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나는 아프리카에 펭귄이 산대, 남아공 쪽에, 라고 말했고 너는 올해 들은 말 중 가장 놀라운 말이야,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날은 1월 1일이었다.

그리고 남아공에 단기로 다녀왔던 너는 남아공으로 아주 가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그날의 대화 이후로 펭귄을 제일 좋아하게 되었다. 그 날 펭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기린 이야기도 하고 전 세계를 떠도는 고래 이야기도 했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동물은 사실 다 좋아하지만, 펭귄과 기린과 고래를 더 좋아한다. 

지금까지도.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마구 흩어 놓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손을 휘휘 저어 아무거나 집어서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그러고 있으면 그 사이에서 고요히 떠오르는 무언가를 상상해보는 것도 다 좋아해.


그리고 너를 좋아해,

라고 말했다.


2.

보통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이야기는 잘 포스팅하지 않게 된다. 혹시 누군가 보고 오해할까봐. 한참 지나고 감정이 좀 누그러지면 하게 되는데,

그래도 이 이야기를 하는 데 11년이 걸릴 줄은 몰랐지.


시간이 약이라 누그러지다 못해 부스러진 감정들.

그래도 다시 끄집어보니 조금 희미하게 남아있긴 하네.

물론 그 사람이 그립다기보다는 지금은 그 시절의 우리가 더 그립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다, 나는 어차피 지금의 내가 될 것 같고 음, 석사논문 두 편을 다시 쓰고 11년치의 발제를 다시 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해. 

....


3.

새벽에 글이 잘 써지긴 하는데, 새벽만 되면 이렇게 감성돋아서 어떡하지.

그래도 풀어놓고 갈 곳이 있어 다행이야.




+그러고보니 네가 남극쪽에 살 때 나는 적도로 갔다.

적도가 중간에 가로지르는 나라는, 해발고도가 꽤 높은 산이 있는데

거기로 가면 추워서 긴 옷을 입어야 했다. 근처에서 얇은 패딩을 팔 정도.


그리고 나는 역시 그런 곳에서 옷깃 여미고 마냥 거니는 걸 좋아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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