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전공을 왜 선택했냐는 물음에 망설이는 것처럼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쉽게 못했는데 이제 알 것 같다. 사랑은, 적어도 내게는, 남은 인생을 모두 바칠 수 있는 것이다. 남은 인생을 모조리 맞바꿀 가치가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그걸 생각할 때 이성적인 판단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래서 그것 아닌 나머지를 모두 기꺼이 버리게 만드는 것. 결국 이러이러한 것이 사랑이라고 정의내릴 수는 없고, 일이 벌어진(?) 후에야 아 이 감정이 사랑이구나 하고 깨달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래서 남은 인생을 걸어 현전공을 선택했고, 그래서 아직도 현전공이 왜 좋은지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없고,

그 전에 그 현전공마저 버리고 당신을 선택했었고.

당신이 그걸 말린 게 어떤 마음에서였는지. 지금도 가끔 생각해.

그리고 당신이 거절해줘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나는 당신을 사랑했지 당신과 함께 가야 할 길은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

내가 전공을 튼 걸 한 번도 후회하지 않고 있듯이 당신도 그 날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고, 내가 아는 당신은 정말 그럴거라 생각해.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 되었다. 월말이면 꽉 11년을 채우겠구나.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동안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약간 바뀌었지만 일단 내 삶을 내팽개치게 되는 이벤트가 너무 자주 오면 안되잖아;;




하지만 이 글의 주제는 놀랍게도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는 것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낸지 11년이 지나고 현전공에 8년째 시달리다 보면 생각이 바뀌기도 하는 거지 뭘.

단순히 생활이 너무 단조로워져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다. 이제야 뭔가 나서볼 마음이, 형식적으로가 아닌 진심으로 생기다니.

하지만 타이밍은 사람의 인연을 맺는 데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결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니까.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이런저런 일을 겪고 생각이 바뀌는 것 또한 운명이자 인연이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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