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의 직계가족이 대신 시험 보러 들어갈 수 있게 규정이 바뀐다면 어떨까. 시험 날에 모든 ‘아빠‘가 시험장에 몰려올 것이 틀림없다. 어떤 광경일까! 시험장을 꽉 채운 박사, 석사, 부사장, 주임 등이 여기저기 긁적거리며 안절부절못하고, 아빠를 ‘시험장에 밀어넣은‘ 아이들은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겠지. 게다가 아빠들은 저마다 커피를, 담배를, 고량주를, 용정차를 필요로 하지만 이런 게 하나도 없다보니 글씨조차 제대로 못 쓴다. 정말이지 상상조차 못 하겠다. 그러니까 어른이 자기 아이를 위해 ‘온갖 희생‘을 하고 싶어도, 합격하느냐 마느냐는 여전히 아이들의 ‘작은 대뇌‘에 달려 있다. 그 작은 대뇌가 스스로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P148
무릇 아름다운 일은 시작도 아름다운 법. 그러나 인생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시작이 아름다우면 반은 성공"이라는 말이 결코 진실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세상에 널린 게 아름다운 시작이며, 동시에 ‘반밖에 성공하지 못한‘ 일도 널려 있다. 아름답게 시작했다고 결실도 아름다우란 법은 없다. 진정으로 성공하고 성취하게 만드는 것은 끝없는 인내심이다. 심지어 ‘사랑‘조차 예외가 아니다. 윗사람을, 친구를 내 자식을 끝까지 사랑하려면 성경에 나오는 두 구절, 사랑에 관한 그 유명한 정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성내지 아니하느니라". - P152
순수하게 이성적인 ‘인간‘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인간은 그저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성의 범위 안에서만 이성을 추구하는 고차원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귀여운 것도 바로 이런 면 때문이리라. - P161
사람은 당연히 남에게 잘해야 하고, 남이 나에게 잘해주면 고마워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얼마나 마음을 쓰고 힘을 들였든, 남도 나한테 잘해야 한다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 사랑은 그 자체로 금빛을 뿜는다. 사랑은 보답을 원하지 않는다. 사랑은 교역이 아니다. 장사가 아니다. 보답을 바라는 사랑에는 차용증이 붙는다. 다른 사람이 이자를 내지 않거나기한이 지나도 갚지 않으면 그 사랑은 원망으로 변할 것이다. 사랑은 백만장자가 헬리콥터에서 뿌려대는 돈과 같다. 줍는 사람의 것이다. 돈이 모두 되돌아오길 바란다면 이런 쓸데없는 일을 왜 하겠는가? 그에게 사람을 들볶을 권리가 어디있다고? 반드시 명심하자. 사랑에 대해 허튼소리를 하는 많은 사람은 사실 마음이 좁디좁은 고리대금업자다. ‘고마운 마음으로 가득한 고독‘, 내 생각은 이렇다. - P177
|