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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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20년대... 가장 궁핍하던 그 시기에,

한국 단편을 찬연했다.

냉혹할수록 번득이는 것이 단편일지 모른다.

 

이 책에서는 김금희를 가장 먼저 찾아 읽었다.

갑과 을이기도 하고,

예술가와 제작자이기도 하고,

인간과 인간이기도 한데... 가벼워서 참을 수 없다.

'새'는 작은 존재의 대유일까? 조족지혈...로 비유되는.

관계가 버석일수록, 진흙덩이처럼 엉기지 못하고,

모래알갱이들처럼 겉돌수록, 소설은 아프다.

김첨지가 그 운수 좋던 날에도 선뜻 집엘 가지 못하고 막걸리를 연거푸 들이켜야 했던 그날처럼...

 

조해진의 '문주'도 그렇다.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긴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131)

 

먼지의 사투리이기도 한 문주.

그 존재의 가벼움도 눈물겹다.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상처는 존재를 눈사람처럼 녹여버리는 힘이 있다.

존재가 비존재로 변하는 슬픔이...

 

김유정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박형서의 '거기 있나요'는 생뚱맞다.

아이들이 농담처럼 나누는 '흔한 이과생'의 이야기처럼,

도무지 알 수 없는 단어와

이해불가능한 용어들로 가득한 소설.

 

마지막 청문회였다.

새로운 걸 밝혀내기보다는

그간 확인된 내용을 검토하고 차근차근 정리하는 시간.

"당신은 그들보다 천억의 천억 배나 크고,

아무튼 죄다 맘대로 할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그토록 매정하게 굴었던 거죠?

가엾단 생각이 들진 않던가요?

아니, 해칠 거라면 도대체 왜 그들의 왕이 된 겁니까?"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회의하고 추론하여 마침내 그를 발견해낸 순교자들은 낱낱의 입자로 흩어졌고,

장엄할 뻔했던 은하는

쪼개져 뿌연 먼지가 되었다. (45)

 

여기서 또 먼지가 등장한다.

어차피 먼지로 돌아갈 큰 먼지들...

 

거시적 사고는 유용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채집 당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언어...

그냥 멀고 외롭고 많이 가느다란 문장...

이봐요, 거기 있어요?(44)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주말을 반납하고, 심지어는 매일을,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이는 사람들을...

그 먼지들을...

그 촛불들은 서로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 거기 있어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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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창비시선 404
이정록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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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담은 웅변도 강연도 아니고 말장난은 더더욱 아니올시다.

만담에는 사람의 가슴을 찌를 만한 그 어떤 진실이 필요한 거외다.

사람이 왜 사느냐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지가 문제로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왜'라는 것을 아예 없애버려야 하는 거외다.

왜를 위해 살 수 없다.

왜를 위해 이름과 성을 팔 수 없다.

왜, 하면 부르르 주먹 그러쥔지 참 오래구나.

왜란, 없다, 없어야 한다.

나의 이름은 본래 불출이가 아니외다.

왜 불출이라고 개명했느냐

네놈들 세상인 줄 알았더라면 태어나지 않을 걸.

즉, 네놈들 세상엔 나가지 않겠다고 한 데서

아니불 자와 날 출 자를 쓴 거외다.(신불출, 부분)

 

말하는 사람이 드물던 시절.

조선시대에는 말이 성하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저 네네~ 하는 숭배만이 살 길이었다.

성리학적 질서가 그러했다.

그러다가 일제가 쳐들어오자,

일제에 네네~하는 자들만이 살아 남았다.

바로 '왜'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초등학생들도,

광장에 나와서 만담을 한다. 내가 이러려고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 들고~

중고생도 풍자에 도가 텄다.

그만큼 민도는 높아졌으나,

<네놈돌 세상인 줄 알았더라면 태어나지 않을 걸> 하는 한탄은 여전한 듯 싶다.

 

풍자는 세상사 참 비루하고 더러운 것을,

약자가 한칼에 어쩔 수 없어,

쓴웃음을 담아 우스개로 한을 푼 것이다.

 

위암 말기 판정 쑥골댁 아주머니.

꽃 무늬 바가지로 햇빛을 가리고,

플라스틱 바가지는 왜 샀대요?

토할때 쓸라고

변기에다 토하면...

똥통에 코박고 있다가 죽을 순 없잖여.

소나기 쏟아지자

꽃무늬 바가지 뒤집어쓰고

추녀 밑으로

그인간 술만 먹으면 변기에 토했잖녀.

아저씨 보고 싶죠. 금실 좋았잖아요.

암만, 변기에 머리 박고 토하는 것까지 찰떡궁합이지.

멈칫거리는 사이

앞산 마루, 그 인간의 무덤도

초록 물바가지를 쓰고...(궁합, 부분)

 

웃음이 나는데, 슬프다.

시속의 말로 웃프다.

 

푸른 지붕의 푸른 알약이 해외의 유머로 풍자될 때,

국정 교과서까지 등장해서 속을 뒤집어 놓는다.

이틈에 개헌론이라는 둥, 탄핵의 말미를 꼬리잡는 더러운 것들이 구역질난다.

 

지가 사자띠유.

사자띠도 있남?

저승사자 말유.

근데 두 팔 다 같은 날 태어났는데 왜 자꾸 왼팔만 저리댜?

왼팔에 부처를 모신 거쥬,

뭔말?

저리다면서유, 이제 절도 한채 모셨구만유, 담엔 승복입고 올게유,

예쁘게 하고 와, 자네가 내 마지막 남자니께.(~~ 독한 농담, 부분)

 

이정록 시를 처음 만났을 땐,

삶의 이치를 담은 이야기들을 채록한 신선함이 있었다면,

이제 슬픈 비꼬기들이 보인다.

 

전문가가 되노라면,

진지함을 좀 퍼내고

유머와 가벼운 농담과

실없는 주절거림 속에서 한없이 깊은 한을 품어내야 한다는데,

나는 아직도 너무 진지하고,

한에 파묻혀 가슴이 터지려고 하는 나날임을 보면,

아직 한없이 어린가보다.

 

그나저나 사자는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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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나라 2016-11-2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정록입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맘이 다쳐서 무기력하고 울화통이 터져서 불끈거립니다.
글샘님도 저와 다를 바 없을텐데, 짬을 내어 귀한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시에서
유모어가 있는 시만 골랐군요.
사실, 색동시월은 암묵으로 키들거리는 시지요.
저는 제 주변에 있는 오래된 미용실과 술집과 방앗간 등의 주인과 단골들의 말을 채록하는 사람이 있어야지 싶습니다.
그런 동아리나 단체가 있어서
마지막 남은 입말의 보고를 보존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시로서는 분명 한계가 있지요.
제 친구 중이 이명재시인이 있어서
예산말사전을 쓰고 있지요.
그걸 보면 정말 귀하단 생각이 들지요.
마지막에 올려주신 사진과
제 시의 저승사자가 웃픈 광경을 연출하네요.
서로 건강 잘 챙겨요.
봄에 다시 뵐게요.

이정록 절

글샘 2016-12-06 16:00   좋아요 0 | URL
닉네임도 이쁘네요. ㅋ 설렘나라...
네 건강 챙기기 힘든 시절입니다.
건필하시길...
 

 사라진 것들...

 

 

 

 

 

 

 

 

 

 

 

 

 

 

 

 

 

 

 

 

 

 

 

 

 

 

 

 

 

 

사라질... 것들...

 

 

 

 

 

 

 

 

 

 

 

 

 

 

 

이게 좀 미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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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들의 춤
최수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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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포로들이 춤을 춘 사연은...

 

 

포로수용소에서

미군의 사지 복장을 한 포로들이

어설픈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돌아가신 장인은 포로 출신이었다.

포로 수용소에서 비인간적인 생활을 하다가, 다시 남한의 군인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현실의 역사도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지만,

아우슈비츠가 거제도에 있었고,

오늘날도 난민들의 눈빛은 거기서 얼마 나아가지 못했다.

 

인간은 인간을 제한한다.

앞의 인간은 잘난 체하는 악마들이다.

후자는 인간성을 잃게 마련이다.

 

거제 포로수용소라는 비극을 한국사에 남겨야 한다.

최수철의 소설은 재미 없다.

재미없지만 역사로 기록하는 의미는 있다.

 

거제도에서는 모든 것이 조작되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지시가 내려졌고

사진을 찍는 우리들 앞으로는 그럴듯한 사람들만이 지나가도록 계획되었다.

이 사람들은 '보도사진'에 찍히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나는 이게 진정 수용소에서의 생활인지 끊임없이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사 비숍, 184)

 

저 한 장의 사진은 당연히 조작이고 날조다.

역사라는 것은 그렇다. 날조다.

박그네의 비아그라 만큼이나 '올바른 오른쪽 우익 뉴라이트 교과서'도 날조다.

고대사를 가득 넣고 우리의 투쟁의 현대사를 적게 넣는 것은,

'임시 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3.1 운동과 4.19 혁명의 정신으로 열린 조국'의 대한 국민을 부정하는 날조다.

그렇지만, 역사는 그렇게 한다.

 

나는 거제도에서 붉은 바다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살아나왔어.

살아나오기 위해 죄도 지었고 몸도 팔았지.

그 당시 좌익의 빨갱이도 아니고 우익의 흰개미도 아닌,

그 사이에 존재하는 포로들을 얼룩말에서 따와 얼룩이라고 불렀지.

나는 얼룩이였어. 말하자면.

나는 빨간 줄무늬를 입고 있었던 거야.(111)

 

인민군 포로들을 조국으로 송환하지 않고 포로수용소에서 갈등하게 만든 이승만 정부의 추악한 일면이다.

제3국으로 떠나버린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그 안에서의 생활은 지긋지긋했다.

전쟁이 끝난지 60년이 지난 지금도 삶은 지긋지긋하긴 마찬가지다.

아직도 이 나라의 삶은 포로의 삶이다.

보도사진에 찍히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처럼,

대학엘 가고 집을 사고(있지도 않은 분양권을 파는 나라는 없다.) 차를 몰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올바른 삶인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과연 이것이 최선인지, 질문할 때가 되었다.

 

법당에서 암탉 두 마리가 숨어

나란히 앉아 구구거리며 졸고 있더라.

내가 쉬쉬 쫓아보려 했지만 꼼짝도 않더라니까.

그 모습을 보고, 아, 참선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

쉬쉬 쫓아도 구구거리며 죽치고 앉아있는 거구나.

세상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35)

 

시위대 사이에서 춤을 추다 잡혀가곤 하는 여자.

술에 취해 번개탄으로 죽음을 부른 여자.

 

스토리가 긴박함이 떨어지고 인물 창조가 좀 허름하긴 하지만,

사는 일의 단순하고 무의미함에 대하여,

포로들의 삶과 우리의 삶을 나란히 놓으며 이야기한다.

 

슬픈 소설이다.

분단을 이야기하면 끝도 없이 슬픈 것이 당연한 정서일지도 모른다.

 

80년 광주에 대한 소설과 영화가 더더더더~~ 나와야 하듯,

한국 전쟁의 비극, 제주 4.3의 비극에 대한 영화도 더더더 나와야 한다.

 

박정희가 밀짚모자 쓰고 막걸리 마시던 '날조된 늬우스'에서 벗어나는 데 수십 년 걸렸듯이,

전쟁과 학살에서 벗어나는 데는 수백 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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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수족 문학과지성 시인선 R 7
이민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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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서

뭔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내 머리가 낡아서

또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해서 그런 건지,

시 자체가 그런 건지... 전혀 모르겠다.

 

 

 도서관에 누군가가 두 권이나 사 두었길래,

혹시나 하고 기대했다가, 머리가 멍 해졌다.

 

시국이 하 수상하여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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