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푸른도서관 5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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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려인.

조선인도 아닌 고려인이란 이 말 속에 피눈물이 담겨있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소련이 붕괴된 이후였을 것이다.

88올림픽이 열리고, 다음해부터 독일의 통일, 소비에트의 붕괴가 이어진 뒤,

한국인들은 겨우 외국 여행이 가능해졌다.

 

밀폐된 진공같던 남한 사회에는,

재일 교포, 미국 교포, 그 외 나라로 도망가듯 떠나 살던 사람들의 소식이 닫혀 있었다.

이 책은 고려인들이 지난한 여정에 바치는 헌화다.

 

조정래의 '아리랑'에서 그 일단을 비춰주었던 고려인.

1937년, 스탈린의 명령으로 '적성이민족' 판정받은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로 강제 소개된다.

일본인의 앞잡이로 판정받은 것이다.

당시 조선은 일본에 병합되어 그사람들은 일본인들이었으니 억울하단 말한마디 못하고 그대로 잡혀간다.

열차에 타고 가다 죽고, 병들어 죽고, 굶어 죽은 그들을 황무지에 버리고...

그들은 논을 개간하고 집을 지으면서 그 시베리아 벌판에서 살아 남는다.

 

88올림픽을 바라보는 고려인들의 눈에서 빛난 것이 어찌 긍지만이었을까?

러시아에서는 그들에 대한 강제이주가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연해주로 귀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단다.

그러나... 그들에게 배당된 것은 다 무너진 군대 막사였고, 국적을 취득할 수 없어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까레이스키는 현재 카자흐에 10만 여명, 우즈벡에 20만 여명 등 독립국가 연합 전역에 55만 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한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지만, 그들은 이미 그 땅에 동화되어 살아가고 있다.

 

슬픈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지 않으면 슬픔은 반복된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될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팍팍한 세상의 이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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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1-12 0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야 알았는데, 미국 LA에도 아주 작지만 이 고려인들의 공동체 (한인공동체가 아닌)가 있다고 하네요.
 
원더랜드 대모험 - 2012 제6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9
이진 지음 / 비룡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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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는 기분이 그대로 옮겨져 왔다.

물론 배경은 다르지만,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그려낸 모습이 자못 훌륭하지만,

초콜릿 공장 견학의 기회를 바라는 '쿠폰'에 대한 기대감,

초콜릿 공장 안에서의 초대받은 아이들끼리의 경쟁.

이런 것들을 신선하게 느끼기 힘든 글이었다.

 

1980년대의 지랄탄이 터지던 시대상,

가난과 부가 극단적으로 대비되던 롯데월드의 '강남 스타일'과 서민의 삶.

이런 것들이 반영되어 있기는 하지만,

소설의 주제를 뒷받침하기엔 지나치게 겉도는 느낌이 든다.

 

"뭘 모르는구나? 사는 데는 평범한게 제일이야."(212)

 

평범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미 어린 나이에 알아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는 서글픈 시대상을 잘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러기 위한 장치로,

원더랜드(잠실 롯데월드)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1980년대엔 허허벌판 진흙밭이었던 잠실 벌판이,

백화점과 실내 놀이공원이란 시설로 변신하기까지,

빈부격차의 차이는 실로 자심하였지만,

1982년생 작가가 그려내기엔 그 시대상이 너무 얕아 뵌다.

그 시대의 문제는 그런 얄팍한 것이 아니었다.

더 깊은 데서 '강남 스타일'의 제조에 공헌한 시대적 배경이 있었을 것인 바,

그것이 드러나지 못한 소설은,

아무리 청소년 소설이래도, 좀 시시하다.

더더군다나, 찰리가 간 초콜릿 공장보다,

상상력 측면에서, 요즘 아이들에게 롯데월드는 전혀 신선하지 못한, 아니, 넘 익숙해서 지겨운 곳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재미있다.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원더랜드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별로 신선하지 않다.

네 명의 아이들의 전형적 모습도 위악적이거나 위선적이다.

이기적인 부잣집 뚱보,

사기꾼 기질 농후한 대령의 아들,

가난한 집안의 생명력 질긴 사내아이,

소외받는 튀기 여자아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힘은 강한 작가인 듯 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헐리우드 키드'가 되어버린 영화감독의 불행은,

세상이 지나치게 편향적인 곳이어서 그렇게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이진 작가가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힘을 더 멋진 곳에서 찾아내어,

건강한 생명력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힘차게 이끌어 내 주기를 기대한다.

 

독자가 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신선한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다.

엊그제 대선 토론회에서 사람들이 똑똑한 이정희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토론회를 박근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거 같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정희가 보여준 것은 시청자가 기대했던 신선한 세상이 아닌 지겨운 이야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토론회를 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건대 그렇단 거다.)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힘이 있는 작가라면,

시대상과 현대인의 고민을 좀더 온몸으로 끌어난는다면...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고칠 것 하나...

225. 천만원의 80%면 이백만원... 이해는 가지만, 실수다. 천만원은 구할 수 없지만, 80%를 지원해 준다면, 이백만원은 구할 수 있다는 마음은 이해가지만, 표현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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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무대 위의 문학 1
하타사와 세이고.구도 치나쓰 지음, 추지나 옮김 / 다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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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이면서 소설이 아니다.

소설처럼 진행되지만, 이야기의 섬뜩함은 진실을 밝히는 한 방법으로 소설이란 형식을 차용했음을 보여준다.

 

이지메를 당하던 한 아이가 자살한다.

그 아이는 여러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편지를 남기고,

가해자로 보이는 아이들의 이름을 주르륵 나열한다.

 

학교에 가해자 아이들의 부모들이 모여드는데...

 

부모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구석도 있다.

한 사람이 죽은 것은 애석하지만,

산 사람도 살아야 하는 것이 추잡한 삶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므로,

그 죽음의 진실에는 늘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모든 일은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해자와 가해자의 부모들의 뻔뻔스러움이 도를 넘을 때,

과연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이 책은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으나,

적어도 죄책감을 가지고 반성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하는 정도의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따돌리는 쪽이 되든지, 따돌림 당하는 쪽이 되든지 둘 중 하나예요.

자칫하면 자신이 목표가 되어 버리니까요.(63)

 

일본의 이지메는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내 왔다.

한국의 왕따 문제는 왕따 당하는 아이들의 취약점,

왕따 시키도록 돌아가는 성적 중심의 수업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고,

일본의 재미삼아 일으키는 이지메와는 다르다는 관점이 있어왔다.

그렇지만, 최근 아이들의 왕따 문제에는 일본과 유사한,

장난처럼 괴롭히고,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세대의 등장을 보여준다.

 

왜, 한국은 이런 추악한 면까지 일본의 전철을 밟는지,

그 문제를 보려면, 이런 일본 소설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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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0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0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파란 세이버 1 - 날고 싶은 소년의 자전거 성장 드라마
박흥용 글.그림 / 바다출판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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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를 겪는 곤충들만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번데기를 겪는 건 아니다.

인간도 온갖 보호를 겪는 어린아이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많은 도전과 난관을 나름 통과하게 되어있다.

그런 통과 의식을 통하여, 사회에 적응하기도 하고,

때로는 저항하기도 하며, 좌절하기도 하고, 순응하게도 되는 것이다.

 

윤오영의 '양잠설'에는 누에가 구각을 탈피하고 자라가는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윤오영은 글쓰기의 성장을 양잠에 비유하려 든 이야기지만,

이 멋진 만화를 읽으면서 내내, 내 머릿속에선 양잠설의 그 '비오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렸다.

 

 <윤오영, 양잠설 첫 부분>

 

어느 촌 농가에서 하루 저녁 잔 적이 있었다. 달은 훤히 밝은데, 어디서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주인더러 물었더니 옆 방에서 누에가 풀 먹는 소리였었다.

여러 누에가 어석어석 다투어서 풀잎 먹는 소리가 마치 비오는 소리 같았다.

식욕이 왕성한 까닭이었다. 이때 뽕을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한다.

 

며칠을 먹고 나면 누에 체내에 지방질이 충만해서 피부가 긴장되고 윤택하며 엿빛을 띠게 된다. 그때부터 식욕이 감퇴된다.

이것을 최안기(催眼期)라고 한다.

그러다가 아주 단식을 해버린다. 그러고는 실을 토해서 제 몸을 고정시키고 고개만 들고 잔다.

이것을 누에가 한잠 잔다고 한다.

얼마 후에 탈피를 하고 고개를 든다. 이것을 기잠(起蠶)[1]이라고 한다.

이때에 누에의 체질은 극도로 쇠약해서 보호에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다시 뽕을 먹기 시작한다. 초잠 때와 같다.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서 최안, 탈피, 기잠이 된다.

이것을 일령 이령(一齡二齡) 혹은 한잠 두잠 잤다고 한다.

오령이 되면 집을 짓고 집 속에 들어 앉는다.

성가(成家)된 것을 고치라고 한다.

이것이 공판장(共販場)에 가서 특등, 일등, 이등, 삼등, 등외품으로 평가된다.

[1] 기잠(起蠶) : 외피를 갓 벗은 누에 새끼.

 

"그 사람 재주는 비상한데, 밑천이 없어서."
뽕을 덜 먹었다는 말이다. 독서의 부족을 말함이다.

"그 사람 아는 것은 많은데, 재주가 모자라."
잠을 덜 잤다는 말이다. 사색의 부족과 비판 정리가 안 된 것을 말한다.

"그 사람 읽기는 많이 읽었는데, 어딘가 부족해."
뽕을 한 번만 먹었다는 말이다. 독서기가 일회에 그쳤다는 이야기다.

"학식과 재질이 다 충분한데 그릇이 작아."
사령(四齡)까지 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 사람 아직 글 때를 못 벗은 것 같애."
오령기(五齡期)를 못 채웠다는 말이다. 자기를 세우지 못한 것이다.

"그 사람 참 꾸준한 노력이야, 대 원로지. 그런데 별 수 없을 것 같아."
병든 누에다. 집 못 짓는 쭈구렁 방송이다.

"그 사람이야 대가(大家)지, 훌륭한 문장인데, 경지가 높지 못해."
고치를 못 지었다는 말이다. 일가(一家)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양잠가에게서 문장론을 배웠다.

 

성장 과정에서 어느 시기엔가 빈 칸 내지 성긴 칸이 있으면, 반드시 그 결과가 엉성하게 드러난다.

그런 것을 탐구한 자가 프로이트이며, 융 같은 사람들이다. 개인적 문제인지, 공동체의 문제인지를 차별두고는...

 

그렇지만, 또 생각해 보면,

아프지 않고 성장하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더군다나 꿈을 가진 어린 시절, 성장하면서 그 꿈이 자기에게서 멀어져만 가는 경험을 하게되는 쌕쌕이의 이야기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정직한 육체 운동의 '힘'과,

끌어주고 지지해주는 선배와 친구의 '힘'과,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거리감을 이겨내는 의지의 '힘'과,

때론 자기가 선 자리에서 나름의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혜의 '힘'이 성장기에 어떻게 땀방울로 열매맺는지를 들려준다.

 

자전거라는 흔치 않는 소재를 탐구하는 일도 재미있고,

인류가 만들어온 '오래된 미래'로서 인간의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씽씽 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 있는 자전거의 매력을

가슴이 아슴아슴한 사랑 이야기와 함께 그려내는

성장 만화의 백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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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1-1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참 재미있게 봤는데요. 쌕쌕이...ㅎㅎ

글샘 2012-11-18 21:06   좋아요 0 | URL
재밌죠. 그림도 이쁘구요. ㅋ~

페크pek0501 2012-11-1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 참 꾸준한 노력이야, 대 원로지. 그런데 별 수 없을 것 같아."
병든 누에다. 집 못 짓는 쭈구렁 방송이다.

- 하하하 웃습니다. ^^ 영양가 있는 리뷰를 잘 보고 갑니다.

글샘 2012-11-18 21:07   좋아요 0 | URL
리뷰가 영양가 있는 게 아니라, 윤오영 선생님 수필이 영양 만점이죠. ㅎㅎ
 
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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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불교적 세계관을 반영한,

저승편...

 

사람이 죽으면, 7주간 기본적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래서 49재를 지내고 나면, 저승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은 지옥에서 천당까지 여섯 군데로 정해져서 6도 윤회란 말을 쓴다.

 

그 윤회의 설명을 아주 재미있게,

쉽고 우습게 만화로 그려져 있는 책이다.

 

감동도 준다.

용어가 쉽지 않아 청소년들이 읽음직한 책인데,

어린아이들도 만화 형식이니 좋아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남의 가슴에 못 박지 마라... 정도랄까?

 

잘 살 거까지 욕심내지 않더라도,

너무 못 살지는 말라는 충고 내지 위안을 전해주는 그런 책이다.

 

한스러워, 가슴 맺히게 눈물흘릴 사연들도,

삶의 한켠에서 부스러져가는 낙엽의 잔재처럼... 스러질 날 있음도 넌지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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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9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11-0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남의 가슴에 못 박지 마라... 정도랄까?"

탈무드에 나오죠. 좋은 인생의 비결은 혀를 주의하는 것.
이 말은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뜻.
"누군가에게 표독스레 내뱉은 한마디의 말이 그에겐 평생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또 무심코 흘린 말도 그럴 수 있다." -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어 생각나서 옮겨 봤어요. 남의 가슴에 못 박지 맙시다. ㅋ




글샘 2012-11-12 07:3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올드 보이'가 그걸 말해주려는 영화였죠.
말 한 마디에 한 사람 인생 망가질 수 있다... ㅋ~

2012-11-10 0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0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