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의 마음 정원 가꾸기 - 온 가족이 함께하는 명상 가이드
틱낫한.플럼빌리지 지음, 이수경.혜주 옮김 / 판미동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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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틱낫한 스님의 명상 공부를

아이들과 함께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갈수록 소양인의 기질이 발현되는데,

가정에서도 그 방방 뜨는 기질을 잠재우지 못하여,

결국 학교에서 여러가지 몹쓸 짓을 저지른다.

 

학교 붕괴, 학교 폭력은 한두 가지 원인으로 발생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결을 위한 노력은 너무도 미미하다.

정부를 탓하여도 어쩔 수 없다.

이 나라 정부에 뭘 바라겠는가.

 

위에서 시작되는 개혁은 언제나 누군가가 돈빼먹는 시늉이 되어버리고...

아래서 시작되는 변화야말로 아무리 작아도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새삼 생각한다.

 

플럼빌리지에서 쓰고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른들부터 마음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다.

화는 밖에서 오는 것보다,

내가 가라앉히지 못해 넘치는 것이 많은 것.

 

나라 꼬라지가 갈수록 태산, 산넘어 산,

사공 없는 배는 산으로 가다 못해, 산기슭에 고꾸라진 형국이지만,

어차피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이고,

마음의 병이나 다스리며 살아야 한 노릇이다.

 

어른의 병은 그렇다 쳐도,

아이들이 자꾸 병들고 병통이 드러나니 그것이 더 큰일이다.

 

한국사 교과서 같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우리도 국민교육헌장 외우고 대학가서 정신차린 사람들 아닌가.

고등학교에서 이승만 가카를 존숭시킬수록, 반작용은 클 것이다.

 

큰 싸움도 중요하지만,

이럴때일수록 작은 해결책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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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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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은 <공부>를 해야 인간다워진다...고 말할 때,

<공부>의 의미는 그때그때 다르다.

 

학교의 공부 역시,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의 공부는 한국 학생들의 공부와 그래서 아주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공부는 사회에 편입되기 위한 통과의례로서,

한국 내 경쟁으로서의 공부의 의미가 크다.

인생에 필요한 공부라든가,

철학적 범주를 넓히는 사고의 공부와는 무관하다.

 

이 책의 저자는 '갈매기의 꿈' 저자의 아들이다.

어려서 학교를 그만두었지만,

스스로 재미있어 하는 분야의 공부를 하면서 인생을 실패하진 않았다는 의도로 책을 썼다.

 

그렇다면 이 책의 공부는 '직업, 기술 공부'의 면도 있는 셈이다.

 

이 책의 '공부'에 대한 탐구는,

인생 '공부'의 측면이 강조되어 있다.

 

물론 인생 공부는 수학, 과학 등의 교과목에 대한 공부와는 별개의 '태도'적 측면을 함축하고 있다.

'지적인 측면'은 공부의 극히 일부분일 수 있는 것이다.

그 '지적인 면'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 아버지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었다.

평생 프로그램을 짜본 일이 없지만, 아버지는 컴퓨터의 모국어 배우기를 쉽게 생각했다.

아버지는 어떤 때 보면 인생을 나비처럼 가볍게 산다.

실질적인 어려움은 신경쓰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게 아버지의 인생철학이었다.(117)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본다는 책의 저자답게,

세상을 높이서 보면 멀리 앞날이 내다보일 수 있다.

내다보는 사람의 시야에,

인생은 무거울 리가 없다.

무거운 것은 '내 몸'일 따름이니까.

 

157쪽은 삶의 비의를 보여주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지적이란 것은 쓸모와는 다르다.

지적이지 않은 사람도, 사랑, 열정, 봉사..등은 뛰어날 수 있다.

개조차도... 애정표현, 격려, 배려, 응원, 지지 등을 표현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개보다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

 

지능은 도구일 뿐, 핵심은 사랑이다.(158)

 

독서에 대한 생각도 멋지다.

 

단순한 기억보다는

가치있는 '아이디어'와 <관계>를 맺어야 의미있는 독서가 된다.(177)

 

독서는 읽었다는 만족감을 위한 것도 아니고

자랑하거나 교환가치를 위한 것도 아니다.

 

자신의 뇌 속에서 새로운 '가치있는 아이디어와 관계'를 맺는 활동이 독서 과정에서 일어나야 그것이 참된 독서란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다.(192)

 

이런 것을 책에 적을 필요가 있을까?

있다.

실제로 많은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면서, 무의미한 날들로 가득 채우는 날들도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세상에 적음을 한탄하면서...

 

그러나, 1%만이라도 자신의 가치가 필요하다면,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되는 것이 삶의 가치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진지하고 고민하는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다.

 

 

꽃들에게 학교가 필요없는 것처럼,

아이들이 정신세계도 저절로 꽃을 피운다.(253)

 

그렇다.

꽃들은 배우지 못했다고 구박받지 않는다.

지적이지 못해도, 그 향기를 스스로 만들 줄 안다.

 

이 책을 읽는 과정은,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마음 수련하는 책을 읽듯,

효용에 애달아하는 나를

본질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이끌어 주었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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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일기 세트 - 전5권 이오덕 일기
이오덕 지음 / 양철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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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은,

하루가 빤한 틈 없이 교문에서 본관에 이르는 긴 길에 최루탄이 터졌고,

급기야 대학 3학년때는 서울 시내를 구석구석 누비며 독재타도를 외게 만들었고,

또 시절은 내가 졸업하고 교사가 되고 나서는 전교조가 생겨 탄압의 그늘을 드리우곤 했다.

 

그 시절,

교육운동의 한켠에서 늘 꿋꿋한 힘을 보태셨던 분이 이오덕 선생님이시다.

내가 방위근무를 하는 동안 퇴근해서 밤 늦게까지 교육 공부를 하도록 만든 책들이

참교육으로 가는 길, 이오덕 교육 일기1,2, 어린이 문학 등등의 책들이었다.

 

이번에 선생님의 일기를 양철북에서 5권으로 묶어 내었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교육 일기 1,2는 워낙 오래전 책이라 그런지 검색이 되지 않는다.

이번엔 그이의 마지막 일기장을 들쳐보고 싶어서 5권을 읽었다.

짠하다.

 

우리말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시고,

아이들의 생활글을 널리 알리게 하는 아동문학 교육에도 큰 역할을 하신 선생님의 마지막 날들은 애잔하다.

 

사람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했다.

무엇보다, 건강해야한다.

아프고 나면, 그 아픈 것의 노예가 되어 꼼짝 못하는 '자유를 잃은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분의 일기 속에 등장하는 '소로우, 권정생, 전우익, 리영희' 같은 분들은

한 시대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미 쨍쨍하던 정신의 시대가 저물어 버렸는가.

 

오전에 '소로우의 노래'를 읽다가 그만두고 의자에 기대어 눕듯이 해서

남쪽 창 너머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구름이 온갖 모양으로 바뀌고 흘러가고 하는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무리 쳐다보아도 또 보고 싶었다.

아, 내 남은 목숨은 저 하늘의 구름과 함께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58)

 

선생은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 일꾼으로서도 훌륭한 분이셨다.

이 책에선 '너무, 너무나' 같은 말들이 자주 보인다.

선생도 감탄의 자리에선 너무~ 같은 말들이 튀어나오신 모양이다.

그렇지만, ~것, ~적 같은 표현들을 쓰지 않고도 아름다운 우리글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이 드신 분의 표현이 참 조촐하게 정겹고 친근하면서도 우아하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한자능력시험 같은 것들이 강조되던 면을 강하게 비판한다.

김종필이가 좀 설쳤던 모양이다.

투표장에서 얻어먹고 찍어주는 무지렁이 민중들을 보고 부아도 치민다.

 

이놈의 백성들이 피눈물 흘리면서 굶주리는 꼴이 되어야 마땅하구나 싶었다.

도무지 이 백성들은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없다.

종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선거고 뭐고 해서 무얼 하나.

천날 만날을 가도 이 꼴일텐데.

이 꼴에서 한 걸음도 더 앞으로는 나가지 못할 것인데 뭘 하겠나.

이 망할 놈의 나라.(123)

 

그런 것을 잘 알기에, 정권을 잡은 놈들은 교육을 건드린다.

아무 것도 아닌 데 반기를 들면 교사를 쳐낸다.

굴종의 교육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말라죽게 하는 일번지임에랴.

프랑스 어떤 정치가가 '교육의 목적은 저항할 줄 알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는 데,

노무현 이후로 10명은 더 괜찮은 대통령이 나왔어야 조금이라도 될락말락 한 일인데,

다시 교육은 스스로 굴종하는 교육으로 '망할 놈의 경쟁'에만 목을 매는 교육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마지막권은 그이의 말년의 건강 문제가 아주 상세하게 적혀있다.

'아픔을 느끼고 아파주는 것'

이것은 저항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플 때,

밤중에 깨어났다가 다시 자려고 누워 있으몀 몸이 지긋지긋한 것을 한순간 느낀다.

그때가 중요하다.

그 아픔을 발견하고 그 아픔을 함께 느껴야 한다.

내 마음이 내 몸을 끌어안고 함께 아파주는 것이다.(165)

 

나이들면, 아플 수도 있다.

오히려 아파야 정상이다. 그 아픔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

이런 것이 인문학적 통찰이 뛰어난 사람의 마음이다.

선생의 일기를 보면서,

그런 통찰을 배워야 한다.

 

참 오늘이 내 생일이다.

내 생일이라고 정우한테 말하지도 않았다.

정우도 저녁에 와서 아무 말이 없이, 오늘 회관 벽에 돌붙인 일과 단감 이야기만 하다가 가서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모두 나를 잊어버리는 것이 참 마음이 편하고 좋다.(221)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늙어가는 것을 마음 편하게 여기는 여유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마음은 없으면서 지나치게 자주 모여서 시끌벅적 먹는 일에 애쓰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선생은 정말 애써 일하면서,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오로지 그 일이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어서 지나치게 머리를 써가며 일한 것일 뿐.

 

미국에 살면 고층 빌딩 폭파 테러를 맞아 봉변당할 수 있듯이,

미국 아닌 나라의 도시에 갇혀 살아도

이런 용변 못 보게 되는 테러를 스스로 불러오게 할 수도 있다는 이치를 알아야 할 것이다.(273)

 

미국의 교포 자녀들이 선생을 방문했을 때,

어떤 아이가 화장실이 더러워 못 가서 그만 옷에 실수를 했단다.

그런 것도 다 도시 생활의 폐해인 셈.

 

선생의 열린 마음은 광복절을 '해방 기념일'이라고 부른다.

'광복'은 '빛을 되찾음'의 의미로,

어디로 되돌아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용어다.

이씨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승만 옹의 희망일는지도 ㅋ~

 

해방 기념일이 옳다.

하긴, 그 이씨 조선의 한 후예는 '건국절'을 무지 좋아하기도 했다.

 

이렇게 낱말 하나를 쓰는 일도,

자신의 자존을 지키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인문학적 토양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선생의 글을 보면서 배운다.

 

무작정 한자말을 쓰지 말자고 하는 것도 웃기고,

남들이 다 쓰는 말을 혼자서만 '순화'한답시고 사회성 떨어지게 쓰는 사람도 민폐다.

선생이 '일본어'의 폐해가 얼마나 많은지를 이야기하신 거 보고,

나도 일본어 공부를 십여 년이나 했을 정도로

나도 선생의 은혜를 많이 입은 사람이다.

 

늘 인문학적 정신으로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자기의 존엄을 자기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을 선생의 일기를 읽으며 되돌아보게 된다.

 

실수 한 군데.................

60. 값은 일본 돈 3천엔인데, 10.3배로 해서 3만9천원을 주어야 했다.

      13배가 되든지, 3만 9백원이 되어야 계산이 맞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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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2013-07-1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이오덕 일기 담당 편집자입니다~^^; 어쩌다 보니 깜냥에 맞지 않게 한 사람의 평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은 편집자입니다. 오랜 기간 이오덕 선생님과 함께하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다 마치고 난 지금 새롭게 제 삶의 스승 한 분을 모시게 된 느낌입니다.

의미 있게 읽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애잔하고 짠하다'는 말씀 참 와 닿았습니다. 이 책으로 잠시나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나머지 권들도 즐겁게 보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적해 주신 부분은 원본 일기를 확인했더니, 이오덕 선생님이 잘못 쓴 부분을 펜으로 쭉쭉 긋고 새로 쓰는 과정에서 잘못 고친 부분인 것 같아요. 3만 9천 원을 정확하게 쓴 걸로 보아 10.3배는 13배의 잘못 쓴 표기가 맞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미리 발견하고 고쳐야 했는데, '원문 일기를 최대한 안 고치는 방향으로 한다'는 핑계로 덜 살폈습니다. 다음 번 인쇄할 때 고쳐 넣겠습니다.


글샘 2013-07-06 23:29   좋아요 0 | URL
어이쿠, 편집자님께서 이렇게 왕림해 주시고... ㅋ~
책 만드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교직에 들어온 지 25년 됐는데,
이오덕 선생님께 배운 게 많아요.
요즘엔 양철북에서 계속 글쓰기 회원들 책(일용이, 맨손으로 학교~) 같은 책들도 나오고 그러잖아요.
좋은 씨앗이 척박한 땅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는 거죠.

나머지 권들도 차근차근 읽으려구요. 두고두고...
선생님 생각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어서요.
좋은 책 세상에 나오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지음 / 양철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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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 글쓰기 교육 연구회...

이오덕 선생님 생전에 아이들의 글, 교사들의 글 속에 살아 숨쉬는 교육의 현장과, 삶의 들숨, 날숨이 오롯이 살아있음을 기록하자고 모인 사람들의 단체다.

 

글에는 글만의 필터가 있다.

특히 아이들의 글에는 없는 필터가 어른들의 글에는 있다.

이 책 역시, 교사들의 필터로 걸러진 세상이 가득하다.

아이들의 글에는 보이지 않는 필터가 어른들의 글에는 보인다.

 

이런 글들의 장점은,

어린 아이들의 세계 속으로 교사의 시선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에 있다.

아이들을 교육과 훈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또, 날마다 성적 향상에 골몰하는 것을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다가,

가끔 한번씩 본질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글들이 가진 한계는,

아픈 것을 아프다고 쓰고, 행복한 것을 행복한 것으로 쓰는 것만으로,

어떤 변화의 힘도 가져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1980년대 교육운동의 앞자리에, 'O양의 유서'가 있었다.

중3 여학생의 절규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반성을 가져오게 했다.

그렇지만, 오늘날 학교는 또다시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메커니즘에 수동적으로 끌려간다.

숱하게 목숨을 버려가면서 저항하지만, 학교에서 아예 행복 따위는 고려의 대상도 아니다.

도대체 교육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과속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선 감동적인 교실, 흥미로운 교실, 교감하는 교사와 학생 이야기가 가득하다.

 

교실의 현실은 왕따와 이지메, 집단 폭행과 일진, 교사에 대한 반항과 욕설, 폭력까지...

지도 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는데,

아름다움에 대한 추억은... 참으로 감동적이지만, 한계 앞에서 힘을 잃는다.

 

초등 2학년 아이들이 가위를 들고 목을 그으며 싸웠다.

가위로 목을 그었다는 말에 그냥 흥분해 소리치고 때렸다.

더한 일도 있는데 슬기롭게 풀지 못하고 일을 그르치기 일쑤다.

처음 선생 시작했을 때나 열여섯 해 지난 지금이나 똑같다.

"선생님, 지금 우유 먹어도 돼요?"(119)

 

아이들은 이렇게 대책없다.

즉흥적인 다툼은 늘 있어 왔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의 문제는 사회 구조적 모순에서 생긴 문제가 아이들의 삶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것.

 

강남의 부유층 자녀들이 부유한 깡패가 되고,

부모가 돌봐주지 못하는 아이들은 가난한대로 일진이 되고...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어른들의 파렴치한 모습을 아이들은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난 아이들을 나에게 끌어다가 맞추려는 잘못을 다시 반복했다.

끝까지 가르쳐 보겠다고 그런 것이 아니냐고 변명해도 소용없다.

그냥 내 욕심에 아이들을 다그친 것 뿐이다.

내 양심이 그걸 안다.(128)

 

내 양심이 그걸 안다.

참 고귀한 반성이다.

나도 내 양심도, 그걸 안다.

아이들 앞에서, 참으로 가치없는 지식을 마치

그 문제 푸는 비법이 무슨 물고기 낚는 낛싯대라도 되는 양, 떠벌이고 나면,

초라하다.

내 양심이 그걸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반가워하지 않는 보충수업을 꾸역꾸역 들어간다.

아이들이 좀 듣다가 졸다가 한다.

내 양심이 그걸 안다.

 

한 아이가 한 세계를 품고 있다.

며칠 전,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17개월된 어린아기를 보육교사가 얼마나 팼는지

등짝이 다 뻘겋게 돼서 입건이 되었다.

말 안 통하는 아기들이 얼마나 다루기 힘들겠는가.

맘으로야 등짝 두들기고 싶은 순간이 왜 없겠는가.

 

그렇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맘이라면, 때리거나 벌주는 것도 절도가 있어야 한다.

아이가 수긍할 수 있도록 혼내고 가르칠 수 있어야 그게 교사다.

 

말대꾸를 마음껏 하는 아이가 자신있는 사람으로 자란다.(226)

 

유치원 아이들도 힘들다.

 

말끝마다 말대꾸야.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 말은 다소곳이 듣고 있어야지.(227)

 

참 많이 들은 말이다.

아이들도 답답하겠지만, 어른들도 답답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하고, 대책을 의논해나가지 못하니, 더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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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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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부장판사 천종호.

그는 소년범죄 전문 판사로 유명하단다.

 

학교 내의 학생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세 단계로 처리해야 한다고 이론적으로 가르친다.

사소한 분야는 상담으로 개선되게 만들고,

더 심각한 분야는 치료의 수준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문제가 되는 분야는 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문제아들의 경우,

대부분 가정이 심각하게 결핍되어 자양분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문제아들의 뒤에는 문제 가정과 문제 부모가 있는 셈이다.

 

2003년엔가, 영화 '집으로'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때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진 유승호,

할머니와 전혀 소통이 되지 않은 꼬마가 만약 깡촌이 아니라 어느 정도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었다면,

꼬마들에게서 삥을 뜯고, 절도를 일삼는 비행 청소년으로 자라지 말란 보장은 없다.

그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엄마가 아이를 찾아 가지만,

사실 사회에서는 조손가정이란 형태의 가정 파괴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2가 문제다... 는 말이 있다.

중학교에서는 퇴학처분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심각한 문제를 저질러도, 학교에서 어떻게 처벌을 할 수가 없다.

사랑으로 감싸안아서 될 수준이 아니라, 정말 문제아 하나를 위해서 지구가 필요할 지경이다.

 

장면 1.

(수업 시간에도 무단조퇴를 일삼던 고1 학생, 담임이 심하게 잔소리를 하자, 교무실 문을 쾅, 닫고 나간다.)

나(학생부장) : (급히 따라나가며) 야, 너 이리와봐.

학생 : 왜요?

나 : 야, 인마, 여긴 교무실이잖아. 너, 집에서 엄마 아빠 앞에서도 이렇게 문 꽝, 닫냐?

학생 : 네.

나 : (어이가 없어) 그래? 알았다. 일단, 교실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어. 나중에 부를 테니

학생 : 지금 집에 갈 건데요?

 

나중에 상담해 본 결과,

그 학생의 어머니는 이미 집 나간지 오래고, 아버지는 알콜리즘 환자고,

거동을 거의 못하시는 할머니가 겨우 밥이나 해먹이는 지경이라,

자퇴를 할 때에도, 고모가 와서 도장을 찍고 갔다.

 

장면 2.

(수업뿐 아니라 시험 기간에도 무단 조퇴를 한 학생)

나 : 야, 인마, 여긴 인문계 고등학교야.  시험 치다가 그냥 피시방 가는 정신 나간 넘은 필요 없어. 당장 전학가~!

     요 옆에 전교 꼴찌들 모이는 $$ 정보고등학교 있으니깐, 그냥 전학가.

학생 : 못 가는데요.

나 : 왜 못가 인마~

학생 : 거기 떨어져서 여기 온 건데요.

 

이 학생은 결국 중학교 내신 99%인데 전문계고(실업계) 떨어지고 일반계고(인문계)로 배정된 학생으로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했다.

 

학교 안에서 도저히 떠맡지 못할 아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가정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문제아들의 경우, 부모의 휴대전화로 연락하려 해 봐도,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공무원 자녀인데, (공무원은 중고생의 경우 수업료가 국고에서 지원된다.) 수업료를 내지 않은 학생도 있다.

부모에게 전화를 걸면, 돈이 없어 못 내겠단다. 이건 뭐... 부모도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 상처입는 아이들은 갈수록 흉포한 범죄와 학교 폭력을 저지를 소지가 커진다.

피해학생들 가정 역시 다사로운 정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예전엔 빈집에 가서 같이 놀고, 담배 피우는 정도의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엔 왕따, 지속적 괴롭힘 등이 갈수록 심각하다.

매점에서 빵을 사오는 빵셔틀 같은 데서부터, 급식 셔틀, 숙제 셔틀, 폰 셔틀, 가방 셔틀, 이런 말들을 만들 정도로, 아이들이 범죄 지능만 높아진다.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사로운 정이 있는 가정인데,

결국 문제의 주범은 가정 해체인 셈이다.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길은 요원하고,

결국 아이들은 소년범이 되어 법원에서 1호~10호 판결을 받고 보호 관찰 내지 소년원 입소 같은 처분을 받게 된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모은 책이다.

문제 부모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에게도 읽히면 좋은 책이다.

우선, 문제아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교사들도 이런 책을 접해야 한다.

아이들의 문제를 '아이의 자유 의지로 벌인 문제'로 파악하고 아이를 미워하는 어른 역시 문제 어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아이들의 범죄는 아이들의 '자유 의지'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상황에 의한 우발적 범행에 동참하게 되고, 그것이 습관적으로 익숙해져버리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범죄는 이렇게 발생하는 것이다.

 

학교 폭력에 대처하는 교사들의 자세도 문제다.

일단 일어난 일을 조용히 덮고 넘어가려고 하기 전에,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다른 아이들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일어나면, 지속적으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

학교 폭력의 문제는 <지속적 관계 유지>가 가장 큰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마음 아프게 읽은 책이다.

부분부분 눈물이 주르르 흐르게 만드는 대목도 많다.

사회가 아프면, 모두 아파야 하는데...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성복, 그날)

 

이런 무관심이 결국 아이들을 범죄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버리고 만다.

사회의 양극화를 갈수록 심화시키는 당을 국민이 선택했으니,

결국 아이들의 눈물은 더 깊어질 것 같아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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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3-0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소극적인 생각 같지만 가정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돈을 잘 버는 것 보다, 나의 다른 경력을 쌓아나가는 것 보다, 그 어떤 것 보다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합니다.
청소년 범죄는 우리 사회의 일종의 지표이겠지요. 무관심은 아닌데, 관심만 가져서 될까 싶고...사회가 아플때 그 병을 고스란히 떠맡아 앓고 있는 층이 바로 청소년층 같아요.

글샘 2013-03-05 02:43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가정을 잘 지키는 문제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IMF 구제금융기 이후, 사회는 급속도로 가정해체라는 문제에 직면했거든요.
지금 문제가 되는 이 아이들이, 그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거죠.
아픔이 느껴질 땐, 이미 늦었는데, 누구도 해결책엔 관심이 없으니...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