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에 담아 온 중국 - 거친 세상으로 나가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주는 특별한 선물
우샹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지에 있던 식민지들이 거의 모두 독립을 쟁취하면서 ‘단일민족주의‘는 점차 ‘다원민족주의‘로 발전했다. 역사는 과거로 소급할 수 없는 것이므로 중국은 ‘오족공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던 것이다. ‘오족공화‘란 한족, 만주족, 몽골족, 이슬람 족, 티베트 족이 통합해 하나의 국가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만주족이 주인이고 한족이 노예였다는 것은 ‘대청제국‘의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은 역사를 위조하여 노예를 주인으로 탈바꿈시킨 나머지 역사의 논리에 큰 모순이 생기고 말았다.
과거 역사의 부정적인 영향이 짙은 안개처럼 대만을 칭칭 취감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1987년 약 40년에 걸친 계엄통치가 막을 내린 후 대만인들의 가치관이 점점 바뀌고 역사의 부정적인 영향도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개혁개방이 실시된 후에도 여전히 과거의 가치관과 독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5)

"원래 갑은 백분율을 따지고 을은 액수를 따지는 법이다. 4퍼센트면 기업주에게는 대단한 수익인 거야. 1년 투자수익률이 4퍼센트보다 얼마나 더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2퍼센트가 안 된단다. 백분율을 기억해야 해. 꼭 명심하렴. 백분율을 따지지 못하면 숫자 관념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네가 가진 시간의 백분율을 어떻게 계산해서 중요한 사람들에게 얼마씩 할애할 것인지 네가 번 돈의 백분율을 어떻게 분배해서 사용할 것인지, 이 두 가지는 네가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 것인지 수동적으로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란다." (74)

"왜 자꾸 거짓말을 하죠?"
아들이 투덜거렸다.
시내를 구경하는 일일투어의 가이드는 관광명소를 소개하면서 ‘최초‘, ‘최대‘, ‘유일‘ 따위의 수식어를 입버릇처럼 붙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는 그가 말한 ‘최대‘보다 더 큰 것과 그가 말한 ‘최초‘보다 더 오래된 것을 이미 다른 곳에서 보았던 것이다. (101)

하지만 ‘미녀와 돌고래‘ 공연에는 민족주의도 애국주의도 없고, 또 경기도 아니며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내는 데만 열중해 피나게 노력한 결과이다. 사람과 동물도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는데 사람과 사람은 조화의 아름다움을 잊은 채 살고 있다. 돌고래가 연달아 훌라후프를 받아내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양원이 손을 흔들어 관중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형언할 수 없는 애잔함에 공연장을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105)

"왜 베이징보다 렌트 비용이 더 비싼가요?"
내 물음에 담당 직원은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상하이를 어떻게 베이징과 비교하십니까? 상하이는 4대 도시인 걸요."
"베이징도 4대 도시가 아니요?"
"베이징은 중국의 4대 도시지만 상하이는 세계 4대 도시입니다." (112)

22년 동안 중국도 강산이 많이 변해 고급스런 장소에서는 서비스가 제법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에 고급스럽지 않은 장소가 ‘고급스런 장소‘보다 천만 배는 많다는 사실이다. ... 사실 이런 서비스 같은 건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다. 가르쳐주면 곧 배울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너무 적고 배워야 할 사람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국제무대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받기를 바라지만, 그들의 바람이 이루어지려면 적어도 세 세대쯤은 지나야 할 것 같다.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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