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백 킬로로 달리는 고속도로
내 몸은 함께 달리지만
마음은 한가롭다.
몸은 가만 있으면서도
맘은 분주롭기도 한
이내 좁은 마음 보따리여.
벼베게가 휩쓸고간 가을 들판,
병사들처럼 삼삼오오 모여선 볏집들.
간혹 칼바람 소리에 놀란 병사들,
이리저리 쓰러졌다.
짙푸른 녹음의 옷을 화려하게 치장한
포플러 나무도 좋지만
빨간 단풍 이파리 하나
던져진 손수건처럼
정수리에 얹고
그 아래론 노랑에서 풀빛까지 넉넉하게
그 깃발을 떠받치고 있는
가을 나무의 당찬 모습은
보는 나를 정갈하게 한다.
기찻간 맞은 편
턱 셋 거느린 아줌마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세 시간 동안 먹은 것들...
김밥
달걀
오징어채
찐빵
환타
물
아, 유부 초밥
홍시와 사과
보는 내가 배가 부르다.
서울까지 세 시간도 안 걸려 고마운
고속철.
내가 다 과식한 기분.
바지랑대 저 위에서
창백하게 말라가던
햇살 가득 머금은
광목 천같이,
세상의 산도 나무도
거구로 곤두박질러진 채
세상을 울고 있는
거울로 드리워진
너,
강이여.
네 삶의 눈물은 짜지조차 않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