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서울 갈 일이 생길 때마다 소심하게 sns에 올리고 좋아요를 누른 사람을 눈여겨본다. 평소라면 누가 좋아요를 누르든 화나요를 누르든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은 내가 만나자면 만나주지 않을까 싶어서. 워낙 인사치레로 밥 한번 먹자는 말을 자주 하는 세상이라, 정말로 그 말을 믿고 밥 약속을 잡으면 큰일난다는 걸 몇 번 겪고 나서는, 이 사람이 정말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지 아니면 그냥 할 말이 없어서 밥 한번 먹어야지 하는 건지 분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서울에 살 때는 바람맞거나 중간에 시간이 지나치게 비는 것도 별로 상관이 없었지만, 외지인의 입장이 되자 바람 한 번 맞으면 매우 곤란하게 되어버려서. 

사실, 언제 연락하든 반갑게 맞아주고 진심으로 밥을 먹자고 약속을 잡고 서로의 안부를 나누고 때론 자신의 공간까지 기꺼이 내주는 친구들이 여전히 적지 않게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오히려 그런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놀라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밥 한번 먹자는 말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눈치봐야 한다는 게 좀 속상해서 투덜대려고 쓴 글이었는데 어쩌다 날 만나 주는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좋은 일이지. 나와 서먹한 사이의 사람들이 인사치레를 하는 건 그 사람들이 나쁜 게 아니라 당연한 거고, 나도 그렇지만 다들 바쁘니까, 진심으로 만나자고 이야기를 해 주고 기꺼이 적지 않은 시간을 내 주는 친구들에게 매우 고마워해야 하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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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온라인수업을 해봤지만 역시 직접 얼굴 보는 게 효율도 그렇고 훨씬 낫다고 생각해 내심 온라인으로 하는 것들을 싫어했는데, 온라인 학회를 해 보니 마음이 또 달라진다. 세계 각국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화면에 뜨는 걸 보고, 서로 안부를 묻고 하는 게 정말 좋다. 그러다 문득 내가 어떤 형태로든 학계에 계속 있게 된다면 이 사람들과 학회가 열릴 때마다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직접 얼굴을 볼 핑계가 생기는 것이고, 전세계적 질병이 또 번지거나 하면 온라인으로라도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 물론 온라인 학회는 끝나고 뒷풀이를 못 가지만, 이 모든 힘든 일들이 다 끝나면 뒷풀이를 가서 예전처럼 잔뜩 먹을 것을 시키고 서로 술을 권하고 살짝 취해 좀 풀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자.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이 공부를 계속할 동기의 자그마한 조각 하나를 또 찾은 것 같다. 그렇지 결국 인문학은 사람을 공부하는 거니까, 사람 때문에 계속 하고 싶고 사람 때문에 관두고 싶어지고, 다른 학문보다 더 그렇게 되는 걸지도 몰라. 아무튼, 오늘 다들 눈물나게 반가웠어요. 다들 정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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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계속 하던 소리지만 그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학교에 유학생으로 있는 건 남들 다 95점을 맞는 시험을 혼자 70점 맞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주변에 70점대 맞는 사람 나밖에 음슴. 다른 유학생들은 70점은커녕 2-30점을 맞으면 다행인 수준이다. 95점 맞는 애들은 100점을 맞기 위해 노력중이니 당연히 70점대를 돌볼 여유가 없고 2-30점대인 아이들은 나를 붙들고 있고 나는 걔들을 아예 처음부터 돌봐주면서도 아 내가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데 빨리 따라가야 하는데 싶어서 조급하고 교수님은 얘가 70점은 받아오니 아예 포기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현지애들처럼 엄청 어려운 과제를 줄 수도 없고. 현지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걔들이 말도 안 되게 대단한 것 같고 내가 한심해 죽겠는데 다른 유학생들과 이야기하면 걔들은 내가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았던 것들(논자시나 프로포절이나 논문발표 등등등) 때문에 학위논문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되어버린 상태라 걔들에게는 나도 죽겠다는 말을 절대로 못하겠고 말이지. 아무튼 학위논문 안써져요 징징징을 하고 싶은데 할 사람이 마땅히 없다는 말이다... 적어도 학생들 수준이 표준분포는 따라야 하지 않니 이게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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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들이 다 에쵸티 신화 오빠들로 팬픽쓸 때 죽림칠현으로 팬픽(이라고 하지만 그냥 역사소설)을 쓰던 될성부른 중문학 떡잎이었는데, 사실 죽림칠현은 주인공은 아니고 그냥 중요 등장인물이고 주인공은 따로 있었지만, 아무튼 내 팬픽.. 아니 역사소설의 중요 내용은 난세를 살아가는 개인이 잘 살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운명 혹은 역사의 흐름... 에 휘말려 비극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그땐 중2였고 중2병이 단단히 들어 비극적인 결말이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 근데 죽림칠현은 역피셜을 봐도 희극은 아니잖아요. 

어쨌든 중2때부터 골몰(?)했던 개인이 노력해봤자 역사의 흐름이 방해하면 말짱 헛것이 아닌가, 라는 주제는 지금 내 인생을 휩쓸고 있다. 중국유학 중 사드-코로나라는 직격탄을 맞고 학기중에도 한국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생각한 건데, 이런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란 참 나약하구나. 아무리 노력해도 줄곧 안 풀리는 일이라는 게 있는 거구나. 그러면 스스로의 기운을 돋우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도 다 부질없는 일이 아닐까.


항상 누군가 기운빠져 있으면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네가 실패한 게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언젠가는 7의 운이 오는 날이 올거야 그때를 위해 완벽한 3의 기를 준비해 놓으렴, 이라고 격려하곤 했는데, 누군가에게는 7의 운이 영영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걸 절절히 깨닫고 있다.

하지만 뭐, 그런것조차도, 어쩔 수 없는 거지. 

내 인생을 돌린다고 해도 그 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럼 정말로, 이건 누구도, 나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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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철저하게 감성의 영역이고, 그 이유를 붙이는 게 이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누군가가/무엇인가가 이유 없이 좋고/싫고, 한번 호오를 결정하고 나면 그것에 수반된 것들도 따라 좋고 싫어지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 같다.

계속 좋아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설명을 찾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못 찾겠다. 앞으로도 못 찾을 것 같고, 아마 못 찾겠다는 게 정답일 것이다. 좋아하는 이유를 수천 가지를 늘어놓을 순 있겠지만 그것을 똑같이 가지고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더라도 현재 좋아하는 것을 버리고 거기로 갈아타진 않게 될 테니까.


+ 그리고 그렇게 먼저 좋아하고 후에 이유를 찾는 경험을 한 번만 해 보게 되어도, 그 후에 만난 모든 것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버리게 된다. 그냥 단순히 관심이 가는 것과 정말 좋아하는 것의 구분에 말도 안 되게 엄격해지게 되지.

그래도 그런,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한 이성적인 이유를 찾는 속도가 내 감정이 달려나가는 속도를 도저히 앞지르지 못하는.. 그런 경험은 인생에 한 번쯤은 겪어 볼 만한 것 같다. 흔히들 말하는 첫눈에 별 이유 없이 왠지 이 사람이랑 결혼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실제 결혼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다는. 그게 다 그런 류가 아닐까.


그렇게 i love you for the sentimental reasons는 i love you for the fundamental reasons가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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