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의 노트를 훔치다 - 여행작가로 만드는 꼼꼼한 기록
배나영 지음 / 레몬컬쳐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을 잘 짓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리드‘를 쓰는 일입니다. 리드는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여행지를 전체적으로 소개하고 요약하는 짧은 글입니다. 주로 한 단락으로 이루어지는 리드는 원고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여행기를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힘은 리드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진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 리드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100)

한 가지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사진의 쓰임새입니다. 만약에 작은 판형에 맞는 해상도로 사진을 찍었다면 나중에 그 사진을 다른 잡지에 쓰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지금 여행지에서 찍는 사진들을 몇 년 후에 언제 어떻게 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최상의 컷을 찍어야 합니다. 완성도 높은 사진을 위한 노력은 실력 있는 여행작가가 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128)

앞서 말한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최고급 붓을 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130)

메인 사진을 잘 찍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여행지의 전체를 한눈에 담아내면서도 디테일이 살아 있고, 원고의 주제에 맞는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가령, 매화마을에 대한 원고를 쓰는데 마을 전체의 풍경이 아니라 매화나무 한 그루만 가깝게 찍은 사진을 싣는 것은 아쉬움이 있겠죠. 아무리 선명하고 예쁜 매화라도 배경이 어디인지 모르는 사진을 원고의 메인 사진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매화마을에 꽃놀이를 나온 사람들과 흐드러진 매화나무가 어우러져서 사진만 들여다봐도 마을 한복판에 서 있는 듯 아찔한 느낌을 주는 단 한 장의 사진이 필요합니다. (133)

자신만의 표현법을 가진 작가라면 좋겠어요. 구체적인 표현 방법을 말하는 겁니다. 가령, 일러스트나 만화처럼요. 짧게라도 영상으로 표현할 줄도 알면 좋죠.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로 가고 있잖아요. 젊은 사람들은 그런 게 가능하면 좋겠네요. 글과 사진이 있는 여행기는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다른 표현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여행기를 쓸 때 QR코드를 함께 넣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도 볼 수 있게 하는 거예요. ... 누구는 글을 쓰고, 누구는 사진이나 영상을 맡는 식으로 분업하는 거죠. 그러면 함량도 훨씬 높아질 수 있어요. (168)

자료가 충분하다면 다시 가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자료나 사진이 부족하면 가야죠.
그래서 평소에 아름다움이 절정인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게 중요해요. 이를테면 철쭉이 필 때는 청탁이 없더라도 철쭉이 만발한 여행지에 다녀오는 게 좋아요. 그렇게 미리 좋은 사진도 찍어놓고 다양한 먹거리도 취재해 돌아오면 나중에 의리가 들어왔을 때 최고의 원고와 사진을 제공할 수 있겠죠. (179)

여행작가가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1차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여행작가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여행 문화를 만드는 일이에요. (215)

시간을 들이는 방법밖에 없어요. 왕도가 없거든요. 그래서 3년차 되는 친구들이 조심해야 해요. 이제 적당히 일할 줄 알고, 경력이 조금 생기니까 편하게 일하고 싶어져요. 저도 3년차에 작가님 소리 들을 때쯤 그랬던 것 같아요. 남들이 찍는 거 그대로 찍어줘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고, 계속해서 일이 들어와요. 하지만 그 일이 끝나면 고만고만한 사람 중의 하나로 잊히는 거예요. 자칫 잘못하면 그 시기에 모든 것을 망쳐버릴 수도 있어요. (264)

여행작가가 해야 할 역할 중에는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입장료가 얼마인지, 어디에서 자야 할지 알려주는 역할도 있지만 여행지에 가는 마음이 어때야 하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면 좋을지를 안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여행작가가 해야 하는데 지금은 많이 아쉽죠.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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