

바람을 가두고 물을 얻는다.

기운을 느낀다.

- 즐거운 풍수

형상에 이름 붙이고 의미 부여하고...좋은 곳이 좋은 곳이지 않을까. 

- 숙종의 우울에 관한 어떤 상상

- 북한 산성. 

숙종이 쌓았구나. 북한산성. 6개월만에

- 팰림프세스트 도는 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들.

언젠가 369마을 가고 싶노

- 도심 속으로. 명동, 왕십리. 종로의 추억.

누구든, 결국 저마다의 세기를 사는 것

- 당신의 상처가 이 도시를 치유하리라

-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 어차피 인생은 셀프라던 그에게. 수유아카데미하우스

인생은 셀프가 아닐거라는 저자. 난, 셀프같은데.

- 안단테, 안단테...조급해 말아요. 의상능선.

- 꽃피우지 못하는 삶이 더 많다. 불광동 대호아파트

- 시베리아, 이반하던 것들의 화해. 그 절경

- 바이칼, 가늠할 수 없는 그의 속내.

- 천천히, 느긋하게. 고독하게

- 사유할 것인가, 노동할 것인가?

- 랭보, 압도적으로 모던하게, 절대적으로 한가하게

번잡과 여유는 한끗차.

- 뽕짝과 찬송가. 그리고 절대고독. 진달래 능선

산행이 전제하는 것은 일상과의 잠정적 단절.

산에선 이어폰을 쓰자.

-결기와 강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소귀천 계곡.

물론 바위자르는 방법

- 외로움을 태우고 새벽을 달리다.

34번 버스

- 나르시시즘. 모든 여행은 사람의 향기를 쫓는다.

- 내려가며

산과 함께 행복했던 지은이의 마음, 거기에 완전 동화되는 건 아니지만 나도 평화롭고 맑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절대적으로 한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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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기지개 - 구겨진 감정의 해방 레시피
장훈 지음 / 보민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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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마주하는 감정들 속에 깃든 삶의 무게 인정하고 스스로를 이유하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멈춤의 시간.

인간관계 속의 갈등과 오해.

각자의 차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상처 속에서 성장하기.

삶의 무수한 순간들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

마음기지개 라는 정리.

타인을 변화시키려고 에너지 쓰지 말기. 그걸 내게 쓰기.

결국 더 나은 내가 되기.

chapter1. 멈추고 새로고침

- 쉼표, 하나로도 충분하다.

물음표를 쉼표로 바꿔보기

- 남의 인생 살지 않기

눈치, 생존, 눈칫밥, 내눈치. 스스로를 보기.

비교금지. 통일성이나 일치에 대한 민감성.

유행보다 나만의 색깔과 길

- 괜찮다는 미소의 무게

내 감정에 충실하기. 자신을 갱신하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파도는 바다를 삼킬 수 없다.

-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참고 견디지 않아도 된다.

감정 억누르지 말기. 괜찮지 않은 감정 마주하는게 진정한 강함이고 나를 지키는 방법

- 위대한 개츠비의 한숨

갈망, 집착, 이루지 못한 것들 때문에 짓는 한숨.

내면의 결핍 말고 현재를 살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삶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

- 마음을 위한 처방전

아픔 직면하기, 의미적 존재 찾기

chapter2. 너와 나 그 사이

- 어차피 가위바위보

인생은 그 자체로 공평. 누구나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승리나 패배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가다.

나만의 리듬, 나의 잣대, 나의 기준.

우리 딸은 동생한테 매일 진다고 가위바위보 싫어했는데.

중요한 건 내가 뭘 보고 그 안에서 뭘 끌어내는가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내가 마주할 세상을 만든다.

- 너를 향한 짧은 한숨

상대를 바꾸려는 마음대신

- 전쟁이 슬픈 이유

나는 피해자이기만 할까. 내가 선하다는 착각. 내안에 존재하는 갈등요인 인정

- 마음의 모서리에 스치다.

제대로 깎아진 마음갖기. 둥글게

- 상처가 남긴 흔적들

상처는 말에서 시작된다.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이 나의 역사.

어른은 살아온 시간의 숫자가 아니라 살아온 시간만큼의 성숙이다.

- 손자서도 충분히 빛나는 순간들

chapter3. 다름이라는 무지개

- 여름만 사는 벌레

각자 자신의 경험 속에 갇혀있기 때문에 서로가 보는 세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 감싸 안는 시간의 무게

나의 단점 아는 것은 최고의 지식, 타인의 장점 아는 것은 최고의 지혜

- 다름을 껴안는 법

나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 차이 속에 담긴 깊이

성숙은 경험과 지식에 갇히지 않는 것.

자신이 아는 것만으로 세상을 해석,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타인의 시선과 경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정신적 확장.

내가 믿는 진리와 타인의 진리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의 다름 속에서 나의 한계 넘어서는 것이 성숙.

나이들수록 조심해야 한다.

고집세고 자기 안에 갇히지 않도록.

내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의심 안가지는 무지 조심할 것.

성숙은 역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모든 이해는 오해였다.

모든 오해를 다 풀 수는 없다

- 오리는 물로 꿩은 산으로 각자의 자리가 있다.

chapter4. 마음의 주름도 아름답다.

- 구겨진 마음, 그 속의 온기

삶은 결국 한 권의 책이다.

- 마음의 굴곡이 빚어낸 고운 나

삶의 본질은 '적당함'에 있다.

매 순간 선택하고 그 결정 속에서 성장한다

- 상처, 그 시간의 향기

바람이 불어 나무가 튼튼하게 뿌리 내리고 삶의 어려움이 날 더 강하게 만든다.

신중, 자중, 존중의 말하면 살기

- 굳어진 마음 근육 풀기

우울증은 내 마음이 나에게서 멀리 떠나버린 것.

마음 근육 풀어서 마음 이완. 내 마음 붙들고 돌보기

일상 속에서 내 삶의 깊이, 의미 탐구하기

의미있는 경험과 시간. 나만의 의미 찾기

- 상처라는 영양분

내가 가야할 길, 가지 말아야할 길 알기

상처에 휘둘리지 말고 상처가 내 삶을 지배하게 두지 말고, 상처를 통해 배우고 풍유로워지자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고 고통을 해석해야 평안해진다.

- 상실의 학교

지나간 바람은 차지 않다. 어제의 기억으로 오늘을 살지 말자

chapter5. 우리가 다시 마주할 때

- 행복하고 싶은가?

소소한 부산물

-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이미 가진 것들에 감사함과 풍요로움 알고 평온을 찾기. 늘 그자리에, 변함없이

- 인생의 먼 길 걷기

참치는 N속 100Km로 쉬지 않고 헤엄쳐야 산다.

아가미에 근육이 없어서.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 겨울은 봄을 이기지 못한다.

가진 힘은 없어도 존재가 힘이 되는 봄 새싹

- 깊어진 마음 넓어진 시선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삶의 가치가 결정된다.

- 잃어버린 나를 마주하다

자유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 속에서도 더 이상 그것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 상대에서 비로소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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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  

...'욕망과 욕망의 지속이 어떻게 동경과 충족되지 않은 소망과 좌절된 욕구에 의지하는가'에 관한 대화였다. 친구가 그런 얘기를 하던 밤, 우리는 어릴 때 살던 도시를 거닐고 있었다. 최근의 혁명과 뒤이은 내분으로 파손된 건물들이 보였다. 예전에 살던 익숙한 곳이라고 돌아온 도시가 그새 완전히 달라져 낯선 장소가 되어 버린 꼴이었다. 친구가 말을 이었다. "목적을 이루는 순간 욕망은 죽어. 어떤 사람, 어떤 것에 대한 우리 열정을 살아 있게 해주는 건 달성의 가능성이지."친구가 예의 자신있는 타도로 말을 이었다. 어릴 때는 가끔 견디기 힘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친구의 그런 태도가 소중하게 여겨진다. "욕망이 원하는 완전한 정복과 욕망이 계속 존재하는데 필요한 불가사의, 즉 알 수 없는 것 사이에는 모순이 있어. 욕망은 영양실조를 통해서만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동물이야. 진화적 측면에서 보면, 실패는 욕망의 필요조건이고 좌절은 그 모체지."

 .....쏘아 올린 돌멩이가 곧바로, 잘못하면 우리 머리로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몇 시간씩 별을 향해 새총을 쏘던 어릴 적에는 늘 이러지 않았던가? 그리고 사람은 늘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하지 않는가? 진짜 즐거움은 과녁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과녁을 겨냥하는 데에 있으니 말이다....

p44

...다윗이 새로운 진실을 이해하고 그에 저항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복수가 골리앗에게 우위를 주었다는 진실, 우리가 적을 처형하는 순간 적은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으로 달아나 버린다는 진실, 또는 내세의 부재 속에서 적의 일대기는 마감되었고, 그러므로 더는 변경될 수 없다는 진실을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폭군들이 가장 맹렬한 적을 감금 상태로 살려 두는 쪽을 더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들은 여기 골리앗의 경우처럼 죽은 자의 마지막 주장이 그 침묵이라는 걸 안다. 그러지 않다면 왜 다윗의 얼굴에 후회의 기색이 비치겠는가? 아마도 골리앗을 살해한 것이 그에게 새로운 연민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카르바조의 다윗은 승리를 후회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의 어린 생에서 아마 처음으로 자기 행위의 여파를, 다른 사람의 목숨을 끊음으로써 이룬 자기 성취의 규모를 명확하게 가늠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는 마침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p48

...우리의 견고한 믿음과 열정 탓에 우리 각자가 저만의 전망에 갇혀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속죄와 관계가 있음을, 우리의 속지 본능은 적에 대한 우리의 명백한 동정심 속에 발견되는 것임을, 사람이 된다는 건 영원히 해소될 수 없는 이 두 극단 간의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것임을 말이다.

 극단적인 적 간의 사례가 아니라도, 친구나 연인 간에도 비슷한 욕망이 존재하는데, 아마 오래된 친구나 오래된 연인 간에는 더 강렬할 것이다....창작 행위 안에 내재한 것은 칭송이다. 세계를 발견하고 이름 붙이는 것에 대한, 세계를 알아보는 것에 대한,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한 칭송 말이다. 프랑스의 예술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사진 찍는 것을 '응'이라 말하기로, 승인의 '응'이 아니라 알아봄의 '응'으로 묘사한 적이 잇다. 처음에도 그렇지만 결국에도 사랑과 예술의 믿음의 표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가진 제한적인 지식으로 달리 어떻게 기능할 수 있겠는가? 비관론자냐는 질문을 받은 영국의 극작가 에드워드 본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게 희망의 몸짓이 아니라면 내가 왜 당신과 얘기를 하고 있겠소?".....실로 예술사 전체가 그렇게 읽힐 수 있다. 희망의 몸짓이자 욕망의 몸짓으로서, 사랑하는 이와 이어지려는, 아내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려는, 의도와 발화 사이에 존재하는 남모를 비극적 거리를 건너뛰어 마침내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될 수 있으리라는,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어떤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보이기 위해 인식되기 위해, 다른 누군가로 오인되지 않기 위해 우리를 제일 잘 아는 이들에게 동일성을 인정받으면서도 계속해서 변화하려는, 인간 정신이 품은 비밀스러운 야망의 작용으로서 말이다.

p52

... '현재에 머무르기'나 '지금 살기'담화는 우리 동시대 언어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아무런 선택지도 제시하지 않는다. 현재는 우리의 주목을 강요한다. 현재는 냉혹하고, 모든 것이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안다. 더없이 우연한 방향 틀기나 어떤 사람, 어떤 책, 어떤 그림, 기대치 않았던 어떤 뉴스와의 무고한 마주침, 또는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단순한 생각이 우리를 아주 조금 바꿔놓을 수 잇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우리가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그걸 멈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든 알게 된다. 현재에 관한 한, 우리가 민감한 데다 매료돼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에 비하면, 과거는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아니라면, 어쨌거나 우리는 현재보다 과거를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냈다. 미래는 그게 얼마나 확실하고 불하ㅘㄱ실한지에 상관없이 늘 멀어 보인다. 미래는 영원히 아직 도착하지 않은 손님이다.

 p71

...갑자기 뭔가 알겠다는 기분이 들면서 시에나의 관점에서 상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무한은 밀실 공포증을 일으키는 전망이라는 것, 혼돈이라는 삶의 성질을 고려햇을 때, 우리 자신을 설명해낼 수 있는 영역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특권을 누려야 하고 무엇이 배제되어야 하는지 주요 통행 축들과 그 사이를 잇는 도로망을 어떻게 배치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잇는 영역에 방벽을 둘러치는 일이 지극히 적절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그런 경게는 자연의 힘과 자연이 가진 자유와 확신, 자연의 빛을 향한 열광, 자연의 솔직함에 대한 완곡한 승인이 되는 듯했다. ....

p78

...고비란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걸 명심해야 해,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p92

...나는 방에 있는 물체가 방의 거주자들이 자신과 관계를 맺든 말든, 조금이라도 주목하든 말든, 그 여부에 상관없이 영향력을 강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기 책들이 주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정신과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책들의 끈질긴 유효성을 높인다고 믿은 점에서 몽테뉴는 옳았다. 피나코테카 미술관 경비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p102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즐거워서, 그 자리에서도 다들 그런 말을 햇지만, 마치 예전부터 알던 친구들이 모여 노하가 표현한 대로,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구구절절 얘기할 필요도 없이"잠시 끊긴 대화를 다시 이어 나가는 것만 같았다. 굳이 묻지 않아도 서로가 살면서 알게 된 모든 것이 서로의 입에서 저절로 술술 풀려 나왓다. 나는 그들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르단에서 살 때의 생활이며, 결혼하게 된 사연, 시에나에서 자력으로 일군 삶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내게 가장 생생하게 남은 것은 그런 사실들이 아니라 그들 삶 전체의 특질, 그들이 집 안에 만들어 놓은 그 분위기, 그들이 보여 준 호기심의 가식 없는 진정성과 그들이 품은 인간적 감정의 상냥함이었다. 나는 그날 밤 선물받은 값진 물건잉 양 그것들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p111

 ...두 아브라함 신앙 중 어느 하나의 안에서 태어난다는 거, 한 문화에서 태어나 다른 문화, 이 경우엔 지금것 너무나 오래 다른 아브라함 신앙과의 대결에 몰두해 온 다른 문화 안에서 성년에 이른다는 것은, 역사의 요점이 어느 한쪽이 옳다는 걸, 어느 한쪽이 신을 더 사랑하거나 더 참되거나 더 인간적이라는 걸 증명하는 데 있는 양, 영성이라는 것이 마음의 개인적 영역이 아니라 미소 짓는 신이 메달을 건네줄 결승선까지 가는 경주인 양, 편협한 구별 짓기와 비난과 사악한 동기를 가진 비교와 차별과 공포의 어휘들이 가지는 논리에 너무 밀접하게 관계되는 경우가 많다. 피나코테카에 선 내게는 이 모든 것이 요점을 빗나간 듯 보였다.

p130

...어떤 종류든, 얼마나 견고해 보이든, 신앙이란 늘 의심의 공간이라는 문제 말이다. 바르톨로는 페트라르카와 마찬가지로 흑사병을 목격하고 심한 동요를 겪은 페트라르카의 친구이자 서신교환자인 피렌체의 시인 보카치오의 짖궂은 말을 되풀이하는 듯했다. "우리가 무얼 하든, 그게 만물의 창조주셨던 성스럽고 끔찍한 그분의 이름으로 시작된다는 건 (...) 그야말로 적절하다 할 일이지."희미하지만, 아마 의도하지도 않았겠지만, 그런 냉소적인 반란의 한 요소가 자기표현적인 웅장함이라는 양날의 몸짓을 지나 여기 이 예배당에 와 있다.

p138

...요점은 결혼 생활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거야.

p142

 우리한테는 영국 사람들이 '화풀이 방'이라 부르는 것이기도 햇지. 말다툼 같은 걸 하고 나면 잠시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이 여기로 오는 거야. 아니면, 둘 중 하나가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할 때나. 여긴 우리에게 일종의 독립적인 유대감을 주었어.

p152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성공한 사람들 특유의 낙천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둘은 대화 중에 문득 자기 삶과 일에 대한 위로할 길 없는 깊은 실망감과 함께 상대에 대한 강한 비난을 숨긴 듯한 분명치 않은 감정들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어떤 부부들은 능히 휘둘를 줄 아는 조용한 폭력의 기미를 띤 채, 둘은 자신이 놓친 온갖 기회들곽 걷지 않은 길들과 지금에 와서는 만회할 수도 ㅇ벗는 후회들을 열거했다.

p154

....성인 같은 이들은 천사들의 영접을 받는다. 그들은 재회조차 성직자답다. 그러고는 시에나 공동묘지에 함게 묻힌 부부들 같은, 손을 맞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있다. 사랑해 마지않는 이의 손을 맞잡고 그저 그 눈을 오랫동안, 아니 아마도 영원히 바라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존재의 방법이라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다른 쌍들은 인생의 다른 단계에 있는 동일 인물인 듯하다. 나읻 ㅡㄴ 자신이 젊은 자신을 반긴다. 하단 오른쪽에 잇는 상만이 제삼의 인물, 더 나이 든 인물을 만류하는 듯한 젊은 수녀를 동반하고 있다. 젊은 수녀는 다가오는 수도사와 인사하지 못하도록 제지하려는 듯이 더 나읻 ㅡㄴ 자신을 팔로 감싸고 있다. 이들이 멀리서만 사랑할 수 있었던 연인, 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일 수도 있을까? 그들은 디 파올로보다 세 세기 정도 이른 사람들이었다. 나는 디 파올로가 그들의 편지를 읽었고, 편지 쓰기를 '질병'이라 주장하며 편지를 쓰지 말라고 요구했던 아벨라르의 절박한 탄원을 알고 있었으리라 확신했따. 반면에 엘로이즈느느 관습에 대한 위반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보다는 나타남과 사라짐에 관심을 가졌다.....

 알아보고 알아봐지는 일뿐만 아니라 마지막으로 본 이후로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듣는 일이야말로 모든 재회가 품고 있는 야심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그리움과 향수병 뒤에 있는 것도 바로 이 설명을 듣고자 하는 욕구이리라. 여기서 디 파올로는 진정한 지옥이란 불의 지옥이 아니라 우리와 가장 가까웠떤 이들에게 알아봐지지 못하는 지옥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는 그들에게 보이기를, 그로 인해 우리 기억의 힘을 재발견하고, 마침내는 의도와 표현 사이, 감추어진 감정과 그 외적 형태 사이에 놓인 위안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그 그림은 이걸 안다. 그 그림은 우리가 제일 바라는 것, 낙원보다 더 바라는 것이 알아봐지는 것임을 안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아무리 형태가 변하고 바뀌어도, 우리의 어떤 것이 우리가 그토록 오래 사랑했던 이들에게 지각될 수 있도록 견디어 남는 것 말이다. 아마도 에술사 전체가 이런 야심의 전개이리라. 모든 책, 그림, 교향곡이 우리에 관한 모든 것을 낱낱이 알려 주려는 하나의 시도인 것이다.

 p159

1. 시에나 화파는 십삼세기부터 십오세기까지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번성한 화파로서, 지역적으로 가까운 피렌체 화파에 비해 장식적이고 색채가 풍부한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초상하나 고대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은 그리지 않았다. 시에나 화파의 시조라 불리는 두초 디 부오닌세냐, 고딕 양식을 접목한 피에트로와 암브로조  로렌체티 형제, 타데오 디 바르톨로, 마테오 디조반니 등이 대표적 화가이다. 십오세기에 시에나가 정치적 경제적 불안을 겪으면서 시에나 화파의 입지도 흔들리기 시작해, 결국 십오세기 말에 피렌체 화파의 원근법과 자연주의적 표현, 인간주의적 주제와 철학을 받아들이며 독립적 화파로서의 특성은 사라졋다.

2. 히샴 마타르의 아버지 자발라 마타르는 리비아의 군인이자 외교관으로, 카다피 정권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물로 지목되면서 1979년부터 가족과 함께 이집트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1990년 3월 카이로에서 납치되어 리비아 아부살림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1996년 6월 29일 이곳 정치범들이 대량 학살되는 사건이 벌어진 후 생사불명 상태로 소식이 끊겼다. 히샴 마타르는 카다피 정권 몰락 후인 2012년에 고국을 방문햇으나 아버지의 행방을 찾지 못했고, 2016년에 이 여정을 담은 회고록 <귀환>을 출간한다.

p161

15. 제라드 맨리 홉킨스는 십구세기 영국의 시인으로 자연과 종교에 관한 많은 작품을 썼다. 여기서 '눈의 단속'이란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들을 보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징벌하여 참회하게 한다는 뜻이다. 눈으로 본 것이 영혼에 흔적을 남긴다고 여긴 가톨릭 성인들이 무엇을 볼 것인지를 세심하게 통제하는 관행에 따른 표현인데, 여기서 저자는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시선을 거둔다는 의미로 달리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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