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섬에서는 유럽에서 '점령할 목적으로 군대를 파견'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유일한 민족이 살고 있다. 반대로 그 민족은 덴마크와 노르만족 그리고 영국인들에게 차례로 점령당했다. 아일랜드가 내보낸 것은 군대가 아니라 신부였다. ... 천 년 이상 지났지만, 유럽의 중심에서 멀리 벗어나서 대서양 깊숙이 자리 잡은 이곳 아일랜드에 유럽의 불타는 심장이 자리 잡고 있다. (15)
토니는 다시 그곳을 떠났다. 떠날 때는 50세였는데 집 모퉁이에서는 서른 살로 변했다. 언덕을 지나면서 나귀를 어루만질 때는 열여섯 살이 된다. 폭샤 울타리 뒤로 사라지기 전, 그 순간에는 그 옛날의 소년이었다. (56)
그런데 아무도 늦게 시작하는 것에 대해 전혀 화를 내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신이 시간을 만들 때 충분히 만들었다"고 아일랜드 사람들은 말한다. 이 말은 분명 깊이 생각할 가치가 있다. 시간은 우리가 지상에서 할 일을 처리하라고 준 기본 요소이다. 그러니 사용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시간이란 언제나 초연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괴물 같은 기형아일 뿐이다. 이런 사람은 어디서 시간을 훔쳐서 유용한다. (82)
이 조그만 선물이 경찰관에게 본디 성가신 속세의 아일랜드 생활로 돌아오게 만든 것 같았다. 졸지에 경찰관의 얼굴이 다시금 늙고 부어 보였다. 그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런데 운전면허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동향인은 찾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무얼 찾을 때 꾸며내는 동작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간단하게 "아, 잊었어요."하고 말했다. 경찰관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말했다. "본인이 맞는 것 같군요." (119)
이상한 이 주법에는 또 다른 문구가 하나 있다. 고향 마을에서 적어도 3마일 떨어진 곳에서 온 여행자에게는 시원한 음료를 거절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129) ... 두 그룹의 취객들이 만난다. 3마일을 규정한 법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마을과 술집만 바꾼다. 경건한 이 가톨릭 국가에서 일요일 수많은 저주의 말이 하늘로 올라간다. 이곳은 로마의 용병들이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땅이다. 이 나라는 로마제국의 국경 밖에 있는 가톨릭 유럽의 한 조각이다. (134)
독일에서는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없을 거야." ... 그러나 아일랜드에서는 이와는 거의 반대다. 여기서는 다리를 삐고, 열차를 놓치고, 파산했을 경우, "더 나쁜 일도 생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163)
"그 놈 정말 좋은 녀석이었어요." 우리를 역까지 태워다 준 택시 기사가 말했다. "아주 매력 있는 녀석이에요." "누구 말이에요?" 내가 물었다. "오늘 말입니다." 그가 말했다. "참으로 멋지고 귀여운 녀석 아니에요?" 나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택시 값을 지불하면서 올려다보았다. 때가 끼어 거무튀튀한 어느 집의 벽이 보였다. 마침 한 젊은 여자가 오렌지색의 우유통을 창들에 내놓았다. 여자가 내게 미소 지었다. 나도 미소를 보냈다. (1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