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11 9. 예측 기계(Prediction Machines), Ajay Agrawal, Joshua Gans, Avi Goldfarc, 이경남 옮김, 생각의, 2019
국역본은 절판되었는데, 개정판이 2022년에 나왔고 인터넷에서 찾아 읽을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예측 비용 하락'이라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같은 관점에서 컴퓨터의 출현과 상용화는 곧 '연산 비용의 하락'이었고, 구글은 '검색 비용 하락'의 일등 공신이다). 2장에 '쇼핑 후 배송'에서 '배송 후 쇼핑(또는 반품)'으로의 전환을 설명한 대목이 인상 깊어 큰 기대를 가졌는데, 생각해보니 물리적 상점들이야말로 늘 고객의 집단적 수요를 예측하고는 있다(아마존은 2013년에 예측 배송anticipatory shipping에 관한 특허를 받았다 https://patents.google.com/patent/US8615473B2 ). 아무튼 (아주 살짝 용두사미가 된 감이 없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통찰이 많다.
예측은 지금 가진 정보(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빠진 정보)를 채우는 과정이다. 예측 비용이 떨어진다는 것은 더 많은 예측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원래 예측의 영역이 아니었던 곳에서도 예측이 활용된다. Kathryn Howe는 어떤 문제를 예측 문제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AI Insight'라고 불렀다(29, 61, 228쪽). 의사 결정의 질도 꾸준히 향상된다.
예측 비용이 떨어져 기계 예측이 많아질수록 인간이 하는 예측(대체재)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판단(judgment), 데이터(data), 행동(action) 등 의사 결정의 다른 요소들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고, 이들 보완재(complements)에 대한 수요는 증가한다고도 한다(109, 225, 226쪽). (기계)예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때 함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견지에서 보완재이다(31쪽).
'트레이드오프'도 중요하다.
데이터가 많다는 것은 프라이버시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자동화된다는 것은 통제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 17쪽
사회적 차원에서는 '생산성 대 분배', '혁신 대 경쟁', '성능 대 프라이버시'의 트레이드오프가 있다(19장).
그나저나...
"방증"이라고 써야 할 곳에 "반증"이라고 잘못 쓰시는 분이 너무 많다. 학문하신다는 분들이 이것을 잘못 쓰면 정확한 뜻을 모른 채 멋을 내려고 다른 사람의 표현을 흉내내는 것처럼 느껴져서 좀 깬다.
91쪽
"예측에는 항상 신뢰 구간이 따라붙는데 이는 예측이 부정확하다는 반증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정의를 보자.
방증(傍證):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줌. 또는 그 증거.
반증(反證): 1. 명사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함. 또는 그런 증거. 2. 명사 어떤 사실과 모순되는 것 같지만, 거꾸로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것.
'신뢰 구간의 존재'가 '예측이 정확하다'에 대한 반대 증거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원문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예측에 따라붙는 신뢰 구간은 예측이 엄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도면 어땠을까.
The prediction comes with a confidence range that reveals its imprecision.
벌써 절판되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개정판에 대한 번역서가 다시 나오면 좋겠다.
아래는 참고 단행본 목록이다. Tim Harford의 책들은 진지하게 관심 갖지 않았는데, "Undercover Economist Strikes Back"(『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이 인용되어 있기에 찾아보았다. 번역 제목 덕에 꽤 팔렸을 것으로 보이는 『경제학 콘서트 1, 2』(원제는 각각 "Undercover Economist", "The Logic of Life"이다)가 2023년에 새로 나온 줄은 몰랐다. 재미를 좀 보셨는지 "Dear Undercover Economist: Priceless Advice on Money, Work, Sex, Kids, and Life's Other Challenges"도 국내에서는 『경제학 카운슬링』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이제는 오래된 문서가 되었지만, 책에 언급된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보고서 네 편
(1) Jason Furman, “Is This Time Different? The Opportunities and Challenges of Artificial Intelligence” (remarks at AI Now, New York University, July 7, 2016),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sites/default/files/page/files/20160707_cea_ai_furman.pdf
(2) 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Artificial Intelligence, Automation, and the Economy,” December 2016,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sites/whitehouse.gov/files/documents/Artificial-Intelligence-Automation-Economy.pdf
(3) 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 and Committee on Technology, “Preparing for 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October 2016,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sites/default/files/whitehouse_files/microsites/ostp/NSTC/preparing_for_the_future_of_ai.pdf
(4)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 and Networking and Information Techn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 Subcommittee, “The 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and Development Strategic Plan,” October 2016,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sites/default/files/whitehouse_files/microsites/ostp/NSTC/national_ai_rd_strategic_plan.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