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강한 농업 - 도시청년, 밭을 경영하다
히사마쓰 다쓰오 지음, 고재운 옮김 / 눌와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물론 자질의 차이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똑바로 상대와 맞서는 것은 오히려 습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도망치는 것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버릇이 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젊었을 때의 도망치는 버릇은 그대로 굳어져서 ‘나는 이런 인간이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잠재된 능력보다 훨씬 싸게 자기의 값을 매기고 맙니다. (17)

그렇게 반복하는 사이에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대로 농사를 지은 농부들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경험을 쌓고 감을 기르고 몸으로 방대한 노하우를 익힌다. 나는 경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도 서투르다. 경험으로도 감으로도 뒤처져 있는 내가 앞으로도 어떻게 한다고 한들 그들을 딸갈 수는 없지 않을까. 이론이 앞서는 녀석인 내가 가진 무기는 언어밖에 없다. 성가시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농부가 무의식적으로 몸에 익힌 것을 언어를 통해 몸으로 배울 수밖에 없다. (68)

그런 우연한 전환은 제 인생에 몇 번이고 찾아왔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이과를 고집했는데 엉뚱하게 대학은 문과로 진학한 것. 회사에 취직해서는 생각지도 못한 도시의 생각지도 못한 부서에 배치된 것. 농업이라는 엉뚱한 일을 하게 된 것. 모두 다 우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크게 떠내려간 후일수록 그 후의 인생이 재미있게 전개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216)

자립을 하려면 가면을 벗어버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기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있을 그대로 드러내고 늘 자연스럽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탓에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이 떠나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버려 다른 사람과 거리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레 어울리기 힘든 사람과 사이가 좋아질리 없으니 억지를 부려봤자 득이 될 것이 없습니다.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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