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재일 외국인을 포함한 한국인을 타깃으로 삼았을까? 야스다는 그들이 모든 사회문제의 근원을 외국인, 특히 재일 한국인 탓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재특회는 자신들을 재일 교포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는 레지스탕스 조직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은 재일 교포가 일본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약자여서 괴롭혀도 별 뒤탈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재특회가 그렇게 잔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학대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더 학대당하고 있는 약자를 공격하는 것은 그들의 천박한 측면을 드러낼 뿐이라고 비판한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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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은 조종할 방법이 없다. 대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행위는 다 도박성을 띠고 있다. 날씨에 도박하고 빗물에 도박하고 갑자기 찾아오는 병충해에 도박한다. 농사는 ‘하늘에 의지해 밥 먹는‘ 일이다. 설령 지금까지 우리가 거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할지라도 경작하는 데 있어 하늘이 정한 운명은 인간이 어찌할 방법이 없다. - P225

그때 문득 나를 기다리던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기다림은 고독 사이에 뿌리내린 식물이 아닐까? 고독이 강렬해질수록 기다림은 무성해졌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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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땔나무 한 무더기를 한곳에 쌓으면서 생각했다. ‘이 낭패하고 구질구질한 생활은 그저 잠깐이겠지‘라고.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쭈욱 이렇게 살아온 것 같았다. 나는 지금까지 쭈욱 ‘잠깐‘ 이렇게 살아온 것만 같았다. - P173

하지만 들판에서 해바라기를 심는 것과 돌멩이를 캐는 것이 뭐가 다른가? 모두 약탈이었다. 굴착기로 약탈하고 대량의 화학비료로 약탈하는 것이다. 대지라는 스펀지를 단단히 틀어쥐고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며 갈취하는 것이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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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발밑의 대지는 몇억 년 동안 존재해 왔는데 나는 고작 몇십 년 살았을 뿐이며 내게는 휴대폰 한 대가 전부였다. 기적이 일어났을 때, 희망이 강렬해질수록 더 지독하게 엄습하던 고독감이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큰 소리로 울고 싶었다. 우리의 삶은 이전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절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들로 가득차 있었다. - P111

우리에게 해바라기 밭이 영원한 존재가 아닌 적이 있던가? 세 달이 지나면 해바라기가 만들어 낸 것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그렇기에 해바라기의 아름다운 모습은 결코 우리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서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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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늘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항상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집에 돌아가겠다며 짐을 싸셨고, 이웃에게 기차역에 어떻게 가는지를 물으셨다. 할머니는 아러타이에 아직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저 기차가 유일한 희망임을 알 뿐이었다. 기차는 가장 확실한 떠남을 의미했다.
할머니의 기나긴 삶 속에서 오직 기차만이 할머니가 먼 길을 떠나게 해 주었고, 머나먼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기차만이 할머니를 모든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기차는 할머니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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