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커넥션 - 지구온난화에 관한 어느 기후 과학자의 불편한 고백
로이 W. 스펜서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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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일전에도 9시 뉴스에선 우리나라의 기후가 바뀌어 열대작물들이 재배가 잘 된다고 방영되었다. [지구 온난화]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세살바기 아이도 알 정도의 (과연 알까?)  전 지구적 문제이다. 몇년전에는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한다 해서, 사용이 금지 되기도 했다. 그리고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권에 두둥실 떠올라 이불효과를 낸다는 것은 지구과학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아니 뉴스를 열심히 봤던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 중 하나일 것이다. 이렇게 기존보다 점점 따뜻해지고 있는 지구는 단지 기온만 올라가는게 아니라 파괴적인 힘의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 태풍을 일으키고, 폭설, 홍수, 지진, 해일등의 자연 재해를 불러온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많은양의 비를 쏟아붓는 장마가 한동안 오기도 했고, 현재도 남부지방에선 장마소식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끔 어르신들께서 "환경오염으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어서 이렇게 이상기온이 많이 생긴단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걸 심심챦게 들을 수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의심의 여지 없는 사실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알고 있다.

 이 책의 요지는 [인간이 저지른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그저 대다수 사람의 추측일 뿐,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모두 의심의 여지없이 환경오염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생각할까?

 환경오염에 의한 재앙을 주장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집단들(정치집단이나 환경단체)의 끊임없는 주장과 [지구를 보전해야 한다.]는 부정할 수 없는 명제에 대한 신념이 [환경오염에 의한 지구온난화]라는 사실을 확고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류는 5년마다 10만개의 공기입자에 1개꼴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10만개에 한개꼴의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기후에 얼마만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확실히 추측할 수 없다고 한다.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서 기후 모델들이 만들어 지고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는 많은 사실들을 주변 여건으로 가설을 세우기엔 무리수가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구는 하나밖에 없는 데다가 이 지구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것도 불가능하니, 결국은 유사상황을 설정할 수밖에 없는데, 구름의 작용, 강수의 메커니즘등은 아직도 확실치 않다고 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우주로부터 귀환]이란 책은 우주비행후의 우주비행사들의 삶과 가치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인터뷰한 책이다. 그 인터뷰중에서 한 우주인의 인상적인 얘기가 생각난다. 좀 오래되어서 그 사람의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인간에 의한 지구의 오염은 우주에서 봤을땐 거의 아무 영향력도 없어보이지만 대자연의 지진 해일,홍수, 토네이도, 허리케인등은 엄청난 규모의 지구의 오염을 일으킨다고.

 

 [기후 커넥션]의 저자는 말한다. 자연이 인간보다 깨끗하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배워 온 학습이 만들어낸 편견이 아닌가? 해일이나 홍수가 덮치고 난 후의 해안가의 지저분함을 상기해보길.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쁜 기체로 규정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하지만 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삼키고 산소를 내 뱉는다. 화석연료를 태우고 나오는 이산화 탄소는 식물들의 성장을 촉진하고 번성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각 나라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제어하는 교토의정서. 오히려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여 삶의 질을 저해하고, 오염을 줄일 수 있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인류의 기술력의 발전을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원시인의 삶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청정에너지를 개발하고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야 할것이다.

 

 많은 내용들이 공감이 간다고 생각한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자체의 운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하건 안하건 온난화는 계속해서 이루어질 일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덜 쓰고, 덜먹고, 덜 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서 기후와 지구대기 순환의 메커니즘을 발견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 후 과학이란걸 전혀 접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저자가 지적한 과학적인 오류들에 대해선 그러려니 하고 이해할 뿐 검증하거나 내가 가진 지식으로 추측하기엔 무리가 많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든 예시들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동안 배워 온 사실들이 확실치 않은 얘기들이란 사실에 조금은 충격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논리뒤에 나온 자본주의에 대한 예찬은 읽는 내내 맘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결국 우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가진자들(가진 나라들)인데, 그들이 나중에 못 가진 자들(못 가진 나라들)을 배려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인류가 만들어 낸 화합물들.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고, 썩어 자연과 함께 사라지지도 않고, 몇십년 몇백년간 남아 두고두고 영향을 주는 그런 물질들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이것도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환경에 무해한 물질로 변화시킬 수 있을때까지 참고, 그 과정을 거치기 위한 대가려니 하면서 견뎌야 하는 걸까?  사실 저자는 환경보호에 대해 그렇게 극단적인 부정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과도한 환경보호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인류에 문명과 과학기술이 뒷걸음질 치지 않길 바라는 것이리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나로선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이 극심해졌다고나 할까? 보편적으로 확대하기엔 무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부 사실들을 제외하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과연 진실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문득 데카르트의 그 유명한 명제가 떠오른다.

 "나는 의심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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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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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항상 비루하다. 돈은 항상 나만 갖지 못한 것 같고, 갖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지불한 여력은 항상 부족하다. 남들은 어떻게 저리 잘 먹고, 잘 사는지 의구심이 생기고,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이렇게 비루한 삶을 사는지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분노가 솟구칠 때도 있다. 반면에 그런 삶에 자족하기도 한다. 갖고 싶은 욕구가 사라져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이 되고, 남들이야 어떻게 살든 나와 아무상관 없이 된다. 그저 내 한 몸 누일 깨끗한 방한칸이면 족할 것 같고, 갈증날때 마실 물 한 모금, 배고플때 먹을 수 있는 밥 한 술, 심심할때 읽을 재미 난 책 한 권, 그거면 그저 남 부러울게 없을 때도 있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 서민. (이 단어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단어라고 한다.)

 

 이 짤막짤막한 만화가 우스개 소리를 지껄이는듯 하면서도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위에서 얘기한 일관성 없는 우리 서민들의 본질을 일깨워 주면서 그것들이 결코 나쁘고 보기 흉하지만은 않다고 얘기해 주기 때문이다. 엄마가 자기 아가의 어처구니 없는 우스운 행동을 타인에게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얘기하듯이 최규석씨는 습지(이 만화에서는 호우때 물이 차기도 하는 좁은 자취방)에서 살아가는 네명의 친구들과 녹용이(빈대 붙어 살면서도 주인인것처럼 행동하는)에 대한 얘기들을 풀어놓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구에게나 습지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쾌적하고 따뜻하고 밝고 맑은 곳에 머무르기를 꿈 꾸지만, 현실은 눅눅하고 어둡고 춥다. 현실에 불만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현실은 지옥과 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고통없이 살기 위해서 우리 마음의 메커니즘은 비루하고 남루할지라도 현실에 익숙해지고 심지어는 그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고 애정을 느끼며 살 수 있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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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신현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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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처세술 책에 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는지 모를 일이다. 생각해 보면, 옛날 우리 선조들이 읽었던 사서삼경이네, 사서오경이네 하는 것들도 우리의 행동이나 마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들을 가르치는 것들이 아니었던가 싶다. 공자, 노자, 주자등의 학문들도 마찬가지였고. 처세술을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은 결코 상업적인 욕심에만 기대어 돈이 될 것 같으면 아무 책이나 써내는 사람들한테 속는 것도 아니고, 시간만 날리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렇게 쓸데없는 책들도 많을지 몰라도 좋은 책도 많을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행동가짐과 마음의 방침을 제시한 이 책은 어떨까?

 

 어떤 면에서 보면,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는 일반적인 회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른 회사라서 이 책의 내용들이 100%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몇해전 우리가 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쪽으로 자리를 옮기신 내 직속상관이 푸념하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그 전에는 그저 일만 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정치활동을 해야 하는게 너무나 싫다고. 그게 너무 싫어서 다시 그 전에 일하던 분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겪어보지 못해서인지 그 말들이 심각하게 들리기 보다는 배부르고 등따순 사람이 심심해서 투덜대는 걸로 들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그 분이 힘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조금은 들었다.

 

 하지만 이 시대에 직장인으로 살아가야한다는 것은 그 많은 어려움을 견뎌야 하는데다가 성공적인 직장인으로서 미래에 임원 자리까지 바라보는 경우에는 직장이라는 곳의 생리를 잘 알고 그에 맞춰 생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비밀이라 말하는 직장인의 행동방침에는 평상시 우리가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대화를 통화여 정의하지 않았던 사실들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간과하고 지내오던 것들도 있다. 또 특수한 형태의 직장에서는 적용되지 못할지도 모르는 원리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가장 보편적인 직장에서의 행동방침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비밀 01_팔을 걷어붙이고 조직의 해결사를 자처라하라.

비밀 02_뽑을 땐 학벌이지만 키울땐 충성도다.

비밀03_익숙한 일만 하면 낙오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비밀04_일과 삶의 균형을 원한다면 연봉을 포기하라

비밀05_잦은 이직은 직장생활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비밀06_학력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판을 바꿔라

비밀07_임원 가능성이 희박하면 부장이 되기 전에 옮겨라.

비밀08_CEO가까이 가면 살고 멀어지면 죽는다.

비밀09_네트워크는 안 되는 일도 되게 한다.

비밀10_상사와 맞서려면 회사를 떠날 각오를 하라.

비밀11_사내정치에 무감해선 조직의 중심에 설 수 없다.

비밀12_상가와 회식 장소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비밀13_혼자서 일하려거든 조직을 떠나라.

비밀14_직장인의 수명은 영업 마인드에 달려 있다.

비밀15_자기 몫을 포기해야 리더십이 생긴다.

비밀16_CEO처럼 일해야 CEO가 될 수 있다.

비밀17_회사가 흔들리면 나에겐 기회가 온다.

비밀18_직장에 따라 신분이 결정된다.

비밀19_회사는 '아줌마'를 원하지 않는다.

비밀20_최고의 경쟁력은 브랜드에서 나온다.

 

 위 법칙에서도 보여지듯이 이 책에서 권장하는 행동방침들의 최종 목적지는 CEO가 되는 것이다. 직장인들 중에서는 나중에 CEO를 목표로 할 수도 있지만, 그 외의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행동방침들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을 지내더라도 내 마음대로, 내 편한대로 바꿀 수 없는 직장을 가능한 내가 내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으면서 지내기 위해서 필요한 보편적인 법칙들이 위 법칙들이 아닌가 싶다.

 

 위 법칙들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떠 받들어야 할 법칙들은 아니라고 본다. 단지 처음 시작하는 사회생활을 월급쟁이로 시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전혀 모르거나 잘못된 정보로 혼선을 빚으며 직장생활을 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CEO가 되길 꿈꾸는 사람이라면 더욱 유익한 정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리고 전혀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일지라도 현대사회에 보편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직장이라는 조직안의 생리를 이해함으로써 자기 자신 또한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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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라캥
에밀 졸라 지음, 박이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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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쓴다는 것은 무작위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문득 어느날 이야기가 떠오르고 그 이야기를 작가는 슥슥 써 내려가는 것이다. 마치 하늘로 부터 계시가 내려오듯 이야기는 계속 작가의 손을 통해 슥슥 적혀지는 것이라고. 그 세계를 모르는 나는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좀 달랐다. 아마 그래서 내가 소설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것을 깨닫게 해 줬는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는 그런 의식을 가져본 적도 없으니까.

 

 에밀 졸라는 서문에서부터 밝힌다.

 "강한 남자 한 명과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인해 욕구불만 상태인 여자 한 명을 설정한다. 그들 속에서 어리석음을 찾는다. 단지 어리석음만을. 그런 다음 그들을 난폭한 드라마 속으로 내던지고 그 두 존재들의 느낌과 행동들을 면밀히 기록한다. 나는 해부학자가 시체에 대하여 행하는 것과 같은 분석적인 작업을 살아있는 두 육체에 대하여 행한 것 뿐이다."- 11~12쪽

 마치, 소설쓰기가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무슨 심리실험이라도 행하는 듯한 말투로. 그러니까 이 소설의 느낌은 작가가 컨셉을 잡고 계획을 세웠다는 느낌을 준다.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글자들을 받아적는 것이 아니라 인물을 설정하고 상황을 배경을 설정하고 사건을 만들어 내고 결말을 예상해 내는 식으로.

 

 사실 150여년전에 쓰여 졌다는 이 이야기가 스토리로 우리를 감동시키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욕망때문에 결국 불륜과 살인을 저지른 연인들이 행복하지 못한 결말을 맞는 이야기는 현재는 식상한 플롯이다. 아마도 그래서 박찬욱 감독은 이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서 영화"박쥐"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그 영화에는 다수의 다른 장치들이 사용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것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대에도 이 이야기가 읽혀질 수 있는 이유는 (비록 변주의 손길을 가해질는지 몰라도) 무엇일까? 단지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이유는 아닐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프랑스 문학의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 이란 수식어 탓도 아닐거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닳고 닳은 소재이지만 신데렐라 스토리의 변주들에 열광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뻔하고 어이없고, 어쩌면 극히 드문 경우의 일일지 모르지만 누군가 또는 내가 그럴 수도 있는 희박한 가능성에 어떤 진실성이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욕망의 바닥은 설사 자신이 갖고 있다는것을 확신 할 지라도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그런 상황의 설정이 아무에게나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에서 아직도 내밀한 죄의식과 전율을 느끼게 되는게 아닐까? 오래 깊이 생각해 본 이유는 아니지만, 어쩌면 그런 이유도 이 소설이 아직까지 읽혀지고 있는 이유중 하나가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 책 읽는 동안, 주변에 심란한 일들이 전개된다. 가뜩이나 심란한 소설에 심란한 주변.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으시시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나름대로 그 일이 해소된 듯 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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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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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다닐때 문창과 아이 하나와 룸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은 술도 많이 마시고, 방에도 잘 안 들어오고, 무언가 고민이 많은 듯 찌푸리고 다니고, 무엇보다도 올빼미족이었다. 햇볕을 눈부셔하며 어색해 하던 아이들. 그러고 보니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이었긴 하지만, 여하튼 그들은 일반인들과는 좀 달랐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도 별반 다르지 않은것 같다. 간혹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잠이 든 늦은 밤에 원고지를 구기고, 머리를 쥐어뜯고 흡사 미친 사람처럼 신든린듯 글을 써 나가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면에서 얼마나 독특한 소설가인지, 하는 생각이 든다. 밤에는 일찍 잠이 들고, (심지어 일찍 잠이 들기 위해서 저녁에는 사람들과 약속도 잡지 않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시간 동안 꾸준히 글을 쓴다. 그리고 꾸준히 달리기를 한다. 그리고 심지어 마라톤 풀코스를 그 동안 25회 완주했다.

 

  서머셋 몸Somerset Maugham은 "어떤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라고 쓰고 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매일매일 계속하고 있으면, 거기에 뭔가 관조와 같은 것이 우러난다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 7쪽

 

 무라카미 하루키는 제법 끈질긴 인간인 모양이다. 좋게 얘기하면 인내심이 강한 인간이랄까? 어쩌면 시작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망가지기 시작한 몸매를 추스르기 위한 단순한 목적이었을 테지만, 어느 순간 달리기는 그에게 하나의 삶의 방식, 가치관으로 격상한 것 같다. 달리기 빼고는 그의 존재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문득 그의 달리기에 관한 글들을 읽다가 그의 소설들이 여타의 일본소설들과 달리 몽상적이었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남들이 보기엔 별 다를 것 없는 그의 인생은 소설 속 주인공들의 별 다를 것 없는 실질적인 삶들과 닮았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것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소설속 인물들의 삶은 더 이상 단조롭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도 겉으로 보기에는 규칙적이고 변화 없는 단조로운 삶인것 같지만, 그런 그의 머릿속 세상은 어느 누구보다 폭발적인 환타지들로 가득차 있는게 아닌가 하는 깨달음. 그게 내가 퍼뜩 떠올린 생각이었다. 글쓰기와 달리기. 반복적인 패턴과 리듬 속에 무작위적으로 태어나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들.

 

 새로운 하루키를 알게 되었다는 기분과 이제까지 알던 하루키를 이제서야 이해하게 되었다는 기분이 공존하게 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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