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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 전2권 세트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이 슬프다고도 했고 감동적이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표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SF소설의 냄새는 대체 어쩌란 말이냐 ?!

 한순간 표지의 글자들이 슉 흘러내리는 기분을 느낀다. 흔들거리듯 그 글자들은 시계옆에 비스듬히 누워있고 흐르는 모양을 하고는 클레어의 모습을 연상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흐르는 그 제목에서 마치 이 아내의 슬픈 단면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1권을 읽어가는 동안 생각만큼 쉽게 읽지를 못했다. 36살 아저씨가 30년이전의 시대로 시간이동을 하고 며칠전에 시간이동 해온 자신과 만나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만나고 자신과 결혼하게되는 어린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하니 환타지 소설이나 SF소설을 잘 못 읽어내는 나는 솔직히 황당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황당했던 가정에 현실적인 설명과 섬세한 묘사들을 덧붙여갔고 그런 상상안에서 둘의 사랑이야기를 엿듣는 재미를 찾아내기에 이른다. 실제로 헨리와 클레어 두사람이 번갈아 이야기 하는 방식이었기때문에 따라 읽어 가다보면 두사람의 연애편지를 읽는 기분도 느끼게된다

 왜 갖고 있는건지, 치료가 가능한지도 알수 없는 시간여행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헨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약간의 스트레스나 불빛이 번쩍이게 되면 과거나 미래로 순간적인 이동을 한다. 현재에서 옮겨갈 수 있는건 단지 알몸상태의 자신. 그러니 이동상태란 늘 불안하고 위험할 수 밖에 없다.

 36살인 헨리는 이미 클레어와 결혼했지만 6살인 클레어는 오늘 처음 헨리를 만난다. 현실에서는 갑자기 사라지는 헨리를 기다리기만 해야하는 클레어이지만 과거의 클레어는 첫사랑인 자신의 남편을 만나 이야기 하고 음식을 나눠먹고 미래의 이야기를 물어보기도 한다.

 1권에서는 주로 과거로의 여행을 보여주는 반면 2권에서는 결혼후의 모습들을 담아낸다. 행복한 결혼생활이지만 유전자때문에 유산이 계속되고 그때문에 서로 불편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이또한 시간여행 온 또 다른 헨리에 의해 해결되는데 6번의 유산끝에 가지게 되는 아기 앨바를 기다리고 미래에서 만난 딸과의 대화를 읽을때는 소설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헨리와 클레어를 잊어먹을 정도로 한순간 앨바에게 빠져들게 되고 그 명랑한 모습이 읽는내내 기분좋게 했다.

 아마도 당차고 귀여운 10살짜리가 죠셉코넬의 상자 작품을 아주 그럴듯하게 설명해내는 모습이 기억나서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클레어의 상황 또는 헨리의 상황을 그대로  비춰내기때문에 더 크게 와닿았는지도.

 화가가 왜 이런 상자를 만들었을까요 ?라는 물음에 앨바는 이렇게 말한다. 외로웠기때문이에요. 화가에게는 사랑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자기 사랑을 전해줄 상자를 만들었고, 또 그렇게 해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존재한다는 걸 알리고 싶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새들은 자유로운데 상자들은 새들에게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니까, 그는 자유롭고 싶으면서도 안전하길 바랐던 거죠. 이 상자들은 새가 되고 싶었던 그를 위해 만들어진거에요.

 헨리에 대한 기다림이 크지만 그 기다림 끝에 있는 서로에 대한 사랑은 기다림의 외로움을 모두 잊을 기쁨과 편안함을 가져줘서 그들의 사랑이 더 진해진다고 느꼈다.

 잘 짜인 각본의 아름다운 영화 한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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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드시는 분들을 위한 초밥 - 상
메리언 키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메리언 키스의 멜로물 소설.

 작가의 이력이 장난 아니다. 알콜중독에 자살미수 우울증까지.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조금 어두운 이야기가 섞여있기도 해서 처음의 가벼운 멜로물일꺼야라는 생각과는 달리 몇번씩 진지하게 책을 읽기도 한다. 금방 톡톡 거리면서 그 진지함에서 벗어나지만.

 꽤 두툼한 두권짜리 소설인데도 죽죽 읽어가기는 쉬운  재미있는 소설. 초밥이야기 절대 아님ㅋ (아일랜드가 아무리 일본과 멀리 있다고는 하지만 초밥에 거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참 의외였던)  인물들의 셩격묘사라든지 분위기묘사가 좋다. 그대로 시트콤을 만들어도 될만큼.

 주인공인 애슐링보다 리사의 캐릭터에 자꾸 눈이갔다. 현실에서 리사 같은 사람을 만나면 분명 인상을 찌푸릴지도 모르지만 왠지 자꾸 멋져보였던건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여러개를 주루룩 갖고 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약간 사이키델릭하면서도 자신에게 철저하고 일에 중독될정도로 즐길줄 알고(하긴 즐긴다라고 말하기엔 좀 심하긴 하다 ㅋ)  섹시한 몸매,  유행을 집어내는 예민한감각 .

 지만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이 여자도 그 완벽하려는 마음때문에 많은 시간 자신과 남편의 감정을 소모적이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받아 별거상태에 이른다.

 맡고 있던 런던 최고의 잡지에서 일개 지방잡지 콜린의 창간을 맡는 일로 좌천되는데 그 일을 겪어내면서 전체적으로 자신의 일과 사랑 관계들을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을 견뎌낸다. 여전히 이전의 리사는 그대로 남아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달라지는 점이 나타난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다이어트를 내일로 미루고 맛있는 감자요리를 먹고 자신의 남편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등등.

  애슐링과 클로다에게도 이런 삶을 되돌아볼 많은 사건들이 겹쳐서 일어나는데 주된 이야기가 애슐링을 위주로 흘러가고 주변인물들 또한 애슐링의 친구들이거나 애슐링의 남자인데도 리사가 삶의 공허함 삶의 행복 같은걸 자꾸 생각나게 해서 애슐링과 클로다 이야기는 술렁술렁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 결국 모두 행복해진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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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윤기나 여타 다른 작가들의 극찬이 아니더라도 전 조르바가 굉장히 위대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위대하다라는 느낌에는 신을 대할때의 거룩함이 포함되있어서 삶에 대한 진리에 설명적이면서 교훈을 주입(?)할려는 신적인 책이지 인간적인 책은 아닐꺼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에 (읽기전 이미지가 읽고나서 얼마나 바껴졌느냐를 비교하는것도 나름 재미여서 읽기전 책을 대하는 기분 같은게 좀 전 중요해요 ) 솔직히 겁을 먹었어요.

대체 얼마나 이래라 저래라 얘기할까 싶어서요.
이야기의 배경이 신들의 도시인 크레타인점도 그런 이미지를 부추기기에 충분했죠.

음. 근데 펼쳐보니 조르바는 완전 정반대더군요. 이 사람은 신도 뭣도 아닌 정말 쌩 날라리 같은 그냥 할아버지였어요. 그렇지만 오히려 내가 읽기전 생각했던 이미지의 조르바가 아니라 사방으로 풀어져있고 열려있고 되는대로 그렇지만 자기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 사람이 하는 얘기들에 자꾸 귀가 귀울여졌어요. 오히려 성경과 불경을 이야기하지않아도 포도가 포도주가 되는 과정을 말하는 조르바 이야기에 과장되지만 신의 존재를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겁을 먹었던 이유의 확실한 반전이었죠. ㅋ

물론 진리란 조르바가 말한것이 정말일지도 모르고 두목이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정말 신의말씀들을 적어놓은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조르바를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었고 이야기로 적어내려간 카잔차키스가 부러웠어요. 살아가는 동안 조르바가 한 이야기는 제가 책에서 읽은것과는 다른 느낌이 되어서 죽 남아있을꺼 같았거든요.

비록 조르바의 모든 이야기를 내 속에서 걸러내진 못했지만 옳고그름과 선과악을 떠나있던 조르바가 재밌게 살았고 신처럼 살았다라는 말엔 공감할 수 있을꺼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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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외국작가에 외국어로 쓰여진 외국작품이지만 또 다른 한국문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걸로 착각할 만큼 주인공의 이력은 어쩐지 작가와 비슷하다. 

수지는 아침 9시의 담배를 피는 절망에 빠져있다. 5년전 부모님이 죽은 후 언니와의 연락은 끊겼고 담당교수의 남편이던 남자와 이별을 했지만 그를 잊지 못하고 있고 또 언제나 바쁜 남자와 불륜관계에 있다.

 침묵의 전화가 걸려오고 아이리스가 배달된다. 아이리스는 엄마가 좋아했던 꽃이다. 고독감 외로움 절망감의 밑바닥엔 가족이 가라앉아 있다. 자신의 직업인 통역사의 일을 통해 우연히 부모님의 총기사건에 대한 사건의 일부를 듣게되고 그때부터 그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5년동안 한번도 가져보지 않던 사건에 대해 궁금증을 느낀다. 대학교수와 사랑에 빠져 도망을 친후 그녀는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다.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찾아가지만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물어 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언니와의 관계도 그런 궁금증을 해결 할 수 있을만큼 좋지 않았다.

 한 사람씩 사건에 관련된 인물을 만나고 사건이 일어난 시간으로 돌아가보지만 정작 내막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언니는 만날 수가 없다. 5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날의 일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부분적이지만 정확하게 박혀있었고 그 부분적인 기억들을 짜맞춰감에 따라 부모님의 이민생활을 자세하게 알게 된다.

 이민초기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부모님은 교포사회에서 암적인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었고 많은 사람들의 원망을 사게될 일들을 한다. 더 나은 삶을 바랐던 이민은 이민 그자체로 혼란스럽고 섞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자식들에겐 끊임없이 한국인임을 강요하고 한국방식을 고집하지만 자식들은 그런 부모님이 부담이 될 뿐이다. 사건의 전말을 수지가 모두 알게되고 자신의 또다른 부모님과 같은 사건을 계속 들을 수 밖에 없는 통역사일에서 이제는 더이상 냉정해지지 못하게 됨으로써 책은 끝이 난다.

 사건을 풀어내는 큰 줄거리를 읽는것도 재밌었지만 통역사에서 1.5세대의 미묘한 감정을 묘사하는 부분이 잘 표현됐다. 일주일에 7일을 일하고 수시로 이사를 하고 영어때문에 겪게되는 불편함 미국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대 한국인도 아닌 그들의 이야기를 배경을 훑어가듯 이야기했는데 그런 부분을 읽으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이란 것도 조금 알꺼 같았다. 수키김의 이 책때문에 언제 나올지 모를 다음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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