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들기 전에 이따금 상상 속에서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고 나가보면, 거기에는 새끼들을 돌보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암사자가 한 마리 있었다. 로자 아줌마는 바로 그것이 암사자의 특성이라고 했다. 암사자들은 새끼를 위해서라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데, ... 나는 거의 매일 밤 나의 암사자를 불러들였다. 암사자는 방에 들어오자마나 침대로 뛰어올라 우리들의 얼굴을 핥아주었다. ... 마침내 어느 날 로자 아줌마는 자신이 자는 동안 내가 암사자를 불러들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줌마는 물론 그것이 사실이 아니며 다만 내가 자연의 법칙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져 집 안에 야생동물이 있다는 생각에 밤마다 공포에 떨었다. (74)
그 구경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그들 모두가 실제 인간이 아니라 기계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고통받지 않으며 늙지도 않고 불행에 빠지지도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네 인간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그 세계에서는 낙타...에게조차도 호감이 갔다. ... 열흘 동안 나는 그가 떨어지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그가 떨어지더라도 하나도 아프지 않으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 별세계였다. 나는 너무 행복해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손 닿는 곳에 있을 때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106)
나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희망이란 것에는 항상 대단한 힘이 있다. 로자 아줌마나 하밀 할아버지 같은 노인들에게조차도 그것은 큰 힘이 된다. 미칠 노릇이다. 그러나 그녀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사람이 아무런 대가 없이 행동을 할 때도 있으니까. 그녀는 내게 말을 건네고, 희망을 일깨우고, 친절한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 한숨지으며 떠났다. 나쁜 년. (109)
누구를 모욕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하밀 할아버지는 점점 멍청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살 날이 얼마 안 남아서 더이상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노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세였다. 그들은 자기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눈을 보면 능글맞은 타조처럼 과거로 숨어들기 위해서 시선을 자꾸 돌리는 모습이 뻔히 보인다. 하밀 할아버지는 항상 빅토르 위고의 책을 손에 들고 있었지만 그것을 코란으로 혼동하기도 했다. 그는 두권을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18)
그 때 내게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과거로 거슬러올라가서 엄마를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땅바닥에 앉아 있는 내 모습과 그런 내 앞으로 가죽으로 된 미니스커트를 입고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은 다리가 지나가는 것을 본 것이다. 나는 얼굴을 보려고 눈을 치켜뜨려 안간힘을 썼지만 허사였다. 나는 그것이 나의 엄마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추억만으로는 눈을 치켜뜨게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좀더 먼 과거로까지 돌아가는 데 성공했다. 나를 어르며 재우고 있는 누군가의 따뜻한 두 팔이 느껴졌다. (135)
"그건요, 만약 그런 권리가 있다면 로자 아줌마에게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마음대로 할 신성한 자결권이 있다는 거죠. 아줌마가 자결하고 싶다면 그건 아줌마의 권리라구요. 그리고 아줌마가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도와주어야 해요. 유태인 배척주의에 걸리지 않으려면 유태인 의사가 필요하니까요. 유타인끼리 서로 괴롭히면 안 돼요. 그건 정말 구역질난다구요." (263)
한 가지 말해둘 게 있다.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는 가능한 안락사가 왜 노인에게는 금지되어 있는지 말이다. 나는 식물인간으로 세계 기록을 세운 미국인이 예수 그리스도보다도 더 심한 고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십자가에 십칠 년여를 매달려 있는 셈이니까.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넣어주는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296)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 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녀가 보고 싶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조르니 당분간은 함께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라몽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307)
'살아야 했다구. 알아들었어? 물론, 너나 나나 도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었겠니? 그래도 살아야 할걸 그랬다구. 뭣 때문이냐구? 아무것 때문에도 아니지. ...... 그냥 여기 있기 위해서라도. 파도처럼. 자갈돌처럼. 파도와 함께. 자갈돌들과 함께. 빛과 함께. 모든 것과 다 함께.'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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