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승은 있다 - 좋은 선생도 없고 선생 운도 없는 당신에게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동섭 옮김 / 민들레 / 2012년 7월
평점 :
'선생님은 훌륭하다'가 이 책의 제목이다.
선생님은 훌륭하다.
이 명제에 대하여,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고 분분할 것이다.
사실명제가 아니라 판단명제이기 때문이다.
선언한다고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 개개의 선생님에 대한 판단이 개입하기때문에 동감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훌륭하지 않은 선생님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이 목울대를 울컥거리기 때문이겠다.
그럼, 이건 어떨까?
책과 애인의 공통점은?
1. 보면 자고만 싶어진다.
2. 침 바르면 잘 넘어온다.
3. 가을이 되면 더 보고 싶다.
웃자고 하는 소리다. ^^
책을 봐도 말똥말똥할 때도 있고, 책에 침 같은 거 바르면 싫어할 사람 알라딘에 많고,
가을이 아니래도 책은 늘 보고 싶은 사람들로 여긴 가득하니까...
이 책에선 스승과 애인의 공통점은? 이런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평범한 선생님은 '이걸 할 수 있으면 된 거야.' 정도로 만족하지만,
스승이라면,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기술에는 완성이 없다.
완벽을 벗어나는 방식에서 창조성이 생겨난다.(35)
이런 것이 가르침과 연애의 특성이다. '연애는 끝이 없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독창성을 발휘한다.
스승과 애인의 공통점은 이것이다.
이 사람의 진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나 뿐이라는 믿음!
여느 사람이라면, 그 선생님을 평범한 어떨 땐 평범 이하인 사람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진가를 알고 있다고 믿는 이에게, 그는 걸출한 스승일 수밖에 없다.
애인 역시 그렇다. 그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나머지 조건들은... 우수리에 불과하다.
~~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존경할 수는 없는 거다.
'바로 그 사람'이기때문에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만이 이유가 된다.
그러면, 스승과 애인은 왜 중요한가?
그 사람은 나를 어떤 사람인지 알아주기 때문에...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일까?
일이 일어나는 순서를 잘 기억해주세요.
당신이 '나는 어떤 인간인가'를 생각했단 것은 당신은 정말 어떤 인간인지를 알아줬으면 하는 사람과 만났기 때문입니다.(49)
스승과 애인이 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먼저 '나를 인정해주길 바라는 그'와 전면적으로 만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마주침'과 '만남'을 통해 '스승과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저 '우발성', '우연성'으로 그 화학적 변화 과정이 일어난다면... 지하철에서 몸 부딫는 사람들 모두와 연인이 될 수 있지나 않을까? 두려웁게도~ ㅎㅎㅎ
우린 늘 이야기를 할 때,
듣는 이에게 내 말이 어떻게 닿을지 신경씁니다.
저 사람이 누구보다 나를 깊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를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나에게 경의를 표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신은 그때까지 자신에게도 숨겨왔던,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정보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방이
애당초 당신에게 없었다는 애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것을 들어줄 용의가 있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정말로 말하고 싶은것'을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52)
음...
이 구절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단 생각을 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난 다음에,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어지고 궁금해하게 되는 것인데,
사실은,
사랑을 통해, 스승님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발견을 얻게 되는 것임을... 간과하며 사랑을 달리고 마는 것이다.
달려가면서 산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주마간산의 바보가 되는 것이다.
스승은 있다.
애인도 여기 있다.
그는 참 고마운 사람인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당신 말이다.
두 사람이 서로 진심으로 바라보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대화를 하고 있을 때,
거기서 말을 하고 있는 것은 둘 중 누구도 아닌 그 누군가입니다.(58)
지금까지 이야기를 이끌어온 것은,
처음으로 준비했던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상대방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욕망도 아니고,
그저 당신이 추측한 상대방의 '욕망'입니다.
당신이 이야기한 것은, '이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아닐까'란 상상으로 만든 이야기인 것.
사랑에 애태우고, 마음 졸이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소통해야할지 모르겠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연애의 기술(실전편)으로 이름붙여도 멋진 책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강의를 해야하는 사람, 또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남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면 '리더'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리더십 지침서'로도 소용될 수 있어 보인다.
리더의 <소통>이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
우리는 거꾸로 알고 있기 쉽다.
우리에게 깊은 성취감을 가져다주는 '대화'는,
말하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이 먼저 있어 그것이 두 사람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왔다갔다하고 나서야 비로소 두 사람이 말하고 싶었던 것과 듣고 싶었던 것을 알게 되는 것.(68)
사랑하는 사람과는 무슨 이야기든 자주, 많이 하고 싶어진다.
그들 사이에선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거지, 할 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보여줄 수 없으니... 말이 먼저 오고가는 것이겠다.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다하는 것'이다.
'친절'이라고 말해버리면 너무 노골적이어서 함축성의 맛은 없다.
'마음 씀씀이', 그렇게 말해도 딱 들어맞지 않는다.
말 그대로 마음을 다하는 것이다.
작가가 마음을 다한 것이 독자에게 통했을 때 비로소 문학의 영원성이라든지
혹은 문학의 고마움이라든지 기쁨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성립한다.(다자이 오사무, 여시아문, 113)
여기서 '오해'와 '이해'가 닿을 듯 말 듯 빠듯하게 접근하면서 절대 100페센트 이해되지 않게 쓰고 있는 것이 작가의 천재성이라고 말해도 좋겠죠.(115)
결국, 스승과 애인의 소중함은, 그 닿을듯 닿을듯 닿지 못하는 데서 간절함과
오해의 간극을 이해하려는 애씀에 달려있다는 아슬아슬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필승의 병법은 필패의 구조에 몸을 둔 자만이 터득할 수 있다.
이것을 소통의 이야기로 말하면,
'이해'는 메시지 내용을 적절하게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소통이 갖는 '오해'의 구조에 정통하게 되는 것(141)
이 책이 정말정말 맘에 드는 것은 이런 구절 때문이다.
오해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는 일...
그래서 '필패의 구조'에 놓일 수밖에 없으니, '필승'을 위해 서로 한발 물러서는 자세가 필요함을 알고 격려하는 일...
연애에서도, 스승님에게서도...
어떤 말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
거기서 오해도 생기지만, 이해의 가교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
커뮤니케이션에 관하여,
또는 리더십에 관하여,
이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사랑의 성취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하여,
심지어는 무도인의 필승 비법에 관하여,
얻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을 일이다.
이 책에서 가르쳐 주는 바는 없다. ^^
그러나, 배우는 바는 있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