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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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만으로도 러시아 문학을 가까이 한 사람이란 느낌이 든다.
하루 천 명이 넘고, 이제까지 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들락거린 서재의 주인장, 그가 낸 책을 진작에 빌려 두었지만, 조금씩 야금야금 읽다가 오늘 마지막 천정환의 발문까지 다 읽었다. 

로쟈는 스스로의 블로그 이름을 '저공비행'이라고 붙였지만, 그가 <낮음>과 <날기>를 합성한 것이 그의 독서 편력과 서지학적 애정의 깊이 내지는 넓이를 측량하는 마음가짐이리라... 생각한 적이 있다. 낮게 날아야 자세히 볼 수 있고, 걷거나 탈것에 비해 나는 일은 자세함과 동시에 전체적 윤곽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니... 

그의 인문학 서재를 읽기 전에도 그의 글들은 많이 읽었지만, 늘 그의 다양한 관심과 박학다식함에 감탄을 할 뿐이었다. 그의 서재에 있는 글보다 내가 더욱 사랑한 글은 '독서 평설'에 실렸던 그의 글이다. 역시 활자화 된 것이라야 제대로 글의 느낌이 살아 나는 법이다. 그리고... 내 수준은 역시, 고딩의 수준일 것이고... 

스스로 이름붙인 곁다리 인문학자의 곁다리 독서 여정은 멀고도 다양하다.
남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꿈만 꾸는 일처럼 우스운 일도 없다.
그렇지만, 여느 서평집에 비하여 로쟈의 이야기 속에는 '스스로를 느끼지 않고 메마른 인간, 너무 많이 생각하는 인간'으로 평가하기도 하는 솔직함과 러시아 문학이라는 낯선 이야기들까지 동서 고금과 고전을 망라하는 세계전도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목소리는 잔잔하고 나긋나긋하지만, 간혹은 수업 내용이 졸리기도 하고, 머릿속엔 다른 상념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인문학의 기본은 말(로고스)에 대한 사랑이며 존중이다.(356)
그 유구한 언어적 전승 속에서 거장들의 내면적 고뇌와 사유의 높이가 언어에 의해, 혹은 언어 자체로서 우리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하지만 오역에서 우리는 이러한 '경이'는 커녕(고뇌 대신에) 짜증과(높이 대신에) 장벽만을 경험할 수 있을 따름이다.
 

번역과 오역에 대한 그의 글을 읽으면서 '말'에 대하여 많이 생각했다.
로쟈의 저공비행에 동승하여 그의 페이퍼들을 읽는 일은 '지적 낭비벽'이 심한 나로서는 많은 책을 구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며,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정보들을 얻어들을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였다.
그렇지만,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하는 지젝의 이야기들을 비롯한 많은 철학적 언설들에 대하여... 경이보다는 짜증과 장벽을 경험하는 독서 경험을 이 책은 안겨주기도 하는 것이어서, 이 책을 읽는 일은 힘겨운 동승이기도 했다. 

그의 김훈, 김규항, 고종석 이야기는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나도 즐겨 읽는 작가들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아무래도 같은 시대를 살아 왔고, 살고 있는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짜증과 장벽이 덜하기도 했을 것이다. 
김훈을 에세이스트라고 하는 데 나도 동의하고,
김훈의 문체가 아름답고 유장한 패장의 문체라면,
김규항의 문체는 자객의 문체라는 말도 멋지다.

앞으로도 로쟈의 저공 비행은 계속될 것이다.
그의 인문학적 곁다리 걸치기가 나처럼 더 많은 얼치기 독자들에게 세례를 내릴 수 있도록 '독서 평설' 수준의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계속될 것이다. 

자유란 위대한 선물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축복은 아니다.(62)
독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위대한 선물이지만 절대적인 축복은 아니기도 한...
독서에서 비롯된 자유 추구도 마찬가지고... 

글쓰기가 자동사라는 건 그런 의미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무엇을 이룬다는 ‘타동사’는 자동사의 극한이며, 자동사의 미래완료형이다.(20)

과연 그럴까? 엄밀하게 나누기는 어렵지만, 자동사적인 삶과 타동사적인 삶 중 인생의 극한까지 다다르는 삶, 미래완료형인 삶은 자동사적인 삶이 아닐까? 돈을 위해, 지위를 위해, 미래를 위해 사는 타동사적인 삶이 오히려 인생의 분편화에 기여하고, 완료될 수 없는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것이 아닐까? 로쟈의 말처럼 즐겁게 읽고, 가르치면서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무엇을 위한 타동사적인 삶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인간’을 이루는 그 무엇이 아닌가?(이건 뭐, 조선일보도 아니고, 한 토막을 가지고 씹어대는 글이란...) 

왜 고전을 읽는가.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는 책. 유명 저작을 아직 읽지 않았음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의 궁색한 위선을 드러내는 말. ‘너무도 유명하지만 아무도 안 읽은 책’ 그래서 다시 읽는 책, 반복해서 읽는 책.(이탈로 칼비노, 26)

모든 독서는 저마다 무언가에 대한 저항 행위(다니엘 페나크, 30)

책 읽기의 즐거움은 쾌락이 아니라 향락.(32)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것이 생활의 기본이 될 때 즐거운 도망이 곧 ‘즐거운 저항’이 될 때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으로 추락하지 않게 될 것(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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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책탐 - 넘쳐도 되는 욕심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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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면, 누워있는 책과 서있는 책들이 있다.
누워있는 책들은 책의 정면을 보란듯이 드러내고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관심을 끈다.
물론 이들이 베스트셀러나 대기업의 빵때림 광고의 후광을 입은 책들이다.
그리고 새로운 책들이 등장하면 그들도 역시 서가에 서있는 책들로 바뀐다.
그들은 빈약한 책등만 보여주고 있어, 독자들에게는 기껏 제목이나 전달할 뿐, 저자의 이름조차 알리기 어려운 신세가 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독서는 누웠는 책들을 향한 그것이었다.
나의 독서가 '정신 수양'보다는 '직업적 이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독후감을 쓰게하는 일이 많은 직업으로써, 읽지 않고 독후감을 평가하는 일만큼 고역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내겐 값진 책이었다.
서있는 책들에 한없는 사랑을 던지고, 그 책에 꼴딱, 침 삼킬 만큼 소개해주는 쎈쓰~ 가 작렬하는 책을 읽고 더욱 책에 대한 배고픔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기쁨이다. 

좋은 책을 만나는 일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처한 현실이 다르기때문에 좋은 책의 기준이 일정하진 않지만,
내게 좋은 책이란 적절히 재미있으면서도 뭔가 리뷰로 남겨두고 싶은 내용이 있을 법한 주제가 걸려드는 것인데, 김경집의 책탐에서 소개해주는 책들이 그런 것들이어서 고맙고 반갑다. 

영혼의 속도가 삶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피폐해진다.
책은 삶의 속도를 늦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속도를 처지지 않게 하는 보석이다.
속도와 풍경을 함께 누리는 그런 삶을 가져다주는 책탐은 그래서 행복하다.(13, 서문

아, 리뷰까지 그가 미리 적어주고 있구나. ^^ 

우리 머리와 가슴 속에 남아있는 불평등과 몰이해가 있으면 모두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내 삶이 저주받은 게 아니라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새삼 확인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없으면 어떤 가치 있는 일도 할 수 없다.(
와리스 디리, 사막의 꽃 리뷰 중) 

프랑수아 모리악의 말처럼 여행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생각의 이동이다.(60, 엘렌그리모의 특별 수업 중) 

일찍이 철학자 존 롤즈가 정의론에서 가장 중요한 도덕적 근거와 목적이 바로 '자존감'이라고 강조한 것이 새삼 떠오른다.(희망의 인문학 중) 

세상엔 지금도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것들이 모두 남의 일이 아니다.
힘이 정의가 아니고, 정의가 힘이다. 조국 동투르키스탄(신장 자치구)의 자유를 외치는 레비야의 말이다.
(166, 하늘을 흔드는 사람) 

생각이 멈추면 삶도 멈춘다.(299, 생각의 탄생) 

우리가 경이로움과 호기심으로 세상을 대할 때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매혹적인 것들로 빛날 수 있는가를 통찰력있게 보여준다는 첼리스트 요요마의 서평...(320,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 

그가 소개하는 책이면 음악, 미술, 건축을 넘나들면서 마구 사고 싶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이 책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바로 그것이다.
책탐이란 아킬레스 건을 가지신 이들이여!
지름신에게 약점을 잡히신 이들이라면, 부디 이 책에서 지름신에게 사로잡혀 영혼을 팔지 마시기를...
 

남아있는 것이 미래를 알게 하는 법이다.(344, 공간의 상형문자)
아, 그의 책을 읽노라면, 건축같이 문외한인 분야의 책이라도 마구 장바구니에 넣게 된다. 으~~ 그렇지만, 역시 시간이 약이다. 좀 참다 보면 사고싶은 욕구가 눅어지기도 하는 법.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내적 풍요, 이미지의 자발적인 부단한 흐름을 향유하는 것이다.
상상력을 가진다는 것은 세계를 전체성 속에서 바라본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면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의 불행과 몰락이 설명된다.
그는 인생과 자신의 영혼의 심오한 현실과 단절되어 있는 것이다.(
371, 신화와 인생)  

중언부언하자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않은 좋은 책'들을 부지런히 찾아 권해주는 데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은 <그 책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고전에 속할 만한 것들>이란 점이다.
물론 작가가 권해준 책들 외에도 이 책에 더 어울리는 책들도 많이 있겠지만, 일단 이 정도의 작업으로도 김경집이란 이름이 의도한 작업에는 큰 느낌표! 하나 찍은 것 같다.
앞으로 느낌표를 !!, !!! 자꾸 찍어 주기를 바란다.
척박한 이 땅의 독서 환경에 이렇게 섬세한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오래 울려퍼지는 일은 건조한 마음의 여울터에 보습 효과를 줄 수 있는, 그리하여 마음의 움직임을 관조하고,
마시고 잊어버리는 슬픈 대화에서 나누고 권하는 건설적이고 상생적인 대화로 귀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따지기 몇 개  

<내가 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한 낱말에 천착한 것은 처음이다. ㅠㅜ>
혹시 편집자나 저자가 읽게 된다면 다음 쇄에서는 고쳐지길 바란다. 철학 하시는 이라면 나의 시비가 정확한 언어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일이라 여기실 것이다. 아니면 말고...  

------- 이 책엔 '반증'이 상당히 여러 번 나온다. 그 쓰임이 정확한지 살펴 보자.
             (이거 뭐, 언어영역 비문학 수업도 아니고... )

23쪽. 우리가 흔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은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통증의 부위가 바로 눈이라는 반증이다. 

24쪽. 나보다 어려운 형편에 있는 이들을 보고서야 내 삶에 위안을 얻는 건 그만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73쪽. 미국 페가수스 문학상이나 프랑스의 페미나 문학상을 받은 것이 그 반증이다.

85쪽. <교양>이란 책이 많이 팔린 현상. 이런 현상은 교양이나 인문학이 점차 여유있고 넉넉한 삶을 향유하는 소수의 엘리트, 그것도 상당히 격조를 지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관심의 대상일 뿐 보통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관심 밖의 학문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전의 낱말 뜻>---------------(daum 국어 사전) 
 증명 [證明] 어떤 사항이나 판단 따위에 대하여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증거를 들어서 밝힘.
 
반증 [反證]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함.  
                    또는 그런 증거
 
방증 [傍證]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주는 증거.  
 
증거 [證據] 어떤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 
23쪽 : <증거>로 바꾸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저도 깊이 생각해 본 것이 아니므로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 달아 주세요~~)
24쪽 : 나보다 못한 이를 보고 위안을 얻는다.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수양>을 통하여 '힘'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부족하므로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 역시 <증거>가 좋을 듯...
73쪽 : 상받은 걸로 미루어 보아 간접적으로 증명이 되니 <방증>이 나을 듯.
85쪽 : 인문학이 여유있는 사람들에게나 관심있지, 보통 사람들에게는 관심없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187쪽. 심연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심연은 깊은 연못...이고, 심연에 잠기다... 처럼 쓰는 말이다. '심오하게' 정도가 좋은 말일 듯. 

255쪽. 수표를 건낼 때의 느낌은... 건네다...가 활용하면 건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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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09-12-2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도둑질은 못속이는 법이라는 말이... 벌서 다 보셨네요. 전 아직 피와 천둥의 역사 읽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프간과 이란 그리고 이라크가 겹쳐보이네요. 저도 빨리 피치를 내야겠습니다.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행복한 시간되세요.

글샘 2009-12-29 00:28   좋아요 0 | URL
직업병이죠. ^^ 쌩~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길...

바보나무 2010-01-0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김경집입니다. 저의 부족한 책을 넉넉하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날카로운 지적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새삼 고맙습니다. '심연'은 오타였고, 나머지 지적하신 것들은 저의 무지와 불찰입니다. 이메일 주소를 몰라서 이렇게 댓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혹여 저의 책이 재판에 들어가면 반드시 고쳐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샘 2010-01-02 21:01   좋아요 0 | URL
아, 반갑습니다. 참 좋은 책 고맙게 읽었습니다.
반증에 대해서는 저도 얼핏 생각한 것이라, 다시 곰곰 생각해 봐 주시길...
 
<깐깐한 독서본능>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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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파란여우님은... 친구다. (그에게 장정일이 연인이었듯, 나에게 그이가 그렇다.)
뭐, 크게 말을 거는 친구는 아니고, 책친구랄까.
알라딘에 터를 잡고 온갖 잡다한 리뷰를 적어 두던 내 서재에 불현듯 '포도송이'를 달고 찾아왔던 때가 벌써 5,6년은 된 듯 싶다.
그이가 뭐라든간에 내가 책친구라 함은, 그이가 적어둔 리뷰들을 훔쳐보면서(언제부턴가 댓글을 못달게 해두어서 본의아니게 훔쳐보게 됨) 좋은 책을 가려 읽게 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간혹은 내가 권해준 책들에 그이가 빠졌던 적도 있으리라. 이탁오같이... ^^  

요즘 꼬리를 비추지 않는 파란 여우 같은 이가 읽으면 좋아라 할 책일 듯 싶다... 이정도로 권해줬더니 분서와 속분서까지 읽어낸 대단한 책친구다.  

그의 글쓰기를 찬찬히 보면... 미칠 것이다. ㅋㅋ
그의 리뷰를 솔직히 나는 별로 읽어보지 않았었다.
왜냐면... 난독증을 일으킬 정도로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빽빽한 글쓰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제 생각하면, 안 읽길 잘했다. 이렇게 좋은 책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빡빡한 리뷰들을 간혹 읽고 나면 눈이 뻑뻑해지곤 했는데,
주로 파란여우님의 한숨 소리에 농담삼아 포도주 사진이나 한잔 붙여주곤 했던 사이였다. 

이 책을 읽고난 소감은... 한마디로, 파란여우는 뻥쟁이다.
똑같은 책을 읽고도 그는 이렇게 멋지게 '썰'을 풀어내고, 뻥과 구라를 섞어 댄다.(그래서 리뷰 제목에 <讀썰家>란 말을 쓴 거다.
그 비법을 수학적으로 파헤쳐 보았다. 
그 공식은 아래와 같다. 

독서 + 독서 노트 + 자료 검색 - (뼈를 깎을 만큼 고통스런 '사랑스런 자료 빼기') = 꼭 필요한 리뷰들...이 될 것이다. 

이 공식을 풀이하자면 이렇다. 

님의 꼼꼼한 읽기로 탄생한 독서 노트에,
그이의 깐깐한 글쓰기 솜씨가 보태지고,
삶을 아우른 시원시원한 덧쓰기가 만든 리뷰를,
편집자와 상의하면서 가슴아픈 빼기의 과정을 거친듯 한 글들이란
말씀.  
(음, 정석에선 항상 중요한 부분에 눈아프게 붉은 색을 썼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놓쳤던 책들을 몇 권 주웠다.
리뷰를 읽으며, 몇 권 책을 줍다. ㅎㅎ 루쉰의 책제목 비슷하잖은가. 

이 책을 읽고, <리뷰의 정석>을 공식으로 설명하는 일 외에 내가 적을 말은 없었다.
리뷰를 직접 읽으라는 것만이 그의 글들을 소개하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  

나름대로 고쳐졌으면 하는 부분과 시비걸고 싶은 부분을 적었더니,
저자께서 직접 반영하시겠다고 연락을 주셨다.(음, 역시 책친구가 맞는 듯... ㅋㅋ)
순오기님께서 '정오표'로 활용하시겠다고 하셨지만,
나처럼 '직업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뭐, 별로 느끼지 못하고 넘어갈 듯 하여,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므로,
고칠 부분은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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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04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리뷰네요.^^
교정을 볼 땐 '깐깐함'이 느슨해졌을까요?
이미 출간된 책은 저자나 편집자의 것만이 아니라 독자의 책이라 생각해요.
어제 이 책을 받았고 숨가쁜 일 끝나면 다음주에나 볼 건데,
저처럼 어두운 독자에겐 이런 친절한 가르침이 필요해요.
출력해서 책 말미에'정오표'로 붙여두고 읽을 때 참고해야겠군요.^^

글샘 2009-12-04 10:02   좋아요 0 | URL
저런 게 눈에 안 들어오는 책읽기가 편안 거랍니다.
이런 건... 직업병에 가깝지요. ㅠㅜ

파란여우 2009-12-0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글샘님의 지적을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교정은 제가 한다고 했지만 출판사에서 미처 집어내지 못한 부분도 더러 있습니다. 벌써 2쇄 작업이 들어가서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지적해주신 몇 개는 제외시켜야 하는데 보충설명하자면요,
90-나무등걸은 북한식 표현이라고 하는군요. 나뭇등걸이 맞습니다.(붙여쓰기)
99-多想量은...想 의미로 제가 고쳐 쓴 것이 맞습니다. 생각하는 읽기, 쓰기의 맥락입니다.
114-아내가 마흔살에 죽었다 의미가 맞고요
123-1914년이 맞습니다. 함순이 이 발언을 한 시점입니다.
142-호접지몽에서도 오랑캐와 나비 두 가지 뜻으로 한자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169-'모음집'이란 표현은 표준법에선 의미가 그렇지만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말이지요.
172-기록문학이라고 모두 문학성을 갖춘 것은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기록문학으로서 문학성까지 갖췄다는 의미입니다.
203-사제단의 행진은 6월 10일도 했습니다. 6월 10일 서소문, 서울역 등 행진이 있었고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6110331572&code=940707에 자료가 나옵니다.
401-이 책에선 일본의 아스카 미술을 다루면서 백제 미술은 전혀 언급이 없었던 것이 맞습니다.
426-글샘님의 의견에선 영어로 된 자료의 부족을 언급하시는 것인가요? 저는 영어소개자료의 충분함이 전제되었다해도 그들의 시각적 태도를 가리키는 의미로 쓴 것입니다. 중국 위주의 오리엔탈리즘을 해석하심 될 것 같습니다.

애정으로 빨간펜 선생님을 자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탈자 외에 의미해석같은 경우는 일일이 설명하러 다니지 않으려고 합니다. 시간적, 정신적,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여튼, 이 종횡단을 가로지르는 책을 읽으시고 서평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담인데, 책 좀 팔린다고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은 안된다는 것을 글샘님은 아실겁니다^^



글샘 2009-12-04 10:03   좋아요 0 | URL
책이 왕창 미친듯이 팔려야... 그것도 소설이나 이런 것이 돈이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니면 유홍준 정도는 팔려야... ^^
인문학 서적이 돈이 되긴 어려운 판이지요.
그래도 많이 팔리길 빌게요.
자, 이제 그럼 하얀 글씨는 지워도 될까요?

글샘 2009-12-04 11:29   좋아요 0 | URL
음, 벌써 2쇄에 들어간단 말입지요. ^^
인문학 서적은 2쇄부터 긴장된다던데... 암튼 해피 뉴이어~입니다. ㅋ

페크(pek0501) 2009-12-0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한테 글샘같은 좋은 친구분이 계셨네요. 이 세상에 완벽한 책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완벽하겠습니까. 다만 우리 인간은 '완성'을 향해 조금씩 나아갈 뿐입니다. 책을 낸 저자께서 독자들로부터 어떤 지적을 받더라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길 바랍니다. 그건 단지 애정의 표시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만약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책이라면 끔찍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냥 책을 낸 그 자제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글샘 2009-12-06 23:22   좋아요 0 | URL
여우님의 책은 편집 상태도 썩 좋은 편입니다.
저는 서평 말미에 워낙 저 짓을 잘 하는 줄, 여우님도 잘 아시니깐, 스트레스 받진 않으셨을 것입니다만, 혹시 스트레스 받으셨어도, 뭐 욕한 게 아니니깐 괜찮겠지요. ^^
저는 되도 않은 책에는 막 욕을 쓰거든요. ㅋㅋ 반갑습니다. ^^
 
<한국의 책쟁이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한국의 책쟁이들 - 부제가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이라고 붙어 있는데, 잘못된 듯 싶다. 독서 편력 이야기이기에는 너무 <도서 편력>에 치우친 것이 아닌가 싶어서다. 이건 딴지 걸기 좋아하는 내 맘이니 차치하고...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 좋아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덩달아 관심을 두게 되었다.
한국의 현대인들이 책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반면,
왠지 책에 관심을 두었던 세계인들의 이야기는 나랑 한통속인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각이랄지... 

그렇지만,
책을 좋아하는 나...는
책을 사거나 모으기를 좋아하는 건 전혀 아니고,
그냥, 책 읽는 시간을 좋아하고,
새책의 냄새를 좋아하고,
책방에서 어정거리는 시간을 좋아하고,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에서 햇살을 누리며 금목서 향기까지 어울려 책장을 나풀거리길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 서가에는...
값비싼 책이란 하나도 없고(아마도 성경이 제일 비싼 게 아닐까 하는...)
전질류도 별로 없다.
이사를 몇 번 다니면서는, 책의 종류에 상관없이 되는대로 마구 꽂혀있다.
거꾸로 꽂은 책이 없음만으로도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 책에는 고수들이 많다.
그 고수들은 독서에서도 고수일 수 있고,
도서 보는 눈, 또는 도서 수집이나 유통에서 고수일 수도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은...
일반인 중에서 좀 특별하게 책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엮노라니까,
책쟁이의 본류인 <학자>들을 열외시켰다는 것이다. 

김윤식 선생류의 <다작> 작가의 서재는 얼마나 가지런하겠으며,
고은 선생류의 <명작> 작가의 서재는 또 얼마나 풍성하겠는가. 

가끔은 난전을 돌아다녀 보는 재미도 장터의 풍물일 수 있지만,
역시 제대로된 물건은 시전을 가보지 않고서는 읊조리기 힘들 터.  

종이와 활자는 결국 말라비틀어진 '삶'에 불과하다니,
역시 살려야할 영혼은 <인간>일 것이니...
학교 도서관도 필요하지만, 군인들의 도서관 이야기는 신선하면서도 무겁다.
과연 진중 도서 안에서 얼마나 풍부한 책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스승 조태일을 기리며 크리스마스에서 부처님 오신날까지 108일 금주를 실천한다는 어떤 피디 시인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스포츠 방송에서 뼈를 굵힌 이가 시를 통해 제 뜻을 전달하는 형식도 신선하고... 역시, 텃밭을 탓할 것이 아니다. 씨알머리의 문제다. 

인문학은 학문의 학문...이라는 불문학자의 이야기는 가슴을 아리게 한다.
한국에서 '독서'라는 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고교에 '독서'라는 과목은 있지만, 그 시간에 제대로된 '리딩'을 가르치는 학교는 한 곳도 없다.
리딩 시간에는 수능 리딩하고 답을 찾는 법만 오가고 있다. 

요즘 교육 개혁의 시늉을 내려는 시점에서 외고로 불똥이 튀고 있다.
외고는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 어차피 특목고로 대학가게 되어있다. 

그저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온갖 쌩쇼를 하고 있는 시국이지만,
아이들은 안다. 이미 이 땅에 공교육으로서의 '독서' 따위는 어디에도 필요 없음을... 

초등학생에게 독서 10분이 길러주는 '창의력 독서' 시간도
결국은 수능 문제에 적응력을 높이려는 목표 아니면 폐지되어버릴 것임을... 

아, 독서에 인생을 묻고,
독서의 즐거움에 인생의 맛을 묻히는...
내 낭만적인 인생길 역시도...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었기 때문에... 가능할 일이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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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일기 : 잠명편 -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마라
이지누 지음 / 호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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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보는 바보, 간서치의 본을 받아, 중양절부터 석 달을 관독일기를 쓴단다.
이지누... 원래이름은 이진우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이름일까.
이름이 특이하여 그의 약력을 보니, 뭔가 좀 민숭맨숭하다. 태어난 해도 없고, 학력도 없다.
하긴, 그런 걸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기도 하지만... 

나는 석 달을 놓치지 않고 책읽은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그것도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잠언들을 되뇌면서 삶을 돌아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음, 좀더 나이가 들면, 가능하지도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미 '부록'의 나이가 지났으니, 술자리가 슬슬 두려워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술을 안 먹고 석 달을 지낼 수도 있잖나 싶어서... 요즘 시사 in에 술 끊는 이야기가 연재되기도 하더구만...  
책의 원수가 지금으로선 술인 셈인데... 글쎄... 올해 중양절부텀은 나도 한번 시도해볼까?
중양절이라면, 수능 칠 시즌쯤 되니, 조금 한가해질 때도 있을는지 모르겠다만... 

이지누의 학력이나 약력이 궁금한 이유는, 그가 한문학에 관심이 많고 조예가 깊어 보이기 때문이었는데, 하긴, 학력과 상관없이 들이파던 것이 선조들의 삶이었고 보면, 학력이란 늪에서 내 머리통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한심하고 한숨쉴 만 하다. 

마음에 드는 잠언들을 남겨 두자니, 끝도 없이 많다.
아, 이런 것들을 멋진 그림과 어울려서 화장실에 붙여 두는 작업을 하면 어떨까 싶다.
에휴, 언감생심, 요즘은 학교에 가서 숨쉴 틈도 별로 없는 주제에... 가능하기나 할까. 
아이들 수학여행 간 시즌이나 중간고사 기간에 틈이 나면 한번 해보고 싶긴 하다. 

책을 받아 두고는, 며칠 뒤에 조금씩 조금씩 읽어나가다가  두어 주를 넘긴 책인다.
다른 책은 끊어 읽으면 생각이 끊기고 앞부분을 망각하여 막연하기 쉬운데, 이 책은 잠언이라 어느 대목을 확 펼쳐 읽어도 상관없는 책이다.
술이 취했을 때, 무람없이 펼쳐 들어도 금세 빠져들어갈 수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늘 내 베개맡과 침대 밑을 오락가락 했던 책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양심이 편치 않네. / 어찌 남이 알아야만, 굳이 부끄러워할까.
이런 글을 읽고 움찔하는 것은 잠은 곧 '침'이기 때문이란다.(169)
글이 나에게 바늘이 되어 꽂히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림자는 무엇이나 내가 동작하는 것, 그는 흉내를 낸다.
다만 나는 말이 많은데, 그것은 따라하지 않는다.
그림자가 나를 본받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186) 

다산의 사의재.
생각은 마땅히 담백하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맑게 하고,
외모는 마땅히 장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단정히 하고,
말은 마땅히 적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그치고,
움직임은 마땅히 무거워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빨리 더디게 해야 한다.(207) 

아, 곱씹어 읽을 일이 이토록 많은데, 한번이라도 후루룩 읽고 넘겨야 할 책들도 참으로 많다.
시간이 없다고 한탄할 노릇이 아니다.
스스로를 잘 다스리면, 시간을 한탄하기만 할 것은 아닌 것이다.
좋은 말들을 찾자면, 인터넷으로 명언, 잠언을 검색하면 수백, 수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서치의 관독과 이지누의 관독을 읽노라면,
사람 사는 일의 가벼움을 조금이라도 극복해 보려는 힘겨운 애씀이 읽힌다.
이런 일은 책읽는 이를 부끄럽게하기도 하지만,

그런 게 책읽는 이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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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2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다 읽으셨군요. '부록'의 나이가 지나서~~~ ^^
저도 가능하면 한 주에 한두 번이라도 아무 곳이나 펼쳐보려고 가까이 두고 있답니다.
그래서 알라딘에 나 사는 얘기를 부끄러워 안 쓰고 있나~~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