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안녕(아직 안 왔지만 왔다고 치고). 올 한 해를 잘 부탁한다.
새해 맞이 조리사 연습으로 택한 메뉴는 만두국.
김치나 미역국 같이 흔한 메뉴도 집집마다 동네마다 해먹는 법 다른데,
그렇게 흔하면서도 다른 메뉴의 또 하나가 만두&만두국.
우리 집은
만두피는 최대한 얇게 (얇아서 속이 좀 비칠 정도로),
숙주를 많이 넣어서 순하고 아삭하게,
김치속을 적당히 털어낸 김치로 속에 주황색 물을 들이고 살짝 매콤하게,
그리고 어른 주먹만하게 빚어서 양끝을 오무리지 않고 벌린 채로 두는
오픈형 대자 김치만두가 인기!
우리 집은 작은 만두를 아주 싫어함!
김치만두만 만들어 놓으면 쪄먹고 구워 먹고 만두국 만들어 먹고
그 만두 다 없어질 때까지 며칠 동안 식구들이 다 만두만 먹는다.
먹고 나서는 꼭 너무 맛있었다며 조만간 또 해먹자는 기약을 남기고.^^
그런데 오늘 만난 조리사 세계의 만두는 좀. 너무. 심심해.
들어가는 것은 숙주와 두부, 그리고 속을 싹 털어낸 김치.
크기는 중국집 물만두를 겨우 벗어난 소자.
그리고 만두피는 우리집 기준으로 보면 엄청 두꺼움.
오늘 알게 된 신 사물은 미나리 초대.
이건 뭔가 했더니 초록색 고명을 만들고자 한 옛 셰프들의 발명품.
초대 만드는 데 손 가는 건 손 가는 축에도 안 끼지만,
안타깝게도 미나리 초대는 보기에만 좋지, 딱히 만두국과 맛이 어울어지는 고명은 아님.
초록색과 맛, 그리고 효율을 생각하면 그냥 파란 파 척척 어슷 썰어 올리는 것이 더 나을 것임.
숙성된 반죽을 떡모양으로 만들어 석봉이 엄마 떡 썰듯이 똑같은 볼륨으로 썰었어야 하는데,
루즈한 마음으로 팟캐 들으면서 뭉탱이 반죽을 그냥 손으로 뜯어내어 만두피 만들었더니
다섯 만두 크기가 다 제각각.
육수도 그저 손가락 두 마디만한 고기조각 하나 넣고 끓여낸게 다여서 국물을 입에 넣어도 아무 감동도 없음.
커억... 만두국은 육수가 생명인데, 베이스가 이래서야 맛의 최대치를 낼 수가 있나.
여러 모로 아쉬움만 남긴 새해 첫 메뉴, 만두국.
그래도 새로운 시작을 끊었다는 것이 기.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