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 진짜 가수 박기영의 진짜 여행
박기영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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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박기영이란 가수를 나는 처음 본다. 음반을 7집인가 냈다는데... 미안하다. 한번 찾아 듣고 싶다. 

남들 앞에 서는 일은 힘들다.
나처럼 아이들 앞에 서는 일도 쉽지 않은데... 
요즘 기말이 되어서 아이들 수행평가를 읽고 있는데, 평소엔 수업 시간에 멍청하게 있어 보이던 아이들의 글은 참 감동적이다. 어쩜 그렇게 멀쩡한 생각들을 종이에 옮길 수 있는 거냐? 평소엔... 아이고... 하던 넘들이... 

가수처럼 기대와 희망, 좌절과 절망의 롤러코스트를 타기 쉬운 직업의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공황을 겪을 확률이 크다.
연예인들은 대개 어린 나이기때문에 그 공황을 지혜롭게 견뎌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그들의 빛의 이면에선 늘 죽음의 그림자가 혓바닥을 얼룽거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고통들을 모두 끝내줄게."하는 메피스토 펠레스의 혓바닥. 

박기영은 33일동안 그 길을 걸었다.
동행인 포카는 징징공주다. 박기영은 꿋꿋하게 잘 걷는다. 대견하다. 

걷기는 '극기'다.
걷기를 통해 몸의 세계를 회복하자.(이건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에 나온 말) 

천천히... 산티아고가 가르쳐주는 교훈. 인생은 뭐 그리 급박하게 걸어갈 필욘 없는 것. 

우리는 몸매는 생각하지만, 그보다 소중한 '몸'에 대해선 무시한다.
무관심하려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몸의 '존재'다.
천천히 걷는 일은 '몸'의 소중함을, 몸매보다 우선함을 가르쳐 준다. 

삶은 우리가 얼마나 무엇을 이루었는가의 합계가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절실히 바랐는가의 합계란 말이 나온다. 좋은 말이다. 

버리고 가볍게 하고,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경험의 덩어리, 산티아고 가는 길...
그래서 난 늘 그 길 위에 마음을 얹어 두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인데 왜 믿지 못하고 그렇게 화를 내느냐?"
가수 박기영이 팍팍한 마음을 이기지 못할 때 옆에 있던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 준다.
왜 그렇게 믿음을 갖지 못하고 화를 내며 사는지... 진리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도 아니고, '속도'나 '높이'도 아니다.
중요한 건 '방향'이고 '만족의 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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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길이 되는 곳, 산티아고 - 비움과 채움의 순례 여정
아더 폴 보어스 지음, 유지훈 옮김 / 살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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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신학 교수가 산티아고를 간다.
그의 글이 좋은 점은... 친구들 이름 써대면서 자랑질 하지 않아 좋고,
제 발이 고생했다고 생색내지 않아 좋고,
나는 걸었네, 뛰었네, 찬양했네... 투의 설명을 신학 교수의 입장에서 듣는 일도 좋다.
그리고, 좀 나쁜 점은... 별로 재미가 없긴 하다. 

'여정(길)'은 기독교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우리 모두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여정. 의식은 머리로만 이해해선 안 된다. 발걸음과 온 몸으로 이해하려면... 걸어야 한다.
예수님은 평생 길을 걸으셨다. 우리 인생은 그와 같다. 

하느님은 움직이는 과녁이다. 움직이는 과녁에 가서 박히려면... 같이 움직일 수밖에...
그 과녁은 내가 빠른 걸음으로 가든, 에둘러 가든, 무언가를 놓쳐서 돌아 가든...
하느님께서 내게 마련해 주신 선물처럼 '예비하신 사람들'로 만날 수 있다.
(기독교 투의 예비하신, 역사하신... 이런 말들이 싫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다.) 

배낭은 가볍게, 타인의 환대는 정중하게 수용하며, 분을 품지 말고, 자비롭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통치를 전파하는... 걸음으로서의 카미노... 

재물이 있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심히 어렵다.
자원봉사자들이 배낭이 무겁다고 질책하는 일... 그들은 거만하게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무거운 배낭은, 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마음, 순례를 잘 마치도록 돕기 원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카미노는 '마음에 드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면,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라도 좋아하라'는 걸 가르친다. 하하... 적응하며 살아야지. 

카미노는 집중적 장소이며, 그곳을 걷는다는 일은 집중적 경험이다.
다음 진술에 '그렇다'고 수긍했던 때가 언제인가?
있을 만한 곳이 없다.
딱히 할 일이 없다.
함께 있을 만한 사람이 없다.
이건 분명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집중력의 문제다... 

그냥 걷는 것과 집중해서 걷는 것.
그냥 사는 것과 집중해서 사는 것.
그냥 읽는 것과 집중해서 읽는 것. 

집중하는 일은 힘겹다. 마음을 툭 놓아버릴 필요도 있다.
그렇지만, 집중은... 사람을 자라게 한다. 나이테가 추운 겨울에 짙은 색으로 남는 것처럼... 

이 책은 쉬운 맞춤법을 틀린 곳이 있다.
21쪽. 어패... 어폐가 있다.
236쪽. 기력은 쇄하고... 쇠하고... 한자어라서 어려웠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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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가자 - 그림 그리며 떠나는 800km 도보 여행기
권순호.이경욱 지음 / 청하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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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희한한 책이다.
사진이 가득한데, 셋 다 정상은 아닌 표정(하하나 mc몽이 인상 찡그리고 입 크게 벌린 그림 생각하면 대략 맞다. ㅋ)으로 가득채웠고,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이렇게 술과 담배에 쩔어 가면서 시끌벅적 걸어가는 이들 이야기는 처음이다.
급기야 그들은 너무 퍼마셔서 몸이 고장나기 전에, 돈이 떨어져서 급구하는 소동까지 벌인다. 

이 책에서 제일 멋진 것은, 음, 역시 그림이다.
남궁 문 선생의 그림책도 멋지지만, 나름 카툰의 대가인 이경욱의 그림들은 카미노의 친구들을 멋지게 형상화 했다. 

여느 여행기에는 다 있는 <내면의 여행기>가 이 책에선 거세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의 모습이 이경욱이 그린 그림들 속의 인물들의 표정에 넘칠 정도로 풍만하게 풍겨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장점이 될 것이다. 

젊은 세 명의 남자가 산티아고를 걷는 일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 나도 이렇게 동경은 하면서도 선뜻 자신감이 생기질 않는 것이지만...
그들의 좌충우돌, 티격태격, 엉망진창, 시끌벅적, 야단법석, 주구장창 음주가무와 액션가면 모드의 돌입과 노홍철 표정 사진 촬영 소동은 잠잠한 책을 시끌시끌하게 이끌어 주었다. 

자기를 버려야 자기를 줍는다는 그 길에 설 날이 과연 올 것인가.
아니, 이들처럼 아무 준비없이 선뜻 그 길에 서야 걸어질 것이나 아닌지...
여행기나 안내서를 좀 읽었으면 생 장 피드포르...를 피드포트로 읽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마는,
오히려 준비와 머뭇거리는 주저함이 발걸음을 평생 묶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우선 가까운 길이라도 홀로 걸어야겠단 생각이 부쩍 느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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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 내가 걸은 다섯 갈래 길 8천 리
이난호 지음 / 범우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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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생이니, 올해 한국나이로 71세다.
매년 산티아고 가는 길을 간다. 남편이랑도 2번 가고 혼자서도 2번 가고...
할머니니깐, 시간이 많아서 언제든지 나설 수 있다.
그러나... 몸 걱정, 말 걱정이 앞서면 나설 수 없는 것이 이런 무지막지한 걷기 여행인데...
대단한 할머니다. 

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감성은 10대 소녀의 그것이다.
글을 쓰는 말뽄새도 영락없는 소녀다. 아니, 요즘 소녀보다 훨씬 풍부하다.  

팍팍하고 힘든 길을 십여 킬로 배낭을 메고, 온갖 생각과 맞서면서 길을 걷는다. 

제 몫하기란 뭘싸. 소유욕을 훑어내는 설사약은 없을까.(41) 

불문율은, 기대, 계획 불평을 말 것. 오직 감사할 것으로 세운다.(38) 

사랑을 재는 자는 그 사람의 일생보다 길어야 한다.(15) 

나는 항상 내가 옳다고 믿었다. 옳다고 믿는 걸 고집세웠다. 가장 큰 피해자는 남편. 그와 나는 다르다.(46)... 그가 길을 걸으면서 남편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은 나와도 같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걷는 일은 슬픈 육체를 경험하는 길이다.
그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누군가의 심부름꾼으로 살고 있음을,
내 삶이 세상의 중심이 아님을 슬픈 육체를 통해서 배운다. 

곧은 길에 멀미 나고 비에 젖은 꽃이 취한다.(100) 걷는 일은 취하는 길이다. 

카미노에서 만나는 선물들에게서 그는 '사람이 선물'임을 배운다.  

젊은이가 속옷을 비설거지 해줬다고 혀를 날름하는 천상 여자인 할머니. 귀엽기도 하고, 잔망스럽기도 하다. 

리비도가 꺼진 암컷 주제에 아직도 누군가의 베아트리체를 꿈꾸지?
아직도 혼자 추파를 리허설하지?
그러니까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남을 의심했던 거야, 저질, 저질...(151)
참 솔직하고 정확하다. 제 맘을 이렇게 들여다볼 줄 아는 눈이라면, 참 슬픈 육체겠다. 

게르니카를 보면서, "도대체 우리에게 남의 나라 전설쯤으로 제쳐버릴 일이 하나라도 있는 걸까"하고 생각한다. 우리 역사... 그가 얼마나 깊이 알지 모르지만, 슬프고도 슬프다. 

카미노와 감기의 비슷한 점은?
감기는 약을 안 먹어도 2주면 낫는다. 카미노들은 지도가 있는 이나 없는 이나 엇비슷하게 산티아고에 닿는다. 감기와 카미노는 같다.(300) 

그러면서, 성큼 내 나이에서 60을 빼고 서서 별전구를 세고 싶다...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음을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나이를 먹는 일,
그걸 슬퍼하지 않으려면, 걸으며 살 일이다. 굳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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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걸어라 - 산티아고 가는 길
조이스 럽 지음,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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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럽 수녀님의 '느긋하게 걸어라'는 여느 여행가들의 기행문과는 품격이 다른 책이다.

카미노의 경험을 재미삼아, 사진과 함께 힘겨움을 적어내는 일반인들의 책에 비하자면,
역시 평생을 영성과 대화를 하며 살아오신 수녀님의 내공이 팍팍 느껴지는 훌륭한 책이다.

그런 수녀님이 책을 낼 생각도 하지 않고 계셨다는 일은, 지금 생각하면 위험 천만한 생각이셨다. ^^ 이 좋은 책을 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이 책에 귀 기울이다보니 어느새 나도 행복한 순례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는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사를 읽으면서 수녀님의 투병 소식을 들었다. 이해인 수녀님의 회복을 간절히 빌었다.

순례자여, 당신이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곧 길이다. 당신의 발걸음, 그것이 카미노다.(44)... 그래. 우리의 삶이 곧 역사이고 길이다. 하루라도 잘 살아야 할 일이다.

카미노를 준비하면서 나는 삶의 매사에 있어 끝없는 준비의 유익과 보상을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지 배웠다. 책을 쓸 때 마감일을 지키느라 쩔쩔매년서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즐거움을 잊고, 자식을 키우고 훈육하는 동안 아이들의 아름다움과 아이들로 인한 기쁨을 놓칠 수 있다는...(53)

왜 우리는 다음 대피소까지 급히 서두르고 있는 것일까? 좀처럼 충분히 쉴 시간을 갖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속 더 빨리 가야한단, 당일의 목적지를 향해 서둘러야 한다는, 스스로 부과한 이 부담감의 근원은 무엇일까?(58)... 결국, 느긋하게 걸어라.

무엇이든 귀한 것일수록 움켜쥐지 말고 그것을 든 손을 감사함으로 펴라. 그럴 때 삶은 훨씬 순탄해진다. (78)... 이런 걸 깨닫지 못하면서 길을 하염없이 걷는 어리석음이란... 왜 걷는지...

내가 힘든 상황에 치중하여 생각과 감정을 거기에 빼앗기면, 그 저항심이 다른 좋은 것을 방해하고 압도하여 결국 그것을 쉽게 놓치게 된다. 어려운 점을 인정하되 거기에 지나치게 집착하도록 자신을 내어주지 말라. (139)

순례자는 겉모습은 '노숙자와 비슷'하다. 카미노를 걷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빈민들에 대한 나의 의식도 깊어졌다. (157)

카미노는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구하는 사람들을 향해 나의 마음을 더 활짝 열어 주었다. 내게 있는 생활 필수품을 그들도 누릴 권리가 있음을 나는 늘 앚지 않고 싶다.(164)

오푸스 데이...는 로마 전통 진영과 얽혀있는 지극히 보수적이고 부유한 천주교 단체인데... 그들의 환대를 받으며, 보수주의자냐 자유주의자냐는 중요하지 않음을 배운다.(168) 판단하지 말 것. 그들의 친절이 가르쳐 준 것은, 신학 같은 것에 대해 어쩌다 다른 입장을 갖게 되었을 뿐, 우리 모두가 인간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

서로 몹시 다른 순례자들... 그들을 그냥 두자. 각자의 관점대로 살도록 두자. 저마다의 방식대로 카미노를 걷도록 두자. 내 마음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생각은 단지 나 자신의 자아가 나오는 것.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길에 다른 사람들이 맞추어 주기를 바라는 것.(173)

판단해서는 안 된다. 모든 순례자는 하나의 이야기이므로...(177)

건방지고 오버하는 남들을 보고 타산지석을 배운다. 나의 태도와 기대 또한 남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지 돌아보라는 일깨움을...(202)

수녀님과 함께 길을 걷는 동반자 톰은 목사이다. 그들은 수시로 대화를 통해 배운다. 톰이 <프리메로 디오스, 하나님을 첫 자리에>라는 구절을 떠올린다. 그들은 신뢰로 함께 한다.

여행자는 짐을 가볍게 해야 한다.
우리 각자가 매번 구매 욕구를 물리칠 때마다,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캐럴 크라이스트.(270)

카미노를 걸은 분들의 책들을 놓으면서 늘 아쉬웠던 것이 이런 것이었다. 지명과 길의 험난함, 다음에 올 사람에게 주는 팁 외에도, 또는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추억이나 쓰라린 경험들보다는, 영적으로 충만한 여행길이었음을 보여주는, 그리고 충분한 준비와 동반자와의 교류를 통하여 많은 고통을 줄여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런 책이 필요했음을 늘 생각했던 모양이다.

언제 시간이 좀 나면, 다시 느긋하게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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