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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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트렌드가 '코딩'인데, '백화점식 나열'의 잡다함이 재미를 삼켜버린 느낌이랄까...

히가시노게이고의 장점이 몰입이라면,

이 소설은 몰입을 배제하고

스토리를 잡다하게 늘어놓고 있어 흥미가 덜하다.

 

동물병원 조수나 미모의 가에테, 동물들의 보호자 여성들의 묘사에 이르면

오쿠다 히데오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쿠로부터 시작해서 조수 모토미, 미모담당 가에테로 뻗고,

동생 아키토와 어머니와 두 아버지 등 등장인물이 복잡한데도

그들의 연결이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

 

비너스는 미의 여신이며 사랑의 여신인데,

이 소설은 에로틱한 소설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제목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뇌과학의 비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실종과 뇌과학의 짬뽕을 프랙털이라 이름붙이기보다는

식상하기 쉬운 클리셰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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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3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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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작가 미나토가나에가 쓴 고향 이야기다.

어느 나라나 도시와 시골의 분위기는 무척 다를 것이다.

도시의 군중 속의 고독이 씁쓸한 것에 비하면,

시골의 정이라는 말 속에 담긴 악의 역시 그에 못지 않다.

 

단편들 속에서 그 시골 사람들의 성정이 오롯이 드러난다.

고향이라는 곳은 그런 곳이 아닐까?

추억 속에는 아련한 향수와 함께

서걱거리고 삐걱거리던 기억도 수면 아래 잠겨 있게 마련이다.

 

유명 작가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 언니의 속내를 알게되었을 때,

이 작품집의 무게가 실려 왔다.

 

사귀지도 않는 동창이 그냥 집에 데려다 줬다는 이유로, 뭐 결혼?

이러니까 다들 섬에서 나가고 싶어하는 거 아냐.

그것도 모르면서 텔레비전만 끌어안고 사는 시골 아줌마가

도시 사람은 인정머리가 있네, 없네 하며 아는 척 설쳐대는 꼴이라니.

인정많은 시골 생활? 흥, 지나가는 개가 웃겠어.(138)

 

서로 잘 아는 만큼, 상처도 깊을 수 있다.

고향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런 것이다.

 

물이 들어차는 집에서 떨고있을 친구를 위해 신고를 해주는 그런 곳.

십자가의 추억이, 삶으로 이어지는 곳.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오가는 유조선과 화물선...

저런 배에 성원을 보내는 사람은 없단다.

하지만 어떤 배든 오늘 진수식에서 봤던 배처럼

많은 사람으로부터 축복을 받으며 바다로 나갔을 거야.(287)

 

아버지에게서 조용한 가르침을 물려받는 아들도 있지만,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시신을 다시 바다로 밀어버리는 비정한 현실도,

거기서 비롯된 오해로 얽힌 이야기들도 소설 속에서는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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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 (완전판) - 오리엔트 특급 살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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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오십 여권 시리즈로 꽂힌 아가사 크리스티...

언젠가 읽었는지, 영화를 봤는지 아슴한 소설을 읽었다.

 

글로벌 사회가 되기 전,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모인 많은 사람들...

 

이미 그 조건은 범죄의 모습을 드리운다.

뜻밖에 멎어버린 기차때문에 열차 살인은 삐그덕 거리는데...

 

푸아로라는 해결사와

프랑스어가 아직도 상류사회의 언어로 유통되던 분위기도 재미있고...

 

살해당한 남자는 미국의 유명한 유괴사건을 저지른 사람이고,

미국은 참 별난 나라죠~ 라는 대사도 재미있다.

 

불가능한 일은 벌어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불가능한 일은 겉보기엔 그렇게 보이더라도

사실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야 하지요.(182)

 

영국이라는 나라의 자부심이 가득한 소설이면서

파리에서 공부한 경험이 묻어있는 재미있는 소설.

 

예전엔 스토리를 읽었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과 감각이 눈에 들어왔다.

애거서 크리스트를 정주행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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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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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그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고

자신의 재능도, 이 세상에서의 자기 자리도, 자신의 본모습까지도 박탈당한 남자의 역할에 갇힌,

결점만 줄줄이 모아놓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혐오스러운 남자의 역할에 여전히 갇힌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아침마다 그는 몇 시간씩 침대에 숨어 있곤 했는데,

그런 역할에서 숨는다기보다는 단순히 그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살에 대한 게 전부였지만, 그것을 흉내내지는 않았다.

죽고 싶어하는 남자를 연기하는 살고 싶은 남자였으니까.(15)

 

파리 리뷰의 '작가론' 등에서 만났는데,

실제 작품을 접한 일은 거의 없는 듯...

 

나이가 들면,

당연한 것처럼 여기던 것들이

불완전해지고 불가능해지는 것을 인정해야 하게 되는 법이다.

그럴 때, 주인공은 자살을 고민한다.

 

재능이 빛나던 사람에게서 그 빛이 사라질 때

어떤 마음일까...

 

한 순간만 하세요.

순간을 연기하세요.

어떻게 될지는 중요치 않아요.

그런 걱정은 접어 두세요.

그저, 순간으로만 인식하세요.

순간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면

뭐든 해낼 수 있으니까요.(44)

 

연기자들의 절망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책이었다.

성적인 스토리가 꼬이는 부분은 별로 재미없었고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고 읽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이들면서

삶의 격정들이 스러질 때,

자살을 고민하여야 하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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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도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3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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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verlook

이것이 원제다.

내려다 보는 데서부터 감독하거나 간과하는 등의 뜻이 있었다.

 

이 소설에서는 세슘이라는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출한 남자는 살해되고,

아내는 발가벗겨진 상태로 묶여서 발견되고...

 

오리무중으로 전개되던 사건은 뜻밖의 실마리로 해결이 진행된다.

 

우리 모두는 배수구를 빠져나가는 물처럼

하루하루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는 거야.

그 검은 수챗구멍에 돔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이들도 있고

좀 멀리 있는 이들도 있다.

그 검은 구멍이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빙빙도는 물이 언제 자기를 움켜쥐고

그 어두운 수챗구멍 속으로 밀어 넣을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건 맞서 싸우는 거야.

보슈는 혼잣말을 했다.

쉼없이 버둥거려보는 거라고.

그 물에 휩쓸리지 않도록 계속 버텨보는 거야.

 

경찰처럼 죽음과 총기 앞에서 살아가는 사람만 이런 상념에 휩싸이는 건 아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상황에서 멘붕을 맞닥뜨릴 수 있고,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혼돈의 도시라고 제목붙였지만,

우리 삶을 오버룩할 수 있는 소설이고,

우리가 간과하는 것들이 우리 삶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벚꽃이 새 세상을 열고 있다.

금세 닫힐 그 세상이지만,

며칠은 벚꽃 아래서

환한 하늘 우러르며 멍하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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