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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休
반지인 지음 / 마음길(도서출판마음길,마음길어린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순간부터 책을 선택하는 기준 중에 하나가 책의 두께나 책의 제목에 영향을 받고 있다. 왠지 역량있는 작가의 깊이 있는 작품일지라도 두께가 얇다보면 한번에 사고 싶은 마음은 잘 안들게 된다. 그런반면 두께가 얇더라도 제목에서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땐 또 순간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드니 책 고르는 기준이 참 변덕스럽다. ㅎㅎㅎ 이 책은 후자의 경우였는데 책의 두께도 손에 들어올만큼 낙낙하게 집는 정도여서 오히려 딱 이만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休, 또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지나는 줄도 모르고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이었다. 신기하게도 이런 시간없는 나를 위해서인지 책은 버스안에서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짤막한 느낌의 단상들로 구성돼있었다. 그리고 짤막한 글의 배경이 되는 사진들은 그 글들을 다시 한번 읽게도 했다.

30분 남짓 아니면 한시간정도 였을까. 나는 시간안에서 깊게 숨을 들이마시거나 눈이 싱그러워지거나 새콤한 과일로 입맛을 다시거나 은은한 차향을 맛보는 기분이 되었다. 이쯤이면 이 책의 제목이 해줄 수 있는 그대로의 쉼을 나에게 주었지 않았나 싶다. 제목으로 책을 고른 또 한번의 잘된 선택이라고나 할까  ㅎㅎ

책의 사진중에서 특히나 풀, 나무등 자연의 초록이 풍경이되는 사진을 많이 구경할 수 있어서 또 외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서 또 책으로 고마워지는 사람들을 주루룩 부를때의 느낌이 참 좋았다.

책을 쓰면서 사소한것들 소박한것들 일상적인것들의 작은 느낌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준거 같고 그런 일상속 자기안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모습이 어쩐지 요즘 내가 해야 할 일 같아 보여 고개가 숙여지기도 했다. ^^ 

오랜만에 여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읽고난 다음엔 여러가지로 알찬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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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때문에 어쩜 공지영이 특별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후일담 문학이라 얘기될 만큼 그녀의 작품안에는 언제나 80년에 관한 집착(?)이 스며있다. 사실 나는 아시안게임은 즐겁게 봤다고 하더라도 민주항쟁은 잘 몰랐던게 사실이고 그녀의 작품들이 나올때마다 부끄럽지만 생경한 마음이 되어 80년대의 모습을 상상하기만 했었다.  그러기를 몇권 그 생경함은 어느새 그녀의 책에서 내가 점점 멀어지게 된 이유가 되었다.

 작가에게 무엇을 원하느냐라는 질문에 당연한 답은 재미나는 인생이야기 듣는것이다. 물론 그 재미나는 이야기의 종류는 수만가지가 될 것이고 어떤 새로움이나 감동의 연결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 소설가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생명력이 없다.

 최근에 나온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베스트셀러가 됐던건 아마도 이런 이미지의 연상을 가라앉혀서가 아닐까. 사회안에 갇힌 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을 통속적이지만 글로써 울릴 수 있을만큼의 내용으로 만들었고 사람들은 무소의 뿔같이 혼자서 헤쳐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안타깝게 살아간 한 사람이 타인의 혹은 신의 위로를 받는다는 이야기로 그녀의 이야기가 바꼈다는 것에 놀라는 것이다. (뭐 이책이 아니라도 그녀의 책은 거의 모두 베스트셀러였으니 이런 가정은 그저 나만의 억측에 지나지 않지만) 책을 읽고 눈물이 났지만 그런데도 어쩐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애써 눈물 지어지는 느낌 , 결국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새로울것 없는 이야기 구조.  대체 나는 이 작가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일까 ?

 문득 수도원기행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글쓰기가 아닌 또다른 글쓰기, 그녀의 세계가 아닌 낯선 이국의 수도원.  정말 그것대로 이어가는 에세이였기 때문에 가상의 인물이 아닌 오롯이 자신을 거슬러 올라갔고, 뒤돌아보고 기도로 자신을 훑어낸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수도원의 풍경을 보고 그 풍경안에 사람들을 만나면서 18년동안 일부러라도 잊으려했던 신을 다시 찾게 되고 위로하고 위로받고 또 살아감에 휴식과 감사를 느끼는 그런 여행기였고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늘 그녀의 작품에서 느껴지던 촌스러운 계급의식은 신이란 존재 아래에서 한없이 초라하고 힘없는 그저 어쩔 수 없이 약하고 가난한 존재임에 대한 깨달음으로 변했고 우연찮게도 그 속에서 나는 그녀의 새로운 글을 읽는 기분이 되었다.

 

 시간의 물살을 거슬러 과거로 올라가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나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나의 어리석음이 펼쳤던 내 인생의 드라마.를 두눈 똑바로 뜨고 다시 바라보는 형벌을 받았다. 이제 순종이라는 말의 아름다운 의미를 알 만한 나이가 된 나는 무름을 꿇고 대답했다. 아멘.  p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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