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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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상호성의 법칙

 평범한 사람들은 빚 진 감정을 잘 견디지 못하는것 같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밥 한 끼를 얻어 먹으면, 그에 상응하는 또는 그보다 더 큰 어떤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는 법칙은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 법칙은 원칙적인 면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압박 당하는 걸 보면, 본능적인 면도 있는것 같다. 다시 말해서 본능적으로 인간은 무언가 선물을 받게 되면 그와 대등한 또는 더 큰 무언가를 갚아야 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도에서 시작된 HKS라는 종교 단체의 기부금을 모금하는 행위는 이 상호성의 법칙과 많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먼저 지나가는 행인에게 꽃한송이를 건넨다고 한다. 엉겁결에 받은 사람, 극구 거절하지만 강제로 받게 된 사람들, 또는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고 기쁘게 받은 사람들 모두 다 그 꽃을 받음으로써 어느 정도 기부를 하게 되고, HKS는 많은 돈을 기부 받아서 세를 키워 갔다고 한다.

 또 같은 맥락으로 상호 양보의 법칙도 있다. 아이들이 부모들한테 처음에 큰 돈을 달라고 하다가 나중에 작은 금액을 달라고 할 경우, 아이도 양보했기 때문에 부모도 양보해서 작은 금액의 돈을 주는 경우와 같다. 가령 우리가 무언가 결재를 올리거나 견적을 낼 때도 깎일지도 모르니까 비싼 금액을 올리는 경우와도 같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도 이 원칙을 적용하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2. 일관성의 법칙

 가끔 다이어트나 금연을 결심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의 하나로 많은 사람 앞에서 다이어트나 금연 결심을 공표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선언함으로써 주변사람들이 도움을 구하고, 보다 자신의 결심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은 다이어트나 금연과 같은 결심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서 자주 발견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우리가 무언가 결심하고 대외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간혹 정치인들이 아무리 봐도 아닌 일을 가지고 치고 받고 싸우며 목숨을 걸고서라도 자신들의 정책을 고수하려 애쓰는 것도 다 마찬가지 법칙이다. 언제부터인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인간은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본능적인 신념을 갖고 있는것 같다.

 

3. 사회적 증거의 법칙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 탓인지 아무리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무언가 다른 사람과 다른 돌발행동을 할 경우, 다른 사람의 행동을 먼저 주시한다고 한다. 가령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자질구레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의 경우, 물건 판매를 늘리기 위해 2인1조가 되어 판매하는 사람 외에 다른 한 사람은 물건을 구매하는 시발점을 끊어 준다. 그러면 그 전에는 주춤하던 사람들도 함께 물건 구매를 주저하지 않게 된다. 결국 사람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한 것을 함께 선택하려 하고, 대다수의 사람이 좋다 하는 것을 함께 좋다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영화나 음식점의 입소문은 모두 이와같은 심리적인 법칙 탓이다.

 

4. 호감의 법칙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은 거절하기가 힘들다. 친한 사람의 부탁도 마찬가지다.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굳이 필요하지 않은 보험상품을 들거나 물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참 많을 것이다. 또 이왕 사는거 아는 사람한테 사겠다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얼굴이 잘 생긴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유리하는 사실은 이제 굳이 비밀도 아니다. 우리나라만도 성형외과에 비만 클리닉등이 대성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주고, 호감형의 외모 역시 사람을 설득하는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5. 권위의 법칙

 텔레비젼에 나온 의학박사가 말 한 정보를 타인에게 전하면서 의심을 품어 본 적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박사나 의사등을 사칭해서 사기를 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우리는 권위자의 말 한마디를 굉장히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제품 광고시, 전문가를 내세운 광고전략도 많이 쓰이는 방법 중 하나다. "어제 텔레비젼에서 ㅇㅇㅇ박사가 한 말에 의하면,..."이런 말을 듣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6. 희귀성의 법칙

 쇼핑가서 살피던 물건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할때, 충동적으로 구매하던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간혹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이성이 다른 사람에게 간다고 할때, 안타까워진다는 감정은 누구나 알고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별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이 세상에 몇 개 없다는 이유만으로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설득은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고 단단한 마음이 여러가지 요인들에 의해,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전엔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구매하게 되기도 하고,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일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수정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필요한 일을 필요 없다고 결론 내기도 한다. 그렇게 마음이 움직이게 된 요인들.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그런 심리적 작용이 몇가지 법칙에 의해 이루어 진다고 분석한다. 그게 위의 여섯가지 법칙이다. 각각의 법칙들은 보는 즉시 이해가 될 만큼, 우리도 잘 깨닫고 있는 법칙들이기도 하다. 단지 우리는 그 각각의 법칙을 파편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고, 모두 연결짓거나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지 못했을 뿐이다. 물론 잘 정리된 법칙을 아는 것과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긴 하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라는것은 알면서도 그게 변이된 다른 상황에 놓였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는 경우와 똑같은 행동을 그대로 하는 경우도 많다.

 

 문명이 진보한다는 것은 인간이 의식적인 노력 없이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 23쪽

 

 위의 여섯가지 법칙은 인간이 여러세대를 거쳐 살아 오면서 여러가지 상황에 가장 적합하고 올바른 형태의 심리적 법칙을 무의식적으로 형성해 낸 것이라는게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의 주장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세상 오만가지 일들을 모두 논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 인간의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두뇌가 폭발할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겪어서 알겠지만 선택이라는 것은 쉽게 보이는 선택일지라도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갈등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어느 정도의 보편화된 일에서는 자동화된 마음의 작용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은혜를 베풀면 꼭 갚아야 한다거나, 내가 선택한 사상이나 결심을 끝까지 지키는 일이라거나, 세상 사람 대다수가 하는 선택에 나의 선택을 보태거나, 전문가의 말을 비판없이 받아들이거나 희귀한 것에 대한 열망등의 자동화된 마음의 작용이 생겨난 것일거다.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 불가결한 마음의 작용이 누군가에게 악용되어 우리가 무의식적인 의사결정으로 피해를 입지 않게 하는게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가 이 책을 쓴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래전에 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만 해도 흔하고 흔한 처세술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몇년의 세월을 보내고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은 지금은 미리 읽지 못한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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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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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전 날 우후에 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 동네 카페에 들어가서 좌석 안내를 받지도 않고 낸 맘대로 자리에 가서 앉았던 것이다.(중략) 어쨋든 카페 안은 거의 텅 비어 있다시피 해서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좌석 안내 담당 매니저'가 와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직접 자리를 찾아 앉으셨군요."

 "네. 옷도 직접 입는답니다."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저 표지판을 보지 못하셨나요?"

 그녀는 고갯짓으로 '좌석 안내를 받으실 때까지 기다려주세요'라고 쓰여 있는 커다란 표지판을 가리켰다.

 나는 그 까페에 150번은 출입하였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을 제외한 모든 각도에서 그 표지판을 봐왔다. 하지만 모르는 체하기로 했다.

 "오! 저런, 못봤네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쪽 파타의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이 매우 바쁘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내 자리에서 사방 15미터 이내에 손님이 아무도 없었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표지판에 적혀 있는 규칙을 따르지 않았고, 따라서 잠시 동안 벌을 서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31~32쪽

 

 붐비는 전철 안에서 책을 읽다가 저 대목에서 얼마나 킥킥대며 웃었는지 모르겠다. 특히나 옷도 직접 입는 다는 저 대목. 그러고 보니 처음 읽었던 그의 책 "나를 부른 숲"에서도 한참이나 킥킥거렸던 구절이 있었다. 끈도 주지않고 방수도 되지 않는 배낭을 250달러나 주고 구입하는 장면에서 "배낭에 밑창은 붙어 있기나 한 거요?"라고 묻는 장면. 그 책 이후로 빌 브라이슨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렇듯이 나에게도 참 재미있는 책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이 책은 좀 거창한 제목을 붙이고 있긴 하지만, 사실 어른이 되어 20년동안 영국에서 살다가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간 빌 브라이슨의 체험을 주간잡지 부록의 칼럼에 기고한 내용들이다. 그러고 보니 원제 "I'm stranger here myself"가 훨씬 책의 제목으로 어울린다.

 

 어린시절을 보낸 고향이었지만, 20년을 영국에 살다 돌아온 빌 브라이슨에게 미국은 낯설음 투성이다. 완전한 외국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 완전한 미국인이라 하기에도 뭔가 부족한듯한 빌 브라이슨은 이것저것 겪고 체험하면서, 어린시절을 추억하기도 하고, 만연된 편의주의를 특유의 유쾌한 어투로 비난하기도 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장난스럽게 조롱하기도 하고, 미국의 훌륭한 점에 대해 감탄하기도 한다.

 

 눈 앞에 보이는 놀이공원을 가는데도 보행자를 위한 길이 없어서, 자동차를 타고 가거나 셔틀버스를 타야 하는 미국의 현실. "다이빙대에서는 발을 한 번만 구르시오"라고 써 붙일 만큼 규칙에 대한 과도한 집착. 제대로 된 설명보다는 계속되는 바톤터치를 해대는 소비자 상담전화. 쇼핑을 하기 위해 태어난 듯 보이는 미국인들. 똑같은 아침식사용 씨리얼만도 수십, 수백개를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정크 푸드의 천국. 직장에서의 감시뿐 아니라 옷가게의 탈의실에 대한 감시까지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실태등. 빌 브라이슨이 지적하는 미국에 대한것들이 사실 보는 내내 낯설지만은 않았다. 몇가지는 해당사항이 아닐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다. 이런 일들에 대해 유쾌한 분노를 하는 빌브라이슨의 글들은 사실 우리 자신을 통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은 산과 강도 변한다는 10년이란 세월을 지내온 내용이라서, 미국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으로 읽는 사람에겐 실망스러운 책일 것 같다. 그것보다는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입담을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가끔 즐겁게 웃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당하게 권할 만한 책일 것이다. 그런 즐거움과 함께 덤으로 얻는 것은, 미국이라는 이름을 빌려 표현되었지만, 현재 내 주변에서도 이루어 지고 있는 불합리에 대한 자각이 아닐까?

 

** 또 하나 기억에 남던 재밌는 일화, 

 일 년쯤 전에 미국의 항공사들은 점증하는 테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승객들에게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했다. 이 같은 사실을 나는 집에서 160킬로미터 떨어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고 할 때 처음 알았다. (중략) 마침내 나는 지갑 뒤편에서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던 아이오와 주 운전면허증을 발견했다.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군요.”
직원이 코웃음을 쳤다.
“그럼 비행기를 몰지 않도록 하죠.” - 32-33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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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장하준 지음, 지승호 인터뷰 / 시대의창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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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자 뉴스엔 한-EU FTA가 사실상 타결됐다는 소식이 떴다. 그리고 그에따른 장, 단점에 대한 나름의 분석이 텔레비젼 뉴스에 보도 되기도 했다. 현재로선 우리의 자동차나 공업 분야는 유럽보다는 더 강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돼지와 같은 축산농가나 농업쪽은 우리가 훨씬 약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예전같으면 별 관심도 안 뒀을 기사였다. 그리고 예전 같았으면 액면 그대로 믿었을 기사이기도 했다. 누군가가 묻기라도 한다면 뉴스에 보도되었던 그대로가 사실이라 믿고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들려 줬을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는 조금 달라졌다. 사실 진실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는 나는 그 정보에 접근할 루트가 없긴 하다. 설령 내가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한들 그 정보들의 역할과 미래에 가져올 파장들을 어떻게 예측해 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장하준씨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현재 우리들에겐 소중한 존재들인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기에 지금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 이 책이 출간되던 시기에 참여정부는 좌파신자유주의를 외쳤고, 한-미 FTA비준안에 대한 찬성 반대 문제로 국내는 소란스러웠다. 무지몽매했던 나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신자유주의는 대세이고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친구겪인 관계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배웠던 학교 교육과 경험으로는 그 모든게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당시의 생각들이 얼마나 안일하고 어리석은 생각들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장하준 교수는 그 전부터도 꾸준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선진국들의 후진국들을 밟고 올라 서려는 행패에 대한 비판을 해 왔다. 그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를 후진국들에게 강요함으로써 가난한 나라들은 현재 하고 있는 생산성 낮은 활동만을 하도록 만든다. 만약 우리 나라가 70년대에 신자유주의에 입각해 경제 발전을 해 왔다면, 우리 나라에 현재 대표적인 수출품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메모리 칩, LED TV의 생산같은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며, 우리는 여전히 춘궁기를 걱정하며 살아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면에서 신자유주의 보다는 보호주의 무역이 한 나라의 경제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보면 이렇게 확고한 진실도 짚어주지 않는 사람이 없어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정부는 이런 책들을 "금지도서"로 지정까지 하곤 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게 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안 될 정도다. 결국 신자유주의라는 것은 선진국 반열에 아직 올라서지 못한 우리에게도 불리한 거지만, 우리보다 못 사는 후진국들에게는 평생 가난할 것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제도인 것이다.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을 윽박질러서 성장 못하게 하면 당장은 거기 있는 관세 내리고 시장에 진출하니까 자기들한테 이익인 것 같지만, 그 시장 자체가 크는 속도고 줄어 들어 버리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그런 이기심에만 호소하는건 아니예요.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그런 얘기도 하는 거라고요. 다만 이기심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후진국들을 도와주는게 좋은 거라는 얘깁니다. [해리포너]4권에 보면 마술학교 덤블도어 교자이 이런 말을 합니다. "선택은 (사실 선과 악이 아니라) 옳은 것과 쉬운 것 사이의 선택이다." 본질은 선과 악의 선택이 아니라는 거죠. 대개 악한 사람은 몇 명 안 된다고요. 악한 사람은 몇 명 안 되는데, 대개는 '쉽기' 때문에 그 악한 것에 동조하는 겁니다. 옳은 일을 하려면 힘든 게 많으니까요. - 책 속에서

 

 하지만 윗 글에서도 보여지듯이 신자유주의는 후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게도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을 뿐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후진국이었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선진국들의 제품들이 이만큼 팔릴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선진국들의 시장도 줄어드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 자유주의가 아닌 어느정도의 보호주의는 선진국이나 후진국 둘 다에게 이익이 되는 WIN-WIN정책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전 참여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자본시장의 개방을 밀어붙였다. 장하준 교수는 이런 이전 정부를 비판하면서 국가의 개입과 보호정책, 재벌과의 사회적 타협을 추구할것을 주장했다.

 

 지승호씨가 장하준교수를 인터뷰한 그대로를 싣고 있는 이 책은 아무래도 글로 논리정연하게 구성한 글들이 아닌, 대담을 그대로 옮긴 형식이라서 (물론, 주제를 어느정도 가지고 대화를 이끌어 갔긴 했지만.) 뭔가 다듬어 지지 않고, 의견들은 중구난방으로 이 주제와 저 주제를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보면 오히려 편하게 하는 대화 형식탓에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더 이해하기 쉬운 듯한 생각도 든다.

 

 누구나 자신이 아는 만큼만 세상이 보인다고 한다. 무지한 상태로 있을때의 세상과 무언가를 알아가면서 느껴지는 세상은 천지차이인것 같다. 과거의 난 내가 알고 있는 전부가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상은 단순하게 생각됐고, 어디에선가 말해지는 진실들을 듣곤 그게 다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숨겨지고, 덮어져서 누군가에게 이득이 되는 한가지 진실만을 들고서 그게 전부인척 해 버리는지 알게되면 더 이상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장하준 교수도 사람들이 이런 깨달음을 얻길 바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꼭 흑백이 아니고, 진실이 한 가지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책 속에서

 

**현재 평택 쌍용 공장에는 해고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때문에 경찰과 대치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비정규직과 해고의 유연성은, 아무런 대안이 없는 노동자에겐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절망감만을 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대규모 시위 상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복지정책이 잘 된 선진국에서는 해고가 되더라도 실업수당으로도 살아갈 수 있고, 재교육을 받아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을 빨리 이룰 수도 잇기 때문에 해고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복지정책 없이 해고의 유연성만을 도입했을때, 노동자들이 맞게 되는 현실은 절망적이기만 하다. 장하준 교수의 생각처럼 세상의 원칙들이 후퇴하는것 같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점진적인 진보를 이룩해서 언젠가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기를, 그래서 내 이후의 내 후손들은 걱정없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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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09-08-2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을 만 하죠. ^^

장하준씨를 우석훈선생은 평하길 "생전에 경제학사에 실릴 수도 있고, 분명히 사후에는

경제학사에 이름을 올리수 있을 것" 이라고 했죠. 저야 과문해서 이 분의 학문적인 깊이를

헤아릴수는 없지만 말이죠. 서울대에 교수자리를 얻기 위해서 3차례 지원했는데 모두 탈락

했다네요. 주변의 확실한 정보라인에서 들은 것중에 장하준 교수가 고대에 가고 싶어하는데

고대에서도 영..... 한국의 경제학계가 일방적으로 치우쳐진 학문분과에서 좌지우지

되는 것같아서 비전공자의 눈에는 걱정스럽네요

습관 2009-08-24 14:59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마찬가지인걸요. 알 수 없는건. 그래서 자꾸 읽어 보는 건데, 항상 관심사가 한 방향이 아니라서 깊이가 없네요. 꾸준하지도 않고, 뭐 전공도 아니고, 관심가질만한 일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흥미에 의지해야 하는데, 이게 그렇게 하나에 꾸준하지 않고, 잡다해서요.

그리고 교수 얘기는 들어보진 못했지만, 그렇군요.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몰아주기를 잘 하긴 하나 봐요. 다양성 없는걸로는 1등 할 것 같아요.

왠지 씁쓸한데요.

아, 참 반갑습니다. 메버릭꾸랑님.(근데, 메버릭꾸랑은 뭘까요? ㅎ)

다이조부 2009-09-0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은 영어단어 로 꼴통 이라는 뜻이라네요.

꾸랑은 저도 표기는 모르지만, 인도네시아어로 사기꾼 이라는 단어랍니다 ^^

저도 반갑습니다 ㅎ
 
오, 나의 잉글리쉬 보이
왕강 지음, 김양수 옮김 / 푸른숲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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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중국의 우루무치란 지역은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위구루인들과 한족이 대치중이고, 얼마전에는 유혈사태로 인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바 있는 곳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게 우루무치는 중국 변방의 한 지역일 뿐이었고,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요새들어서는 우루무치의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걸 보면,이 소설탓이 큰 듯하다. 이 소설에 이 곳의 유혈사태에 대한 어떤 언급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이 출간할 당시(2006년)에도 "중국의 화약고"라며 이 지역을 소개한 글을 보니, 현재의 유혈사태가 전혀 예측 못 할 일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소설의 배경 시기는 모택동(마오쩌둥)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할 목적으로 중국의 현대화를 늦추기 위해 신문화 도입과 현대화 주장을 하던 이론가들을 숙청하던 문화대혁명 시기이다. 흔히 20세기의 분서갱유라고 회고되고 있는 이 혁명은 현대화보다는 정신무장(혁명주체사상)을 앞세운 사회 개혁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류아이에 다니던 학교에 기존의 위구르어 대신 영어를 채택하면서, 왕야쥔이란 선생님이 오신다. 해박한 지식에 마음이 따뜻하고 세련된 매너를 가지고 있고, 말쑥한 옷차림으로 다니며, 향수냄새를 풍기면 다니는 영어 선생은 현대화에 부르주아에 대한 타도를 외치던 그 시대엔 분명 부자연스럽고, 눈에 띄는 존재 였을 터다. 여느 아이와 다름 없어 보이지만, 섬세한 감성을 갖고 있었던 류아이에게 영어선생인 왕야쥔은 러시아에 유학하고, 중국의 내노라하는 일류대학을 졸업한 건축가들이지만, 현재의 사회구조에 착실하게 종속되어 속물스럽게 살아가는 부모보다도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의 말은 모두 단어로 되어 있고, 영어사전에는 무궁무진한 단어가 실려 있다. 위대한 사람의 사상도 모두 사전에서 나왔다. 그들의 사상이 사전에 있는 단어를 새로 배열하고 조합하는 데서 나왔기 때문에 사전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책이며 성경만큼 중요하다.-320쪽

 

 영어사전에 대한 류아이의 갈망은 세계적인 시대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일어났던 중국의 문화 대혁명에 대한 반항과도 같다. 모든 사람들이 부르주아를 경멸할때, 류아이는 시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사서 쓰고, 향수를 뿌리고 다니며, 영어사전을 가지고 싶어한다.

 

 현재는 모택동의 권력을 위해 시대흐름을 역행한 잘못된 혁명으로 알려져 있는 '문화대혁명'은 중국인들에겐 집단적인 트라우마의 하나인듯 싶다. 일제치하와 6.25전쟁이 우리 대한민국의 트라우마인것처럼. 어쩌면 그래서 일견 이 책의 내용들은 전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민족과 문화가 다른 우리에게도 가슴에 잔향을 남기는지 모르겠다.

 

**모두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읽어던 중국소설들은(허삼관 매혈기, 닭털같은 나날들) 모두 하나같이 풍자적이고 유쾌했던 것 같다. 익살스러운 마당놀이를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이 책 역시 마찬 가지였다. 류아이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이 책은 어른들의 치졸하고 속물적인 근성을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인간적이며 논리적인 행동들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개탄한다. 어찌보면, 이 책 속에 가장 어른스러운 존재는 류아이같다. 어쨋든 굉장히 잘 읽혀지고 재미있게 읽혔던 책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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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알고 싶어 하는 마음, 궁금증은 사람의 본성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 대상이야 개인차가 있기도 하고, 사회적인 대다수의 관심사가 한 방향으로 흐를 때도 있긴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작용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궁금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름대로 인생에서 굵직한 테마들을 잘 골라, 분류하여 심리적인 메커니즘을 밝혀 놓은것 같다.

 

 심리에 대한 연구야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었고, 비 전문가도 들어봤음직한 프로이트나 칼 융등은 여기저기 제법 많이 인용되고 있기도 하다. 김형경씨도 자유자재로 이런 사상들을 접목시켜서 개인적인 고민들에 조언을 하는 모습을 보면, 많은 공부가 선행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세상 만사 모든 일을 꿰뚫는 법칙이 존재하는지는 확신이 안 들긴 한다. 가령 우리가 어린 시절 다 겪고 자란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남성들이 겪는다는 거세 공포증등을 인류라는 종이 모두 다 겪고 그로 인해 심리적인 구조가 형성된다는것은 그럴 듯 하긴 하지만, 확신은 서지 않는 이론이긴 하다.

 

 하지만, 그저 우리의 이해 범위 안에서 논해질 수 있는 얘기들은 이 책을 일독한 사람들에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중에 아이의 어린시절 부모의 역할이 아이의 전 생애를 결정한다는 얘기 같은 것들. 아이에겐 어린시절의 부모는 세상의 전부이다. 부모의 가치관, 생활방식,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 이 때의 기억들은 무의식 속에 깊이 각인 되어, 어른이 되어 이성의 사랑을 찾을 때, 사회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갈 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마 어른들이 당신들의 자식을 집 안이 복잡한 자식들과 맺어주지 않으려 하는 영화나 드라마 속의 모습은 편견이 아닌, 우리의 집단 무의식 속에 뿌리 깊게 박힌 지식 중 하나인 지도 모르겠다.

 

 정신분석은 "사랑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한 학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만 제대로 해낼 수 있으면 생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사랑의 경험을 의식적으로 잘 치러내면 생에 초기에 내면에 형성된 왜곡된 정서들을 다시 체험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인간을 탄생시키는 첫 번째 연금술사는 엄마이고, 정신분석적 심리 치료 과정은 두 번째 연금술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성인이 되어 나누는 사랑은 세 번째 연금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깊은 내면과 직면하는 방법에는 정신분석, 참선 수행, 그리고 사랑의 경험이 있습니다. - 164쪽 

 

 인간에게 심리라는 정확히 똑 떨어지지 않는 비물질적 현상이 생긴 이유는 인간이 혼자 살아가기에는 연약한 존재였던 탓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함께 살아야 하고, 모여 살아야 하는 집단적인 인간의 삶에서 서로를 대하는 관계는 중요했을 것이고, 그 가운데서도 내게 이로운 사람과 내게 해로운 사람을 판별해내는 선택도 중요했을 것이며, 그 와중에 심리라는게 생겨난건 아닐까 싶다. 김형경씨의 말대로 정신분석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람들과의 관계맺기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원활한 관계맺기 방법과 불필요한 심리적 방어기제들을 제거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

 

**사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참 많이 알려진 이야기 중에 하나이다. 이 이야기는 서양에서 신화로서 다루어지는 서사중 하나이기도 한데, 동양사람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한지는 의구심이 생긴다. 

 

**정신분석학을 오래도록 공부하다 보면, 뇌의학과도 깊은 연관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단순 심리적인 문제였던것 같은 일들이 뇌의 손상이나 억제로 인해 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 손상이나 억제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대다수인것 같으니, 정신과 뇌에 대한 어느정도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론들은 내가 죽은 후에도 한 참 있다가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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