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죽이기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유향란 옮김 / 문이당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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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후기...
성리학이 들어오던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패관문학이란 게 발달했다.
그건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이 모두 '글'이 되었다는 점에서 인터넷 시대와 유사한 점이 있다.
그때, '가전체 소설'이란 넘들도 있었는데...
술, 돈, 지팡이 등, 우리에게 필요한 사물들을 의인화하여 비꼬고 풍자한 이야기였다. 

이 책의 원 제목은 '더 북'이다. 그냥 책, 또는 책의 일생이라 제목을 붙였으면 좋았겠는데... 

책을 의인화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책을 논한다. 

책을 접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보이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 느껴진다.
가전체 내지 의인화의 쓸모가 바로 그런 것이다.
거의 일생을 서가에 꽂힌채로 보내게 되는 책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같은 독자도 참 싫어하겠다.
자주 펼쳐보지도 않는 주제에 빡빡한 책꽂이에 가득 꽂아두는 걸 어느 책이 좋아라 하랴. 

난 별로 책을 학대하는 편은 아니다.
책의 입장에서 밑줄을 박박 긋고, 책장을 마구 접으며, 커피도 쏟고 하는 일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리라.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책의 고통스런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이 책은 재미있게 시작하지만...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적으려는 작가의 편집증적 안목이 후반부로 가면서 가독률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절반의 수준으로 썼다면... 훨씬 유쾌한 작품으로 남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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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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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적 없는 책에 대하여 말하는 법...이란 제목이 이 책은, 독특하게도 '비독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보통 책을 쓰는 이들은 특이하게도 책에 대하여 삘이 꽂힌 이들이기 쉽다. 책냄새가 사랑스럽다든지, 책의 디자인부터 행간까지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게 상례다. 

이 책에선, 읽지 않거나, 읽고 잊었거나, 읽었는지도 모를 책들에 대하여,
그리고, 작가의 앞에서나 다양한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는 고교 1년 수업을 딱 1년 했기때문에, 교과서에 나오는 '삼대'를 가르칠 일이 없었다.(실업계 고교는 얄궂은 단원은 건너 뛴다.) 그렇지만, 아직 염상섭의 삼대를 제대로 다 읽어본 일이 없다. 구운몽도 읽고, 장마도 여러 번 읽었지만, 삼대는 1/3 정도 읽다가는 팽개쳐버렸다. 

도대체 이런 소설을 왜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말인가. 아무리 남한의 1930년대 작가들의 층위가 약하다 하더라도, 왜 염상섭인지... 웃기는 짜장이다.  

그리고 분명히 읽었던 이광수의 '무정'을 요즘 수업하고 있지만, 24년 전 대학교 1학년때 읽었던 무정의 주인공조차 내 머릿속엔 남아있지 않다. 문학개론 수업의 과제로 무정을 읽었고, 서울서 이사할 때 그 책을 버린 기억은 남아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작가 피에르 바야르는 책을 다 읽지 못한 것에 대하여, 또는 잊어버린 것에 대하여 부끄럽게 생각할 것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한다.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리뷰쓰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책을 비평하듯이 서너 번 읽고 리뷰를 쓰는 일은 전혀 없다.
나름대로 좋은 책이라 생각하는 것은, 연습장에 맘에 드는 구절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리뷰를 작성할 때 참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읽고 나서는 나의 '인상'을 비평 형식으로 몇 자 끄적거릴 따름이다. 

머리가 그닥 썩지 않아서 아직 읽은 책을 두 번 읽은 책은 한 권밖에 없지만, 같은 책을 세 번 샀다는 어느 선생님처럼... 나도 내 머리를 믿지 못할 날이 곧 올 것이다.
읽은 적 없는 책... 그 범위에 드는 다양한 비독서에 대하여, 이제 좀더 뻔뻔스러워져야 하겠다.
어차피 모조리 기억할 수 없을 바에야... 지나친 부채감을 가질 필요야 없지 않겠냐.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 글을 읽는 이들이라도 즐겁게 자기 생각들을 쓸 수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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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을 탐하다 -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지음, 전미숙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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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가볍다.

일단은, 객관적인 질량이 가볍고, 그리고, 독서에 대한 이야기 치곤, 가벼운 이야기로 일관한다.

책 읽는 일, 과연 어떨까?

어려서부터 책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자면,
지금 제법 글 꽤나 쓰는 이들 치곤, 책에 대한 추억 한두 토막 없는 이가 있으랴?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이들의 이야기는 가볍게 진행이 되고 있는데,

정말 이 책을 편집한 이가 잘못한 것은...
불쑥 튀어나오는 이미지와 멋진 글들이 독서를 방해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 책을 사랑하는 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다.

나에게 책이란 것은,
가난이나 결핍을 조금 넘어선 그 무엇이었다.
초등 2학년때 누나가 학급문고에서 절취했던 안데르센 동화집을 몇 번을 곱씹어가며 읽었는데,
초등 3학년때 박정희가 강조했던 <고전읽기 사업>에 나도 어떤 이유에선지 선발이 되어 여름방학까지 반납하고 등교해서 놀아먹던 기억도 난다. 그 사업에서 나는 별로 우등생은 아니었던 듯 하다.

이문재 시인이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하며 쓴 시처럼, 책을 읽노라면 척추를 곧추 세우고 읽어야 할 듯한 차가운 글도 있지만,
조병준 시인처럼 끝없는 배고픔처럼 책읽기는 저주라는 말도 이해가 간다.

한국에서 제일 안 팔리는 역사와 전기가 영국에선 가장 잘 보이는 코너에 전시되어있다는 황대권의 이야기는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의 시선을 느끼게 해 주고,

당신은 평생 과거도 보지 않으면서 글은 읽어 무엇합니까?
라고 물은 허생 아내의 물음을 읽으면서, 수업 시간마다 뜨끔했던 내 마음은
오늘도 책읽기에 대한 핑계를, 얼버무리고 마는 것으로 변명에 대한다.

인간은 책을 읽는 동물이다.
다른 어떤 동물도 읽기에 탐닉하지 않지만, 인간은 그 작업에 몰두할 줄 안다.

그러나... 요즘, 과연 읽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인간이 얼마나 될는지...
정말, 인간의 특성을 호모 부커니쿠스...라고 할 수 있을는지...

그러나, 나는 읽는 일에 대한 지도 교사로서,
밝아오는 해는, 고딩들 데리고,
그야말로 읽기에 대하여,
그리고 언어 영역의 점수 획득을 위하여
독서 평설 열 두 권을 끌어 안고, 고군 분투 하려는 마음을 안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꾀쟁이 교감이 얄미울 따름이다.

아이들에게
정말 책읽기는 즐거운 일임을,
책에서 인생의 지향점을 떨면서 가리키는 나침반과,
멀리서 손짓하는 등대처럼 가냘픈 손짓과,
로드맵으로 작용하면서 남은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처럼
나의 갑갑한 마음을,
달래주고 어루만져주는 선배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음을...
책읽는 바보의 한 사람으로서ㅡ,
알려주고플 따름이다.

책만 세상을 탐낸 것이 아니다.
나도, 아이들을 탐낸다.
책을 통하여, 세상을 탐낼 그 아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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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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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에 달걀이 반쪽 올려져 있다.
이 달걀은 면보다 먼저 먹는 쪽이 좋을까? 나중에 먹는 쪽이 좋을까.
답은, 먹는 사람 마음대로...다.

책은 빨리 읽는 것이 좋을까, 느리게 읽는 것이 좋을까...
속독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일식'의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슬로 리딩구'를 권한다.
천천히 읽으라는 것은, 내용을 이해해 가면서 여유를 가지고 읽으라는 이야기다.

아이들과 매일 언어영역 문제집에 등장하는 문제들을 수십 개씩 붙잡고 씨름을 한다.
언어영역의 문제는,
그 글의 핵심 포인트를 잡아서,
그 포인트를 이해했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행여나, 고등학생 되어서 언어영역을 잘 하게 되기를 바라는 학부모라면,
아이들과 책을 같이 읽고 포인트를 질문해 볼 지어다.
그치만, 그건 나도 잘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리뷰 쓰기에 대해 생각한다.
리뷰를 쓰는 일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으면, 아무래도 몰두하면서 읽게 된다.

책을 읽는 방법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반신반의 하며 읽기 시작한 책은 금세 읽히면서도 읽을 만한 책이란 생각을 갖고 덮게 한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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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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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에 이 편지들은 시작되고 있었다.

영국의 고서적 상에 미국 뉴욕에서 편지가 한장 당도한다.
책 주문 편지에 불과하지만, 고서적 상과 뉴욕의 고객 사이엔 따스한 사랑을 담은 편지들이 오고간다.

영화에라도 나오는 것처럼... 영화 속이라면 남녀의 애정으로 결정짓기 쉬운 결말이겠지만, 이 이야기의 실화는 '가난'과 '책 사랑', '우정'으로 일관한다.

별 것도 없는 편지들을 읽는 마음은 이 얄팍한 책이 빨리 동이 날까봐 안타까운 맘으로 천천히 읽게 한다. 그게 글의 마력이다.

지금처럼 돈이 흔한 세상에서는 '책'을 선물한다는 것이 별로 의미를 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시절... 책을 사는 것이 힘든 시절 헬렌 한프는 자기가 읽어 보고 정말 갖고 싶은 책을 주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양장한 책들을 후루룩 한번 읽어버리고는 책장에 꽂아두는 그의 친구들을 비판할 때엔 나도 뜨끔했다.

미국인 관광객들이 영국을 휩쓸 때, 헬렌은 이 다정스런 사람들에게 가 보지 못하고 이야기는 마친다.

남아프리카로, 이라크로...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영국인들의 거취를 읽는 일도 재미있고, 한국 전쟁 중인 이 시기를 상상하면서 뉴욕의 가난한 글쟁이가 과연 한국이란 나라의 비참한 전쟁을 알고라도 있었는지를 궁금해하면서 글을 읽는다.

이책은 마치 고급 카페의 영수증이라도 되는 양, 앙증맞은 크기에 쉽게 읽기엔 너무도 아쉬운 두께를 가지고 있다. 재미보다는 흥미를 추구하는 이라면 읽어봄 직 하다.

지식채널 구경하기 : http://www.hangaram.co.kr/~j2348sh/ch-e/20071217_233859_001_hq.w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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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3-0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여섯권 주문했구요, 마지막의 지식채널도 잘 봤어요.
그래서 진심으로 땡스투를 드려요.

글샘 2008-03-09 00:29   좋아요 0 | URL
오우, ㅋㅋ 여섯 권이나... 무슨 일로 이렇게 여러 권을 사셨나용.
지식 채널에 땡스투를 드려야죠. ㅎㅎ
안그래도 오늘 땡스투가 와르르 들어왔더군요.

다락방 2008-03-12 09:05   좋아요 0 | URL
책이 너무 좋아서 친구들에게 선물했어요. :)

글샘 2008-03-14 11:42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친구들은 참 좋겠네요. 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