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가 책을 얼마나 읽어 왔는지를 헤아려 보았다. 오늘처럼 날씨가 꽁꽁 얼어붙은 날에는 동굴 속에서 옛날이나 추억할 수 있다는 걸 행복하게 생각하면서...

알라딘에 처음 글을 올린 것이 2000년 겨울이었다. 2001년은 전국단위 연구로 정말 바빴기 때문에 책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연말에 일본어 능력시험 책 읽은 거 빼면... 주로 보고서 읽고, 자료 읽느라 한 해를 보냈던 것 같다. 2002년에는 3학년 담임에 연구학교까지 겹쳐 더 바빴다. 대학원도 휴학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2003년,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부터 책을 부지런히 읽자고 생각했다. 이 해가 내 독서의 시발점이 된 듯하다. 연구학교 마치고 여유있게 대학원도 다니면서, 부지런히 읽었던... 2004년에도 열심히 읽기는 했지만 역시 3학년 담임을 하고, 대학원 논문을 마무리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올해는 200권을 읽으리라 작정하고 있지만, 지나 봐야 알 일이다.

역시 방학이 책 읽기 좋은 시간이다. 밤을 새워 읽기도 하고, 하루에 두세권 씩 일기도 한다. 주로 학교 도서관에서 댓권씩 빌려다 놓고 쉬운 책부터 읽기도 하고, 어려운 책은 옆에 두고 한 달을 두고 조금씩 읽기도 한다.(지금 한시 미학 산책을 한 달째 읽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조금씩 읽는 맛은 유별나다. 또 정신세계사의 마음닦기도 읽고 있는데, 이 두 권 모두 두껍지만, 하나는 한시에 대해서, 하나는 불교 이론에 대해서 너무 쉽고 재미있게 쓴 책들이다. 이 두 권을 다 읽고 나면 허전해서 어쩌나 걱정중이다.) 작년에는 남구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다 보았다. 한 번에 세 권씩 빌려 주니 좀 아쉽지만, 나머지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 이도 저도 없는데, 너무 좋은 책은 알라딘 보관함에 몇 달 넣어 두었다가 정말 사고 싶은 책만 산다. 알라딘 처음 이용할 땐, 책을 너무 마구잡이로 사들였는데, 나중에 보니 학교 도서관에도 있고 해서 아까웠던 책들이 많다. 알라딘 이용 6년차로 접어드니 이제 노하우가 생기는 듯...

2000년 : 리뷰 1권

2001년 : 리뷰 9권

2002년 : 리뷰 34권

2003년 : 리뷰 161권

2004년 : 리뷰 119권

2005년 : 리뷰 27권(1월), 목표 200권

이리하여 총 350권의 리뷰가 올라 있다.

리뷰 편수로 본다면 다소 발전한 것도 같지만, 간혹 내가 내 글을 읽어 봐도, 감정에 치우친 것도 있고, 아주 가끔은 괜찮은 구도로 분석한 글도 뵌다. 내 머릿속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반성도 한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 나는 읽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읽음으로써 생각하고, 가끔은 행동도 바꾸고,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운명까지야 바꾸지 못하더라도, 책을 읽음으로써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읽는 이유는 하나는 자기 만족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책을 통해서 좋은 쪽으로 바뀐다는 착각 때문이다.

책 읽기 참 어렵다. 올해는 3학년 담임같은 거 안 하고 좀 쉬면서 혈압도 낮추고(선천적인 이유도 있지만, 혈압이 높아진 건 연구학교랑 3학년 담임한 탓이라 생각한다.) 도서관 담당이나 하면서 책이나 부지런히 읽고싶다는 대망을 가졌는데, 이뤄질는지는 살아봐야 알 일이다. 올해 목표를 세웠으니 새로운 각오로 독서의 바다에 푹 빠져들고 싶다. 이제 컴퓨터같은 기계류는 지긋지긋하다. 책은 정감이 있는 유정물같다. 나와 교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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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2-0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2000년에두 있었나요? 왜 전 이렇게 늦게 알라딘을 알게 되었는지 안타깝네요.
3학년 담임하면 담배 끊었던 샘님들은 담배 다시 피시잖아요. 샘님들은 진짜 건강 조심하셔야 해요. 남의 애들땜에 건강 해치면 너무 억울하시잖아요.^^

글샘 2005-02-0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터 있었는진 저도 모르지만, 2000년에 저는 처음 왔거든요. 3학년 담임은 정말 하고 싶지 않지요. 보람보다는 고생이 너무 많은... 그래서 요즘은 건강 해치지 않기 위해서 애쓰고 있답니다.
 

일본의 선진 학교시설 견학기 - 그곳에 일본은 있었다. 일본의 교육이 있었다.

2005년 1월 23일 일요일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낯모르는 사내 열 명이 김해공항에 모였다. 학교 건축을 전공하는 건축과 교수, 건축사, 에너지 연구소 직원, 교육청 시설과 직원, 교장과 교사들... 학교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비를 들여 해외 출장을 가기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었다. 일본에 관광여행 한 번 간 적 없는 나로선, 4박 5일 동안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 3일을 학교 탐방만 한다는 데 내심 좀 불만이었다.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해서 정오 경 도꾜의 나리타 공항에 내렸다. 나리타 공항에서 전세 버스를 타고 신주쿠 워싱턴 호텔에 짐을 풀다. 도꾜의 도심을 지나가는데 희한할 정도로 차가 막히지 않는다. 더군다나 일요일 오후가 아닌가. 다시 모여 아사쿠사의 관음사라는 절을 보았다. 우리의 절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절이었다. 명상이나 선의 도량이라기 보다는 사람들과 친근한 이웃집 같아 보였고, 아게만쥬를 사먹으려고 선 줄은 삼십 분이 가야 여든이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 앞에 나를 서게 하였다. 튀긴 모찌 10개에 1310엔이니, 하나에 1300원이 넘는 셈이다. 서로 얼굴도 잘 모르는 일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유명한 우동집(十和田)으로 갔다. 별로 맛도 없는 1500엔짜리 우동을 먹다. 저녁에 발렌타인 한 병, 열 명이 나눠마시며 안면을 익히고 잠들다.

24일 월요일, 고등학교 견학일
오전, 도꾜都立 츠바사 종합고등학교
원래 츠바사 고교와 공업고교가 있었던 자리에 종합고교를 하나 세웠다. 넉넉한 부지에 400m 트랙을 설치하고(도꾜 유일), 운동장도 푹신하게 마련하였다. 체육관에는 검도실, 유도실, 실내풀(개방형 지붕)을 갖추고 있다.
이 학교의 가장 중요한 설계 컨셉은 선택 교육과정이 가능한 학교를 짓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2,3학년의 과정에서 과목을 선택하고, 각자 미술·디자인 계열, 생산·테크놀로지계열, 정보·사이언스계열, 국제 커뮤니케이션 계열, 스포츠·건강 계열 중 하나에 맞게 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간다. 이런 교육과정이 가능한 것은, 유연한 교육청과 학교가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학교가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열린 마음. 교사는 18학급에 48명(순수 교원), 강사가 15명, 시민강사가 13명, 그 외의 실습조교나 촉탁원, 양호교사, 사서교사가 10명이나 된다. 교사 외에 주간이나 부교장도 2,3명이 있다. 교사의 수급이 유연하지 않고서는 선택 교육과정은 운영될 수 없다. 시설 측면에서도 2,3학년은 자기 교실이 없고, 홈룸이 가능한 홈베이스가 있다. 홈베이스의 조별 문집은 인상적이었다. 수업은 두 시간씩 연강으로 이루어지고 종은 치지 않는다. 종합학교라고는 해도 학생들이 선호하는 계열은 국제 커뮤니케이션 계열이라 전체의 절반 가량 되고, 이과 계열은 아주 적은 인원이었다.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야마카미 교장선생님이 전국 공립고등학교 최초의 민간기업 출신 교장이라는 것이다. 닛산 자동차 출신이란 걸로 봐서는 결국 학교는 교육에 대해 몰라도 관심만 있으면 경영이 가능하고, 관리자에게는 경영 마인드가 경험보다 훨씬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기회였다.
우리가 몰랐던 것이 아니고, 요구했으나 교육부에서 들어주지 않았던 것들이 거기는 이뤄지고 있었다. 물론 하루, 이틀만에 이뤄진 것은 아니겠지만, 화가 났다.

오후 도쿄都 게이센(惠泉) 여학원(중, 고교)
우리가 견학하는 여섯 학교 중 유일한 사학(私學)이었다. 모교 출신 교장선생님과 안내 선생님의 자세는 관광 가이드 뺨칠 정도로 성실했다.
이 학교의 건설 컨셉은, 중고 연계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었다. 이 학교에서는 선택중심 교육이 적기 때문에 안정된 공간 배치가 중시된다. 1층의 미디어 센타는 이 학교의 자랑이다. 중고교가 활동할 수 있는 미디어 센터는 도서실(책만 비치하고 학생이 운영하는 수준의)의 개념을 넘어서서 도서관(책과 미디어 자료들을 비치하고, 개가식 도서 센타를 전문 직원이 관리하는 수준의) 수준의 공간이었다. 학생들이 섬세하게 그린 안내도라든지, 천장의 자연 채광 관리 장치가 인상적이었다.
각 층의 과목별 학습 공간은 중고교가 같이 활용하는데, 교과 교실, 교사 연구실, 미디어 스페이스(학습자료 전시 및 자율적 학습 공간), 교과별 자료실 등으로 잘 꾸며져 있었고, 교실마다 색다른 구성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방과 후, 자유롭게 클럽활동을 하며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볼 때, 지금도 우리 아이들을 답답한 교실에서 방학인데도 자습을 할 것을 생각하니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올해부터 대학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 인원보다 많으며, 곧 닥칠 외국학교 수입을 대비하기 위해 우리도 소모적인 자습과 보충학습, 학원 보내기는 하루 속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학교는 학교 본연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학생을 관리하는 시간은 아침 등교시부터 오후 하교시까지이며, 수업은 학생이 자유롭게 듣든, 교육과정에 따라 듣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이센 여학교 같은 경우 두 학급을 세 클라스로, 세 학급을 네 클라스로 나누어 운영하는 것은 예산의 충분한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 미래가 설계되고 건설되고 있는 현장을 둘러본 하루는, 피곤하기 보다는 우리 교육도 이제 바뀌어야 하고 우리도 가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피를 끓게 했다. 전여옥이 그랬지, 일본 여자들 못생겼고, 일본은 없다고... 일본 여자들 못생겼다지만 상대적인 것이며, 한국 여자들 뜯어고치고 화장발인 거 세상이 다 알고, 일본이 없다지만 한국에 미래 교육은 없다는 걸 세계가 다 안다는 걸 이젠 우리도 깨달아야 한다. 물론 일본의 잘나가는 학교들의 수재들은 그 시간에 학원을 다니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처럼 모든 학생을 밤 12시, 새벽 한두 시까지 묶어두고 고문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사람답게 살 권리를 이제는 지켜줘야 할 때다.

25일 화요일, 중학교 견학일
오전, 도꾜都 마치다市 츠루가와(鶴川) 중학교
쯔루가와 중학교의 건설 컨셉은 정서를 살리는 부채꼴 모양의 학교이며, 열린 공간을 잘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그런데, 학교가 3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시설의 활용 측면은 부족해 보였다.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
이 학교도 교과 교실형이기 때문에 홈베이스가 있다. 실내 풀장은 마찬가지 개방 가능형이다. 물이 따뜻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컴퓨터실의 교사가 뒤에 앉은 것은 쇼킹했다. 컴퓨터 석 대 중 가운데 것은 교사용이다.

오후, 치바縣 우타세(打瀨) 중학교
지은 지 10년을 맞는 우타세 중학교. 치바현, 치바시, 치바 교장선생님의 안내가 재미있었다. 회의실 앞에, 어린이는 모두 사회의 아이【子どもは みんな 社會の子】란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이 학교의 건축 컨셉은 B형 건물에서 교과별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10년이나 되었고, 그 지역의 소학교가 같은 열린 수업을 진행하여 학생들의 호응이 좋다는 분석은 상당히 공감가는 것이었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초등부터 학원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들어오는 것. 10년의 역사가 보여주는 것은 학생들의 활동 작품이었다. 교과교실에 가득한 학생들의 작품은 아이들이 얼마나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그것이었다. 교장선생님의 "교과 교실은 상급생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하급생들이 배우는 좋은 공간"이란 한마디는 교과 교실을 정말 운영해 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26일 수요일, 초등학교 견학일
오전, 도꾜都 무사시노市 센가와(千川) 소학교
추워도 반바지 차림으로 곤죠(根性)를 기르는 일본 아이들. 한 학년이 2학급인 학교에서 한 층에 두 학년이 쓴다. 교실은 열린 공간이다. 쉬는 시간, 아이들은 밖에 비가 오니까 나가지 않고 복도에서 시끄럽게 논다. 선생님들도 터치하지 않는다. 쉬는 시간이니까. 학교 건축에 곡선을 활용한 공간들, 시청각실의 마루바닥에 비친 장인정신... 소학교지만 배울 것이 많았다.

오후, 사이타마縣 오와타(大和田) 소학교
빛과 음을 모토로 한 학교, 전면유리, 자연채광과 간접조명을 통한 빛, 교실분리를 통한 음.
교실을 분리하여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일본 도서실의 특이점은 도서에 전쟁, 환경, 수화 관련 책들이 많다는 것이다.
화장실에 자동 전동 라이트를 설치하고, 소인수 학습, 습숙도 학습을 지향하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다.
수업을 마치고 교정을 달려나가는 모습은 우리와 같지만, 저 아이들을 기다리는 학원 버스가 없어 부러운 오후...

27일 목요일, 귀국
갑자기 앨리스를 만나거나, 메리 포핀스와 환상의 세계를 여행하고 온 듯, 두 시간의 비행은 우리를 일본어의 공간에서 한국어의 공간으로 옮겨 주었다. 방금 환상의 그림 속에서 벗어난 듯, 정신은 멍-- 했지만, 이번에 얻었던 것들.
학교는 학생의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건축해야 한다는 것.
학교는 학생의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
학교는 학생 하나하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것.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는 것.
학교에서 미래를 볼 수 있는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무거운 몸을 택시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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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이들은 이적지 빈둥거리고 한 달을 쉬었다. 마음에 큰 생채기 난 자국 몇 개 끌어 안고. 지난 화요일에 성적표가 나갔고, 내일부터는 면담을 해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아이들과, 어떻게든 학생을 모집하려는 대학의 사이에서 고3 담임은 당황스럽다. 각종 학원들에서 나오는 진학 자료들이란 것은 실상 믿을 것이 못 되고, 대략 작년 커트라인, 내지 평균에서 어림잡아 지원시키는 것이 고작이다. 담임의 '감(感)'을 믿는 것이다.

내일부터 우리 애들을 울리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하고 할 일 주일이 두렵다. 차라리 시험치기 전이 훨씬 아름다운 관계였다. 희망의 잔소리를 들려줄 수 있었으니까... 이제 냉혹한 결과 앞에서 좌절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상담을 하려고 이런 저런 생각 하다보니, 잠을 벌써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열흘 전에 아이들이랑 샤갈전을 본 기억이 난다. 마르크 샤갈.

그 전에 달리를 볼 때, 초현실주의 작가 달리의 정신병적 상상력에 구역질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 단체 관람은 당연히 샤갈 쪽으로 결정했다. 누구는 이런 지 모르지, 달리가 훨씬 아이들 상상력 자극하기에 좋다고...

난 샤갈이 너무 맘에 들었다. 전날 과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푸른 색과 붉은 색, 그리고 닭대가리가 너무 맘에 들었다. 하늘을 나는 연인들과 환상적인 꿈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화면 배치들, 여기 저기서 초등학생들이 제목을 베낀다고 서서 그림은 안 보고 떠들고 있어 진로를 간혹 방해하긴 했지만, 샤갈의 부드러운 터치가 정말 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간혹 샤갈보다 달리가 좋다는 아이도 있었다. 우리반 희야는 확실히 이과 쪽 성적이 높더니, 그런 탓일까, 대다수의 아이들은 샤갈이 좋다는 반응이다. 하긴, 달리의 작품도 괜찮은 것들이 있다. 그런데, 이번 부산 벡스코 전시엔 별로 볼 만한 것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좋으냐고 물어 봤다. 아이들은 현실에서 오는 부담이 없단다. 하늘을 날고, 얼굴이 뻘개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시퍼래도 이상하지 않다. 허긴, 그 전날 이주노동자의 삶 강연을 들을 때, 아이들은 스리랑카인 샤골과 악수를 잘도 했다. 색이 다른 사람도 이상하지 않은 세계, 그 곳은 환상의 세계고, 현실이 아니었으리라. 샤갈은 아이들을 고통스런 현실에서 잠시 떠나게 해 주었던가?

한 일주일 비행기 타고 뜨거운 햇살 비추는 바닷가에 가서, 썬글라스 끼고 숨어서 지내다 왔으면 좋겠다. 27일 원서 접수 마치고 조용히 들어왔으면... 하고 꿈꾸는 담임을 아이들은 믿고 지원을 해야 한다.

학원 자료를 아무리 분석해도 명확한 잣대를 잡을 수 없다. 대한민국 대학 입시 커트라인은 하느님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점수를 맞춰서 지원하고, 지원률을 보고 낮은 데로 지원하고, 세 군데 중 한 군데 정도는 배짱 지원도 해 보고... 이런 건 입시 지도가 아니라, 도박에 나오는 거 아닌가?

아, 비행기는 아니더라도, 오늘 밤엔 샤갈의 시퍼런 닭대가릴 타고 빠리의 에펠탑 보이는 붉은 하늘 위로 날아보고 싶다. 우리반 애들 손 잡고 시원한 하늘을 날면서, 희망도 추억도 이야기해 보고 싶다. 막연하고 답답한 진학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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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2-20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여름에 샤갈전을 봤어요. 평생 기억할 만한 기념비적인 추억이었습니다. 상상력이 없는 현실이란..........참, 남루하지요. 상상력을 동원할 여력이 없는 현실....참,고단하지요

글샘 2004-12-20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의 환상과 상상력은 폭력적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요즘 설치미술이네, 퍼포먼스네 하는 것들은 보기 싫어도 보라는 투의 폭력적인 것이 많잖아요? 상상력이 없는 남루한 현실... , 상상력을 동원할 여력이 없는 고단한 현실...

여우님의 탁월한 단어 선택의 폭을 보여주는 코멘트군요. ^^
 

대대적인 입시 부정. 선후배팀, 대리시험, 학부모 주도, 학원장 주도, 브로커... 정말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제까지 무사히 넘어간 팀은 얼마나 많았겠으며, 그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 졸이며 올해 수능보지 않은 것을 얼마나 안도하랴.


300명의 점수가 무효화된다고 한들, 그들이 과연 어떤 아이들인지를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아이들이 과연 무얼 잘못했는지... 정말 이 아이들만의 잘못인지...


수능은 언어60, 수리30, 외국어50, 탐구 과목당 20, 제2외국어 30문항으로 수학 5-6문항 외에는 모두 5지선다형으로 된 시험이다. 정말정말 운이 좋아서 찍은 것이 다 답이 된다면 수학15점 정도 외엔 모두 맞출 수도 있다. 그래서 해마다 수능 치고 나면, 30-50점이 떨어진 학생과, 비슷한 폭으로 오른 학생들이 등장하게 된다. 찍어서 실력을 판가름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객관식 시험이 갖는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번 입시 부정도 이 찍는 제도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봐야 한다. 대학 입시를 객관식 선다형으로만 치르려고 하는 것이 수능의 첫번째 구멍이다. 논술 답안을 문자로 보낼 수는 없을텐데...


수능의 두번째 허점은 수능이 1년에 1회밖에 없는 시험이란 데 있다. 그래서 한 번 모험을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시험이란 잘 칠 수도 있고, 못 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처럼 대학 입학이 남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큰 나라에서 그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감독관은 그 소중한 기회를 박탈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험생의 얼굴을 보는 것도 미안하다. 그 사소한 사설시험인 토익시험도 시험치기 전에 본인확인 시간이 있는데, 수백억을 들이는 국가시험에 본인확인조차 않은 것은 직무유기를 교육부에서 조장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수능이 제 기능을 하려면 1년에 2,3회 쳐서 평균을 내든, 성적이 좋은 과목을 취하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탐구영역을 30분으로 제한해서 20문항 출제하다 보니깐, 1문제만 틀리면 3등급이 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수능을 유지하려면 이틀 정도로 나누어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수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가 고등학교 교육을 죽인다는 점이다. 수능을 위해서 달려가야 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현실은 대외적 경쟁력은 고려하지 않는 고비용 저효율(무효율)의 소모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학은 손 대지 않고 코 풀 수 있다. 수능 점수도 국가가 제공하고, 내신성적도 고교가 제공한다. 사교육의 팽창을 두려워해 본고사를 못 보게 한다는 것은 주객전도이며 어불성설이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점은 인식하면서도 누구도 선뜻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여야 하는데, 고식지계로 일관한다. 제도를 조금 뜯어고치는 걸로는 미래의 청사진을 찍을 수 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서울대가 세계 150위 안에도 못 든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렇게도 가고 싶어하는 그 대학이 세계 150위에도 못 드는 건 문제다. 그런데, 그것은 서울대의 잘못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인 것이다. 정말 좋은 학생을 보내고, 정말 좋은 교수가 정말 좋은 환경에서 가르치고 배워서 그 학생들이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내가 보기에 나쁜 일로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서울대가 민족의 대학으로 우뚝 서지 못하고, 단순한 개인적 신분 보장의 기회로 여기는 것이 문제다. 대학을 나온다는 것은 우리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으로 인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서울대를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는 서울대가 모든 면에서 1위라는 것이다. 법대도, 경영대도, 의대도, 음대도... 서울대가 1위를 해야 하는 것은 농대나 공대처럼 민족의 미래를 짊어질 학과이거나 인문대나 자연대처럼 학문의 깊이를 담보해야할 국책사업으로 서울대를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서울대에서 경영대, 사회대, 법대, 의대, 예술대 같은 단과대는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범대의 경우는 서울시립대같은 곳으로 넘길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면 연세대에는 경영대처럼 그 나름의 특화된 학과를 남기고 불필요한 학과들은 과감히 구조조정할 수 있을 것이고, 고려대는 법대를, 한양대는 공대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문어발식 대기업 형태의 종합대학의 형태는 60년대 개발 모형에나 적합한 것이다. 이제 특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대학입시는 대학에서 주관해야 한다. 고등학교는 입시 업무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충실한 운영, 그것이 고등학교의 주요 안건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토론하면서 생각을 이끌어내고, 창의성을 계발시킬 수 있는 논문이나 논술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교사가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포트폴리오를 수시모집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고, 교사의 양심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도록 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대학 입시만 중요한 게 아니고 대학은 정말 학생을 공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학가가 술집 골목으로 휘청거리게 만든 것도 우리 사회의 구조적 굴절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독서를 하고, 생각을 하며, 교류를 하고, 생활을 가질 때 비로소 '학생'이 될 수 있을 것인데, 제도를 조금 바꾼다고 입시 부정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사회의 너무도 많은 측면들과 연관된 입시 부정. 교육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교육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깨작거리고 아랫돌빼서 윗돌 고이는 임시방편을 이번에는 과감히 떨치고, 정말 미래가 보장되는 청사진을 교육부가 구상하고 있으면 좋겠다. 무슨 수를 쓰든 남들보다 잘 해야 하는 제도에서 양심과 창의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은 해면처럼 흡수력이 강하다. 섬세하게 그 환경을 꾸며줄 필요가 있는 거다.


무식하게 진급을 위해 달려갔던 자들이 외국 순방을 하고 나면 꼭 이런 말을 한다. "외국 선생들은 신분도 불안정하고(매년 계약직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처럼 툭하면 잘린다.), 월급도 우리보다 높은 수준이 아니며, 수업은 우리보다 훨씬 많다." 왜 그들은 신분이 안정적인 것을 자랑으로 여기라고 할까. 물론 우리나라 일반계 학교에 계약직으로 교원을 채용한다면, 수능 이외의 과목(예체능, 실과과목)의 교사들이 대거 교사직을 잃게 될 것은 뻔한 노릇이다. 그게 무서워서 선택중심 교육과정이라 해 놓고도 교사를 선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월급이 많단다. 우리는 겸직 금지가 되어 있다. 나는 솔직히 돈을 좀 더 벌어야 한다. 부모님 유산 없이 한국에서 집 한 채 마련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은 줄 다 알지 않는가. 퇴근 후 투잡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인 사회와 우리 사회(퇴근 후에도 회식이란 연장근무가 천지인)를 비교할 순 없다. 그들은 수업 시간이 많을 뿐이지, 가르치는 학생 수는 우리보다 훨씬 적다. 그리고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교재연구를 할 수 있다. 우리처럼 잡무도 많고 아침 8시부터 밤10시까지 아이들을 감독해야 하는 일도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수업이란 것이 많은 부분 학생들의 연구를 보조해주는 시간으로 쓰일 수 있다. 우리처럼 문제집을 죽으라고 풀고, 수능 끝나고 나면, 산더미처럼 문제집 쓰레기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수능에서 휴대폰으로 문자를 제공받아서 답안을 작성하는 행위, 명백한 범죄행위다. 그리고 재수생은 교육청에서 접수를 할 수 있는데 대리응시자가 그 사진으로 접수하고 응시해도 아무도 적발할 수 없다.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우린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 아이들이 받을 정신적 고통은 제도와 국가에 대한 심각한 저항과 불신으로 남지 않을까. 작년까진 무사히 넘어갔는데, 재수없게... 하면서 말이다.


범죄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수능 부정을 일벌백계의 기회로 삼으려 하지 말았으면 한다. 오히려 제도적으로 불합리한 점을 겸허하게 수용해서 정말 새로운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위기 관리 능력이 철저한 나라였으면... 하고 바란다.


오늘 신화창조 시간에 '로만손 시계'가 나왔다. 오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해서 세계적 명품의 회사가 된 로만손 시계. 그들은 철저한 연구와 시장 조사, 제품 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동에 신제품을 납품한 지 1년만에 홍콩의 모조품이 들어와 위기를 맞는다. 그들은 그리스와 터키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일본의 텃밭 러시아에 러시아인들의 취향을 연구하여 아성을 무너뜨린 이야기다. 작은 신화 뒤에는 숱한 눈물과 진땀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위기 관리 능력이 우리 나라에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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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12-1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습니다...

비연 2004-12-1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한번쯤 더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글샘 2004-12-1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은 아니구요. 하도 나라가 하는 짓이 한심해서 넋두리 한 거랍니다. 삼백명을 0점 처리하는 거 말고는 아무도 반성하지 않고 있잖아요. =3=3=3
 

이제 한 시가 되어 간다. 기도도 한 시간 가량 한 것 같구나. 내가 교회 다니는 사람도 아니니, 이 기도는 우리를 있게하신, 그분께 간절히 드리는 말씀이다.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이 온전한 부처인데, 특별히 어떤 대상에게 기도할 필요가 있을까. 다만, 너희가 무명의 어둠에서 눈을 감은 부처들로 보이는 어리석은 선생님이 노파심에서 올리는 기도인 만큼, 너희의 눈을 번쩍 뜨고, 혜안을 밝혀 시험을 잘 치고, 잘 마무리하자는 의도에서 바치는 기도이다.

심바를 찾으러 갈 선아공주, 날라.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다보니 우여곡절도 많았지. 이제 내일 선생님을 못 보고 시험장에 들어가더라도, 씩 웃으면서, 잡념은 툭 털어버리고 시험에 몰두할 수 있길 바란다. 좋은 성적 거둬 와서 꼭 부모님 바라시는 국립대 입학의 꿈을 이루길...

우리 반의 마스코트 또치. 친구들이 장난쳐 대도 늘 언니처럼 받아주고, 지현이와 함께 꾸준히 자리를 지키던 믿음직한 친구. 수능에선 본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수시에 붙은 부산대, 성신여대 툭 차버리고 교대로 진학해서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끼다란 키의 너구리.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전통문화학교 붙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혹시 모르니, 수능에서 정말 좋은 성적 얻어 오길 바란다. 혜진이처럼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역사 선생님이 된다면, 선생님도 든든한 후배겸 제자겸, 동료가 될 것이다.

단단해 보이면서도 제일 마음이 여린 수민이. 영계댁 계속 유지하려면 좋은 점수 얻어서 원하는 대학 가야 한단다. 요즘 영계들은 시원찮은 암탉들은 쳐다도 보지 않잖아. 마음이 많이 힘들었겠지만, 오늘 시험은 정말 운이 따르고, 실력껏 치는 시험이 되길 바랄게.

우리 반에서 가장 뿌리가 튼튼한 어린이, 조지. 지현이가 선생님을 바라볼 때면, '난 저런 선생님이 안 돼야지.'하는 부정적 타자로서의 내가 아닌가, 뜨끔하다. 지현이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성적도 한창 물이 오르고 있으니, 든든하다. 아무 걱정이 없다.

남학생들이 가장 좋아할 분위기, 이슬이. 실력에 비해서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던 3학년 생활을 비웃는다는 듯이 하늘을 찌를 듯한 점수를 받아오기 바란다. 서강대 신방과 정도는 가지 말까 고민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아닐까? 화이팅!!

머리를 잘 쓸어 넘기는 나발이. 별명과는 딴판으로 나발 대신 첼로를 공부하는 멋쟁이. 장한나처럼 이맛살 찌푸리고 검은 드레스 입고, 현을 켜는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며, 높이 따올 수 있는 만큼 따오기 바란다. 긴장하지 않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장난끼 많고, 친구 좋아하고, 아토피 싫어하는 코미나. 아파서 한 해가 힘들었지만, 선생님은 미나가 우리반이어서 좋았다. 재수없는 생각 말고, 올해 대학 갈 수 있도록, 네 실력을 막강하게 발휘하기 바란다. 능력시험은 능력 있는 어린이가 잘 친다는 명언을 잊지 말고...

자연반에서 넘어온 귀여운 혜원이. 친구들이 혜원이 아플 때나 웃을 때는 귀엽다고 하지만, 이젠 당당하게 무시무시한 성적을 얻어와서 친구들 콧대를 팍 꺾어 주기 바란다. 책상과 책 표지에 네가 제발 2등급 나와 줘야 내가 가고 싶어하는 학교 가지... 하던 기도가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 반의 마지막 타자, 광. 역시 光이 동양에선 최고다. 수능 잘 치라고 화투패의 광을 주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지. 숨은 실력자는 최후의 순간에 비밀 병기를 동원해서 성공을 이루는 법이다. 맨 처음에 비밀 병기를 쓰면 재미없잖아. 자, 이제 오늘은 비밀 병기, 개봉 박두!!!

너희 서른 다섯(시험 치는 놈은 서른 여섯) 딸들에게 석 줄씩만 기도를 올려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구나. 내일도 종일 너희를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심정이 되어 선생님도 빌어줄게. 부디, 잘 보고, 잘 풀고, 잘 찍고, 잘 치르고 고사장 정문을 홀가분하게 나오기 바란다.

그리고 오랜만에 허탈한 마음을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달래 보기 바란다. 선생님은 다시 너희를 날려 보낼 준비를 하며, 너희 앞날에 푸른 하늘, 맑은 날씨만 펼쳐져 있기를 빌며 한 해를 마무리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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