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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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이 인문학적 시각을 넓히면서 문화 유산 답사를 강의했다면,
오주석은 우리 그림의 성공적 형상화를 찾아서 쉽고도 재미있게 강의한다.

처음 그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었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려 한참을 혼이 났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권을 읽을 때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김홍도까지 읽었다.

그러던 중, 우리에게 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하고 세상을 버리셨다.

막연하게, 한국에 대해서 애국심을 가지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나는 한국을 사랑할 수 없었다.

매주 운동장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태극기를 쳐다볼 때, 나는 눈이 부셔서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광주에서 동포를 살육하고,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여 최장기수를 양산하는 나라를 조국이라고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십 년 월급을 모아도 집 한 칸 살 수 없고, 장군의 아들은 거지가 되고 친일파 후손은 땅땅거리며 땅부자가 되는 세상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주석 선생님의 글을 읽노라면 한국인이란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

형상을 극소화하면서도 상상을 극대화 하는 김홍도의 그림들을 자세히 설명하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나도 모르게 한국화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종이 창에 흙벽 바르고 벼슬 없는 선비로 살며 시가나 읊조린다. 단원"처럼 부박하게 살면서도 단아한 품위를 잃지 않는 선비의 모습을 통해서 한국인의 정신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송하맹호도처럼 우리 겨레의 상징인 호랑이를 통하여 나약하거나 패배적 민족이 아님도 보게 되고...

이 책은 고인의 유작이어서 뒷부분에 가서는 메모만 남은 부분도 있어 고인의 글을 더이상 만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게 한다.

스포츠 쇼비니즘같은 광신적 애국주의를 벗어나는 길은, 우리 문화를 이렇게 알림으로써 식민지와 전쟁을 통해 내면화한 자격지심을 극복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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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열정을 말하다 인터뷰로 만난 SCENE 인류 1
지승호 지음 / 수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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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영화가 55% 상영되었다. 헐리우드가 맥을 못추는 곳은 드문 현상인데...

올해는 왕의 남자와 괴물에 힘입어, 77%를 넘었다는 말을 한다. 대단한 한국 영화다.

그 힘의 근원이 어디인지, 그리고 한국 영화가 왜 갑자기 품질이 좋아졌는지... 지승호가 인터뷰를 했다.

이제 '지승호'란 이름은 <성실하고 풍부한 내용의 인터뷰>의 대명사가 된 듯 하다.

그저 유명인을 만나서 허접한 일상사를 늘어놓은 여성잡지의 인터뷰를 읽고난 느낌이 시내 밥집 가서 후다닥 점심 한 끼 때우고 이도 못닦은 찝찝한 기분이라면,

지승호의 인터뷰를 읽고난 느낌은, 분위기 있는 정식집에서 정찬을 맛보고 후식까지 깔끔하게 먹고도 느긋하게 앉아서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정담을 나누고 난 느낌이다.

괜히 이 감독들과 친해진 느낌이 든다. 사실 나는 유명한 영화, 흥행작만 보기 때문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어서 이 책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봉준호와 류승완 정도였다.

한국 영화가 지금처럼 잘 나가는 이유가 뭘까?

이 책을 읽고 그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한다. 하나는 <학연>이 파괴된 곳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세대 교체에 어렵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꼴통들이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젊은 감독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차츰 시스템을 만들고 하는 것을 읽으면서 한국의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아직도 77%라는 수치는 수치에 불과할 뿐이고, 촬영 현장의 열악함을 끝도 없이 지적된다.
시스템의 부재와 영화 배우나 과장된 광고에 의한 인기도는 아직도 한국 영화가 풀어야 할 과제다.

톱스타가 아니더라도 성공하는 동막골, 왕의 남자가 좋은 징조이기도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국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돈 아깝다는 더러운 기분은 상당히 날려준 것 같다.

황정민의 연봉 300만원 받으면서도 행복했다는 이야기는 우리 영화판이 얼마나 열악했던지를 대변해주는 명언으로 남았다.

취향이 분화된 듯 하지만 소신 없이 입소문을 타고 극장을 찾는 관객의 허접합을 탄식하기도 하고,
스크린 쿼터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외제차 타는 넘들의 밥그릇 찾기로 매도하는 무식한 한국인들에게 쓴소리도 날린다.

인간의 영혼을 바꿀 수 있는 감독은 존경스럽지만, 인간의 기분을 바꿀 수 있는 감독은 좋아할 만하다... 던 김지운 감독의 말은 매일 수업을 하면서 수업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내게 큰 화두를 던져 준다.

등화관제 되어 버린 어두운 한국에서 언제 범인을 맞닥뜨릴 지 모르는 공포스런 상황을 맞는 여중생같은 심정으로 영화를 만드는 외로운 감독들. 그들에게서 희망을 읽었다. 고맙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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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좋아지는 5분간 이야기
시마자키 기요미 지음, 김향미 옮김 / 미술공론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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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 제목을 보면, ず-こう 라는 단어가 나온다. 화공, 화가라는 뜻이다. 도화, 공작이란 뜻도 있다. 작가가 미술보다는 화가 중심으로 글을 써 나가는 것을 보면, 제목에 즈코우카가 좋아지는 이야기책...이러고 붙일만 하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곰곰 읽다 보면, 작가 시마자키 기요미가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인지를 여실히 깨달을 수 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쉽게 쓰려고 얼마나 고심한 흔적이 많은지... 이런 글을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미술 공작을 시켰더니 사고가 적게 나더라는 연구... 고층 건물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사고가 더 많이 나더라는 연구...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사회에선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연구다.

이 책의 몇 이야기는 아이들 교과서에 실어 주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미술은 그림 그대로가 아니라, 그리는 이의 기분을 더한다는 이야기나, 고갱, 피카소 이야기들은 정말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아, 우리가 배운 국어 교과서는 어떠했던가...

조국에 대한 사랑과 관련된 글들, 그리고 장군들의 전기와 공산주의자, 일본에 대한 증오, 유명한 문학가들의 작품들... 멋대가리 없는 논설문과 설명문들...

이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예술적인 교과서를 보여줄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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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AG건축기행 1, 옛절에서 만나는 건축과 역사 김봉렬 교수와 찾아가는 옛절 기행 2
김봉렬 글, 관조스님 사진 / 안그라픽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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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관광을 간다는 것은 '절집'을 구경간다는 의미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아이들이 수학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왜 절에를 가요?'하고 묻는다. 교회는 종교를 위한 건물이지만, 절집은 그만큼 문화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종교'적 가치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것으로 보인다.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온 것이 천오백 여년이 되었으니 그 절집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없겠지만, 특이하게도 90% 이상의 절집은 임진왜란 이후에 지어진 것인데도, 억불 정책을 써 온 조선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건축물로 살아남은 것을 보면,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이 책의 표지에 정말 고요한 경지의 절집 계단이 등장한다. 너무도 아름다워서 여기는 꼭 가봐야 겠다. 도대체 어딘지 알아 둬야지... 하는 속셈으로 책을 들여다 봤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내가 수십 번을 갔을 부산 범어사 계단이란다. 아는 만큼 보인다던가... 하긴 내가 범어사에 갔을 때는 거의 소풍때니 사람이 득시글거리는 범어사에서 이 한적한 계단을 볼 수 없었으리라. 조만간 틈을 내서 범어사를 평일에 가 보리라 생각한다.

건축은 신심의 상징이라고 한다. 험난한 지형에 난공사일수록 신심이 깊어진다고 하는 것일까? 낙산사 홍련암처럼 바닷가 절벽 위에 지은 암자도 있는가 하면, 남해 금산 보리암, 관악산 연주암처럼 산꼭대기에 얹은 암자도 있다. 대단한 조상들이다.

주어진 조건이 어려울수록 명 건축이 탄생할 확률은 높아진다고 한다. 불리한 지형을 창의적으로 건축해야 하므로 그렇다는 결론이다. 하긴, 이것이 인생이다...에 등장하는 이들이 대단해 보이지만, 결코 부럽지 않은 것이 그런 연유 아닐까.

이 책에 등장하는 절집들의 건물과 여백은 참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갖고 있다.

관조 스님의 사진 덕이겠지만, 건물과 여백의 관계가 사라질 때 건축은 사라지고 <건물>만 남는다는데, 내가 절집에 갔을 때는 주로 사람이 많은 때여서 그 고즈넉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내리는 날, 우산을 받고 찾았던 절집들이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한국의 절집들을 내가 몇 군데나 가 봤을까? 족히 수십 군데는 가 봤을 것이다.

그렇지만, 화엄사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처럼 자연미를 그대로 살려둔 절집 기둥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고, 안성 청룡사 대웅전의 휘어진 소나무 기둥들도 눈맛을 시원하게 한다.

부처님의 불국토이자 예불 장소이면서 수도원이었던, 이제는 관광지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가람에 대해 알고 보게 되니 또 다른 눈의 트이는 듯 하다. 역시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는 유홍준 님의 말씀은 만고의 진리인 듯 하다.

大成若缺 大直若掘 大巧若拙...

크게 이루는 것은 뭔가 빠진 듯하고,
쭉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정말 정교한 것은 졸스런 듯 하다.

아, 한국 절집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노자의 이 구절이 아닐까?

깎은 듯한 비례미를 보여주는 서양의 정원처럼 삭막하지 않은 그 이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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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7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식민지 조선과 전쟁미술 - 전시체제와 민중의 삶
민족문제연구소 엮음 / 민족문제연구소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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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시대... 전시 체제의 확립과 조선 민중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렇지만 황국 신민이 된 영광을 안고, 신사 참배와 궁성 요배에 내몰린다.

온 몸을 바쳐 징병과 근로봉사에 앞장서야 했다. 그것만이 치욕스런 목숨을 보전하는 길이기에...

이 책은 1부에서 조선 민중의 삶을, 2부에서 동원 미술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화보, 사진, 자료집의 사진들은 미술 시간보다는 역사 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줄 소재로 좋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광기에 치가 떨리는 사진첩, 그리고 군국주의 미술책.

그 슬펐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다.
그리고, 더 슬픈 것은 그 치떨리는 시대의 한 자락이 아직도 남아있는 땅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그 식민 통치를 <태평 천하>로 여겼던 자들의 후손이 "당"을 만들어서 정치판에서 발광을 한다.

남산에 있었다는 <신사>의 모습은 마치 지금의 국립 현충원과 흡사해서 깜짝 놀랐다.

과거 청산이나 하고 언제 국가 발전을 논하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반역자고, 친일파의 후예인 것이다. 아무리 늦더라도, 과거는 정확하게 청산해야 한다. 식민지 시대 범죄에 면죄부를 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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