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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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세상의 신비를 모두 밝혀낼 날들이 올 것인지 궁금해지곤 한다. 아주 옛날에 몰랐던 사실들이 지금 차츰 밝혀지는 것을 보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꼭 올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 모든 진실을 밝혀내기 전에 인류가 멸망해 버릴것 같기도 하고 그런 우왕좌왕한 상상에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세상에 궁금한 것들이 참 많긴 한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마음이 이뤄내는 일들은 참 신기하다. 예전에는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심장에 있다고들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마음이라는게 두뇌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마음이 이뤄내는 일은 두뇌가 이뤄내는 일들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욱 신기한 생각이 드는 이유중 하나는 두뇌처럼 물질적인 것이 정신이나 환상 같은 비물질적인 세상을 만들어내는 이치이다.

 

 "엉클 텅스텐"이란 책에서 보면, 올리버 색스는 물리학자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왠지 신경과 전문의가 되었다. 그의 책 중 가장 잘 알려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같은 경우는 뇌신경이나 심리학에 그다지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접할 경우 굉장한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뮤지코필리아는 그 동안 올리버 색스가 냈던 책들과 같은 맥락에서 음악과 뇌의 관계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과 뇌의 관계가 100%밝혀지지는 않지만, 음악이란 인류에게 선택적 사항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어느날 번개를 맞은 한 남자는 갑자기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솟아 올라 피아니스트가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음악을 들으면 색깔이 보인다고 한다. 가령, 도음을 들으면 시야에 파란색이 눈에 보이고 레음을 들으면 붉은색이 눈에 보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어떤 사람들은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어서 음을 듣기만 해도 어느 음인지 바로 맞출 수 있기도 하지만, 하지만 이런사람들이 꼭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지만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연주하여 표현하는 능력만은 불협화음을 낳곤 한다. 어떤 사람은 헤르페스 뇌염으로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음악을 하는 능력만은 말짱하게 남아 있기도 하고, 윌리엄스 증후군이란 병을 앓는 아이들은 지능지수는 떨어지지만 음악적인 능력만은 탁월하다고 한다. 알츠하이머 병을 가진 사람들이 기억을 잃고, 몸도 점차 마비되어 가지만, 음악을 듣는 순간 정상적인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음악은 어떤 사람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어 주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역기능을 하기도 한다. 끊임없는 뇌벌레나 음악환청에 시달리기도 하고, 음악에 선율이나 음정 박자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음악을 듣는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사람들도 간혹 있다.

 

 원시시대에 우리에겐 현대와 같은 선율은 없었을지라도 리듬은 존재했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간혹 세계의 오지를 찾아가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 그 곳 사람들이 독특한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이 리듬은 원시시대부터 우리 삶에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분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더 나아가 어쩌면 우리가 언어다운 언어가 발달하기 전에 길고 짧은 리듬에 의해 의사소통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상상이 되기도 한다. 마치 현재의 모스 부호 같은 것 처럼 말이다. 그래서 음악이라는 것은 인류가 생겨나던 시절부터 우리의 영혼속에 깊이 새겨져 있던것은 아닌지. 아마 앞으로도 음악은 형식은 수 없이 변할지언정, 인류가 망하지 않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인류 역사와 함께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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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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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드라마 "선덕여왕"을 즐겁게 보고 있다. 그 동안은 거들떠 보지도 않던 "미실"이란 소설을 들춰보게 된 연유이다. 고현정이 분하고 있는 미실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다. 전혀 모르고 있었으므로, 소설을 읽어가는 내내 무척 놀랐다. 색공지신이라는 것도 처음 들은 말이었고, 어렴풋이 알긴 했지만 그토록 자유로운 성관계들이 그 시대에 허용되었고, 오히려 장려되기도 했다는 것들이 놀라웠다. 물론 그 풍속은 원시 농경사회속, 모계사회에서의 필연적인 전통이었겠지만, 조선시대 유교사상이 현재까지 지배하고 있는 우리들의 의식속엔 용납못할 행위들일 거란 생각이 든다.

 

 미실은 그야말로 그 시대 색공지신으로서 완벽하다. 어느 남자도 미실을 거부하지 못했을 만큼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색에 대한 기술과 지식도 어느 누구도 따르지 못할 만큼 잘 알았고, 게다가 똑똑하기 까지 했다. 사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그녀는 신에 가깝다. 이건 뭐 아무리 뒤져봐도 부족한 부분이 없다. 하물며, 세월이 다 해 늙어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쇠락하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의 미녀들은 늙어감을 두려워하고, 심지어 저주하기까지 하는데, 미실에겐 그런 부족함조차 없다. 보통의 인물들은 자신의 몸을 굴려가며, 권력을 차지하고 했다가도, 죽음 앞에선 인생무상을 느끼기 마련인데, 미실은 그런 마음 한 조각 조차 내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괜챦고, 모두를 사랑했었다고 되뇌일 뿐이다.

 

 문득, 미실이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어떤 인물이 되었을까?란 상상을 해 본다. 이런 소설이 쓰여지지조차 않았을지도 모른다. 권력 근처에도 가 보지 못했을것이다. "외모지상주의"가 문제시되고 있는 지금, 미실 또한 그 비난을 피해 갈 수 없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억이라는 원고료를 받은 이소설에 대한 반응엔 이견이 많은것 같다. 공감하기 힘든 주인공에 대한 비난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조금은 모자란 부분이 보이는, 인간처럼 느껴졌다면....혹시 현재 드라마속의 악녀이기라도 했다면, 사람들은 좀 더 연민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사실 우리는 진짜 그녀 모습을, 그녀의 생각과 마음을 전혀 알 수 없다. 단지 상상해 볼 뿐이다. 그녀에겐 그시대 그녀의 삶이 최선이었을테고, 우리가 그녀로 현신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살아야만 했었을지도 모른다. 삶은 알 수 없는 거니까. 그래서 난 그녀의 삶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 수가 없다.

 

 ** 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읽는다. 읽기는 재밌다. 낯설지만 입안에 익숙하게 감기는 오래된 단어들과 사자성어들도 많이 보인다. 굳이 사전을 찾아 뜻을 찾아보지 않지만, 의미를 몰라 문장이 안 읽히진 않는다. 소설읽기란 그렇게 중간에 끊김없이 술술 읽는거라 믿기 때문에. 그러다가 드라마 "선덕여왕"의 다음 이야기들이 많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흘러내리는 것은 흘러내리는 대로, 걸리는 것은 걸리는 대로, 무엇에도 조바심 치거나 부러 채근하지 않고 천천히. 스치고 스쳐 지나가고, 흐르고 흘러 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마음까지도 껴묻고.
미실이 봄을 따라 세상에서 사라졌다. -34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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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라이프 (보급판 문고본)
앨리스 카이퍼즈 지음, 신현림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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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무거웠던 모양이다. 가벼운 책이 읽고 싶었으니까. 내용도 분량도 가벼운 책. 그래서 어떻게 하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머리가 무겁고 마음이 답답하다고 하면 이 책을 권해 주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용은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다.
 

 흔히 강력접착제를 만들려다가 실패해서 발명된걸로 알고 있는 포스트 잇 (Post-it).  

 

 산부인과 의사이고, 남편과 이혼한 싱글맘인 이 엄마는 바쁜 병원일 때문에 딸과의 교감을 냉장고에 붙이는 쪽지로 대신한다. 그 쪽지 안에는 함께 기르는 토끼에 대한 이야기, 집안에 필요한 식료품에 대한 부탁, 남자 친구 이야기 등등...일상적으로 집 안에서 엄마와 딸이 나눌 법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있다.

 

" 우리 귀염둥이 클레어

토요일에 아침 준비 못하겠어.

일요일 밤에 하자꾸나.

시간 있음 보습제 좀 사다 줄래? 다 썼거든.

아빠가 어젯밤에 전화했어. 전화해 달래.

사랑해

-엄마"

 

 이 책이 이런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로 그치고 말았다면, 그냥 시시콜콜한 쪽지 모음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바쁜 엄마는 딸에게 유방에서 발견된 혹 이야기를 쪽지로 전해주게 되고, 괜찮을 줄만 알았던 혹은 결국 암이 되어 엄마의 생명을 앗아간다.

 이 이야기들이 여느 소설처럼 전개되었다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시시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쪽지에 적힌 서로 다투고 화해하고, 서로에게 힘을 복돋아 글 들을 보며, 말하여 지지 않는 나머지 일 들을 상상하게 하는 힘이 다른 어느 글 보다도 조용한 슬픔을 주었던게 아닌가 싶다.

 



 

 참, 원작에선 굳이 "포스트 잇"이란 말이 나오진 않은것 같은데, 국내에 번역되는 과정에서 흔히 냉장고에 붙이는 쪽지를 포스트 잇으로 대체한 듯 싶다. 뭐 어쨋거나 중요한건 그게 아니긴 하지만. 우리 정성상으로는 그게 훨씬 잘 맞는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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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지 - 생각의 역사를 뒤집는 기막힌 발견
개리 마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갤리온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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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만큼 자신이 한심한 적이 참 많다. 가령, 몇 일전 또는 몇 달전 혹은 몇 년전 어딘가에 놓아 둔 사진, 도장, 자격증 등등, 도무지 찾을 수가 없을때, 분명 그 당시엔 "여기잘 둬야지."하고 뒀는데, 어디다 자~알 뒀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거다. 여기저기 뒤져보다 망연자실. 또, 내일 당장이 시험 또는 과제 제출일인데도, 소설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거나 한 없이 잠이 와서 그냥 내처 자 버리는거다. 그때마다 드는 "난 왜 이런 인간인 거냐??"하는 생각.

 

 그런데, 이게 나만의 문제는 아닌 모양이다. 뉴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개리 마커스는 "클루지"란 책에서 이런 현상은 결코 개인의 특수한 상황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은 많은 일들을 필요한때 적절히 기억해 내지 못하고, 미루기가 일상다반사인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클루지(kluge)란, 임시방편의 해결책을 얘기하는 단어라고 한다. 문제가 생겼을때, 완벽한 해결책은 근본적인 부분부터의 수정이겠지만, 시간상의 제약등의 이유로 그게 여의치 않을때, 되는대로 임시방편적으로 낸 해결책 같은것들, 그런게 그 해결책이 나름 효과적일때, 그걸 클루지라고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가장 큰 명제는 인간의 심리는, 의식은, 두뇌가 돌아가는 체계는 클루지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난 참 당혹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진화의 가장 정점에 서 있는 인간의 모든 기관은 (심지어 두뇌와 심리까지)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고 가장 완벽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아무런 비판없이 갖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보니, 지식이 짧은 탓이다. 그 전에도 이런 얘기는 무수히 많았던 모양이다.)그런데 이 사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인간의 모든 기관과 심리적 장치들은 기존장치를 가지고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임시방편으로 덧붙이고, 꼬고 방향을 선회한 클루지들인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완벽한 최고 정점을 향하지 못하고, 적당히 별 탈 없는 어느 선에서 타협하여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뱀과 거미를 소름끼치도록 싫어하는 우리의 심리상태가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는가? 인류가 처음으로 생겨나 살았던 신생대 제 4기 홍적세때,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은 맹수들과 뱀과 같은 파충류, 독을 가진 거미류들이었을 것이다. 목숨을 위협하는 생물을 싫어하는 우리의 심리상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 것이라는게 "개리 마커스"와 같은 진화 심리학자들의 의견이다. 그런데 이런 심리는 요즘같은 현대 시대에는 시대착오적이다. 오히려, 현재의 인류는 자동차를 더 싫어하고 두려워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심리는 현대를 겪은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그런 심리기제가 적합하게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마 자동차가 사라질때쯤 되면 인류도 적응하여 자동차를 뱀과 거미를 보듯 싫어하게 될까? 이것은 알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개리 마커스"는 우리에겐 두가지 심리체계가 있다고 본다. "반사체계"와 "숙고체계"다. "반사체계"는 말 그대로, 반사작용처럼, 우리 유전자 깊숙히 각인되어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체계이고, "숙고체계"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에 의해 나타나는 체계이다. 우리의 심리는 이 두 체계 사이에서 갈등하고 결론을 내린다. 이 결론은 "숙고체계"의 승리로 합리적이고 개개인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될 수도 있겠지만, 과제나 시험공부를 미루거나 과식을 하는 것처럼, "반사체계"가 승리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눈에 뻔히 보이는 실수와 잘못들은 대부분 이 두 체계의 경쟁에서, "숙고체계"가 승리를 거두지 못한 탓이 클것이다.

 

 물론, "클루지"인 우리의 심리가 단점만을 가진것을 아니라고 말한다. 정말 완벽한 신의 형상을 따라 인간이 만들어졌다면, 세상은 완벽했을 것이다. 단, 지루하리만치. 범죄도, 사고도 어떤 문제점도 세상엔 없었을 테고, 그만큼 어떤 변화도 발전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흥미진진한데는, 완벽하지 못한 우리의 심리체계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클루지인 우리의 심리체계를 극복하고 보다 더 나은 우리 자신을 만들 방법은 없을까?

 

 개리 마커스는 13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2.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3.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4.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5.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6.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7.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8.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평가하라.

9.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10.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11.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회적인 것을 경계하라.

12.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13.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무언가 결정을 해야 할 온갖 소소한 일상에 부딪힐때, 내가 위의 열세가지 항목을 기억해 낼 수 있을지는 참 자신없는 일이다. 사실 나는 모든 결정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동안 갖고 있던 내 신념이 잘못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든다. 그런데, 문득 드는 의문 중 하나는 내가 합리적으로 생각할 만한 정보를 내 손 안에 모두 갖고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순간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것. 아마 아주 작은 일들에 난 합리적이려 애쓸 수 있겠지만, 역시 난 "클루지"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인 "개리 마커스", 그는 저글링과 외발 자전거 타기가 취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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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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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우리 부모님은 내게 문화라는 것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 심지어 용돈을 모아 책을 샀던 내게 엄마는, 책보단 배부르게 먹을 무엇이 더 유용하지 않겠느냐고 말씀 하셨던 분이었다. 더구나 읍내는 작고, 집앞엔 논이 넓게 펼쳐져 있던 시골 마을의 어린 소녀로 자라온 내가 문화활동이라는것을 접했을리도 만무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접한 유일한 문화는 책과, 텔레비젼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내게, 다가오는 세기에는 문화를 알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얘기하니 겁부터 덜컥 난다. 

나는 꾸준히 책들을 일고, 종종 영화를 보고, 아주 가끔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고, 또 아주 가끔 전시회를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내가 문화형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비관적이다. 그래서 더욱 겁이 난다. 

이번해 초, 2009 패션트렌드에는 "컬처비즈"란 단어가 등장했다. 더 이상 잘 만들어진 제품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제품을 소비자들이 소비한다는 의미다. 흔히 거론되는 아이템으로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와 성능은 타 제품에 비해 그리 뛰어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아이팟"이 거론되었다.   

뉴욕의 라이프 스타일은 뉴욕을 알고 있는 대다수 사람의 판타지일 테다. 뉴요커란 단어는 가장 세련된 생활방식을 의미하고, 한때, 우리 나라에 유행했던 된장녀란 단어도 뉴요커를 동경했던 사람들에 대한 비아냥이었다고 본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생겨나던 초창기에는 뉴욕은 별 볼일 없고, 역사도 짧은 미국의 도시중 하나였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뉴욕의 위상은 전 지구의 대표 도시라 할 만하다. 뉴욕이 대표 도시가 될 수 있는 이유, 그건 돈 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문화다. 

초등학생도 아는 "피카소"에 비견될 뉴욕의 화가는 "잭슨 폴록"이다. 잭슨 폴록은 만들어진 화가이기도 한다고 한다. 역사도 짧고 문화도 전무했을 뉴욕은 일찌감치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 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현재의 최고의 도시가 된 것일 테다.  

문화는 존재 자체가 필수적인 요소는 아닌것 같지만,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요건이면서, 존재하는 순간부터는 인류에게 어느 무엇보다도 강력한 도구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제는 곧 문화적 마인드를 갖지 못하는 사람이 도태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는게 이 책의 주제인듯 싶다. 그러니 문화적 마인드를 길러야 한다는.

하지만 이런 문화를 우리가 어떻게 길러 나갈 수 있는 것일까?  글쓴이는 글쓰기를 제시한다. 물론 문화적인 활동들을 접하고,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표현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경험하고 익힌 것들이 자기화 될 수 있도록 하는것.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표출할 수 있는것. 

 이쯤이 되니, 다시 문화라는 정의가 헛갈린다. 결국 문화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는 것은, 의식을 갖는 문제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신과 편견을 버릴 수 있고,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고, 자신이 깨달은 모든것을 표현하고 발언할 수 있고, 또 즐길 수도 있는 세련된 삶. 그게 문화가 아닐까? 어쩌면 연극이니, 영화니, 소설이니 하는 모든 문화적 활동들은 이런 것들의 한 가지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 "희망의 인문학"이란 책이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해주는, 클레멘트 코스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었다. 사회적 약자들이 마약이나 술 범죄등의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이 아니라 인문학 교육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고개를 끄덕거렸던 생각이 난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등을 배울 수 있다면 그들이 자신을 수렁으로 빠뜨리는 환경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빠져 나올 수 있을거라는 아니, 그런 선택조차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생각은 얼마전 읽은 "세잔의 차"란 책에서도 다시 확인 되었다. 테러와 범죄에 맞서는 보다 효과적인 대책은 전쟁과 군사력 보강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내용이 유난히도 인상적으로 마음에 와 닿았었다. 

여하튼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참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부족할는지도 모르지만, 세상은 좁아지고 있고, 그나마 우리나라는 문화에 대한 선망을 가지고 있고, 문화생활을 하고 싶어하며, 하는 젋은이들을 가지고 있다. 비록 현재의 10대들이 문화보다는 입시에 찌들어 있다는게 약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샌드위치다. 제목에도 나오는 샌드위치는 우리나를 칭하기도 하고, 모든 세대 모든 개개인을 뜻하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의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각각의 대인관계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우리가 단순히 배고픔만 가시게 하는 샌드위치가 아니라, 보다 맛있는 샌드위치가 되게 하는 단 하나의 열쇠 그건 바로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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