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도둑놀이
퍼 페터슨 지음, 손화수 옮김 / 가쎄(GASSE)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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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릴 넘치는 모험과 박진감, 또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 눈물을 펑펑 흘리게 하는 깊은 슬픔, 아니면 혼자 피식 또는 깔깔 웃게 만드는 유머.

 이런 것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절대 추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잔잔하고 잔잔하고 또 잔잔하다. 그렇다고 아무런 스토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궁금해 못 견디게 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고, 말을 달리며 질주하는 모험이 있고, 가슴 두근대는 사랑이 있다. 

  어쩌면 시점과도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년이 되어 바라 본 과거는 아무리 격정적이고 쾌활하고 반짝거렸다 한들, 차분하고 고요해 지는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서서히 사라지게 할때, 그 무언가의 투명도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처럼, 색들은 빛 바래고 소리들은 작아지고 선명한 에지들은 한층 부드러운 윤곽을 띄게 되는지도. 이 소설은 모든 면에서 그런 느낌을 준다. 모든게 하나로 갈무리 되는 느낌. 이제 정리할 시간이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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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0-03-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문장이 이 책 소개인줄 알고선 오, 나도 당장 읽어볼까란 생각을 했어요. 정말 이 책이 어떤건지 들려주는 습관님 목소리를 들으니까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간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고. ^^ 아, 좋아요. ^^

습관 2010-03-09 09:50   좋아요 0 | URL
ㅋㅋ, 낚이셨군요..귀여운 아치님.
 
설득의 비밀 - EBS 다큐프라임, 타인을 움직이는 최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설득의 비밀
EBS 제작팀.김종명 엮음 / 쿠폰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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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읽고서, 깊은 인상을 받아서 아는 후배에게 그 책을 읽은적 있는지 물은 적이 있다. 한때 보험판매업을 하려고 준비중이었던 후배는 실질적인 도움은 하나도 되지 못해서 별로였다고 얘기했었다. 나에겐 '설득의 심리학'이 인상적이고 많은 깨달음을 얻게 했지만, 실질적인 테크닉을 얻고 싶어했던 그 후배에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오히려 이 '설득의 비밀'은 그 후배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거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다.

 

 보통 사람들은 설득 잘 하는 것을 언변이 좋은것과 동일시 여긴다. 흔히 얘기하는 '말발'로 누군가의 의견을 바꾸어 놓는것.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설득이다. 하지만 화려한 언변술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 후 불쾌해지고 억울해지고 분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말발이 그다지 좋지 못한 사람들은 분명 많이들 느낄 것이다. 말발로 누군가를 제압해서 마음 속은 그게 아니지만 결정은 그렇게 되도록 하는것, 그것은 결코 설득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설득은 서로 수긍하게 되는것, 배려와 양보를 통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긍정하는 결정을 하게 하는것. 이런 진실된 마음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런 설득을 끌어내는 몇가지 테크닉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가령, 상대방이 들어주기 힘든 아주 커다란 요구를 거듭해서 이를 거절할 수 밖에 없는 상대방이 미안해지게 했다가 처음 요구보다 훨씬 작은 요구를 해서 결국 상대방이 들어주게 만든다던지, 설득하는 주제와는 관련이 없겠지만, 친인척관계를 들먹이며 친근감을 강조해 내 말을 들어주게 한다던지. 하지만 설득을 함에 있어서, 그 모든 테크닉보다 먼저 바탕을 이뤄야 하는것은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이 책은 얘기한다.

 

 상대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와 상충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이뤄 나가는 것. 그 속깊은 인간관계를 이루려는 노력에서 진정한 설득은 이뤄지고, 그 관계 또한 지속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서로 win-win할 수 있는 것.

 

 그 모든 말들은 그 동안 우리가 다 알고 있던 것들이라 새롭다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 우린 그 동안 그 말이 설득을 하는데 해당되리라는 생각은 조금도 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설득의 비밀이 그 단순한 동서고금의 진리,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이루는 것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다는 것에 놀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책 만으로 설득의 비밀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요소를 파악하는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다큐멘터리를 보는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큐멘터리를 직접 보지 못해서 단정적으로 말하기에 자신은 없지만, 왠지 읽는 내내 다큐멘터리를 보조하는 책인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더욱이 실험참가자들을 선정해 그 들이 설득능력을 개발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설득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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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의 네 가지 삶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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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색깔로 화려한 것들을 흑백사진에 담아 놓은 느낌.  

 샨사의 소설들에서 내가 느끼는 것이다. 기억들은 찬란하고 아름답지만 시간은 그것들에 서늘한 서글픔을 덧붙여 놓는다. 그래서 단지 웃을수만은 없게 만든다. 웃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씁쓸함. 어쩌면 이제껏 내가 본 샨사의 소설들이 해피엔딩인적이 없어서일까란 생각을 하기도 해 봤지만, 그것보다도 샨사는 책 첫 페이지부터 그 모든 서글픔을 예고 하고 있는 듯한 말투를 하고 있다. 해피엔딩이 된다 해도 내게는 새드엔딩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중국에서 '죽음'과 '재탄생'을 의미한다는 버드나무.  

 하나, 둘, 셋, 넷. 이 네가지의 이야기는 버드나무로 엮여있다. 버드나무를 사랑했던 영민한 어린 아이는 아버지의 첩을 범하고 도망가는 유목민이 되고, 혁명에 앞장 서지만 배반 당하는 학생이 된다. 그리고...  아니, 이 이야기는 어린시절, 소방관 아저씨와 소방차를 연결하고 경찰 아저씨는 경찰차와 연결하는 줄긋기 놀이처럼 일대일로 만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버드나무를 사랑했던 아이는 자유를 꿈꾸지만 쓰러져 가는 가문을 지키기 위한 여전사가 된 것일 수도 있고, 홍콩행 비행기를 타며 꿈을 꾸는 아징일 수도 있다.  

 삶은 계속되고 거듭되는 윤회로 그들은 만나지만 끝내 해피엔딩은 아직이다. 다음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을까? 시들어버린체로 여행가방 안에 놓여 있는 수양버들관에서 거듭하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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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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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목발을 벗해온 삶을 살아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매달 내는 의료보험비가 아까워 받아 본 건강검진에서 유방암을 발견했다고 한다. 힘든 치료 끝에 다시 정상 생활을 되찾았지만, 암 세포는 척추로 전이 됐고, 결국은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분.

 

 이젠 너무나 자주 반복해서 구태의연한 이야기들 중 하나.

 삶이라는 것, 건강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에겐 당연하게 여겨져서 오히려 하챦게 여겨지기까지 하는것. 오히려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것 같다.

 

 장영희 선생님은 그런 하챦은 삶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희망을 갖을것을 제안한다. 온갖 슬픔,기쁨,즐거움, 행복을 겪으며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평생이 얼마나 축복이며 기적인지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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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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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요일 저녁이 가장 싫다고 말한다. 심지어 일요일 아침 또는 점심때쯤, 눈을 뜨는 시점부터 절망에 빠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원죄에 대한 처벌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밥벌이의 지겨움'은 인간으로서는 피해갈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언젠가 주5일제가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일주일중 가장 즐거운 날은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옮아갔다. 일곱날 중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해방될 수 있는 단 이틀을 코 앞에 둔 시점. 

 그 소중한 이틀. 한없이 게으르고 뒹굴거리며 지내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온 몸을 불사르며 즐기는 사람은 또 그 사람대로. 그렇게 또 이틀은 흘러가 버리고 만다. 

  책 제목처럼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기 때문에 일요일 저녁이 되면 우리의 마음에 땅거미가 지고 그림자가 드리워 지는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간혹 분위기 깨는 사람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우리의 친구 범위에서 제외되기 일쑤다. 

 책 내용을 미리 리뷰해 보지 않은 탓에 첨엔 하고 많은 실용서들 중 하나인 줄 알았다. 세상엔 언제나 금요일이 아니니, 알찬 하루하루를 보내자 정도쯤으로. 하지만 왠걸. 오히려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은 세상이 언제나 금요일인것처럼 살고 있는 사람이다. 절대 서두르지도 열정적으로도 살지 않는 같은 모습.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항상 생각으로만 머무르고 만다.   

 재밌었던 대목 하나,

  마침 계단을 올라 오던 남자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안에서 문이 잠겼어요."

 이번에는 집주인이 틀림없느냐고 또 묻는다. 나는 신분증을 꺼내 보여준다. 남자는 사진과 내 얼굴을 번갈아가며 꼼꼼히 살피더니 현관 앞 신발털개를 잠시 머리에 대보라고 주문한다. 사진 속의 나는 아직 머리카락이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35쪽
  

 그 후 잠긴 문을 여는 걸 도와주던 남자는 텔레비젼을 갖고 갔던가? 

 버스에서 내려 빗속에 우뚝 섰다. 50미터 앞에 지붕이 있는 간이 대기소가 보였지만 꼼짝 않고 서서 몸이 흠뻑 젖게 내버려두었다. 혹시나 이런 방법으로 심야버스에서 잠들어 버리는 한심한 버릇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난 그런 사람이다. 자신에게도 엄격하고 공평무사한. 2분 남짓 시간이 흐르고 빗방울이 엉덩이 틈새로 흘러들기 시작하자 나는 그만하면 나도 충분히 느낀 바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며 대기소 안으로 들어갔다. -127쪽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모범적인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체벌을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말이다...... 창밖을 내다보고 재미있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돈을 번다고 치자. 그때도 그 일이 여전히 재미있기만 할까? 그렇게 되면 그건 단순히 직업, 밥벌이로 전락하고 마는 건 아닐까? -207쪽
  

 또 가끔은 이렇게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현대사회에서 주인공처럼 사는 모습은 우리에겐 엄두도 못 낼 일일 뿐더러 손가락질 받기 딱 좋고, 사람들에게 바보취급 당하고 기피당하기 좋지만, 어쩌면 그런 이유로 그의 삶에 우리가 더 성원을 보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일곱날 중 금요일의 행복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책으로 자신의 금요일을 찾아봄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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