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 서점원이 찾은 책의 미래, 서점의 희망
다구치 미키토 지음, 홍성민 옮김 / 펄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그러나 그때의 작업이 나에게는 보물 같은 시간이 되었다. 반품 담당자에게 넘겨지는 책은 일단 각 코너 담당자의 확인을 거친 것들이다. 어느 책이 팔리고 어느 책이 팔리지 않는지 코너 담당자가 선별하는데, 책을 통해 왜 반품하는지를 설명 듣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게 들어오는 책들을 보면 왜 반품되고, 팔리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매장의 요람과 무덤, 양쪽을 볼 수 있었고 동시에 반품이 얼마나 시간과 품이 드는 작업인지도 알았다. 수작업만으로 대량의 전표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26)

지금 읽고 있으니까 이제부터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못 팔아, 최대치로는."
최대로 팔 수 있는 타이밍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
실제로 이토 씨는 과일에 제철이 있듯이 책에도 ‘철(때)‘이 있다고 했다. 무조건 신간이라고 제철이 아니다. 오래된 책도 제철이 찾아온다. 어떻게 그 타이밍에 손님에게 제안할까. 제때를 아는 것이 서점원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31)

10년 넘게 꾸준히 서점을 찾아주는 손님 중에 장사하는 분이 있는데 지금은 점자도서관 자원봉사도 한다. 그녀가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최초로 이와테에서 점자로 번역된 책도 적지 않다. 그녀는 늘 솔직하게 책이 대한 감상을 말해준다. 사와야 서점에는 그런 손님이 많다. ......
본점에는 매장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고 유리로 된 입구 너머에서 팔로 크게 [오]나 [엑스]를 표시해 책의 감상을 알려주는 손님도 있었다. <영원의 제로> 때는 확실히 큰 동그라미였다. 그 책은 분명히 팔여요, 하는 사인이다. (51) 

사실은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코너도 있다. 서점은 카테고리 별로 책을 진열하는데 그것을 정하지 않은 장소가 여기저기에 있다. 서점이 코너를 만들어 제시한은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 모이는 손님들이 어떤 경향성을 보이면 그 손님들을 대상으로 한 코너를 만들어버린다. (65)

처음 서점에 들어오는 책 박스를 열었을 때 ‘앗‘ 하고 눈에 꽂히는 경우가 있다. 책의 첫인상이 좋다고 할까, 뭔가 깊숙이 묻혀있던 것을 발견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일단 책을 읽어본다. 그래고 직원 몇 명에게도 읽힌다. 최근에는 책이 되기 전 교정쇄 단계에서 검토할 기회가 늘었다. 때에 따라서는 손님에게 직접 읽어보게도 한다. 우리 서점에는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독자가 있다. 이 책을 밀어볼까 어쩔까 망설일 때는 그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돌진! 혹시..., 하고 생각한 신인 문예 작가의 작품을 과감히 팔 수 있는 것은 이런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71)

반대로 우리는 팔리지 않는 책도 제고로 놓아두는 경우가 있다. 일 년에 한 권도 움직이지 않지만 그 한 권이 있으므로 다른 책이 팔리기 때문이다. 이 한 권을 끼워 넣는 것으로 그 옆에 있는 책의 의미가 달라진다. 우리에게 그것은 ‘아, 이 책에서 시작되는구나!‘ 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서가를 만들 때 중심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77)

자신이 ‘이거다‘라고 생각하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이 눈앞에서 팔려나가는 쾌감을 한 번 알게 되면 인이 박여 버리기 때문이다. 그 맛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 그만둘 수 없다. 자신이 선정한 책이 팔리는 것은 너무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서점원에게 서점은 ‘극장‘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쾌감을 알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점원은 각자 다양한 체험담을 갖고 있다. (93)

지금은 데이터로 반품이 자동으로 가능하다. 며칠 팔리지 않으면 며칠 후에 반품한다고 데이터화되었다. 이래서는 서점원에게 한 권 한 권 그 책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팔리는 이유와 팔리지 않는 이유를 생각할 필요도 없어진다. 데이터가 매장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버릴 우려가 있다. 그리고 데이터의 조종을 받으면 책은 결국 그것들이 ‘팔아주는‘ 것이 되어 버린다. 거기에 서점원의 판단이 개입할 수 없어서 ‘판다‘라는 의식이 사라진다. 이래서는 일이 재미있을 수 없다. ‘책이 좋다‘는 단순한 생각이나 데이터에 휩쓸려서가 아니라 자기 생각으로 책을 팔고, 팔리면 그 이유를 파악한다.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늘 주목하고 늘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116)

서점의 6차산업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을까. 사와야 서점으로 말하면 그것은 ‘지역 활성화 참여‘다. 지역을 활성화해가는 일을 함께 일구고 쌓아 가는 것읻자. 그 한 방법이 ‘다른 업종과의 교류‘다. 거기에 책을 연결해가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매장의 제일선에서 일하는 직원과는 별도로 새로운 활동을 담당할 직원을 두었다. ... 예를 들어 저자와 독자를 연결할 자리를 어떻게 만들까, 책을 매개로 지역에 공헌할 방법을 어떻게 찾을까 하는 식으로 사와야 서점이 매장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지역에서 작은 강연회가 열리면 참가하고, 스터디 그룹에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 책과 연결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무언가 계획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이 보이면 일단 찾아가 무조건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를 들었다. (136)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하는 활동 중 하나는 지역에 대한 공헌으로, 향토서 서가를 충실하게 만드는 것읻자. 그리고 그 연장선으로 책의 지산지소...를 생각한다. 지역의 보물을 우리가 직접 개발해 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것은 책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있거나 저자가 있으면 출판사와 교섭한다. 우리가 지역에서 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 팔 수 있다. (147)

서점의 장래가 밝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서점의 미래가 어둡다고만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등불을 밝힐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가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한다면 정말로 앞날은 없을지 모른다. 누구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해야 한다. 누군가 해주겠지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한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해야 한다. (1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