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 삶의 속도를 늦추는 독서의 기술
데이비드 미킥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독서는 半수면 상태가 아니라, 체조 선수의 처절한 몸부림과도 같다. ...... 책은 완벽하지 않아도 별로 상관없지만. 독자는 그래야 한다." (8)

그런 그렇고, 루스벨트는 아무리 곤란한 환경 속에서도 책에 집중할 줄 아는 용감무쌍한 독자였다. 다코타 지역의 혹독한 겨울 60킬로미터의 눈밭을 걷는 사이에 <안나 카레리나>를 다 읽었다. 그것도 자신의 보트를 훔친 도둑 두 명을 끌고 가는 중이었다. 윈체스터 라이플총을 손에 든 채, 한쪽 눈은 도둑들에게 다른 한쪽 눈은 책에 두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톨스토이의 소설을 의연히 정독했다. (56)

또 다른 진실, 혹은 위험한 거짓처럼 보이는 것을 주장하는 자들이야말로 우리의 한정된 지식을 넓혀 주고 우리의 둔한 양심을 깨워 줄 수 있다. 아주 새로워 보이는 것, 혹은 뻔뻔할 정도로 잘못됐거나 아주 위험해 보이는 것은 독자를 시험하는 수단이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진실이 그것을 변명해 주고 있는지 보려고 애쓰는 사람은 재능이 있으니 독자가 될 자격이 있다. 그저 상처받거나 기분이 상하거나, 작가의 우둔함에 항의하는 사람이라면 일간 신문을 읽는 편이 낫다. 그는 영영 독자가 될 수 없다. (83)

블레이크는 천진난만하고 싱싱하며 나약한 아이의 세계와 혹독하리만치 실망스럽고 죄 많은 어른의 세계가 영원히 화합할 수 없다는 관점, 소위 쪼개진 허구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양분적인 사고방식은 자유와 창의성이 어린 시절의 전유물이고, 그 어린 시절은 결국 현실이라는 슬픔의 세계에 굴복할 수밖에 없으며, 그 잿빛의 어른 세계야말로 유일하게 가능한 현실이라는 기만적이고 무감각한 거짓으로 우리를 계속 옭아맨다. 블레이크는 순수와 경험의 양분을 넘어서서 존재하는 더 높은 차원의 창의성을 제안한다. 그는 우리가 상상력의 부족 때문에 삶에 강요하고 있는 이분법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풀어 주기를 원한다. 그런 창의성이야말로 세상을 구원한다고 주장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신성하므로." (172)

독자가 작품에 동감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독자가 작품의 결말에 항의한 유명한 사례들이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문학가이자 사전 편찬가인 새뮤얼 존슨은 <리어 왕>에서 코딜리어가 극도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는 결말에 불만을 품었다. 그래서 그 작품의 결말은 몇 년간 읽지 않았다. 존슨 시대의 연극계도 마찬가지로 원작의 결말을 외면했다. 코딜리어가 살아남아 에드거와 결혼하는 네이험 테이트의 개작이 100년 넘게 무대에 올려졌다. (222)

"어떤 작품을 읽고 나서 불도 녹일 수 없을 만큼 내 온몸이 얼어붙는다면 그 작품이 바로 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307)

"남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너무 빈번히 받아먹다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작은 조각마저 기를 펴지 못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푹 빠져 그의 생각에 말려들고 만다. 우리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키 큰 머슴과 함께 걷고 있는 셈이다." ... 독창성을 발견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이들의 독창성과 겨루어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나약하든 유력하든 혁신적이든 세상 모든 사람들을 우리와 동등한 인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두 작가 모두 알고 있다. (387)

"그 자체로 좋고 즐거워서 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독서도 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나는 가끔 이런 꿈을 꾸었다. 최후의 심판일이 되어 위대한 정복자들과 법률가들, 정치가들이 보상...을 받으려고 갈 때, 옆구리에 책을 끼고 가는 우리를 본 신이 베드로를 돌아보며 부러운 듯한 표정으로 "보아라, 이들에게는 상이 필요 없겠다. 그들에게는 줄 것이 없어. 그들은 독서를 좋아했으니"라고 말하는 꿈을 말이다." (405)

우리는 설령 아프게 부서진다 해도 마음을 열어 줄 책을 원한다.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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