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레바논은 2006년에도 이스라엘의 엄청난 침공을 받았어. 이번에는 헤즈볼라가 문제였지. 헤즈볼라는 `신의 당`이란 뜻으로, 레바논에서 이슬람 시아파가 조직한 합법적인 정당이야. 흔히 헤즈볼라라고 하면 불법 무장 단체 혹은 게릴라 조직으로 잘못 알기 쉽지만, 헤즈볼라는 우리나라의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처럼 레바논의 합법적인 정당이야. (27)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벌이면서 내세운 이유는 빈 라덴 체포와 탈레반 정부에게서 여성을 해방하겠다는 거야. 미군은 카불에 들어오자마자 여성도 학교에 다닐 수 있고, 부르카를 입지 않아도 된다며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해방되었다고 했어. 그런데 미국이 `이제 탈레반의 상징인 부르카를 벗어도 돼요`라고 아무리 외쳐도 여성들은 부르카를 벗지 않았어. 시간이 가면서 나는 그 옷이 탈레반의 전유물이 아닌 민속 의상이라는 사실을 알았지. 우리 조상이 조선 시대에 외출할 때 쓰던 쓰개치마처럼 아프가니스탄 사람의 고유 의상인 거야. ... 미국이 부르카를 탈레반의 상징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거야. (43)

큰 전쟁이 나면 어린 병사들이 참전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세상 물정도 모를 때 무지막지한 전쟁터로 나오는 거야. 그들에게 입대한 이유를 물어보면 "대학에 가고 싶어서"라는 대답을 많이 한단다. 그들이 고등학교 다니던 어느 날, 미군이 입대 설명회를 하러 학교에 방문하지. 멋진 제복을 차려입고 학생들 앞에 서서 경례한 다음 대학에 무료로 갈 수 있고, 비싼 의료비도 국가가 책임진다면서 세계의 자유를 위해 군대에 지원하라고 하면 학생들은 넋을 잃고 그들을 바라보는 거야. 특히 가난해서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군대는 대학에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처럼 보이지. (53)

체첸 사람들은 러시아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으로 치열한 전투 끝에 러시아를 몰아냈지만, 그 이후 사회 통합과 경제를 감당하지 못했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체첸 사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급기야 서로 갈라지기 시작했지. 먹을 것은 정해져 있고 사람은 많다 보니 싸움이 벌어진 거야. 이제 체첸은 러시아가 아니라 내부 분열이 문제였어. 체첸 사람들은 평생 싸우는 것밖에 모른데다, 대통령마저 총 들고 싸우기만 하던 사람이기에 그들의 분열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구나. 한 번도 평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 체첸의 비극이지. (115)

체첸의 독립으로 막대한 석유 이권을 잃고 싶지 않았던 러시아는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것을 눈감아 주었단다. 그 대신 "체첸의 반군 지도자가 국제 테러 조직과 연관돼 있다"며 체첸을 탄압하는 데 미국의 동의를 얻어 냈어. 이로써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고, 러시아군은 거리낌 없이 체첸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 냉전 시대에 원수로 지내던 미국과 러시아가 이렇게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된 것은 중동의 석유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미국과 체첸의 석유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대문이야. 미국이 러시아의 체첸 인권 탄압을 외면한 이유도 이것이지. (117)

명예살인은 주로 이슬람 국가에서 많이 행해지지만, 이슬람이 생기기 전부터 내려오는 악습이야. 이슬람이 생긴 것은 불과 수천 년 전이니 명예살인을 이슬람의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지. 오늘날 이슬람 국가들에 이 풍습이 남아 있을 뿐이야. 일례로 요르단 같은 나라에서는 기독교 집안에서도 명예살인이 일어나. (159)

"이 나라[소말리아를 말함] 사람들은 배가 고파서 미친 것뿐이야. 먹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거야. 앉아서 굶어 죽거나, 해적질이라도 해서 입에 무엇인가 넣고 목숨을 부지하거나 둘 중 하나지." (244)

하지만 콜롬비아를 여행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란다. 콜롬비아는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니거든. 며칠 여행을 하거나 장기간 그곳에 있었어도 본인이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아주 무책임하고 위험한 생각이다.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나기 때문이야. 주의하면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있는 반면, 아무리 조심해도 막을 수 없는 사고도 있어. 나라 전체의 치안이 좋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지. ...... 그런 때는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해. 방심은 절대 금물이지. 10년 넘게 분쟁 지역을 취재하면서 내가 아직 살아 있는 것도 지나치다 싶을 만큼 안전 대책을 세웠기 때문이야.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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