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 그들에겐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결정에 관한 실전 수업
애니 듀크 지음, 구세희 옮김 / 에이트포인트(EightPoint)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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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장애라는 말도 있다.

갈수록 삶의 양태가 순환이 빠르고 불확정성이 높아져서 그럴 것이다.

집밥과 도시락으로 살던 시대와 판이하게 다른 셈이다.

 

작가는 포커 선수 출신이라 한다.

포커는 재미있다. 체스처럼 실력이 우수하다고 월등히 유리한 게임이 아니라 더 매력적이다.

삶은 체스보다는 포커에 가깝다는 것이 작가의 전제다.

일면 옳고 일면 틀렸다.

어떤 나라에, 어떤 시대적 환경에서 살아가는가 하는 배경을 따진다면,

인생이라는 게임은 불공정하고 불공평하다.

 

아무튼, 결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자기 계발을 위해 읽어볼 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힘든 상황의 사람에게는 어떤 계발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니,

이런 책은 좀 느긋한 상황에서 읽으면 좋겠다.

 

좋은 결정은 경험에서 온다.

그리고 경험은 나쁜 결정으로부터 온다.(마크 트웨인)

 

이 책을 종합하면 이런 말과 상통한다.

단 하나의 좋은 결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순간순간의 결정들로부터 배우고 수정하여야만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사야할지, 빌려볼지,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엉뚱한 책을 많이 사봤기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다.

결국 결정은 자기의 몫인 셈이다.

 

고흐의 이런 말을 적어 둔 적이 있다.

 

Great things are done by a series of

small things brought together.('그림의 힘' 중에서)

위대한 성과는 작은 결과들이 이어질 때 완성된다.

 

번역이 더 멋지다 생각했는데, 번역이 의도를 잘 살려서 그렇다.

 

포커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결과로 판단하기>를 든다.

성패는 결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결과들의 연속은 상당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

 

포커에 대입하여 결정을 '베팅'과 유사하다고 취급한다.

인생의 결정과 베팅은 대략적으로 비슷한 형태를 띠지만,

베팅이 놀이의 수준에서 일어나며, 인생을 완전히 걸 만한 경우는 드물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물론 프로 선수야 다를 수 있겠으나, 액수 면에선 크더라도 파산지경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무언가를 아주 쉽게 믿고,

의심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는 존재.(90)

 

인간의 속성은 이러면서도 편협하다.

 

우리와 똑같은 클론들에게 마음이 기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그것이 매우 힘든 일임을 알아야 한다.(228)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그리고 새로운 빨간 알약이 지시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는 무시하려 든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집단에 마음을 기울이며 고개를 주억인다.

그런 존재여서 지속적인 학습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 인간 존재의 숙명이다.

 

나의 성공은 나 자신 덕분이라 여겼고

실패는 불운을 탓했으며

다른 플레이어들이 승리는 실력이라 인정하지 않았고,

그들의 패배는 그들의 형편없는 실력 때문이라 속단했다.(164)

 

인생을 단기적으로 보면 그럴 수 있다.

(나쁜 결정으로 인한)작은 실패들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틸트>의 상황을 멈추고 악순환을 피하라는 말은 중요하다.

 

틸트는 포커플레이어 최악의 적이고,

제대로 된 의사결정 능력의 결여를 상대에게 즉각 알릴 수 있다.

최근의 상황을 부풀려 생각하고 극단적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그 사람은 틸트하는 중이다.(303)

 

나쁜 결과로 인한 감정의 영향이

비합리적이고 감정적 결정을 내리게 하고,

더 많은 나쁜 결과를 가져와

계속해서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는 것.(303)

 

틸트의 개념이다.

핀볼 기계가 오작동될 때 스톱되는 시스템의 어휘라는데,

멘붕이 오고 될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 상태가 되겠다.

 

어떤 분야의 용어든 전문적 용어가 삶의 무늬와 매칭될 때,

새로운 비유로 쓰이며 재미를 주기도 한다.

미생에 쓰이는 바둑 용어들이 그렇다.

 

이 책에 쓰이는 비유들도 인생과 잘 들어맞는 것들도 있지만,

포커판처럼 결정과 성패가 금세 드러나서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닌 인생에서는,

꾸준히 지켜보는 멀리보는 눈이 필요한 듯 싶다.

 

가능한 한 최고의 베팅을 한 뒤에도 계속 패배를 경험할 것이다.

그렇지만 미래를 절대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더 잘 할 수 있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는 매번 옳은 결정을 내릴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세계관을 향해 보완하고,

불확실성 사이로 길을 찾아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349)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결정하는 데 정답은 없다.

짬짜면처럼 반반은 최악의 해답이다.

더 기름진 것이 필요한 날의 짜장면과,

칼칼한 해장을 필요호 하는 날의 짬뽕은 호환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틸트>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주의할 것.

이것만 해도 중요한 가르침이다.

간밤의 과음으로 뒤틀리는 속에서는 짜장면도, 짬뽕도 이물질일 터이니...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관찰과 성찰,

작은 결과들의 성패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는 자세 등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

읽고 나서도, 역시 결정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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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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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선생이 별세하셨다.

이 책을 오래 붙들고 읽고 있다가, 마침내 책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여둔 책을 어제서야 여행가방 귀퉁이에서 찾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불문과 출신인 김현 선생 생각이 많이 났더랬다.

 

김현 선생의 기록들에는, 싸움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그렇지만 현실의 비명에서 결코 고개돌릴 수 없는 지식인의 고뇌가 그대로 드러난다.

난 글쟁이들의 글에서,

용산의 비명과 쌍차의 비극,

묻혀간 소, 돼지, 닭들의 울음과

세월호의 눈물이 없는 글에는 침을 뱉는다.

내가 리뷰를 쓰지 못하고, 책도 잃어버린 그 동안에 고인이 되어버리셨다.

명복이란, 저세상에서의 복을 빈다는 뜻이련만, 그이들은 복을 바라지 않으실지도 모르겠다.

 

악독한 강철이 지나간 자리는 봄도 겨울이라는데

이 얼어붙은 여름을 보자고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민주화를 염원해온 것은 아닐 터.(31)

 

이 시평은 세월호 이전의 것이다.

육사는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고 했던가...

 

우리의 근대문학이 그렇듯이

미당은 안타깝게도 흠집많고 일그러진 진주지만

안타깝게 여전히 빛나는 진주.(330)

 

평론가로서 솔직한 평이다.

그 흠집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신경숙이 되고 고은이 된다.

 

아침마다 연꽃 장엄보러 몸 열고 나가는 나의 봉행이 또한 꽃장엄이다.

이 외로움 일행으로 꽃장엄하며 여기까지 왔다.

상처로 꽃 터뜨려 여기까지 왔다.(정진규 시인의 부고를 듣고..., 338)

 

삶은 화엄의 세계를 만나는 일이라 일컬은 시를 만나며

상처를 되새긴다. 삶에 상처가 없이 어찌 삶이랴...

화엄이라는 말은 삶을 무겁게 반영한다.

꽃처럼 화사하다고만 표현한 '화양연화'에 '장엄할 엄'을 덧붙였다.

코메디와 트래저디의 결합인 셈이다.

 

언어는 사람만큼 섬세하고

사람이 살아온 역사만큼 복잡하다.

언어를 다루는 일과 도구가 또한 그러해야 할 것이다.

한글날의 위세를 업고 이 사소한 부탁을 한다.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97)

 

사소한 부탁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그 사소한 부탁은 한글 프로그램에서 맞춤법에 어긋나는 붉은 줄에 대한 것이다.

참 사소하나, 언어는 삶을 반영해야 하므로,

틀린 것에 주의해야 한다.

붉은 줄이 가서 틀린 것이 되어버린 우리말에 대한 사소한 애정이 느껴진다.

 

문단에서 신경숙에 입다물고 있을 때, 선생은 이렇게 적었다.

 

잘팔리는 작가에서 훌륭한 작가가 되는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가의식을 확고하게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붙잡아내지 못했다.

이 정황은 신경숙씨 개인의 불행을 넘어서

문단의 불행이 되었다.(132)

 

결국 고은의 사태까지 번지고 문단이 문학을 망쳐먹은 꼴이 되었다.

그 민주화의 앞자리에 섰다던 자들이 사실은 고루한 권력의 흉내를 냈던 셈이다.

 

지옥은 진정한 토론이 없기에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곳이다.

지옥에 대한 자각만이 그 지옥에서 벗어나게 한다.

헬조선은 적어도 이 지옥이 자각된 것이다.(156)

 

2015년의 글이다. 예술인에 대한 검열을

스탕달의 '적과흑'에 나오는 토론 없음에 빗댄다.

아, 큰 스승을 잃어버렸구나...

 

구의역의 젊은 수리공을 제 자식처럼 여기거나 여기려한 사람들과

나향욱들의 차이는 위선자와 정직한 자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이며,

슬퍼할 줄도 기뻐할 줄도 아는 사람들과

가장 작은 감정까지 간접화된 사람들의 차이다.

사이코패스를 다른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179)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드루킹 특검에 단식까지 했던 개새끼들...

결국 부끄러움을 아는 노회찬이라는 아까운 정치인만 잃고 말았다.

사이코패스는 정의될 수 없다. 그냥, 개새끼다.

정의내릴 때는 '유사한 것들과의 차이'를 앞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미소지니(미조지니)의 번역 '여성 혐오'에 대한 심사숙고도 의미있다.

 

스탕달은 '여자다워야 한다는 모든 사회적 요청에 덜 노출될 때,

여자는 모든 편견과 부르주아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했다.

우리가 만나고 기대하는 '여자다움'이 사실상 모두 '여성혐오'(185)

 

번역어에 대한 고찰에서, 문맥의 단절과 가치를 부정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지식인만이 해낼 수 있는 작업이다.

이런 큰 지식인을 잃은 사회는 더 어두워질 것이다.

 

남자의 서사는

못난 살인자의 서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웅의 서사다.

먼저 들어야 할 것은 희생자의 서사다.

역사의 발전은 늘 희생자의 서사로부터 시작한다.(219)

 

여성 문제에 대하여 발언하지 않는 지식인이 대부분이다.

뭐라고 한 마디 하기만 하면, 페미니스트니 동성애 찬성론자니 하며 교회쟁이들이 난리를 친다. 우습지만 비극이다.

 

한국의 특이한 '등단' 제도에 대한 비평.

 

등단, 비등단을 칼같이 가르는 당단 제도도

모두 남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려는 열등감 문화의 소산(191)

 

아마 이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김동리 류의 반공주의자들이 자기들의 권력으로 문단을 평가하려했던 경험이 뒷받침 되었으리라.

 

진보주의를 삶의 방식으로만 말한다면

불행한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기다.

한 사람의 진보주의자가

미래의 삶을 선취하여 이 세상에서 벌써 행복하게 살지 않는다면

그는 그 미래의 삶에 대한 확신과 미래 세계의 건설 동력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

그의 존재는 이 불행한 세계에 점처럼 찍혀 있는 행복의 해방구와 같다.(257)

 

폴 발레리를 빌자면 이렇다.

 

서둘지 마시라 그 사랑의 행위를

있음과 있지 않음의 기쁨을,

나는 그대를 기다리며 살아왔고

내 심장은 그대의 발걸음일 뿐이기에.(259)

 

늘 유쾌하게 세상을 향해 진보주의의 방식을 선보이던

노회찬은 그러나 갔다.

황지우가 간절히 노래했던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늘 분노하면서도 웃음을 선사하던 그를 잃고, 며칠만에 선생도 세상을 뜬다.

 

이 책을 유언으로 삼는다면...

선생은 남은 우리에게 사소한 부탁을 남기신 셈이다.

 

문학 안에는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던 인간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그것으로 이 어두운 세상에서 위안을 얻으며

꿈꾸며 살아가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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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영감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이른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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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파니는 '주님의 공현'을 뜻하는 '나타남'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곧 풍경이 시선에 제공할 수 있는 엄청난 선물이다.(226)

 

누구나 자기가 살아온 자연의 풍경에서 얻는 느낌을 가지고 살아간다.

장 그르니에에게 그 에피파니는 곧 지중해였던 셈이다.

 

태양이 아프리카의 산 위로 다갈색 색조를 솟아오르게 하니

그 색조는 하루 종일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이다.

바닷물이 발이 잠길 정도로 기지개를 켜는 이 짐승을 쓰다듬어 주고만 싶어 진다.

빛은 아직 짙어지지 않았고

당신 뒤로 남아있던 빛의 자취는 즐겁게 조잘대다가 움츠러든다.

우리는 자신이 삶의 원천에,

샘솟는 맑은 물 가까이에 있음을 느낀다.(26)

 

아~ 바닷가에 사는 나로서는

바다가 없던 그 도시에서 살던 시절 생각이 난다.

방학이 되어 부산에 오면 늘 바닷가에서 친구를 만나고,

술을 마시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던 그 시간을...

 

쾌락에 달뜬 심장의 숨가쁜 고동소리가 사라지고

내 귀에 들리는 것은 숲이 넓고 깊게 숨쉬는 소리였다.

이처럼 음악은 가끔 우리를 느닷없이

스타카토에서 레가토로 데려간다.

우리의 생각은 처름엔 풀단처럼 묶여 있다가

스르르 풀어져 행복하게 피어난다.(28)

 

아, 순간을 이렇게 음악처럼 그리다니.

스스로 '나는 이런 음악적 순간을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말하다니.

 

사막에 간 그는 이렇게 쓴다.

 

인간에게 세계는 헛된 소란으로 가득한 무대.

그는 오직 그 무대에서 물러나고 싶을 뿐.

그는 무관심이라는 이름의

흐르는 모래(유사) 속에 파묻혀 타자들에게는

오로지 그의 진정한 자아의 환영만을 드러내 보일 뿐,

어느새 그 어떤 인간의 언어로도 표현할 길 없는 지극히 신비스러운 그 무엇.(44)

 

지중해는 찬란한 바다와 태양, 그리고 사막까지 아우르는 아름다운 곳이다.

프로방스의 열정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사실 열광적이다.

그 무엇도 그들에게서 빼앗아갈 수 없는 재화인,

태양에, 사랑에, 바다에, 도박에 그들은 열광한다.(110)

 

후반부의 그리스 기행 부분 같은 경우

큰 감흥이 없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지중해에서 얻은 영감을 읽는 부분만으로도

이 책은 소리내어 읽고싶은 좋은 구절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그런데, 프로방스 지방에 대해 쓴 역자의 '행복의 충격 - 지중해, 내 푸른 영혼'이란 책을 돌아보면,

장 그르니에에 대한 오마주이자 패러디였던 것 같아 감동이 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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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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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미지의 숲으로, 탐험을 떠나요... 이런 문구가 간지에 인쇄되어있다.

 

 

동글동글 똑 자기 얼굴처럼 생긴 귀여운 글자체다.

나영석에게 포섭되어

과학 소매상으로 나선 적도 있던 사람인데,

 과학이란 것은 규칙을 찾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현상은 끝없이 설명할 수 없어 매력적인 것으로,

그의 탐험에 끝은 없다.

 

인생을 마라토너가 아니라

탐험가의 마음으로 살아가시길 기대합니다.(61)

 

탐험은 위험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스릴을 만끽하는 것이 재미를 주기도 하는 요소다.

 

네잎 클로버(요츠바 크로바)란 이름을 가진 일본 캐릭터가 등장하는 '요츠바토!(한국제목 요츠바랑)'의 한 대목.

살아 있어서 괴로운 것이지만, 또 그 괴로움을 바라보는 것이 괴롭지만은 않다. 

 

뇌라든지, 미래 사회에 대한 규칙의 탐구는 흥미롭지만,

역시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재미있다.

그의 글은 그 탐구의 과정을 가려 뽑은 것이다.

 

인간의 의사 결정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인간은 결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궁금한 것이다.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드문 현상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존재할 따름.(126)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적어 두었다.

오늘 하루, 나는 살아냈느나, 그저 존재했느냐...

매일 물으면 피곤하겠지만,

탐험하는 사람으로서 재미있게 살았는지 돌아보는 일은 늘 의미있을 것이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179)

 

실험에서 이런 이야기를 얻는다.

수긍이 되기도 하지만, 또 우리가 행복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해 보게도 한다.

인생의 기본값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인 측면이 많으리라.

인간은 기본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동물이므로...

그러니, 행복을 예측하면 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그렇지만 불행을 예측하면 인간은 견디지 못한다.

 

동양 사람에겐 눈의 형상이 중요하고,

서양 사람에겐 입이 중요하다는...(192)

 

한국 이모티콘은 @,@, 'ㅂ', ^^ 와 같은데, 영어권은 ;) ;(와 같다.

키티를 보면 입이 없는데, 서양사람들은 어색하게 여긴다 한다.

 

여러분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그런 발상의 기회를 가지세요.

그리고 그것들을 다른 곳에 가서 흉내내세요.

결과물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흉내내세요.

똑같이 따라하진 마시고,

꾸준히 변형하세요.

그것이 창의적인 발상의 출발입니다.(208)

 

좋은 생각이다. 공감한다.

올 여름, 2박 3일간 수원까지 기차타고 가서

혹서기에 독서교육 연수를 들었다.

다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토론하는 청춘들이었다.

그리고 새학기를 맞으니, 그들을 따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방학 전에 지쳐있었는데, 개학하고 오히려 힘이 났다.

고마운 일이다.

 

이노베이션은 창의성 곱하기, 혹은 더하기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라 여기는데,

실제 성취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위험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었다는...(320)

 

노회찬 의원의 죽음으로 허무감을 느낄 때,

열정적으로 살던 한 교사가 자기 삶을 접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극반을 지도하면서 만났는데, 정말 치열하게 살았는데 말이다.

위험을 관리한다는 것은,

삶의 지침을 늘 살펴야 한다는 일이기도 하다.

 

삶의 지침이 일제 강점기처럼 흔들리지 않는 시절도 있고,

전두환 시절의 투쟁처럼 주적이 명확한 시절에는 혼란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민주화된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

아직 삶을 껴안을 수준이 되지 못했을 때,

한 개인이 느끼는 고독과 비탄에 대해 많이 생각한 여름이었다.

 

노회찬 의원과 담론을 주고받던

황현산 선생 역시 세상을 떴다.

지병이 있었다 하지만, 더 충격이었으리라.

 

위험은 잘 관리되어야 한다.

이 불확실한 시대, 위험을 무릅쓰는 시대가 아닐수록,

위험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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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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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머리를 감기가 무서워진다.

 

'쾌적하게 사는 법'이란 책으로 돈을 좀 벌어 본 주인공 슈헤이는

아내 가나미와 행복하게 살 일만 꿈꾸는데...

아내의 임신은 뜻밖의 고민을 만들고, 낙태를 결심한다.

 

이때부터 아내에게 덥치는 엑소시스트의 공포...

 

낙태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으나,

이 책은 공포물을 통해 생명에 대하여 소중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것과,

피임을 잘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이런 뻔한 목소리를 재미있는 호러물로 써낸 작가는 역시 굉장하다.

 

정신과와 부인과를 모두 경험하는 의사 이소가이의 고민과

남편 슈헤이,

그것~의 전 남친인 오카베까지 등장시켜

생명의 소중함과 피임 실천의 중요함.

그리고 낙태의 위험과 이에 따르는 고민들...

생명 현상의 고귀함을 깊이 가르치고 있다.

 

재미와 공포도 있으면서 사회적 문제를 잘 다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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