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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대모험 - 2012 제6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9
이진 지음 / 비룡소 / 2012년 11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는 기분이 그대로 옮겨져 왔다.
물론 배경은 다르지만,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그려낸 모습이 자못 훌륭하지만,
초콜릿 공장 견학의 기회를 바라는 '쿠폰'에 대한 기대감,
초콜릿 공장 안에서의 초대받은 아이들끼리의 경쟁.
이런 것들을 신선하게 느끼기 힘든 글이었다.
1980년대의 지랄탄이 터지던 시대상,
가난과 부가 극단적으로 대비되던 롯데월드의 '강남 스타일'과 서민의 삶.
이런 것들이 반영되어 있기는 하지만,
소설의 주제를 뒷받침하기엔 지나치게 겉도는 느낌이 든다.
"뭘 모르는구나? 사는 데는 평범한게 제일이야."(212)
평범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미 어린 나이에 알아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는 서글픈 시대상을 잘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러기 위한 장치로,
원더랜드(잠실 롯데월드)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1980년대엔 허허벌판 진흙밭이었던 잠실 벌판이,
백화점과 실내 놀이공원이란 시설로 변신하기까지,
빈부격차의 차이는 실로 자심하였지만,
1982년생 작가가 그려내기엔 그 시대상이 너무 얕아 뵌다.
그 시대의 문제는 그런 얄팍한 것이 아니었다.
더 깊은 데서 '강남 스타일'의 제조에 공헌한 시대적 배경이 있었을 것인 바,
그것이 드러나지 못한 소설은,
아무리 청소년 소설이래도, 좀 시시하다.
더더군다나, 찰리가 간 초콜릿 공장보다,
상상력 측면에서, 요즘 아이들에게 롯데월드는 전혀 신선하지 못한, 아니, 넘 익숙해서 지겨운 곳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재미있다.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원더랜드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별로 신선하지 않다.
네 명의 아이들의 전형적 모습도 위악적이거나 위선적이다.
이기적인 부잣집 뚱보,
사기꾼 기질 농후한 대령의 아들,
가난한 집안의 생명력 질긴 사내아이,
소외받는 튀기 여자아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힘은 강한 작가인 듯 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헐리우드 키드'가 되어버린 영화감독의 불행은,
세상이 지나치게 편향적인 곳이어서 그렇게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이진 작가가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힘을 더 멋진 곳에서 찾아내어,
건강한 생명력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힘차게 이끌어 내 주기를 기대한다.
독자가 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신선한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다.
엊그제 대선 토론회에서 사람들이 똑똑한 이정희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토론회를 박근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거 같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정희가 보여준 것은 시청자가 기대했던 신선한 세상이 아닌 지겨운 이야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토론회를 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건대 그렇단 거다.)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힘이 있는 작가라면,
시대상과 현대인의 고민을 좀더 온몸으로 끌어난는다면...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고칠 것 하나...
225. 천만원의 80%면 이백만원... 이해는 가지만, 실수다. 천만원은 구할 수 없지만, 80%를 지원해 준다면, 이백만원은 구할 수 있다는 마음은 이해가지만, 표현의 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