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 작지만 강한 출판사 미시마샤의 5년간의 성장기
미시마 쿠니히로 지음, 윤희연 옮김 / 갈라파고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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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미시마샤의 책이 있는 것은 이 서점에 틀림없이 사람이 있어서야. 귀찮은 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한 권의 책을 이해한 다음 그것을 판매대에 진열하기로 결심한 서점 직원이라는 한 사람이 거기에 있어. 그 한 사람의 존재가 미시마샤와 독자를 연결해주는 거야.‘ (100)

이 블로그 글을 쓰고 나서 곧 어떤 작가의 부인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참, 저번 블로그를 읽어보니까 회사에 쥐가 있다고.... 실은 이전에 살던 맨션에서 저희 집에서만 죄가 나온 적이 있어요. 집주인에게 이야기하니까 ‘쥐가 나오는 집은 번창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그 직후에 책이 팔렸어요! 그러니까 미시마샤도 앞으로 빅 히트작이 나와서 번창한다는 의미이므로 부디 그렇게 생각해주세요(웃음)." (145)

요새 인터넷 같이 정보를 찾는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최고의 정보는 현지에서만 얻을 수 있다. 관광 가이드 책에 실린 가게는 태반이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라서 그 가게가 반드시 현지 사람이 가는 가게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곳이든 가격, 맛, 모든 면에서 현지 사람이 가는 가게는 이길 수 없다. 정말로 싸고 맛있는 것은 현지에 가야만 알 수 있다. ....
현지에 도착해서 곧바로 가장 좋은 가게, 가장 좋은 숙소를 찾을지 못 찾을지. 그것은 여행이 천국이 될지 지옥이 될지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성패는 단지 여행하는 사람의 오감에 맡긴다. 합숙은 바로 그 오감을 연마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152)

야행의 감각을 연마하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을 조금만 서술해보겠다.
- 컴퓨터 끄는 시간
- 자리 바꾸기
- 기획회의 서류는 일부만 출력하기 (157)

그러니 컴퓨터의 은혜는 다분하다. 하지만 ‘야생의 감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컴퓨터가 감각을 연마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실제로는 마이너스가 아닐까. 컴퓨터의 무서운 점은 그 앞에 앉아 키보드를 딸각딸각 누르는 것만으로도 일을 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가지고는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세계를 바꾼다고들 하지만, 혹시 정말로 그렇다면 그것은 분명 ‘개인‘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컴퓨터로 쪼르르 달려가 무언가를 쓰고 무언가를 사기 위해 클릭하는 행위와, 위험을 무릅쓰고 신원을 드러내서 무언가를 움직이려 하는 행위는 무게가 다르다. 적어도 1대1로 얼굴을 맞대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은 뒤, 공감하는 관계를 쌓을지 결정하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겪을 감각의 순서일 것이다. 이것은 컴퓨터로는 절대 몸에 익힐 수 없는 감각이다. (158)

"일단은 100년은 가기 위해"라는 관점에서
온갖 것을 발상해내는 것에 전념하자고.
몇 년만 버티려는 방식은 취하지 않는다.
일단 100년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년 후는 목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통과점이다.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164)

‘타깃 독자: 10대 후반 여자.‘
싸잡아서 10대 후반의 여자아이들이 다뤄진다. 한 사람 한 사람 다른 얼굴을 하고 한 사람 한 사람 생각하는 것도 전혀 다를 터인 다감한 여자아이들이 뒤범벅된다. 나는 이만큼 폭력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거기에 고유한 삶을 가진 개인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50대 여성처럼 타깃 대상 외의 인간은 모두 배제한다. (184)

하지만 진실은 그렇게 단순하게 딱 잘라 나누어지지 않는다. 지금 50대 여성은 당연히 과거에 10대 여성이었다. 10대와 50대가 분단되어 그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10대가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 지금이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이 축적된 것과 다름없으며, 모든 것은 연속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 순간만을 잘라내어 마치 ‘최적의 답‘인 양 결과만을 주는 것은 독자를 과거와도 미래와도 분리된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다. (184)

타깃을 설정하지 않는다. 인간을 믿는다.

거기에 있는 것은 오로지 한 권에 혼을 담는 정신뿐이다. (186)

한 사람이 가진 감각을 믿고 "이 책의 재미를 알아주세요." "이 책의 분위기가 가진 장점을 알아주세요"라며 한 권의 책을 서점으로 보낸다. 그 한 권을 서점 앞에 늘어놓는다. 그리고 이따금 지나가던 손님이 전혀 알지 못하는 출판사의 전혀 알지 못하는 책 한 권을 우연히 손에 든다. 그리고 무언가를 느낀다. "아, 이 책은 나를 위한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런 기적 같은 만남이 매일,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

그렇다. 즉 감각이 작용하는 범위가 늘어난 것이다. 오해를 사고 싶지 않지만, 오래 있었기 때문에 감각의 범위가 넓어진 것은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몸에 익거나 감각이 연마되기도 한다. 하지만 막연하게 수동적으로 거기에 있기만 해서는 그 땅이 내 몸의 일부가 될 정도로 감각이 연마되지 않는다. 그 땅과 그곳에서 보내는 나날을 사랑하고, 그 사랑에 기반한 형태로 능동적으로 행동하여, 불필요하다면 불필요한 움직임마저도 행동에 옮김으로써, 감각이 연마되고 땅이 내 몸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 말하자면 자유란 자신의 감각이 제기능을 잘 발휘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감각이 작용하는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사람은 자유로울 수 있다. (215)

예를 들어 2011년 4월부터는 교토부 조요시에도 사무실을 마련했다. ...... 대충 비교해보자.
자유가오카 사무실: 정원이 감나무 있음.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어린이 공원 있음.
조요 사무실: 옆에 차밭 있음(여름에는 분뇨 냄새 추가). 걸어서 1분 안 되는 곳에 커다란 고분 있음(어째서인지 부지 내에는 농구공과 밭 있음. 여름에는 펜스를 따라 파가 자란다. 자연 현상인지 아닌지는 불명).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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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 다양하고 지속 가능한 출판을 위하여
니시야마 마사코, 김연한 / 유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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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듦새는 좀 가벼워 보였고 책의 구성도 인터뷰어가 딱 중심 잡고 있는 ‘본격‘ 인터뷰집과는 달랐지만, 읽으면서 여러 번 감동했다. 인터뷰이들 한명한명이 내뿜는 통찰이 정말 귀하다! 자신의 왜소함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 않고 과거&미래 늘 이어서 보는 일본식 겸양&시야&근성엔 또 한번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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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말 강남의 출판문화
오오키 야스시 지음, 노경희 옮김 / 소명출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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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또렷하고 시야 넓은 입문서. 과거 급제 못/안한 명말 지식인들이 사는 법은 오늘의 잡리스 학위소지자들과 유사. 송과 청 사이에서 과소평가되던 명말 강남 출판미디어붐의 역동성 재평가하고, 이것이 청 인정 않고 명만 받든 조선과 에도에는 어떤 영향 미쳤는가,하는 흥미로운 주제로 나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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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 다양하고 지속 가능한 출판을 위하여
니시야마 마사코, 김연한 / 유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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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가가 작품을 보내오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는 방식은 싫고, 할 수도 없어요. 좋은 저자에게는 우리 출판사보다 조건이 좋은 대형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줄 서 있어서 저같이 작은 곳은 결국 맨 뒤에 서게 됩니다. 그러면 ‘작은‘ 출판사는 너무 불리하죠. 그래서 역으로 제가 공유하고 싶은 주제를 저자에게 제안합니다. 1인 출판사는 작가들이 볼 때 단점도 있겠지만, 5년, 10년이 지나도 담당자가 바뀌는 일이 없어요. 변치 않는 정열로 책을 계속 소개한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8)

도요샤는 쓰는 이의 ‘개인으로서의 태도‘를 가장 존중하고 싶습니다. 글 이전에 먼저 그 인물의 행동이 있으니까요. 사카구치 씨는 지금이야 작가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그가 정말로 행동할 때는 발로 뛰어다니기 때문에 글을 쓰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사카구치 씨를 작가로 보지 않습니다. 사람은 각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출판사도 그걸 좋다고 할 때, 책을 내면 됩니다. 개인 활동의 부산물로서 책이 나오면 좋겠어요. (55)

시와 문학은 본질적으로 더 인간적인 부분, 생과 사에 얽힌 ‘혼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시는 혼을 짧은 글로 응축해서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는 면에서 그 외의 문학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고 봅니다. 시집, 가집..., 구집... 등을 만드는 일은 혼의 목소리를 형태로 만드는 특별한 일이기에 더 소중히 하고 싶습니다. (94)

기타무라 씨의 삶은 마치 흰 선의 바깥쪽을 걷는 것 같았어요. 가족은 소중히 여겼지만, 가족과 함께 지내지 않는 삶을 택했어요. 흰 선의 바깥쪽으로 나가서 자신만의 시를 얻은 거죠. 그게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얼마나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생각하면 참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저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지만, 그런 기타무라 씨의 자세를 늘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98)

대부분의 책은 표지를 디자이너에게 의뢰하고 본문 조판은 저와 직원이 합니다. 본문 작업을 내부에서 하는 것은 애초에 경제적인 이유에서 선택했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공정입니다. 본문 레이아웃이 정해질 때까지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에요. 그 작업을 통해서 지금 만다는 책의 본질을 잡거나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공정이 없으면 어떻게 책으로 만들지 잘 안 보입니다. 이건 제 생각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학술서든 시집이든 문예서든 책의 핵심에 접근해서 그것을 어떻게 전개하고 독자에게 전할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이걸 ‘책의 핵심을 끝까지 잡아낸다‘고 합니다. (100)

책의 중요한 역할은 세상의 ‘작은 목소리‘를 줍는 일이에요. 그 일을 하는 우리가 대기업처럼 스펙이 좋은 인재를 채용해서 일에 효율을 추구한다면 획일적이어서 재미가 없고, 흐리멍덩한 공기 속으로 우리도 들어가 버립니다. 어떤 사람과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실제로 책을 만드는 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감각의 공유는 드러나는 행동으로는 할 수 없고, 함께 일을 해야 가능합니다. 즉시 일할 능력과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이 일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 스스로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부터 결과를 요구할 게 아니라 어디에 도착할지 몰라도 매일 함께 걸어가는 겁니다. 그러다 어떤 풍경이 보일지도 모르잖아요. 시간을 들여야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회사는 사람이 전부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이 날마다 성장한다고 믿고 가야 출판의 밝은 미래로 이어집니다. (128)

그런 의미에서 매일 아침 아무도 안 보는 곳까지 청소하고 물 주는 일의 반복을 뭐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다시 말해 보이지 않는 먼지까지 신경 쓴다면, 일상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쓰게 됩니다. 또 그것은 제가 교토에 사무실을 두기로 판단을 하는 데도 직결됩니다. 행동할 수 있고 없고는 일상의 자세가 결정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게 되지요. 늘 그렇게 하지는 못하지만, 매일 그런 자세로 일하고 싶어요. (138)

눈앞에 살아 있는, 비슷한 세대의 작가들과 소통하면서 제 삶을 뒤흔드는 리얼리티를 가진 작품과 만났어요. 그로 인해 자신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죠. 더구나 사진 자체가 위험한 날것의 느낌이 있었어요.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등의 기준 이전에 뭔가 생명체 같은 혼란스러운 생생함. 그것에 선명하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이 두 책을 내고 나니, 제가 사진집을 만들 때와 다른 책을 만들 때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주 보는 상대가 살아 있는 작가인 경우, 몸에 오는 풍압이 달라요. 물론 충돌할 때도 있지만,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작가와 호흡을 맞추고 싶습니다. 오늘을 사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책으로 만들고 싶은 열망이 더 강해졌거든요. (159)

처음에는 그에 관해 논문을 쓸 생각으로 태어난 해 같은 인적 사항을 물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런 경찰 심문 같은 이야기엔 관심이 없어.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한 것을 당신과 공유하고 싶을 뿐이야"라고 단칼에 거부했어요. 불쾌하다고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죠. 대관절 대학에서 배운 정체성론 따위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느냐고 하면서요. .. 70년 가까이 여행으로 살아온 사람의 압도적인 말에 고작 스무 살인 제가 맞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한 권의 책 같은 존재였거든요. 그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였더니 제가 읽어 왔던 어떤 책에도 없는 진실의 페이지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178)

책의 구매자는 20~40대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책을 안 삽니다. 시간이 있으니까 가지고 있는 책을 다시 읽고, 책을 늘리지 않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요. 돈을 내서라도 책에서 뭔가를 배우려고 하는, 절박한 욕구를 가진 독자층은 역시 성장 중인 젊은 세대예요. 옛 문학을 왕년의 문학 팬 대상으로 만들면 비즈니스가 되지 않아요. 책을 파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이상, 젊은 세대를 정확히 겨냥해서 옛 지혜와 이야기를 새롭게 단장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그 문맥과 제안을 확실히 전달해야 합니다. (189)

또 하나 생각하는 것은 종이책의 다음 가능성이 무엇이냐는 점입니다. 저는 디지털 미디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종이책을 읽는 시간은 누군가와 공유하기 어렵습니다. 타인이나 일상과의 경계가 끊겨야 혼자 있는 시간이 깊어지죠. 깊은 고독 속에서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시공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끊겨야 연결되는’ 미디어가 그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SNS처럼 ‘끊기지 않는 연결’을 위해 존재하는 디지털 미디어와는 소통의 역할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디지털 미디어로 모조리 바뀌진 않을 거라고 봐요. (191)

자기가 만든 책이 어떻게 팔리는지 바로 느끼기 때문에 오키나와의 출판사는 독자에게 꼭 필요한 책을 만들어 온 것이 아닐까. 오키나와산 도서의 80퍼센트 이상은 오키나와 내에서 팔린다고 한다. 만드는 이와 파는 이, 사는 이가 모두 가까이 있고 때로는 역할이 바뀌기도 한다. (196)

라쿠고...를 자주 참고합니다. 에도 시대의 라쿠고는 가부키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입장료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오락이었어요. 저는 라쿠고가 하는 일을 전혀 다른 장르에서 해 보고 싶습니다. 지난해, 인간문화재가 된 야나기야 고산지 씨가 "고전 라쿠고는 있는 그대로 하면 재미있으니까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읻. 따라서 쓸데없는 걸 보태지 말고 그대로 하면 된다"고 말씀하셔서 시야가 확 트였어요. 책 만들기도 쓸데없는 장식은 하지 말고, 그 사람의 좋은 본질 그대로를 어떻게 책에 담을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려면 좋은 것을 더 잘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편집력이 아닐까요. (250)

20대 후반에는 저도 일과 결혼, 이직에 관해 나름 고민한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느 것을 선택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나이에는 다들 진지하게 고민하죠. 이걸 선택하면 저건 포기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것을 선택해도 얼마든지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요. 그 뒤에도 인생은 기니까요. 제가 <일 문맥> 발생을 시작하고 인디자인을 독학으로 공부할 때도 40대 후반이에요. 남들이 그 나이에 이런 일을 잘도 한다고 하는데, 해마다 새로운 일만 하고 있어요(웃음). 도전이라고 하긴 뭐하고 찾아보면 편리한 도구가 여러 가지 보여요. 그런 것들을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됩니다. ‘앗, 또 혼자서 해 버렸네......‘ 하고요. (272)

- 당시 사가판 만화집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예를 들면 더미나가 이치로 씨 등은 사가판이라도 케이스가 있는 호화판을 만들었지만, 이노우에 요스케 씨 작품은 중철로 된 1도 인쇄의 간단한 책이었어요. 저는 그 단순한 책의 마니아스러운 느낌, 알멩이만 멋지면 된다는 발상이 사랑스러웠어요. 지금도 그 기억이 남아서 톰즈박스에서는 단순하면서 멋진 책을 만들려고 해요. (278)

"이 책은 우리 서점에선 안 팔려요"라고 하면 "그렇군요‘ 하고 물러나고 "잘 팔릴 것 같아요"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기뻐한다.
그러나 출판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책의 가치는 팔린다, 안 팔린다만이 아니다. ‘팔고 싶다‘는 것도 있다. ‘안 팔릴지‘도 모르지만 ‘팔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나온 책은 서점에서 봐도 뭔가 다르게 보인다. 마음이 담긴 것처럼 보인다. 나는 책 파는 데 프로인 서점 직원들이 ‘팔고 싶은‘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90)

발생되는 책 종수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이 책은 A서점에 몇 권, B서점에 몇 권‘ 하는 식으로 애당초 정밀한 판단 자체가 어려웠던 작업은 더 어려워졌다. 서점 측도 ‘안 팔리면 반품하면 돼‘라는 관행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 책은 우리 서점에서 몇 권 팔 수 있을지‘ 파악하는 힘을 잃어 버렸다.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우선은 서점에 놔 보고 반품되면 또 다른 책을 보낸다. 이것을 되풀이하면서 매월 명목상의 매출을 올리려는 곳이 늘었다.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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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
카트린 지타 지음, 박성원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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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나고, 잃어버리기 위해 소유하며, 떠나보내기 위해 만난다." (110)

나는 여행 마지막 날 아침에 여태까지 쓴 글들을 바탕으로 내가 실현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 보고는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여행 중에 쓴 글들을 여러 번 읽는다. 감상과 반성이 글로 남았기 때문에 그때의 다짐과 생각을 쉽사리 잊거나 외면할 수 없다. 나는 이를 바탕으로 내가 앞으로 살면서 이루고자 하는 것, 혹은 해 보고 싶은 일들을 구상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194)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여행하는 자세에 따라 여행자를 다섯 등급으로 분류했는데 그중 최상급 여행자를 세상을 직접 관찰하고, 자신이 체험한 것을 집에 돌아와 생활에 반영하는 사람으로 꼽았다. 최상급 여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을 의식화하고 그것으로부터 의미를 찾아내며 현실에서 반복 실천함으로써 경험을 체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는 여행으로 습득한 모든 지혜를 살아가는 동안 남김없이 발휘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최상급 여행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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